[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9월 19일 금요일에는 3부 '1940년 여름'부터 '분리하기'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360쪽부터 397쪽까지입니다. 하지만 3부부터 이 부부의 얘기, 특히 아일린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속도가 나기 시작하죠? 원래 정해 놓은 일정은 다음 주까지 3부, 그리고 짧은 4부, 5부를 읽고서 29일에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먼저 읽으신 분들도 계속 감상 나눠요. 이번 주말에도 병행(병렬) 독서 하시고요.
오늘 읽을 부분의 1940년 영국(런던) 대공습 이야기를 자세하게 살피시려면 다음 선택지가 있습니다. 『폭격기의 달이 뜨면』(생각의힘).
폭격기의 달이 뜨면 - 1940 런던 공습, 전격하는 히틀러와 처칠의 도전1940~1941년, 찬란하고 끔찍했던 시대의 초상을 그린 걸작. 1940년 5월. 처칠이 총리로 임명된 때부터 만 1년 동안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영국은 독일의 공습을 받고, 언제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읏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장맥주님 추천도 있고.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꺼내봐야겠습니다. 에릭 라슨의 책들중 4권정도 읽었는데, 저는 두 번째로 흥미롭게 읽었던게 이 작품이었어요.
아, 이 책이 그렇게 재밌다면서요. (처칠이 주인공?) 마침 요즘 리처드 오버리의 2차대전사 <피와 폐허>를 읽고 있는데요, (강유원 샘의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읽는 중이에요. 저 혼자서는 못 읽을 듯;) 총력전으로서의 2차대전을 아주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더라고요. 특히 2차대전을 (1차대전에서부터 이어지는) ‘마지막 제국주의 전쟁’으로 보면서, 전쟁의 시작점을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아닌 1931년 만주사변부터 두는 게 특이해요. (6월에 같이 읽었던 <냉전>이 그 뿌리를 19세기에 놓고 시공간적 배경을 넓혔던 것도 생각나네요.) 진지한 역사서라 조금 벅찬 듯 따라가고 있지만, 읽을수록 감탄이 나오는 책입니다. 1차대전을 알고 싶다 하면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몽유병자들>을 많이 추천하잖아요(저는 아직 못 읽어봤지만요;). 그와 비슷하게 2차대전을 알고 싶다 하면 <피와 폐허>가 명저로 손꼽힐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도 같고 번역자도 같네요.) “19세기에 알려진 제국주의는 이제 실현 불가능하며, 유일한 문제는 제국주의가 평화롭게 묻힐지 아니면 피와 폐허 속에 묻힐지 여부다.” (레너드 울프, 1928)
피와 폐허 1~2 세트 - 전2권2차 세계대전 연구를 선도해온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의 《피와 폐허》는 2차대전의 기원, 경과, 여파를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한다. 2022년 군사사 웰링턴 공작 메달을 수상하고 전 세계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책으로, 2차대전을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몽유병자들 -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가2017년 12월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건네 화제가 된 책.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쏟아진 저서들 중 '걸작'이라는 찬사가 쇄도하며 새로운 표준 저작으로 손꼽힌 책. <몽유병자들(The Sleepwalkers)>의 한국어판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 사람은 그의 작품이 아니라 그저 작품이 나온 근원일 뿐이다. 그 두 가지가 일치하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다면 ‘취소’라는 처벌을 가하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압제다. 그 압제에서는 어떤 예술도 탄생할 수가 없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22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이 쓰는 모든 책은 불멸에 대한 착수금이 된다. 오웰은 유명한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는 아일린이 필요하다. 인생이라는 끊임없이 흐르는 혼돈으로부터 원인과 결과를, 인물들과 그들의 운명을 풀어내는 이야기꾼으로서 아일린이 지닌 재능이 필요하다. 삶을 변화시킬 수 없을 때는 아이러니로, 조각난 삶을 다시 한데 엮어내고 싶을 때는 은유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아일린의 재능이 필요하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940년 여름>,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오웰에게 쾌락은 섹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찾는 과정에 있음을 이해하고 있고, 이 정복의 과정이 끝나기를 바란다. 어쩌면 아일린은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섹스를 하면 오웰이 더는 브렌다와의 섹스를 원하지 않게 되거나, 브렌다가 (실제로 지금은 원한다면) 더는 오웰과의 섹스를 원하지 않게 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웰은 아일린의 말들을 브렌다에게 마치 허락의 말들처럼 교묘하게 재현한다. 사실 그 말들은 “그냥 해버리고 입을 닥쳐요”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나한테 와서 ‘허락’을 받으려고 하지 말아요. 내 고통을 당신 쾌락의 일부로 만들지 말라고요.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선물>,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미래에 당신에 대한 생각을 심어 놓는 일이다. 만약 그 사람이 이틀 뒤 이 편지를 받고 당신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그 생각 속에서 (비이성적인 마법의 작동 원리에 따라) 여전히 이곳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아일린은 이 마법이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하기를, 그래서 노라도 이 편지를 받기 위해 지금 그곳에 아직 존재하기를 바란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영국 대공습>,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이 문장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제가 좋아하는 이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나 역시 이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어딘가에 나의 메아리가 있다. 내가 혼자라고 해도, 나의 시간에 동반하는 당신의 시간이 있다. 우리는 같은 영원 속에 산다.
