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참고로 저희 남편도 저보다 더 드라마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만화도 드라마도 영화도 꼭 알콩달콩한 이팔청춘 로맨틱 코메디 엄청 좋아합니다. 이번에 '고백의 역사'보고 여고생처럼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던 아저씨;;;; 전 주로 CSI나 셜록 등 범죄물과 법정물만 보는데;;;
@챠우챠우 @알마 @프렐류드 흔히 결정판 평전이라고 불리는 것도 저자의 취사선택과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걸 보면, 이렇게 논쟁적인 평전을 놓고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건 불가피한 대목 같기도 합니다. 몇 가지 이유도 있어요. 1.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오웰의 사망 3개월 전에 결혼한 둘째 부인이 그가 남긴 일기장을 모조리 없애버렸답니다. 그러니, 실제로 오웰이 저런 행태를 보일 때의 그의 속마음, 또 오웰 버전의 아일린을 알 수 있는 길이 사라져버린 것이죠. 2. 그런데도 오웰은 저서를 포함해서 여러 기록이 남아 있는 반면에, 아일린에 대한 기록은 제한적이니 결정적인 사료(여섯 통의 편지)에다 저자의 해석과 기존 오웰 평전의 행간 읽기가 불가피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애나 펀더가 소설로 기획했던 이유도 알 만하죠. 3. 하지만 펀더의 시각이 아주 뜬금없지는 않아 보여요. 기존 선행 연구와 그 작업에서 인용했던 사료를 재해석하는 데에 아주 공을 많이 들인 건 사실이거든요. 예를 들어, 챠우챠우님께서 잠깐 언급하신 오웰의 성 정체성을 놓고서도 앞에서 @borumis 님께서도 언급하셔서 찾아봤는데 상당히 논란이 되었던 대목이더라고요. 혹시 못 보였을까 봐서 댓글로 다시 확인해 드립니다. 이렇게 똑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벽돌 책 함께 읽기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근데 오늘 읽는 부분에서 편지를 보면서... 와아.. 이거 모르핀이 들어가서 이런 거겠지? 원래 이런 글씨였나? 이래서 어딜 가든 타자기로 쳤나..?했네요. 근데 마지막까지 힘이 빠지고 의식이 흐려지면서도 이 순간을 오웰과 함께 나누려고 글로 남기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네요.. 지금 레미제라블을 읽고 있는데 그 지독한 Thenardier 부부마저도 마음은 멀어져도 몸은 가까이 있고 애정은 재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를 부르는 정다운 호칭은 살아남았다고 하는데.. 마지막까지 Dearest라고 오웰을 부르는 아일린의 편지는 병실에 홀로 떨구어져있고.. 오웰은 어디에 있나요? 그의 답장은? Dans la misère, les corps se serrent les uns contre les autres, comme dans le froid, mais les cœurs s’éloignent. ... Il n’y avait plus en elle pour son mari que de la cendre d’affection. Pourtant les appellations caressantes, comme cela arrive souvent, avaient survécu. Elle lui disait : Chéri, petit ami, mon homme, etc., de bouche, le cœur se taisant.
아, 밀리의 서재에 민음사 완역본이 올라와 있네요!! 번역이 좀 제 마음에 안 들지만.. "곤궁 속에서는 추위 속에서처럼 서로 몸을 바싹 붙이지만, 마음은 서로 멀어진다. ... 그 여자 속에는 더 이상 남편에 대한 애정의 재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정다운 호칭은 살아 남아 있었다. 그녀는 마음은 잠자코 있으면서도, 입으로는 그에게 "여보, 당신"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꽃의요정 동감입니다. 끝까지 봐야 해요! @챠우챠우 님 그리고 <오자크>도 중간에 늘어지다 마지막 초반전 섬뜩해요. 주인공 배우가 연출했다는 사실도 살짝 알려드립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9월 24일 수요일에는 4부를 마무리하면서 아일린을 떠나 보냅니다.ㅠ. '즐거운 시간 보내기'부터 '예감'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460쪽부터 475쪽까지입니다. 바로 5부로 넘어가지 마시라고 짧게 끊었습니다. 정말, 애나 펀더도 고약한 작가인 게 아일린의 최후와 그 시점에 방탕하게 놀고 있던 오웰의 모습을 대비시켰네요. 독자들 화나게 하는 재주는 확실히 인정입니다;;;
로런스는 이제 여섯 살이다. 아일린은 그 애에게서 자기 오빠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애쓰지만, 그 애는 캐나다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고 온 뒤로 빈틈없이 공손해져 있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442,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리디아에게 수없이 말했었다. 조지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작품이 먼저라는 걸 알기에,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오빠였다고 말이다. 오웰에게는 아일린 자신보다 작품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려고 애쓸 때마다, 아일린은 로런스를 문장 속에 끼워넣어 곁에 두려 한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쓰거나 말로 할 수는 있어도, 결혼 생활에서 그토록 외롭게 남겨진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당신을 괴롭게 만드는 원인이 당신을 그 괴로움에서 구해줄 수는 없다. P362-363’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자신의 가장 심오한 자아를 해치는 일에도 괜찮다고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부장에서 여성이 길들여지는 방식의 정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우리를 이용하는 체제에 동조하도록 길들여진다. 그러고는 결국 우리가 동의했다고,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심지어는 우리 스스로 원한 일이라고 말하게 된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분명 그것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간주되고, 우리가 고통받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로 남을 것이다. P.390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리처드는 내 무릎에 앉아 성냥갑을 가지고 놀았는데, 팔이 붙잡히자 조금 놀란 눈으로 의사를 쳐다보았고, 이내 깜짝 놀라 내게 고개를 돌렸어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요. “왜 겉으로는 착해 보이는 이 아저씨가 내 몸에 주삿바늘을 찌르는 거예요? 이게 맞아요?” 괜찮다고 말해주자, 그 애는 다소 진지한 얼굴로 다시금 의사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어요.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즐거운 시간 보내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이 대목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착해 보이는 아저씨가 날 배신했어!!하는 듯한 리처드 표정이 얼마나 귀여웠을까요..ㅎㅎㅎ
