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1942년 5월 25일이다. 폭격으로 집이 피해를 입어 지낼 곳이 없어진 오웰과 아일린은 H.G 웰스의 차고 위층에 있는, 이네즈가 살다 나간 집에 한동안 머무른다. 오웰은 문학적 비판과 우정은 전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지면에서 책을(그리고 인격을) 난도질한 작가 친구들이 그런 평가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신과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테면 자신과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학창 시절 친구인 시릴 코널리의 데뷔작 장편 소설 서평을 쓰면서 오웰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남에게 빌붙어 얻어낸 돈을 비역질에 쓰는 이른바 예술가라는 자들에 관해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것부터가 일종의 정신적 빈곤을 드러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407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제가 재미있어서 메모해둔 대목인데요. :) 자기 책에 대한 비판(비난)에 의연한 작가는 장담컨대 한 명도 없습니다. 저는 심지어 (제가 편집장으로 있었던) 공적 매체에 비판적인 서평을 싣는 걸 막지 않았다고 절연당한 저자도 다섯 손가락 이상이에요. :)
어머, 서평은 전부 좋은 말만 써줘야 하는 걸까요. 그렇담 뭐하러 굳이 비평이란 게 있는지… 그리고 평이 맘에 안 들면 그걸 쓴 사람이랑 토론을 하든가 멱살을 잡든가 하면 될 것을 왜 매체에다 대고 뭐라 하는지 모르겠네요.
전 그래서 SNS에 한국 작가님들 책 혹평은 최대한 자제해서 쓰고 있어요. 예전에 어떤 작가님 책이 정말 제 취향이 아니라서('나의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 계열') '다신 읽고 싶지 않다.'라는 식으로 올렸는데, 그 작가님이 좋아요 누르고 답글까지 달고 가셔서 깜놀한 사건 이후로 특히요. ㅎㅎㅎ 베스트셀러 작가분이셨는데...팔로워도 없는 제 인스타는 왜...
ㅎㅎㅎ 꽃의요정님 인스타가 보고 싶어지네요. 그래도 취향이 아닌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시 읽고 싶지 않다는 평도 그 이유를 알려주시면 작가로서는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너무 좋았다 재미있었다는 평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서점 리뷰나 다른 사람이 책에 대해 말하는 것도 무조건 좋았다는 평보다는 짧은 한줄평이어도 왜 좋았거나 나빴거나 근거를 대주고 자세히 알려주는 평이 좋더라구요.
저는 서평은 그냥 개인적으로만 쓰지만..;; (전 더욱더 아무도 팔로우하지도 않는 인스타나 블로그;;) 가끔 책에 대한 제 평(그것도 나름 이유를 대고)에 불쾌해하시고 답글을 다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공격받은 느낌인가봐요) 그리고 서평은 그렇게 자주 안 쓰지만 먹고사느라 논문을 읽고 평해줘야할 때는 그래서 되도록 자세하고 꼼꼼히 근거를 대서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개선하고 수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평을 해줍니다. 서평은 정말 아무도 안 읽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쓸 때가 많지만 논문은 제가 누군지 몰라도 정말 조심스럽게 보게 되더라구요;;
우리 인스타 친구인데요?! 아! 책 인스타는 제가 다른 계정을 쓰고 있긴 해요. 제 일상이 책으로 뒤덮일까 봐 하나 더 팠습니다.(사실 무슨 책 읽었는지 망각 방지용이긴 하지만요.) 진짜 몇 년 전에 쓴 거라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그 이후엔 부정적인 내용은 웬만해서는 잘 안 쓰려고 해요. 잘 안 되긴 하지만요. ㅎㅎ
저는 이게 참 어렵더라고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객관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책에 대한 비판(비난)에 의연한 작가는 장담컨대 한 명도 없습니다."라는 YG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하고, 그럼에도 오웰은 "문학적 비판과 우정은 전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는 문장에서 오웰이 더 싫... (엇, 저도 모르게 그만 진심이) 오만하다 생각했어요. 작품이나 사람에 대한 호불호, 의견 등은 다 다를 수 있고, 비판(비난) 또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결국은 본인이 믿는 대로, 선택한 대로 주장할 테니). 다만, 자신은 그런 것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 보면 왠지 모르게 싫더라고요. 마치 자신은 그런 하찮은(?) 감정 따위 느끼지 않는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듯한 태도랄까(흥). 한낱 미물인 저는 그런 이성적인 태도를 갖추려면 정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털썩).
