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완독했습니다. 충격적인 책!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사 마지막 문장, "조지 오월의 모든 글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에 완전 공감하며 조지 오웰 읽기를 게을리 한 제 자신을 칭찬하고 싶네요. 아일린과 함께하며 읽어나가겠습니다.
저도 오늘 출근길에 완독했습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애나 펀더는 노라의 편지를 실마리로 이 책의 '픽션'과 '대항서사'를 창조했지만,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한 만큼 그녀의 해석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저자가 오웰의 오랜 팬이기도 했고, 오웰을 '취소'하자는 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하나의 '해방'을 외쳤던 것이니까요. "'취소’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똑바로 바라보고 읽자’"라는 @Nana 님 말씀도 인상 깊었습니다. 모임 초반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저는 조지 오웰의 작품을 『동물농장』외에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의 명성(?)에 대해서만 익히 들어왔었죠. 그 애매한 지점에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균형잡인 시각으로 그의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렇게 고결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 이번 벽돌 책 모임이 아니었다면 아일린이라는 존재를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자주 하는 말이지만 또 하고 싶은 말. 매달 든든하게 이 모임을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YG 님:) 9월 한 달 동안 조지 오웰 뒷담화(?)를 여기저기 실컷 했으니 추석 연휴 동안은 열기를 조금 식히고 그의 역작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시 정돈하겠습니다(아일린도 기억하면서요). 10월 모임 책도 두근두근 기대됩니다(대출 신청 완료!).
주중인데다가 시차때문에 혹시 늦어서 못할까봐 걱정되서 미리 인사드립니다. @YG 님, 재밌는 책으로 모임 이끌어주셔서 감사해요. 함께 하신 분들이랑의 수다도 재밌었습니다. 다음 책으로 또 뵙겠습니다!
창작자가 혼자일 때에는 자기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가면서라도 어떻게든 예술을 할 수 있고, 그건 스스로 감내할 문제로 남는다. 문제는 두 사람이 짝을 이룰 때부터다.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원을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곁에 있는 사람을 착취하지 않기는 정말로 어렵다. 곁에 있는 그 사람이 당신의 작품에 존경과 애정을 품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며, 애초에 당신의 예술을 좋아해서 결혼까지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당신이 충분히 유명해진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만큼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기꺼이 내주든, 울며 겨자 먹기로 내주든, 당신에게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그리고 나중에는 아마 자기 삶의 방향감각까지도 내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언젠가 그 점에 대해 항의하고 싶어질 때쯤이면 당신의 팬들과 애호가들이 그를 침묵시킬지도 모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옮긴이의 말>,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하지만 두 사람을 판단하기 더 수월한 내 생각에는 오웰과 아일린은 서로를 자기 파멸로 몰고 가는 일종의 군비 확장 경쟁을 벌였던 것 같다. 아일린은 이타심을 통해, 오웰은 자아와 작업이라는 예술가의 탐욕스러운 이중생활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일을 통해 그 경쟁을 이어갔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486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자신의 고통을 그에게 말하는 걸 그만두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3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현생에 치여서 산다고 이제야 완독했습니다😭 위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수려한 문장으로 다 해주셔서... 저는 그냥 짧게 얘기해 볼게요. 지금 저도 누군가의 일을 서포트 중이에요. 당연히 공은 대표(남자)가 가져갈 것이고, 그 사람을 도운 수많은 사람들(여자)의 노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거예요(혹시나 오해하실까봐 덧붙이는데 회사 일이 아니라, 지인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얘기입니다). 방금 큰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생각해보니 제게 위로와 격려를 해줬던 건 같은 '사이드킥'인 여자들이었어요. 비록 주인공인 대표가 모든 공을 가져가겠지만, 그렇게 서운하진 않아요. 대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욕해준 '여자' 친구들이 제 곁에 남았으니까요. 아일린에게 노라와 리디아가 그랬던 것처럼요. + 세대가 바뀌어도 여자를 기억해주는 건 같은 여자뿐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느리 님,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어요. 이 책 읽으면서 위로 받는 시간이 되었기를!
책을 읽고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딸, 아내, 엄마 등 가족 안에서 그리고 그 밖의 관계들. 한 사람인데 천 개의 얼굴도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상대방한테 일방적 침식작용이 자존감을 바닥나게 하는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불쾌하다가 짜증나고 마침내 겁도 나네요. 아일린의 죽음, 너무나 새로운 슬픔-슬픔이 다 다르지만-이라 또 울컥하네요. 그리고 있을 때 잘 하자! 제발! 어김없이 책이 방황하게 하네요. 회원님들의 귀한 의견들 나누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책 소개 해 주신 모임지기, @YG 님 고맙습니다!
