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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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 글 잘 봤습니다. 글 읽으니까 언뜻 저는 우리나라 조선총독부 건물을 없앴던 것과 작가 이광수가 생각이 났습니다. 총독부 건물이 해체됐을 때 저는 젋은 나이였지만 웬지 해체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할까 의문스러웠지요. 물론 수치스럽고 지워버리고 싶으니까 그렇게 했겠지만 수치스러운 것도 역사고, 결국 일본만 좋은 일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죠. 아마도 해체를 결의했던 사람들은 모르긴해도 소위 말하는 식자층들이었을테고, 대대로 잘 먹고 잘 살았던 사람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또 그들 가운덴 부역자들도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가 원래 격식이나 허래허식이 많고 명예를 중시하는 나라이고 볼 때 당연한 결과지만, 전 지금도 그 부분에 아쉬움과 의혹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광수 작가는 어떤가요? 저는 중학교 때 그가 어떤 작가인지를 알고 분노했고, 이런 작가의 책이 왜 계속 판형을 달리해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 보면 그의 작품이 계속 나오는 것에 대해선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었요. 저도 어느덧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보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왜 한때 성희롱을 비롯한 표절시비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작가들지금은 자신들이 지은 죄 때문에 찍소리도 못하지만 10년, 20년 뒤 이들의 작품은 언젠가 빛을 볼 것이고 도마에 오르겠죠. 또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받을 것이고. 소개해 주신 책 읽어 보지도 않고 두서없는 글을 써서 좀 민망하긴 합니다. 이건 좀 다른 관점인데, 우린 지금 작가만을 논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로 확대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죠. 저 같은 경우는 교회도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긴 합니다만, 교회 내에서 평판이 좋은 목사님 한 분이 실은 얼마나 악마적으로 사람 여럿을 괴롭혔던지 저도 그의 괴롭힘을 피해가진 못했죠. 그런데 지금 목회를 아주 성공적으로 하고 있고 나름 지도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의 설교가 기독교 TV에 나오기도 하지만 전 그가 나오면 채널을 돌립니다. 그런 거 보면 정말 교회 떠나고 싶긴하지요. 근데 아까 신의 선물 말씀하셨지만, 이건 신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신과 연결되지 않은 건 얼마든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개인과 관련이 있으면 편하게 봐 줄 수 없게 되죠. 솔직히 그 목사님은 그거 하나만 빼면 도덕적으로니 인격적으로나 흠잡을데 없고, 글에 나열하신 사람들과 댈 것도 아니죠. 아이러니고, 딜레마고, 요지경이죠? ㅎㅎ
@stella15 제가 신뢰하는 한 철학자(+문학 평론가) 선생님께서는 이런 얘기를 하신 적도 있어요. 서정주 시인 얘기를 하다가 나온 개인적 견해인데. 모든 예술에는 비슷한 효능감을 주는 창작자가 있다고. 그러니까, 어떤 예술가의 작품이 아까워서 그 예술가의 삶과 사상을 어쩔 수 없이 기억해야 하는 일은 부당하다고. 그냥 그 예술가를 역사 속에 잊히게 해도 그의 작품과 비슷한 효능감을 주는 다른 또 다른 작품을 발견하면 그 뿐이라는! (제가 듣기에 가장 급진적인 발언이었습니다.)
그 철학자분 누군지 모르겠지만 맞는 말씀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안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연예계 사람들 도박이나 성폭력, 학폭 등 활동 못하게 막는 거 잘하는 거라고 봅니다. 연예계도 그렇게 하는데 문단계도 그런 자정 노력을 해야지 그런 걸 언제까지 그냥 지켜만 봐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와, 정말 그렇긴 하네요. 신박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효능감을 주는 예술가를 만나는 일이 갈수록 드물어져요. 애초에 그리 많은 작품들을 접하지도 못하고요. (이건 제가 게을러서ㅠ) 여기서 갑자기 생각나는 기억이, 제가 꼬꼬마 때 조병화 시인의 시를 좋아했었거든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남남27’ 같은 시들.. 그런데 그 시인이 전두환 용비어천가를 썼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어요. 어린 맘에 충격을 받고 이제부턴 그의 작품을 안 좋아하겠다고 작정을 했지요. 근데! 이미 깊이 마음을 주었고, 첫사랑이랑 꽁냥꽁냥 나눠 읽던 그 시들이, 사실 맘속으로는 계속! 좋은 거예요… 그러면서도 겉으론 안 그런 척 하면서,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 물으면 딴 사람 이름 대고, 아 이러면 안돼 안돼 안 좋아해야 돼!! 하면서 혼자 애를 썼던 웃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와, 첫사랑이랑 시 나누며 꽁냥꽁냥 하셨다니 클래스가 다른데요? ㅎㅎ 전 생각해 보면 마음에 있어하는 상대랑 으르렁거리고 싸운 기억 밖엔. ㅋㅋㅋ 사랑을 할 줄 몰랐던게죠. 그래서 요즘엔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도 읽어 볼까? 생각중이어요. 어떤 사람 연애를 책으로 한다는데 생각해 봤더니 전 책으로도 안 했더라고요. 하하.
