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정말요? 조지는 정신 어딘가가 빠져있는 것 같아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stella15

borumis
그쵸 뭔가 경악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뭔가 코믹하기도 하더라구요. ^^;;; 아 실제로 칼에 찔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찔릴 뻔 했죠.. 그것도 생각해보니 자기 아들도 아니고 남의 아들 침대에 그 칼을 놓고 갔다고 하네요;;

borumis
이 작가가 능동태 대신 수동채를 택함으로써 가려지는 주체, 한끝 차이일 수도 있는 조사 (even~) 등의 미묘한 언어적 간극에서도 행간을 읽어내는 것에서 참 언어의 힘은 대단하구나..하면서 1984도 그렇지만 언어의 무서움을 실감했는데요.. 소소한 사건들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런 세심한 문학과 언어에 대한 사유가 이 책을 더 흥미롭게 한 것 같아요.
전 예전부터 여러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말과 글의 힘이나 영향력에 관심이 많아요.. 아쉬운 번역이어도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낑낑대며 읽기도 하고 테드 창의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언어가 인간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Sapir-Whorf 가설도 관심을 가졌구요. 그래서 어쩌면 이 작가도 그렇고 저도 1984가 정말 고전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 같습니다.
책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나와서 생각난 또다른 영국여성작가 조지 엘리엇 (여성작가를 무시하던 빅토리아 시대에 택한 가명조차 조지 오웰과 비슷하네요..)은 제가 좋아하는 소설 미들마치를 썼는데요. 거기서 제가 좋아하는 문장을 발췌합니다: “If we had a keen vision and feeling of all ordinary human life, it would be like hearing the grass grow and the squirrel's heart beat, and we should die of that roar which lies on the other side of silence. (만일 우리가 모든 평범한 인간의 삶을 예리하게 보고 느낄 수 있다면 풀잎이 자라는 소리와 다람쥐의 심장 박동을 듣는 것과 같을 테고, 그러면 우리는 정적의 건너편에서 포효하는 소리에 놀라 죽고 말 것이다. - 민음사 이미애 역)"
글과 목소리가 묻혀진 아일린과 수많은 여성들의 생각들을 만약 들을 수가 있다면 과연 어떤 엄청난 소리가 들릴까.. 생각해봅니다.

stell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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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첫 번째 결혼 때 그랬듯, 오웰은 자신의 행운을 믿을 수가 없다. 그는 애스터에게 말한다. 이런 병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나 친척 중 누구도 내가 재혼하는 걸 반대하지 않는 것 같아서 굉장히 힘이 나네요. ‘그자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막을 거라는 고약한 기분이 들었는데, 아직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오웰은 또다시 비난받지 않고 빠져나가고 있다.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쇠>,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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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하지만 오웰은 즐겁다. 평생 진실을 말하려 애쓰던 사람이 결국 그 진실을 지탱하기 위해 빽빽이 늘어선 허구들을, 그리고 그것들을 함께해 줄 사람들을 필요로 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어쩌면 허구 없이는 행복한 결말도 없을지 모른다. 혹은, 그건 당신이 이야기를 어디서 끝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행복한 결말을 원한다면 일찍 끝내면 되고, 피할 수 없는 다른 결말을 보려면 계속 가면 된다.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쇠>,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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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읽으면서 화가 나는 부분도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 사람은 정말 글밖에 모르는 바보인가?'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여성들에게 다가갈 때 특히)이나 엉뚱하고 눈치 없는 행동들이 너무 많아서요. 결혼을 거래로만 생각하지를 않나(주변에 있는 여자면 그저 다 찔러본달까), 아기 침대에 칼을 넣어두질 않나, 바다 한가운데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물개 타령을 하질 않나, 깃털을 뽑아달라는 것도 그렇고... 이건 뭐 눈치가 없는 건지, 생각이 없... (아, 죄송합니다) 어쨌든 기묘한 행동들이 많았습니다.

향팔
저도 같은 생각 했어요. 아, 실생활에선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꽃의요정
근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명작을 남기잖아요...아마데우스를 봐도 그렇고....그래서 제가 하나님을 원망하다가 종교를 버렸습니다?!(는 아니고, 일욜에 쉬고 싶어서...) 그런 정신을 락커들이 좀 많이 이어받으신 거 같기도 하고요.