@부엌의토토 님, 다른 여러분처럼 귀한 독서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책의 효용 가운데 하나가 일종의 치유라면요. 고생하셨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벨로시랩터,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공룡에 별반 관심이 없는 어른이라도 이름쯤은 알거나 혹은 영화 덕분에 외양을 보면 ‘아~’ 하는 공룡입니다. 우리는 포유류인데도 지금은 조류(네, 새가 바로 살아남은 공룡의 후손입니다!) 외에는 세상에서 사라진 공룡은 이렇게 압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포유류 조상을 놓고서 알고 있는 게 있는지.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와 한때 같은 시대를 공유했던 매머드, 검치호랑이 같은 거대 포유류는 안다고요? 하지만 그 이전은 어땠을까요. 포유류는 도대체 어떻게 진화해서 호모 사피엔스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고생물학계의 이야기꾼 스티브 브루사테가 『경이로운 생존자들』(위즈덤하우스)에서 답하는 질문입니다. 브루사테는 석탄으로 변한 식물이 살던 고생대 석탄기에서 시작해서 호모 사피엔스가 사는 최근까지 지구에서 포유류가 어떻게 살아남고 또 어떻게 진화해서 이렇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우선 적게 잡아도 지구 전체 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심지어 96~98퍼센트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고생대 말기의 페름기 대멸종에서 살아남았습니다(세 번째 대멸종). 중생대에 와서도 하나로 뭉쳐 있던 초대륙이 쪼개지는 대격변 속에서 생존해야 했습니다(네 번째 대멸종). 끝이 아닙니다. 안정을 찾은 중생대 쥐라기, 백악기에 와서는 앞에서 열거했던 거대한 공룡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틈새를 공략해야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약 6,600만 년 전 지구에 떨어진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소행성의 충격으로 지구가 다시 격변에 처했습니다(다섯 번째 대멸종). 포유류는 기적적으로 (조류 빼고) 모든 공룡이 사라진 상황에서 다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열린 신생대 포유류의 시대. 신생대 역시 기후가 요동치면서 수많은 포유류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진화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 과정에서 한때 고래의 조상은 걸었었고, 곰과 개를 섞어 놓은 흉악한 동물도 존재했고, 매머드 같은 비교적 익숙한 동물도 존재했었죠.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 동북부 한쪽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고요. 브루사테의 『경이로운 생존자들』은 이 과정을 마치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합니다. 포유류의 진화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피다 보면 뜻밖에 진화에 대한 구체적인 감각까지 익힐 수 있습니다. 인류가 속한 포유류로 살펴본 진화의 사례 연구! 화석 발굴을 포함한 고생물학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엿보는 재미는 덤입니다. 전체 622쪽에 본문 552쪽. 벽돌 책으로는 얇은 분량입니다. 10월에는 초순에 긴 추석 연휴도 끼어 있어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으로 골랐습니다. 하지만 고생물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과거에 살았던 생소한 동물 이름과 분류 용어도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전체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숲에 집중하면 문제가 없어요. 포유류의 기원부터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까지를 살피다 보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또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독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멋진 자연사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본다는 기분으로 10월에는 『경이로운 생존자들』 함께 읽기에 도전해 보세요. 이번 모임은 10월 10일부터 시작해서 10월 31일까지 평일 기준 매일 30쪽 정도 읽어서 완독하는 일정입니다.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게시판에서 신청자의 자유로운 참여로 진행됩니다. 우리 10월에도 즐겁게 벽돌 책 함께 읽어요. 포유류 진화의 모든 것, 비전문가라면 현재까지는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0월에도 우리 벽돌 책 함께 읽어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3062
이번 달에도 여러분의 참여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기획회의> 최근호(641호)에 제가 짧은 서평을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면서 이 모임을 마무리합니다.
