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버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borumis 님의 소신을 밀고 나가신 게 정말 멋있습니다. 저는 의사 선생님들 존경해요. 어떤 마음으로 그 험난한(?) 길을 선택하셨을까 싶고,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만큼 고귀한 일이라 생각한답니다. 제가 @borumis 님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외교관 하셨어도 잘 하셨을 것 같아요:)
(부모님 직업이 외교관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는데, 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연해

borumis
아무튼 울아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드라 마틱한 인생과는 전혀 멀다는;; 어느 직업이든 직업이 사람을 크게 바꾸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ㅋ 연예인이나 PD는 좀 다를까요?

연해
제 지인 중에 그쪽 직업군이 없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가만히 상상해보기로는 하루하루가 굉장히 다이나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웬만한 멘탈로는 버텨내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요.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가님들이 한겨레신문에 연재 중인 '일하는 사람의 초상'이라는 칼럼을 제가 좋아하는데요. 여러 에피소드 중에 결은 살짝 다르지만 '예능 작가 18년, 망각하고 무뎌지는 방법을 깨달았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12435.html

stella15
ㅋㅋㅋ 모처럼 대동단결한 것 같아서 저는 좋던데요? 역시 남의 얘기하는 게 젤 재밌죠. 조지한테는 미안하긴 하지만. ㅎㅎ

borumis
조지에겐 그리 미안하진 않아요 ㅋㅋㅋ

stella15
ㅎㅎㅎ 맞아요!

새벽서가
전혀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오늘 출근 길에 완독/완청했는데, 출근하자마자 1교시도 시작하기 전에 난이도 최상인 부모님과 학부형 상담 하면서 속으로 내내 그런 생각했어요. 아일린은 오웰같은 사람이랑 죽을 때까지 살았는데, 이정도 학부형쯤이야! 이건 일도 아니야… 오웰덕분에 제가 평소에 별로 참고 싶어하지 않는 인간들을 견뎌내는 훈련이 된거 같아 고마울 정도였습니다.

stella15
ㅎㅎㅎ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 ㅋㅋ 아무튼 이들 부부가 새벽서가님께 공을 끼치긴 했네요. 힘 내십쇼! 피이팅!^^

새벽서가
감사합니다, 스텔라님!

향팔
‘쇼크’까지 읽었는데, 오웰의 언행이 어이가 없긴 하지만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 받지는 않습니다.
오웰의 작품에 아일린이 기여한 정도라든가, 오웰과 전기 작가들이 아일린의 이름과 업적을 애써 지우고 무시한 이야기에는 관심이 많이 갑니다. 21세기에 오웰 전기를 쓴 작가들도 옛날 작가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것 같네요. (애나 펀더는 “아일린을 이야기에서 들어내 버린 건 오웰 자신으로 보이니”, “전기 작가들에게 공감은 간다”고 했지만요.)
저자가 중간중간 풀어놓는 가부장제에 관한 이야기, “작가와 작품 사이의 간극” 이야기도 좋습니다.
근데 아일린과 조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나 아일린의 생각을 (‘물결(?)부호’ 안에서) 생생히 묘사하는 장면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저자의 상상일지 궁금하네요.

borumis
저도 솔직히 어느 정도는 저자의 상상이나 과장이 아닐까 싶지만.. 만약 사실이어도 그렇게 스트레스받지는 않을 것 같은 게 어느 정도 고전 작가들이 부인이나 기타 여자들에게 한 행각에 이미 너무 면역이 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예전 20대같으면 쇼크먹고 화났을텐데..;;;
그보다 사실이든 아니든 정말 흥미진진하게 잘 쓴다는 생각.. (어차피 작가 자신도 오웰과 전기 작가들이 어느 정도 fiction을 그려낸 것처럼 자기 자신의 글도 어느 정도는 fiction인 걸 counter-fiction이라고 하면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향팔님 말대로 중간 중간의 간극과 이런 사회적 모순에 대한 비평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마치 동물농장이나 1984 등의 이야기로 사회를 비판하고 프로파간다의 fiction에 맞서는 것처럼 이 작가 또한 어떤 흥미로운 fiction으로 사회적 모순을 정당화시키려는 fiction에 맞서는 전략을 역으로 이용한 것 같아 보입니다.

향팔
오, counter-fiction이 그런 의미로…! @borumis 님 글을 읽으니 머리 속에 촛불이 반짝 켜지는 느낌입니다. 새로 깨닫게 되네요! 애나 펀더가 글을 잘 쓴다는 말씀에도 동감합니다.

연해
저도 YG님 덕분에 이 작품을 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인걸요. 읽으면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만큼 생각이 뒤틀리고 있다는 거니까, 좋은 깨달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aida
“ 리디아는 여성이 반복해 빠져드는 이중사고에 빠져들고 만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고방식이다.
(…)
내숭 떠는 여자 아니면 걸레, 혹은 유머감각 없는 년 아니면 공범이다. 그 둘을 나누는 경계선은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나아가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비좁은 공간이다.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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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
“ 어찌면 양쪽을 보는 그의 능력은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분열에서 비롯된건지도 모른다. [....]
분열된 삶을 살아가기에, 그는 현실을 허울좋은 표면적 이야기로 보고 그 이면의 또 다른 진실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겉과 속이 같은 사람, 혹은 그의 표현대로 '고상한' 사람으로 여기기 힘들어진다.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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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YG님이 바람피운 것도 아닌데요 뭘~ ㅎㅎㅎ YG님이 아니었으면 한국에 있는 51명(이방 인원수)의 독자들조차 오웰의 뒷모습을 전혀 몰랐을 거 아니에요. 오웰을 좋아하는 독자일수록 이런 모습은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그를 계속 인정할지 안 할지는 각자의 몫이고요.
전 사실 남성들도 같은 인간이니 많이 이해해 주자, 나도 뭐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인데 오웰은 시대상을 반영 안 하면(반영해도) 조리돌림 당할 수준으로 '이중사고'를 하시는 분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도 당황스럽네요. ^^;;

borumis
저는 남성들도 이해해주자.. 라기보다는 이런 남성들을 다 cancel하면 실제로 고전 중에는 읽을 작가가 얼마 없을 것 같은데 (물론 여성 작가가 많은 현재는 좀 다르겠지만) 여성 작가 또한 racism이나 기타 문제가 많겠죠. 그런데 워낙 오웰 씹는 게 재미는 있지만 실은 오웰과 아일린의 이야기보다는 더 중요한 게 이번 Mind the Gap 장에서 다루어진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더 들어갈지가 궁금해집니다. Doublethink는 페미니즘의 문제 뿐만 아니라 어쩌면 작가와 작품 간의 모순을 바라보는 독자의 세상에서도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같아요. 솔직히 제 자신도 독자로서 과연 나 자신은 indecency나 doublethink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하는 문제에 부딪히거든요.

borumis
“ Patriarchy IS the doublethink that allows an apparently 'decent' man to behave badly to women, in the same way as colonialism and racism are the systems that allow apparently 'decent' people to do unspeakable things to other people.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21,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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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I put my best self into my work', he said, opening out his hands, 'and I am not my best work.' In the gap between his hands I saw the gap between an author and their work. This is not an empty space. It's full of dark matter, matter that holds together the writer, the work and the reader.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23,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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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I" is only a convenient term for somebody who has no real being.' .... She is not, in Woolf's words, 'harassed and distracted with hates and grievances', legitimate and important as those might be. That inner 'I' is both known and unknown to a writer. ”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24,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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