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을 연상시키는 짙은 회색 라벨을 달고 금빛 모자를 쓴 단정한 병에 찰랑찰랑 밤, 그믐 향이 담겨 있습니다.
손목에 가볍게 뿌려 향을 맡아보았습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사색적이고 우아한 향’이라는 카피에 홀려 밤, 그믐 향을 신청하면서 머스크 계열의 향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상큼함이었습니다. 시트러스 향과는 다른, 묘하게 터져 나오는 상큼하고 청량한 향기 뒤에 그윽한 머스크 또는 코튼 계열의 향이 이어지며 어둠과 밝음, 차분함과 발랄함이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어둠 속에서만 피어나는 꽃의 그윽함’. 그 꽃은 수선화이기보다 붉은 장미일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