시와 산책 한정원 지음
시와 산책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시와 산책>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을 담아낸 맑고 단정한 산문집이다.
저도 참 좋아하는 책인데 반갑네요^^
배우자에 대한 신의란 기묘한 약속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것은 삶의 기본적인 약속이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 그것은 그저 말뿐인 약속,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아야 할” 문제일 뿐이다. 나 자신의 삶을 돌아봐도, 나 역시 타인의 혼외 연애란 정확히 그런 거라고 제법 강렬하게 느낀다.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내 남편이 병원과 공원에서, 그리고 파티가 끝난 뒤에 다른 여자들을 덮치고, 팬들과 은밀히 만날 약속을 잡고,성매매 업소에 다니고, “육감적인, 마치 루벤스의 그림에서 빠져나온 듯한 소니아를 우연히 만나려고” 애를 쓰면서 출판사 사무실을 어슬렁거린다면, 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그 모든 일이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신의와 사랑에는 여자 한 명당 한 번씩 커다란 균열이 생길 것이고, 그 폐허가 내 존재의 조건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분리하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나는 다시 검은 상자의 문 앞에 서 있다. 누군가의 ‘사적인’ 삶을 샅샅이 뒤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을 품은 채로. 하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저 상자 안이 아일린이 살았던 곳이다. 그곳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가부장제의 본질을 모른 척하는 일이 될 것이다. 오웰은 수년 동안 돈을 주고든 공짜로든 섹스를 할 수 있다. 그 섹스는 합의된 것일 때도 있고, ‘우연히 마주치는’ 누구든 ‘덮치는’ 것일 때도 있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그가 고상한 사람으로 남는 것 역시 허용할 것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분리하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리디아는 아일린이 전쟁으로 인해 삶이 뒤흔들리는 것을 거의 반기는 듯 보였다. 그 애에게 그건 새롭고 극적인 경험이었다고 여긴다. 그뿐 아니라, 리디아가 보기에 아일린에게는 자기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어 하는 무의식적인 소망까지 있었다. 이것이 일종의 체념이었던, 혹은 모험을 향한 필사적인 갈망이었든, 나는 그것이 아일린과 오웰이 공유한 것이었다고 믿는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346,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인데, 사실 그분은 극우 꼴통 사상가잖아? 그런데도 도선생을 계속 나의 최애작가 자리에 두는 게 맞나? 근데 난 도선생 소설이 너무 좋은걸? 귄터 그라스는 나치였다며? 키플링이나 대니얼 디포의 작품은 읽을 가치가 있나? 친일 작가들의 작품은 교과서에서 퇴출시키는 게 맞나? 과거에 월북 작가들을 싸그리 삭제했던 것처럼? 클래식 음악계에서 내로라 했던 지휘자들은 또 어떻고? 지금 내 cd장 속에도 나치 부역자들이 있어!’ 물론 이런 생각을 오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몇 분 동안 물음표만 잔뜩 띄우다 집어치우죠. 제 머리통으로는 별다른 결론이 안 나오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작가와 작품은 분리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 @향팔 님 최애 작가가 도스토옙스키군요! 저는 도스토옙스키 작품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만 읽어봤습니다. 그는 극우 꼴통 사상가군요(죄송합니다, 향팔님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보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죄와 벌』, 『악령』은 꼭 읽어보고 싶어요.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는 법'을 이번 벽돌 책 모임에서 나름대로(?) 배워가는 것 같아서요(음, 일단 이론상으로는...?). 여담이지만 조지 오웰은 제 최애 작가님의 최애 작가라 조심스럽습니다(하하하).
<악령>은 꼭 추천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고품격 범죄소설 <죄와 벌>도 그 못지 않지요. 악령보단 역시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좋을 듯해요.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쳐나 병렬독서도 못하고 잔뜩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려서 처음 읽을 때랑 나이 들어서 두번째 읽을 때가 많이 다르기도 했고요. 도선생님은 읽는 이를 미치게 만드는 최고의 통속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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