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오랫동안 나는 오웰 부부의 내밀한 삶을 파고드는 일이 꺼림칙했다. 그건 마치 조지 오웰이었다면 싫어했을 법한 (누구라도 싫어할 법한) 일종의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일린을 찾는 과정에서 내가 오웰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느낄수록, 한 가지 사실을 점차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권리를 두고 저울질을 하면서 그곳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건 사실상 “수컷 동물은 암컷보다 더욱 동등한 존재”라는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과도한 섹스>,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떠날 시간이 되자 오웰은 리디아에게 다가와 작별 인사를 건넨다. 그러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겨우살이 밑에서 당신한테 키스할 수가 없겠네요···.” 리디아는 발끈한다. 그는 리디아에게 키스하는 것이 그동안 즐겁게 떠올려 왔지만 당분간 참아야 할 행동이라는 듯 군다. “분명 나는 쌀쌀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을 것이다.” 리디아는 쓴다. “그가 아일린에게 못되게 굴고 있다고 느꼈고, 그 겨우살이 농담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겨우살이>,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근데 사도 바울이 에베소서 5:22에서 Wives, submit yourself to your own husbands as you do to the lord라는 말에서 결혼서약의 obey clause 가 나왔다는데 1922년 Episcopal Church House of Bishops에선 obey란 단어를 이미 뺐다고 합니다.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전기 작가들이 대부분 그러듯이 어떤 부분은 좀 시적 허용을 넘나드는 자기 주관적 해석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Vicar에게 아일린이 obey를 빼달라고 부탁하는 증거가 아직까지는 없는 듯합니다. 안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재미있고 조지 오웰의 평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면을 많이 알게 되지만 또 어떤 부분은 좀 많이 과장되거나 만들어진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점을 지적한 서평도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아일린에 대한 전기가 이미 3년 전에 나왔고 그 외에 다른 전기에서도 그녀에 대해 완전히 지우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는데 마치 다른 전기는 모두 그녀를 무시했고 자기가 처음으로 그녀를 '발견'한 것처럼 내세우는 자세가 공격받았던 것같습니다. 뭐, 그래도 저도 YG님이 핑크색으로 표시한 듯한 부분들이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가는 만큼 이 작가의 걸쭉한 글솜씨가 장난 아닙니다.
실비아 톱의 2020년 평전은 애나 펀더가 용납하기 어려웠을 듯해요. :) 그 평전이 성공적이었다면 펀더는 계속 소설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을 듯합니다. 책의 끝까지 실비아 톱의 평전과는 대결하고 있고요. 펀더의 책은 "조지 오웰을 악마화"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죠. "증거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평은 <뉴욕타임스> 2023년 8월 8일자!
그쵸. 어느 정도 악평들의 논지가 이해되기도 하고 실은 어떤 부분들은 과연 실제 근거자료가 뒷받침되어 있는 건지 애나 펀더의 주장(상상?)인지 의심 가는 부분이 있긴 한데.. 확실한 것은 조지 오웰 자신이 그렇게 떳떳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Bowker의 전기에서 발췌된 오웰이 결혼 다음 날에 옛 애인 브렌다에게 보낸 편지에서: We were married yesterday in correct style at the parish church here but not with the correct marriage service, as the clergyman left out the "obey" clause among other things.' 아일린이 그 부분을 빼달라고 실제로 부탁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오웰이 그 부분이 빠져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correct'한 marriage service를 받지 못했다고 코멘트한 건 확실하네요! 전 솔직히 결혼식 날 너무 춥고 배고파서 주례하신 신부님이 뭐라고 했는지 하나도 기억 못합니다. (주변 사람들 말에 의하면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네요^^;;)
신부님이 그 신부님이 아니죠? ㅎㅎ 성당에서 하셨군요. 주례사 기억하는 신랑, 신부 없지 않나요?^^
영국이니까 성공회 교회 신부였겠죠!
엇, 그게 그뜻이 아닌 거 같은데... 보루미스님 가톨릭 신자셔서 성당에서 결혼하시고 신부님이 주례하셨다는 거였는데. 근데 결혼하는 여자로서의 신부.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같아서요! YG님도 실수를 하시네요. 하하. 귀엽습니다.^^
@stella15 아, 중간에 맥락을 놓쳤네요! :) 죄송합니다. 그믐은 신경 안 쓰고 댓글 달면 이런 일이 생기더라고요!!! ㅋ
이해합니다. 저도 가끔 그럽니다. ㅎㅎ
저두요 ㅋㅋㅋ 가끔 이 사람의 댓글에 이어진 다른 사람의 답글을 동일 인물의 글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
아, 전 서강대 성당에서 결혼했어요^^;; 남편이 천주교라 ㅋㅋㅋ
그리고, 작가의 사적인 삶에 대한 매콤하고 걸쭉한 내용들 뿐만 아니라.. 음 뭐랄까 성과 권력, 작가와 작품에 대한 문장들이 참 맛깔나게 썼다는 생각이 드네요.
Even if you're writing in penury and misery... at least you're writing, and to write is to wrest the happiness of production from your life by putting a word count between yourself and oblivion. It is the difference between action and entropy; between life and psychic death.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73,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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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ject of good writing (to reveal to us the world we thought we knew) is perfectly combined with a political project (to reveal the world we thought we knew so we can change it).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85,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In this system the oppressors can imagine themselves innocent of crimes against a people, not by denying the crimes, but by denying the equal humanity of the people.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5,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There is not one place on the planet where women as a group have the same power, freedom, leisure or money as their male partners.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54,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Wifedom is a wicked magic trick we have learned to play on ourselves. I want to expose how it is done and so take its wicked, tricking power away.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57,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In this fiction, the vanishing trick has two main purposes. The first is to make what she does disappear (so he can appear to have done it all, alone). The second is to make what he does to a woman disappear (so he can be innocent). This trick is the dark, doublethinking heart of patriarchy.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60,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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