[조지 오웰의 진짜 모습을 말하기] 9월의 어느 주말에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 청취자 몇몇과 부여를 찾았습니다. 유명한 백제금동대향로와 정림사지오층석탑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부여를 떠나기 전에는 신동엽 문학관도 방문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금강의 시인은 부여에서 태어나서 집필하던 인연이 있었더군요. 신동엽 문학관에서 시인의 이모저모를 살피다가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문학적 성취와 뗄 수 없는 개인사가 최근에 읽은 책의 주인공과 아주 겹쳤기 때문입니다. 돈벌이에 무능했고, 한국 전쟁 때 얻은 지병을 앓았고, 결국 생계를 아내(인병선 여사)에게 평생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 신동엽 문학관에서 시인과 겹쳐서 떠올린 주인공은 바로 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흠모하는 팬이 많은 조지 오웰입니다. 맞습니다. 20세기 영문학의 정전에 오른 『동물 농장』(1945)과 『1984』(1949)를 쓴 위대한 작가입니다. 저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6) 『카탈로니아 찬가』(1938) 등의 르포르타주와 「나는 왜 쓰는가」(1946) 같은 에세이의 팬입니다. 오웰도 시인처럼 일상생활에는 젬병이었습니다. 결혼하자마자 신혼살림을 꾸린 런던 교외의 시골집에서 닭과 염소를 키우고, 작은 잡화 가게를 운영해서 생계를 꾸리고, 틈틈이 남편이 던져주는 초고를 교정 교열하면서 타자 치는 일은 모두 아내 아일린 오쇼네시의 몫이었죠. 심지어 아일린은 수시로 오물이 넘쳐나는 시골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했습니다. 시인의 아내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첫 여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졸업과 이후의 경력을 포기하고 결혼해서 부여로 내려오죠. 아일린도 비슷합니다. 20세기 초반 여학생이 귀하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나중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아동 심리학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죠. 아일린도 시인의 아내처럼 석사 과정을 포기하고 첫눈에 반한 오웰과 결혼합니다. 그리고 오웰의 인생 비서가 되어서 병을 간호하고, 원고를 타자 치고, 닭과 염소를 키우고, 화장실을 청소하죠. 만약, 아일린이 오웰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석사 과정 동기 리디아 잭슨처럼 존재감 있는 아동 심리학자나 작가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여기까지 읽고서 가부장제에서 남성의 그늘에 가려진 빤한 여성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애나 펀더의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을 읽어야 합니다. 아일린은 그저 오웰의 비서가 아니라 『동물 농장』을 포함한 오웰의 수많은 작품에 지분이 있는 일종의 공동 창작자였고, 『카탈로니아 찬가』에 나오는 남편과 동료의 목숨을 구한 영웅이었습니다.
“늦지 않게 편지 쓰던 습관을 결혼하고 첫 몇 주 동안 잃어버렸나 봐. 에릭(조지 오웰)이랑 너무도 끊임없이, 정말이지 격렬하게 싸워댔거든. 살인이나 별거가 성사되면 편지를 딱 한 통만 써서 모두에게 보내는 편이 시간 절약이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지 뭐야.” 2005년 아일린이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노라 사임스 마일즈에게 보낸 여섯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편지에는 아일린이 오웰과 결혼해 살았던 1936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간이 담겨 있죠. (아일린은 1945년에 그가 아주 큰 영향을 준 『동물 농장』이 나오기 5개월 전 돈을 아끼느라 싸구려 수술을 받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내용은 아일린이 결혼 6개월쯤 후에 친구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 담겨 있습니다. 읽자마자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아일린의 성정을 짐작하게 하는 문장들이죠. 애나 펀더는 이 여섯 통의 편지와 추가 취재를 뼈대 삼아서 또 그간 나온 여섯 편의 신뢰할 만한 오웰 평전과 한 편의 아일린 평전을 비판적으로 독해하면서 『조지 오웰 뒤에서』를 써나갑니다. 펀더는 우선 그동안 오웰의 평전 저자들이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축소한 아일린의 역할을 복원하는 데에 공을 기울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오웰의 글에 생기 있는 유머가 깃든 이유를, 『동물 농장』이 건조한 정치 비평이 아니라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로 완성된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죠. 심지어 『1984』 전에 이미 아일린이 쓴 디스토피아 시 「1984」가 있었습니다. 펀더가 공을 들여 쓴 2부(‘보이지 않는 투사’)에서는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아내”로만 소극적으로 등장하는 아일린이 사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실제로 했던 중요한 역할을 복원합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오웰은 아일린의 활약 덕분에 스페인에서 두 번 목숨을 구했습니다. 아일린이 없었더라면 『동물 농장』도 『1984』도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일단 이 질문부터 던져봅시다. 