전 첫사랑을 제가 더 많이 좋아해서 굽실굽실 했었지요! (비굴) (고백도 제가 먼저) 하하하 애인이랑 시와 음악을 꽁냥꽁냥 나누던 짓거리는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네요.
짓거리라니?ㅋㅋㅋ 원래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낮아진다잖아요. 뭐 그런거 가지고 비굴까지. 전 편지에 집착이 있는데 나만 열나 보냈지 상대는 꿈쩍도. (나쁜 시키!) 저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다 과정이죠 뭐.ㅎㅎㅎ
지젤 사피로는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제자입니다. 사피로 자신이 부르디외 이론을 지도 삼아서 문화와 예술을 소재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르디외 이론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으로는 또 다른 제자 로익 바캉이 스승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린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그린비)를 추천합니다.) 사피로는 이 책에서 부르디외의 이론을 바탕으로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를 놓고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서유럽의 맥락이 있기에 등장하는 작가나 작품이 한국 독자에게 낯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노벨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와 페터 한트케 등은 한국 독자에게도 익숙한 인물이죠. 관심사에 따라서는 유명한 문학 이론가로 꼽히는 모리스 블랑쇼, 폴 드 만, 한스 로베르트 야우스 같은 이름이 눈에 띌 수도 있고요. 사피로는 이들을 사례 삼아서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지, 또 이 질문에 답할 때 우리가 어떤 점을 세심하게 따지고 고려해야 하는지를 놓고서 자기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 부르디외 사유의 지평현대 사회학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명인 피에르 부르디외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집대성한 책. 제자인 로익 바캉이 질문을 던지고 부르디외가 답하는 인터뷰(2부)가 중심을 이루고, 바캉이 쓴 부르디외 사회학 개관(1부)과 학문하는 자세에 관해 부르디외가 학생들에게 행한 강연(3부)이 더해졌다.
분량은 짧지만 아주 복잡한 여러 쟁점을 다루고 있어서 한 줄로 사피로의 생각을 요약하기는 쉽지 않아요. 사실, 사피로는 이 질문을 놓고서 ‘예, 아니오’ 같은 긍정과 부정의 답변이 곧바로 나오는 반응 자체를 거부합니다. 각각의 사례마다 맥락을 따져야 하고, 필요하다면 공론화해서 토론하는 일이 필수라고 주장하죠. 하지만, 기왕 얘기를 꺼냈으니 제 식으로 거칠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사피로는 기본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심지어 난센스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그가 보기에 작품이 작가나 혹은 그 작가가 살았고 작품이 등장했던 시대(사회)와 무관한 ‘신의 선물’과 같다는 식의 접근 방법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가 ‘사회학자’라는 사실에 주목하세요!) 이 대목에서 사피로가 던지는 질문의 맥락에서 개인적으로 고민해 본 흥미로운 질문도 한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작품의 성공으로 명성을 얻고 운이 좋다면 부도 쌓습니다. 그 작가의 수많은 작품은 그의 재능과 노력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지죠. 이때는 아무도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작가가 문제가 될 때는 어김없이 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야 한다, 이런 반문이 나오죠. 그렇다면, 그 전에 작가와 작품이 동일시될 때 작품의 성공으로 작가가 쌓은 명성과 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품은 ‘신의 선물’이니 그 작가에게 보상이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사피로는 작가와 작품의 관계가 이렇게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지적합니다.
아. 이 주제가 이렇게 빨리 다뤄지는 군요. 벌써부터 방이 후끈 합니다. 참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작가와 작품의 분리.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음에도 좋았했던 작품을 작가의 개인적인 비위로 인해 폄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어떤 노래를 듣고 작곡가나 작사가 또는 가수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좋아하게 된거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수가 개인적으로 너무 문란한 사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그 노래를 싫어하게 될 이유가 충분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때로는 비슷한 탈선을 한 연예인도 선택적으로 호오가 갈리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연기를 진짜 잘해서 용서가 되는 누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누구도 있는 것 같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롱기누스 저는 음악에는 문외한이라서, 예술가(작곡가, 작사가, 연주자 그리고 가수 등)의 사유 (또 그것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삶)이 음악을 통해서 독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철학 문학 영화 같은 작품의 영향은 결이 다를 것도 같고. 이건 음악을 포함해 두루 아시는 분들이 한번 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롱기누스 님, 이번 달에도 환영합니다. (참, 모종의 프로젝트는 잘 진행 중이신가요?)