연해
그러니까요. 걸작을 남기려면 주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은 필연적인 것인지... 씁쓸하지만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질문(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이 여전히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나님을 원망하다가 종교를 버리셨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이유는 다르지만 과거에 종교가 있었고(꽤나 신실했고) 지금은 무신론자가 되었거든요. 락커들의 정신에 미소 지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어릴 때, 린킨파크를 좋아했어요.

Nana
오늘 다 읽었어요. 오웰의 책을 보면서, 오웰의 장미를 읽으면서 알지 못했던 아일린의 존재에 대해 알게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었고 더불어 어떻게 해서 - 생략하고, 수동태로 쓰면서 - 한 인간을 삭제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또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독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저는 실망스러우니 오웰의 작품을 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일린의 손길이 닿았다고 생각하니 읽었던 책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취소’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똑바로 바라보고 읽자’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좋은 책 알려주신 @YG 에게도 감사드립니다.

YG
@Nana 님,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오웰의 장미』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데에 동감합니다. "취소"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고 읽자!" 같은 생각입니다.

향팔
아니. 노라는 생각한다. 편지를 든 손이 무릎으로 떨어진다. 아니야. 아일린이 그 대신 이뤄낸 건 삶 그 자체였어.
이제 뭘 해야 할까?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57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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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오늘 책을 다 읽었습니다. 느낀 점을 딱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아 역시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하하하 농담이고요,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독서 경험이었어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현재 3분의 1쯤 읽었는데, 남은 주말 동안 바짝 더 읽어볼랍니다. 다음 차례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기다리고 있고요. 10년 넘게 책장에 처박혀만 있던 오웰의 산문들을 처음으로 꺼내 읽게 해준 애나 펀더에게 감사를… (함께 읽고 떠들어주신 벽돌 책 모임 여러분과 YG님께도요!)
+ 오랜만에 <동물농장>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이 작품을 같이 만든 아일린을 생각하면서…

stella15
향팔님도 10년 넘게 안 읽은 책이 있군요. 누구는 2년인가 3년 지나도 안 읽는 책은 치우라고 하던데 2, 3년이면 상당히 긴 것 같아도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저도 옆방에서 <나는 왜 쓰는가> 필사방 열리니까 이번에 읽은 건데 10년도 더 된 것 같아요. 치워버렸으면 어쩔? ㅎㅎ 전 그냥 설렁설렁 읽고 있습니다. 나름 재미는 있는데 쉽게 읽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ㅠ

향팔
2,3년 지나도록 안 입은 옷은 싹 다 버리라는 얘긴 많이 들어봤는데, 책에 대해서도 그런 말이 있군요! 하긴, 몇달 전 고양이 병원비 누적으로 한푼이 아쉬울 때 책을 많이 처분한 적이 있어요. 한번 읽었지만 다신 안 읽을 것 같은 책들을 골라서 내다 팔았지요. 조지 오웰의 르뽀 두 권은 한번도 읽지 않았던 관계로 그때 살아남았나봐요. 치워버렸으면 저도 어쩔? ㅎㅎ <나는 왜 쓰는가>는 세 번째로 읽어보려 합니다. 스텔라님 다음달 벽돌 책도 같이 읽어요! 전 명절 전에 미리 빌려 두려고 상호대차 신청해 놨어요.

stella15
ㅎㅎ 사실 이번 책은 여기서 수다 떨면 떨수록 나도 사 볼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많이했어요. 근데 다음 달 YG님 지정하신 책은 딱히 끌리는 책은 아니라서 다음 달도 그냥 선행 학습 해야겠구만. 뭐 그러고 있습니다. ㅎㅎ 암튼 잊지 않고 챙겨줘서 고마워요.
사실 저는 오웰의 전에 읽었던 책은 별론데 요 <나는 왜...>는 매력적이었어요. 에세이를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자극이 되기도 했죠. 또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작가들은 에세이를 너무 좁은 시각으로 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향팔님도 재밌게 읽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향팔
아! 그럼 다음 달에도 같이 수다 떨어요 :D

YG
언젠가는 함께 책도 읽으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달에도 다양한 방향으로 게시판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월에도 놀러오세요! :)

stella15
네. 그러겠습니다. YG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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