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기 시작했으니 랜드 앤 프리덤도 얼른 봐야겠어요. 켄 로치 덕후인 남자친구 왈 도대체 이 영화를 안 보고 여태 뭘 보고 산 거냐고 물어보네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향팔
aida
저도 주말에 2/3정도 읽었는데 ‘아내’가 언제 나오나 하면서요. ㅎㅎ 정말 소소한 배경처럼 아주 한참 뒤 언급되던데 왜 아일린이 바로셀로나에 있는지 존재감이 전혀 없네요 . 어지러운 이념의 정치세력 얘기가 혼란스러운 거 외에는 오웰의 젊은 치기의 글이 재미있네요. 전선에서 가장 이상적 공동체를 느끼는 부분이 특히요.

향팔
와 많이 읽으셨네요! 저는 아직 3장까지밖에 못 읽었어요. 애나 펀더의 책 2부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좋습니다. 뭐 랄까 제가 독자로서 일정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느낌도 나고요. 어떻든 간에 일단 재미있네요! 바짝 더 읽어보겠습니다.

borumis
조지 오웰의 동성애에 대한 혐오는 유명하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그가 동성애에 이끌렸던 걸 억누르기 위한 방어기제라.. 글쎄요.. 이 작가가 여러가지 추측과 가설을 세우지만.. 저는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여성혐오는 설득력이 있을 수 있지만.. 군대에서 처음 본 이탈리아 남자나 기타 동급생에게 매력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그게 동성애까지 가거나 이성에 대한 성적 취향을 부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여자들에게 집적댄 것 같은데요;;
안그래도 여기서 나온 조르주의 아들 퀜틴과 조지의 아들 리처드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는 아일린을 보호 하기 위해 이름을 언급 안했다고도 하고 나중에 펀더의 작품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아버지가 closet gay라는 펀더의 추측에 대해 말한 것 중 하나가: a load of old b***ocks(개소리). My father was far too fond of women and he did pursue women.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12655835/My-dad-George-Orwell-loving-parent-protective-husband-closet-homosexual-thats-load-old-b-ocks-says-Richard-Blair.html

롱기누스
저도 이부분은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방어기재라니요... 그런 주장을 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도 어렵구요. 물론 조금 더 읽어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YG
@borumis @롱기누스 사실, 이 주장은 애나 펀더만의 것은 아니랍니다. 애나 펀더가 참고했던 조지 오웰의 평전 가운데 제프리 마이어스(Jeffrey Meyers)의 2000년 평전 『Orwell: Wintry Conscience of a Generation』 이 있어요. 이 평전은 오웰의 성 정체성 문제를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데요.
마이어스가 조지 오웰의 동성애 혐오가 그 자신의 억압된 동성애적 성향의 반동(reaction formation)이었다고 주장하는 유력한 근거는 친구 데니스 콜링스(Dennis Collings)가 1921년 여름 오웰이 자기에게 동성애 관계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듭니다. 그때 오웰이 동성애적 충동을 느끼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했다는 것이죠.
또 오웰이 다녔던 세인트 시프리언스 학교 기숙사에서는 남학생끼리의 동성애가 암암리에 존재했고 또 그것이 발각되었을 때는 아주 강한 처벌이 따르고 조롱거리가 되었던 모양이에요. 이곳에서 오웰은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성향을 학습했을 수도 있고, 반면에 자기 내면의 동성애를 억압해야할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죠. 여기까지가 마이어스의 견해랍니다.
반면, D.J. 테일러(D. J. Taylor)는 『Orwell: The Life』(2003)에서 오웰의 성 정체성이 “모호(ambiguous)”했지만, 마이어스의 주장은 과하다고 보는 듯하고요. 1980년에 나와서 당시 생존자의 증언 등을 종합할 수 있었던 버나드 크릭(Bernard Crick)의 『George Orwell: A Life』(1980) 등은 아예 성정체성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어요. (시대적 한계 탓일 수도 있고요.)
참고하시라고 덧붙입니다.