네. 말씀대로 같은 예술이라 하더라도, 철학, 문학과 음악이나 미술의 영역은 또 다르지 싶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래서 이리 지리하게도 논쟁이 지속되나 싶구요. 모종의 프로젝트는... 샘플을 요청하셔서 지난 주 금요일 보냈는데 아직 응답이 없어요. 템포가 느리나 보다.. 하고 기다리고는 있습니다. ^^* 바쁘신 가운데서도 신경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롱기누스 모종의 프로젝트 잘 되면 좋겠습니다. (혹시 그곳과 최종적으로 틀어지면 다시 얘기해 주세요!) 응원합니다.
@YG 넵. 응원 감사합니다. 진행 여부 결정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롱기누스 저도 그저 개인의 ‘사생활’만 가지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령 외도를 했다거나, 애인이 여러 명이라거나 하는 이유로요. (예를 들어 홍상수 씨랑 김민희 씨가 부적절한 관계라고 해서 팬심을 철회하거나 작품을 보이콧 할 거까지 있나? 하는 생각입니다.) 살면서 바람 피우는 사람들을 참 자주 보기도 했고 겪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거 일일이 다 거르면 남을 인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근데, 사생활의 문제가 아닌 ‘공공성’을 띤 문제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겠지요. 하지만 또 어디까지가 사적인 문제이고 어디부터가 공적인 문제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아요. 진짜 케바케인 것 같아요. 말씀대로 참 어렵습니다.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이 만드는 영화에서 결혼생활의 충실함을 예찬해왔다면 그와 일치되지 않는 사생활이 문제가 되겠지만 사실 그의 영화가 그렇진 않았잖아요. 그래서인지 전 그와 그의 작품이 분리되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지 오웰이 그가 쓴 수 많은 글에서 당시 가부장제의 위선과 불합리함을 공격하고 여성 인권 존중에 대해 주장했다면 아일린을 대했던 그의 태도을 알게 되었을 때 엄청난 실망감과 분노까지 느끼겠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원래 그런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로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가 오간 걸 주말에 찬찬히 읽었는데요. 밥심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저는 오랫동안 존경했던 혹은 좋아했던 예술가(나 지식인 등)에게 실망하게 되는 지점이 이 지점이 아닐까 싶거든요. 본인이 그토록 주장하던 삶의 진리와 실제 살아온 삶이 전혀 다른 경우의 괴리감이랄까. 이때는 실망을 넘어 배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 말하던 사람이 알고 봤더니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배우자와 자녀들을 함부로 대한다는 걸 알게 되면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애초에 그런 부분(가족은 소중하다)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 기는커녕 그냥 사람이 별로다 싶네요. 에휴, 여전히 어려워요.
그죠... 내 좋아했던 작품인데 갑자기 그 사람의 사생활로 인해 그 작품까지 싫어진다면, 그걸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 작품을 좋아한 것인가? 그 사람을 좋아한 것인가? 내가 진짜 좋아한 것은 무엇이지? 작품을 작가의 창작물이고 그 창작물은 작가의 철학과 사상이 반영된 것이라면 그것을 온전하게 분리할 수 있는지. 분리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가 작품을 잘못 이해한 것인지(처음에 좋아졌다가 후에 싫어지는 경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롱기누스 많은 독자가 그 둘을 사실 구분하지 않고 있죠. 예를 들어, 오랫동안 팟 캐스트 진행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보곤 하는데. 특히 흥미로운(?) 반응은 작품이 좋다고 작가에게도 아주 강한 애착을 느끼는 모습이었어요. 사실, 그 청취자는 그 작가와는 일면식도 없거나 있더라도 북 토크 콘서트 같은 행사에서 사회 자아를 본 게 다일 텐데 말이죠. 가끔, 제가 작가와 이메일도 몇 차례 주고받고 심지어 술자리도 같이 한 적이 있는 경우에도 그래요. 그런 저에게도 '네가 그 작가에 대해서 뭘 알기에 이렇게 얘기해?' 같은 반응을 자주 보곤 해요. 그럴 때마다 아, 작가와 작품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구나.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독자가 작가와 작품을 구분하는 데에 공을 들이는 경우는 그 작가에게 변명하지 못할 추문이 생기는 때인 것 같아요. 이런 역설을 앞에서 언급한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이음)에서 집요하게 따져 묻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부르디외의 사회학 개념을 토대로 쓴 일종의 예술 사회학 연구서이기도 해서 읽을 때 공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혹시 손에 들었다가 당혹스러우실 듯해서.
@YG 독자들이 작가와 작품을 구분하는데 애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신 기준에 대해 공감합니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의 추문이 자신의 정체성 또는 철학과 불일치 할 경우 자신의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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