@연해 @stella15 <또 오해영>과 <나의 해방일지>는 저도 좋아하는 드라마죠. 굳이 호감도를 따지자면 <나의 아저씨> > <또 오해영> >> <나의 해방일지> 순 같아요. :)
YG님 가끔 밤에도 여기 오시는구나. 이 시간에 보는 건 첨있는 일인데요? ㅎㅎ 맞아요. <나의 아저씨>가 젤 좋았죠. <나의 해방일지>는 대체로 좋긴했는데 뒷심이 약간 아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뭐 석구가 잘해 줬으니까 용서하기로. ㅋㅋ (남의 배우 이름 함부로 부르고. 원래 이러면 안 되는데... ㅎㅎ)
오호, YG님도 이 드라마들 좋아하셨군요! 내적 친밀감이 샘솟습니다. 저는 <나의 아저씨>가 1위고, 2위가 <나의 해방일지>, 3위가 <또 오해영>이었어요. OST도 다 좋았고요.
오웰은 (사인 규명)보고서를 읽지 못한다. 어쩌면 그 보고서에 수술을 받으러 들어갈 당시 방치되어 있던 아일린의 건강 상태가 상세히 나와 있으리란 걸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오웰은 이렇게 썼다 "전체주의는 과거의 끊임없는 변경을 요구한다. 그리고 결국 그것은 아마도 개관적인 사실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신을 요구할 것이다" 검사 보고서만 읽지 않으면 오웰은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변경할 수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490,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여러분들이 드라마 이야기 하시는데, 본게 없어서 말을 못얹겠네요. 🤣
그럼에도 아일린은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에 외과의사가 만나러 와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그 사람에게 그저 의식을 잃은 수술 대상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기를 바란다. 잔디밭에는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져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470,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챠우챠우 @알마 @YG @꽃의요정 실은 전기작가의 관점까지 취사선택과 강조와 생략을 하더라도 적어도 그 전기작가와 작품을 주석으로라도 reference를 달았으면 좀 이해가 갔을 것 같은데요.. 한국판은 어떻게 했는지 모른데 영문판은 편지와 에세이 등은 물론이고 이런 오웰 전기가 어떤 작가의 어느 작품인지 주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젊은 여성들을 쫓아다니며 청혼하는 부분에서 '한 전기 작가'는 on Orwell's behalf with a bit of second-hand, pseudo-scientific misogyny라고 했는데.. 글쎄요, 제가 George Gissing과 관련된 문장을 구글북스에서 찾아봤는데 Gordon Bowker가 그의 오웰 전기에서 오웰이 생전에 쓴 George Gissing관련 에세이에서 따온 건데 Gissing에 대한 에세이도 읽어보고 Bowker의 전기도 그 앞 뒤 맥락을 봐도 이 전기 작가가 오웰의 신부찾기 여정을 변호하기는 커녕 다소 그 청혼을 거절한 여자들처럼 pathetic 꼴사납다고 생각했고 오웰이 그렇게 좋은 여자를 얻기에 부족했다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그 뒤에 나오는 문장은 To get such a woman one needed good looks and money. He considered himself too ugly to qualify on the first count, but on the second, he could at least now hint at a probably secure widowhood for any willing candidate.라고 나오거든요. 즉 외모도 딸리지만 그래도 지원자가 있으면 자기가 금방 죽어서 과부가 될 확률이 높으니 돈이라도 줄 수 있다고 하는 데.. 그렇게 좋은 '변호'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니 오히려 오웰을 까대는 것 같은데요;; 그 뿐 아니라 Gordon Bowker가 워싱턴 포스트에 썼던 조지 오웰 관련 기사에서는 그가 여성혐오와 동성애 혐오 등 천박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태도를 가졌다고 썼습니다: In other ways, he was an outright traditionalist: His attitude toward women and gay people was boorish and retrograde. Orwell's friend and contemporary Stephen Spender noted that ''Orwell was very misogynist . . . a strange sort of eccentric man full of strange ideas and strange prejudices. One was that he thought that women were extremely inferior and stupid. . . . He really rather despised women." 저는 애나 펀더가 오웰의 에세이는 워낙 유명해서 출처를 언급 안 했어도 전기가 한 가지도 아닌데 너무 출처를 언급하지 않고 그 전기를 자기의 의도대로 발췌한 게 좀 불편하네요.
한국어 책에도 전기 작가라고만 나오지 어떤 작가인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요. @borumis 님 글 보니 전기 작가도 오웰을 감싸 안았던 것만은 아니었네요! 애나 펜더 씨가 아일린에게 너무 감정이입하셨나 보아요. 사실 조금만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썼더라면 좀 더 괜찮은 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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