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이 책은 당신이 감당해야 할 하나의 위험이다. 세상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일이 당신을 괴롭히고 해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이 책은 그 부당함에 맞설 수 있도록 당신을 단단히 무장시켜 줄지도 모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25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머릿속에서 오래오래 되새김질을 한다. 동물처럼 행동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 물론 아일린 역시 결국에는 동물이다. 어떤 동물은 그냥 좀 더 동물다울 뿐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45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조지도 네안데르탈인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아일린은 길들여진 다른 짐승들 틈에 고분고분하게 갇혀있다. 순종에 관한 어떤 맹세도 하지 않았는데도.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46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의 작가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결혼 생활의 시작과 겹친다는 건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거침없는 감정 표현, 관대하고 자비로운 태도,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경험도 실상은 복잡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 오웰의 초기 작품에는 부재했던 이런 요소들이 결혼 후부터 그의 작품에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아일린의 영향 덕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130,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그믐에 올라오는 글은 다 읽지는 못하고 있는데.. 책은 천천히 읽고 있어요 ㅎ 아직 초반이지만, 저는 작가분의 에세이 같은 중간중간 챕터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현재까지는 무급노동에 관한 <공짜로>, "집안의 천사"를 죽이지는 못하고 있는 <젠더화된 영혼의 고백> 최애입니다. 정당한 억울함. 동등한 존재인 척하는 수치심. "그 노동 가운데 너무나 많은 부분이 ' 나다운 것' 이라는 정의 안에 녹아들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부당함을 보여 주는 일이 당신을 괴롭히고 해칠 수도 있으니까." 아마 나 자신의 또렷하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을 이 분이 글로 써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아무튼 이번주까지는 "집안의 천사" 노릇이 필요한 상황이라 빨리 읽지는 않고 있는데.. 이 책 소장각이네요. 도서관 바로대출로 새 책 받아 읽고 있는데 돌려주고 싶지가 않아졌어요.^^
“우리는 ‘달래고’,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때는 위로한다. 그런 행위에는 우리와 그 애들 모두를 해치는 거짓말이 얼마나 섞여 있는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도 사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저자의 책이 처음 번역됐나본데 다른 책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리디아에게 시골집의 풍경은 일종의 자학적인 전원 판타지가 한창 무르익은 모습, 타인의 예술을 위해 극한의 가난과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실험처럼 보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26,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공중 줄타기에서 와이어가 보이면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수가 없다. 보이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아내는 줄을 타는 그 행위를 하늘로 솟구치게 해주는 실질적인 와이어이며, 종종 지적인 와이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행위가 정말로 놀라운 일이 되기 위해서는 와이어도 아내도 지워져야 한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 문장도 참 좋았어요. 와이어가 보이지 않아야 그 행위가 더 인정받는 것도 어쩌면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는 것이든 예술이나 어떤 업적이든 간에 혼자 되는 일이 어디 있나요?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독보적인 길을 혼자 걸어온 천재 영웅에 대한 신화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9월 11일 목요일부터 2부 '보이지 않는 투사'를 읽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2부 '머리글자라는 역병'부터 '스파이와 거짓말 바르셀로나, 1937년'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으로 149쪽부터 179쪽까지예요. 2부는 사실상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비판적으로 독해하면서 다시 쓰는 부분이에요. 스페인 내전에 오웰이 참전했을 때 아일린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아주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어렸을 때(대학 때) 봤던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의 모티프가 된 바늘 9월 11일 목요일부터 2부 '보이지 않는 투사'를 읽기 시작합니다.
카탈로니아 찬가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중국의 붉은 별》, 《세계를 뒤흔든 열흘》과 함께 르포문학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1936년 발발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스페인에서 보고 느낀 것을 문학적 필치로 그려냈다.
카탈로니아 찬가<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가 그 혼돈의 도가니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목숨을 건진 오웰이 억울함을 항소하고자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민병대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자신들이 뒤집어 쓴 오해는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말하기 위한 책이다.
랜드 앤 프리덤1994년 영국 리버플의 한 시영공립 주택에서 한 노인이 사망한다. 그날 밤 유품 정리를 하던 손녀는 낡은 가방 하나를 발견하다. 그 안에는 오래된 편지 뭉치, 스페인 내란에 관한 신문 스크랩, 청춘의 할아버지와 동지들이 무장한 채 찍은 1936년 바르셀로나라는 문구가 씌어진 옛 사진들과 붉은 리본을 말라붙은 흙으로 싸둔 손수건, 그리고 스페인 공화파를 옹호하며 모임을 선전하는 삐라가 들어 있다. 1936년 리버플의 모임에서 한 스페인 시민군이 노동자들의 참전을 독려하는 열정적인 연설을 한다. 그는 프랑코의 스페인 공화정부에 반란상황을 설명하면서 유럽의 민주정부들의 도움을 거부하고 국제 노동자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그의 호소에 감동을 받은 데이빗은 실업수당을 받고 배고픈 시위를 하는 영국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스페인으로 가기로 한다.
나는 두 명의 70대 남성과 함께 카탈로니아 곳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계승자들이었다. 아일린과 오웰이 1944년에 입양한 아들 리처드 블레어(Richard Blair), 그리고 오웰의 지휘관이었던 조르주 코프의 아들이자 아기 때무터 리처드의 친구였던 쿠엔틴 코프(Quentin Kopp). 역사가, 그리고 이야기가 전해주는 바에 따르면 이 두 남자는 서로를 거의 사촌처럼 여기며 자라났다. 이제 그들은 함께 오웰 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저자의 이런 기획도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그쵸. 참 전우의 아들들이 함께 사촌처럼 자라왔고 70대에도 우정을 이어가다니.. 멋지네요. 조르주 (Georges)와 조지(George)가 서로 너무 다른데도 친한 것도 재미있지만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아들 세대까지 인연이 이어지다니.. 뭔가 소설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에요^^
저도 어제 <나는 왜 쓰는가?> 에 조지와 아일린이 파시스트의 구데타로부터 스페인 민주정권을 지키기 위해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했다 잠깐 찍은 사진을 봤습니다. 남자들 사진에 유일하게 아일린이 끼어 있네요. 사진으로 봐선 누가 이 여자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보겠습니까? 조지가 총상을 입고 둘은 공산주의자들을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탈출했다네요. 바로 뒤에 키큰 남자가 조지인데 머리가 잘렸네요. 잘려도 쌀 것 같습니다. ㅋ
키가 커서 머리가 잘린 건지..ㅎㅎㅎ 의도적인건지... 그나저나 흐릿한 사진인데도 카리스마 있는 얼굴같습니다. 괜히 남자들이 반한 게 아닐 듯.. 마타하리같은 스파이를 해도 잘 했을 것 같아요.
아, 제가 사진을 아일린에 맞혀서 찍어서 그래요. 원래 사진엔 조지의 얼굴도 나옵니다. ㅋㅋ 맞아요. 저도 보는 순간 마타하리가 생각났어요.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이게 ‘중개자’ 꼭지에도 나온 사진이로군요. “그들 모두는 참호 속 기관총 주위에 모여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오웰은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큼지막한 키로 아일린 뒤에 서 있다. 아일린은 오웰의 발치에 웅크리고 앉아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코프는 이 사진 속에는 없다. 그의 아들 쿠엔틴은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그일 것이라 추측한다.” (185쪽)
향팔님 <나는 왜 쓰는가>도 읽고 있는가 봅니다. ^^
아, 읽고 있진 않지만, 몹시 읽고 싶습니다! 하하 먼저 <카탈로니아 찬가>부터 병렬독 하려고 작심 중인데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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