오! 맞아요. 사생활로 우리를 실망시킨 작가들 보다 고민 한 방울 없어 보이는 얼굴로 "난 그런 하찮은 일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더 실망합니다.똑같이 상관없다고 해도 태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상황파악도 좀 해 보고, 그래도 난 이 사람을 지지한다 안 한다 등의 고민 말이죠... 갑자기 또 소심 모드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싫은 건 알겠는데, 왜 싫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정성은 쏟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싫다는 의견에 대한 타당성이 있으면 이해는 되더라고요(동의는 어려울지라도). 전에 장강명 작가님의 북토크에 갔다가 이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적어도 의견(특히 싫은 의견)을 말할 때는 '그냥 싫어'가 아니라 왜 싫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공론장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정리된)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워딩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뉘앙스가 그랬습니다. 싫음의 이유만이 고작 싫음의 이유라면(말장난 같은데, 느낌 아시죠?) 말문이 턱 막히더라고요.
오웰은 BBC에서 위대한 문인 웰스가 “섬나라 근성과 공상적인 이상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며 비난하는 방송을 내보낸다. (…) 오웰은 또 다른 글에서 웰스가 이제 “자기 재능을 다 낭비해 버리고 얄팍하고 부적격한 사상가로” 변해버렸다며 끈덕지게 비난을 계속한다. 이에 화가 난 웰스는 오웰에게 편지를 쓴다. “네가 내 욕을 뭐라고 하고 다니는지 들었다, 이 배은망덕한 돼지 새끼야. 월요일 아침까지 내 집에서 나가.”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408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일화 같기도 합니다. 일종의 공감 능력 장애라고나 할까요?
확실히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었던게 확실히 느껴지더라구요. Spectrum 에 있는건 확실해 보여요.
정말 신랄하네요. 근데 <나는 왜 쓰는가>에 '어느 서평가의 고백'에서 서평을 쓰는 고충을 얘기하기도 하잖아요. 뭐 좋은 서평을 쓰고 싶어도 좋은 책이 없다고 우는 소리하는. 근데 매체엔 다 좋은 말만하던데 그것을 막지 못해 절연을 하셨다고요? 엇따 ,작가가 자존심 한 번 징하네요. 아, 작가들 무서워요. ㄷㄷ
근데 다른 말인데.. 웰스도 엄청 먹성이 좋은가봐요.. 분명 속이 안 좋다고 말로는 하는데.. 두 그릇이나 먹고 식사하지 못한 사람 거까지 먹어치우다니..ㅎㅎㅎ 정말 무슨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 제목같은 Death by Plum Pie는 이런 먹보를 노리고 한 살인사건 같아요. 속터지고 짜증날 때 이런 이야기가 간간이 재미를 던지네요.
“오웰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동물 농장』이 최고로 정교하게 쓰인 풍자극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자주 언급되어 왔다….” 그는 이어서, 이는 오웰이 그 작품을 “집필 과정에서 아내와 함께” 논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일린과 오웰이 침대에 누운 채 한 장면 한 장면을 이야기하며 함께 웃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만약 『동물 농장』이 그 가벼운 터치와 절제력에 있어 그토록 완벽한(거의 ‘오웰답지 않은’) 이야기라면, 그 공의 일부는 아일린과의 대화에서 받은 영향, 그리고 아일린의 명석하고 위트 있는 지성에 돌아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41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오웰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일린은 그 책(『동물 농장』)의 기획까지 도와줬다고 말이다. 이것은 도용과 삭제를 합친 수법이다. 누군가가 한 아주 작은 기여에는 감사를 표하면서 훨씬 더 큰 기여는 지워버리는 방식. 한 전기 작가는 ‘까지’라는 말을 삭제하고, 생략 부호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생략했다는 흔적을 지운다. ‘까지’는 거짓을 무심결에 드러내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선을 피하거나 귀 뒤를 긁는 행동”의 글로 쓰인 등가물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419~42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저자의 해석이 들어간 이런 섬세한 읽기가 이 책의 중요한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요. "기획까지 도와줬다" 에서 읽어내는 해석에 탄복했어요. 의도는 알겠으나 언어로 표혀하기 어려운 일을 저자가 정확히 짚어내는 것 같아서요.
3부의 마지막 ‘다른 동물들’을 읽고보니, <동물농장>은 아일린 오쇼네시와 조지 오웰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릴 만한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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