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뭐 하나라도 건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뭐 이런 여자의 일생은 쎄고 쎄서 놀랍지도 않습니다. ㅋ 근데 요즘 <나는 왜 쓰는가?>읽기 시작하면서 조지가 좋아질려고 하는데 역시 그는 내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머네요. 동물농장과 1984를 읽는다면 그건 순전히 문지혁 때문에 읽는 것이고, 그것으로 조지와는 이별을 고하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ㅋ
옆방의 ‘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와 이 방에 동시 참여하다가는 가벼운 정신분열증에 걸릴 듯요. 하나만 패기로 나가야겠죠.
@밥심 권하지 않겠습니다. :(
아이고, 이 대목도 웃으면 안 되는데, 또 웃음이... (죄송합니다) 많이 혼란스러우실 것 같아요. 밥심님, 화...화이...팅...!
옆방은 기웃거리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조지 오웰을 그의 삶의 맥락 속에서 입체적으로, 그의 한계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라서 특별하고, 시대적 한계를 안고 숨겨져있던 아일린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라서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너무나 특별한 것 같습니다. 조지 오웰은 그가 처한 상황(버마에서 경찰관으로서 느낀 식민주의에 대한 인식 등)에서 그 자신이 느끼는 상황에는 충실하고 날카로웠으나 그것을 확장해서 충분히 날카롭지는 않았던 듯 하여 그저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을 가진 이로 뭉뚱그려 쉽게 평가?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대적 한계를 생각하며 봐야 한다고 되뇌이며 이 책을 보고 있고,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말했듯 조지 오웰의 작품들과 조지 오웰 작가를 폄하하지 않으며 오히려 애정하는 과정에서 파고든 아일린이라는 존재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다른 분들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라는 지점에서 아직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네요.
시대적 한계를 생각하며 보면서도 오웰의 가부장적인 발언들과 행동들, 능력이 넘치는 지적인 여성 아일린이 그 한계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답답하고 화가 치미는 것은 제 한계이겠지요... ㅠㅠ
책 읽으면서 정희진 선생님 추천사를 저절로 다시 읽어보며 공감하게 돼요.
근데 이 작가가 다른 전기들에서 아일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지워졌다고 하는데.. 제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조지 오웰 전기 (J.D.Taylor가 쓴)에는 이런 글이 있어요: 아일린이 오빠 로렌스에 대해 말하면서 오빠는 내가 어디에 있든지 와달라고 하면 바로 올 거라고.. 하지만 조지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그에게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고.. 그리고 그 전기에는 이런 글도 있어요: Eileen's letters, of which several survive, are wonderful things: full of wit, affection and exuberance. Yet in the retrospective of Orwell's reputation, she never quite exists in her own right. One could read Orwell's account of the time they spent together in Morocco without ever realising that another person was there. J.D. Taylor 또한 이 책의 작가처럼 조지 오웰의 명성 때문에 가려진 아일린, 그리고 오웰 자신의 수기 속에서도 사라진 아내의 존재에 대해 눈치챈 듯 합니다.
내가 이게 뭔지 알고 뛰어든 거라면 용기가 대단한 여자일 거라고. 그리고 조지의 여동생 에이브릴은 이러더라. 모르고 뛰어든 게 틀림없다고, 그렇지 않고서는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다고.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서퍽 1936년 11월' 중,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대략 서른 살이 넘으면," 오웰은 쓴다. "사람들 대부분은 개인적 야망을 포기하고-사실 많은 경우엔 자신이 개인이라는 감각조차 거의 포기해 버리고- 주로 남들을 위해 살거나, 그도 아니면 그저 힘겹고 단조로운 일에 짓눌려 살아간다." (...) 오웰은 계속 쓴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만의 삶을 살기를 결심하는, 재능과 의지를 지닌 소수의 사람도 있는데, 작가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현재, 팽팽한' 중에서 ,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그의 자의식, '작가'라는 묘한 자부심에 갑자기 어질어질...