borumis
헐;;; 데니스 콜링스라면.. 그 어릴 적부터 베프인데 또 베프 여자친구 엘레노어와도 여러번 자고 결국엔 둘이 결혼해서 외국에 갔다는 그..;;; 내가 널 가질 수 없다면 니 여친을 갖겠어~인가요;;; 알 수 없는 우정(?)이네요;; 남학교 기숙사의 일시적 로맨스들은 들어봤지만..;; 양성애적 기질이 있었을지도요;;;

borumis
제가 갖고 있는 카탈로니아 찬가가 첫 번째 판본 이후 6년 뒤에 오웰이 두 챕터를 아예 뒤의 appendix로 보내버렸는데 이 두 챕터가 빠지면서 아예 그 정치적 의미가 달라졌다는 Adam Hochschild의 코멘트가 달린 서문인데, 그 appendix로 보내버린 장에 이 책에 나온 오웰의 글이 있네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아주 적절한 코멘트같은데 뒤로 보낸 이유가 뭔지 나중에 다시 원래 순서대로 읽어봐야겠네요.

borumis
“ As for the kaleidoscope of political parties and trade unions, with their tiresome names -PSUC, POUM, FAI, CNT, UGT, JCI, JSU, AIT - they merely exasperated me. It looked at first sight as though Spain were suffering from a plague of initials.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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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It was this insidious battle that would most mark him. ... It was here that he came to understand that surveillance and betrayal are THE methods of terror, and terror is the basis of totalitarian regimes.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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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borumis 저도 그 대목 궁금했어요. 함께 아버지와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곳들도 둘러보고 그랬는데, 저자가 아버지를 대놓고 저격하는 이런 책을 내놓았을 때 리처드 등의 반응이 어땠을까 생각했었거든요. 저도 기사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borumis
전 정작 전쟁에 나가보니 싸우지도 못하고 지루해 죽을 뻔 했다가 쥐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 발에 총 쏘고서 발도 쥐도 못 맞추고 (쥐는 몰라도 도대체 얼마나 사격솜씨가 떨어지면 발을 놓친건지;;)그 소리에 놀란 파시스트군의 총공격을 일으켰다는 것에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 근데 또 그런 중대한 사건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쏙 빼놓았다고 하군요. ㅋㅋㅋㅋㅋㅋ

오구오구
대박이에요.. 남자들이란...ㅉㅉ (일반화해서 죄송합니다 ㅎㅎ)

borumis
용감한 영웅 역할로 전쟁놀이하고 싶었는데..;; 전쟁은 놀이가 아니라 지저분한 현실일 뿐이고... 쥐새끼들은 너무나도 무서울 뿐이고.. ㅎㅎㅎㅎ

연해
아... 하하하, 육성으로 웃음 터졌습니다. 전쟁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았니! (고상하게 글만 쓰다가 막상 마주한 현실에 놀란 도련님 느낌)

새벽서가
이부분 듣고 깔깔거리고 운전하다가 잎차 들이박을뻔 했어요. 무슨 시트콤도 아니고… 오웰이 하는 행동 하나하아 뭐 한가지 눈에 차는게 없네요.

borumis
“ All the benefits of money and class they are fighting to eradicate in Spain. Lydia says if you don't PAY for a servant, you ARE the servant. Lydia says that the revolution in Russia liberated workers from bosses, but not women from men.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07,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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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how ironic it was to be funding his foray into socialism with the remnants of a vanished fortune made in slaves. But even more delicious, it seems to her now, was her cover story to fob off the class-conscious relatives: a fiction about the etching of lost privilege into precious metal. ... the silver was George's only way out, and the story was hers.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08,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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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이 문장과 앞의 문장 등도 그렇고.. 중산층 이상의 백인 여성인 애나 펀더도 그렇고.. 어쩌면 champagne socialist나 gauche caviar, limousine liberal, 강남좌파라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두 가지 세계를 오가야 하고 이런 모순을 통감하는 이들이었기에 더욱 더 오웰도 아일린도 또다른 세계(스페인이든 결혼이든)로 벗어나고 더 있는 그대로 노출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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