평소 자기가 좋아하고 흠모했던 작가가 알고 보니 (말 그대로의) “난봉꾼, 강간범, 교활한 겁쟁이, 착취자”였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중반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염두에 두고서 그냥 못 본 척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의 ‘참모습’을 아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애나 펀더는 『조지 오웰 뒤에서』 곳곳에서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여성학자 정희진이 추천사에서 “난봉꾼, 강간범, 교활한 겁쟁이, 착취자”라고 쓴 부분을 읽고서 설마,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웰의 어떤 모습은 분명히 저랬습니다. 오웰은 마음이 가는 여성이 있으면 결혼 전이든 후든 우선 덮쳐서 강간하고 보는 도저히 변명할 수 없는 행태를 반복했습니다. 펀더는 그간 오웰의 평전 저자들이 이 범죄 행각을 은폐하고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고발합니다. 아내의 친구(리디아)를 포함해서 결혼 후에도 수많은 여성에게 지분거린 일이야 계속되는 강간과 강간 미수를 염두에 두면 작은 일탈이죠. 저자는 이런 폭로가 오웰을 “취소(cancle)”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설에서 강조합니다. 지금처럼 “전체주의와 감시와 독재 정치가 힘을 얻는 시대에” 그의 작품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언급하고요. 그가 만든 ‘이중사고’ 개념의 한 사례가 “한 남자가 여자들에게 심한 행동을 하고도 여전히 고상한 인간으로 여겨질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가부장제라고도 지적하죠. 하지만 이 책의 독자는 분명히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같은 중요한 질문을 떠올릴 거예요. 또 이 책을 통해서 본 오웰의 ‘참모습’과 아일린의 이바지를 염두에 두고서 그의 작품을 다시 읽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말한 대로, “문학은 공감과 통찰, 기쁨 그리고 진실을 드러내는 행위로 이루어진 작업”이니까요.
공교롭게도 2023년 1월에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기획회의> 576호). 솔닛은 오웰의 팬으로서 오웰에게 ‘장미’와 그것으로 상징되는 일상이 가지는 의미를 이 책에서 감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저는 그때 솔닛의 『오웰의 장미』를 여러분에게 강력하게 읽기를 추천했었죠. 지금도 그 추천을 번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솔닛이 『오웰의 장미』에서 강조했던, 오웰이 찬미했던 그 일상의 대다수는 사실 아일린의 몫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오웰과 아일린의 시골집에 피었던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장미를 실제로 키웠던 사람도 아일린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약한 질문도 해봅니다. 솔닛도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여섯 통의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첫 번째 편지에서 앞에서 소개한 똑같은 내용을 인용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오웰의 그늘에 있는 아일린에게 눈길을 주는 데에까지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리뷰를 어떻게 쓰셨을지 궁금했는데 전문을 올려주셨네요.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긴 것 같아도 참 이해 못할 삶도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분명 아일린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네가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사냐고 바른 말했던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몰랐던 오웰 때문에 뒷목을 잡는 순간이 많았지만, 제가 놓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정작 아일린도 (인병선 여사도 그렇고) 남편과 같이 살았던 걸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단 생각도 드네요. 우리가 몰랐던 오웰을 새롭게 안 것도 있지만 이젠 아일린에게 삶을 돌려줘야 할 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우리가 어떻게 남의 삶을 판단하고 재단하겠습니까? 그저 각자 주어진 삶을 사는 거겠죠. 그냥 쉽지 않은 상대와 사느라 수고 많았다고. 사실 평범하다는 사람조차도 누구와 함께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저만 그런가요? 암튼 ㅎ) 또 이렇게 말해줘야 아일린이 덜 불쌍할 것 같기도 합니다. ㅠ 혹시 <책걸상>에서 다룰 기회가 있다면 그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아.. 한달간의 독서가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다시 한번 찬찬히 떠올리게 되네요. 공유 감사해요~
진도표보다 조금 일찍 완독했는데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전쟁영화 좋아하는 사람답게 2장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체 게바라와 함께 싸운 동지들 중 유일한 여성인 타니아 생각도 났고요.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시 읽으면 아일린의 존재를 불러낼 수 있겠지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은 ‘공식화된 평가와 재평가의 싸움’이라는 문장에는 이거다 싶었어요. 작가의 집중력과 집요함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작업들이라고 느꼈거든요. 대체 이런 책은 어떻게 쓰는 걸까요? 애나 펀더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YG 님께도 감사드리고 다양한 의견 펼쳐주신 여러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다음 달에도 함께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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