'나쁜 놈'은 어디에나 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진실들의 시대다. 말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흔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일단 말이 되어 나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쁘다는 뜻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밀랍으로 만든 집' 중에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너무나 흔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일단 말해지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쁜 진실. 그 진실이란, 아내는 성적인 노동과 가사노동을 무급으로 하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공짜로' 중에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나는 검은 상자 안으로 들어가 그(아일린)를 데리고 나오기로 마음먹었다 (...) 나는 아일린을 되살리고 싶었다. 동시에 그를 지워버린,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악한 마술의 속임수를 드러내고 싶었다. 나는 이 작업을 '포용하는 소설'을 쓰는 작업이라고 여겼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검은 상자' 중에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어머니로서의 권리가 전복된 건 세계 역사상 기록될 만한 여성의 패배였다." 엥겔스는 이렇게 쓴다. "남성은 집에서도 명령을 내렸고, 여성은 강등되어 노예 상태로 전락했으며, 남성이 지닌 욕망의 노예이자 자손 생산을 위한 도구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역사학자 거다 러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여성은 최초의 노예였다." 여자들은 짐승들과 함께 가축화되었다. 1938년,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썼다. "우리 뒤에는 가부장제가 놓여 있다. 무용함과 부도덕함과 위선과 노예근성으로 가득한 그 비밀스러운 집이..."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공짜로' 중에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제 한 명의 작가이자 한 사람의 아내가 된 나는 거장이라 불리는 남성 작가들을, 그 생각 없는 "20세기 중반의 여성혐오자들"을 부러워하는 나 자신을 깨닫는다. (...) 내게 가장 부러운 건 그들의 창작 환경이다. 그 남자들 중 너무도 많은 수가 우주의 도덕적,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사회 구조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그 구조에서는 여성의 보이지 않는 무급 노동이 그들에게 창작할 시간을, 따뜻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쿠션은 빵빵하게 부풀려져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전통적으로 남성 작가가 글을 쓸 시간은 쇼핑이나 요리, 본인이라 다른 사람이 있던 자리 청소하기, 일상적인 편지 쓰기, 손님 접대, 여행이나 휴일 일정 잡기, 아이 보기 (마치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혹은 자기 아이들이 아니라는 듯 육아를 '도와주고' 감사 인사를 받는 경우는 제외), 기타 등등의 일을 할 필요에서 해방됨으로써 만들어졌다. 시간이 귀중한 건 유한하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공짜로' 중에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다른 모든 귀중한 재화가 그렇듯 시간에의 접근 역시 젠더화되어 있다. 한 사람이 일할 시간은 다른 사람이 시간을 들여 하는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공짜로' 중에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내게도 아일린 같은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작가처럼 생각한다는 건 곧 남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건 남성의 관점에서 오웰에게 무엇이 필요했는지, 오웰이 그것을 어떻게 얻어냈는지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여성이자 아내로서의 나는 아일린의 삶이 두렵다. 그 안에서 나는 목숨을 건 투쟁을 본다. 그건 자아를 유지하는 일, 그리고 여성이 갖추면 너무나도 칭찬받는 가부장제적 덕목인 자기희생과 자기말소 경향,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이다. 자기 희생과 자기말소 성향이야말로 우리의 노력과 시간을 훔쳐가는 기본 구조의 일부다. 아일린은 무엇을 내주었고, 그 대가로 무엇을 감당해야 했을까? (...) 나는 아일린과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시대 여성들은 동등한 존재라고 불린다. 가정에서 상상할 수 없을만큼 불균형하게 과도한 노동을 하고, 미래 세대를 돌보고, 많은 경우에는 이전 세대도 돌보고 있음에도 그렇다. 말과 현실 사이의 간극. 우리는 이 모든 노력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그 간극을 만드는 일에 공모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그 간극 속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공짜로' 중에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 구절을 읽으며 이 역시 남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임을 깨닫고 뜨끔. 남성이든 여성이든 관계 없이 서포트 받고, 또 그런 서포트에는 충분한 보상을 해야 이런 구조가 바뀔 수 있을까. 이런 눈에 띄지 않고 교묘하게 삭제되는 돌봄과 서포트를 조연으로 돌려버리고 여성이 잘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돌리는 것이 기이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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