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새벽서가 님 이름보고 너무 반가웠는데, 다시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그믐밤] 39. 추석 연휴 동안 읽을 책, 읽어야 할 책 이야기해요.
D-29

연해

새벽서가
반갑습니다, 연해님!

새벽서가
전직장 보스때문에 머리에 꽃달고 길거리로 뛰쳐나가기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이직하고 적응하고… 이번에 간 교육구는 집에서 좀 멀어요. 편도 45분 기본이라 출퇴근길에는 영어책 오디오북만 듣고… 그러다 이제 슬슬 정신 차리고 다시 왔습니다! ^^
Kiara
와아ㅡ 새섬향도 그믐향도 영원히 스며드는 향일 것 같아요! 궁금궁금 ><

새벽서가
이름이 너무 예쁜데요?! 10월에 일주일가량 한국을 갈 수도 있을듯해서 향수 선물 아주 탐납니다! 하하핫

연해
'봄, 새섬 향'과 '밤, 그믐 향'이라는 향 이름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향을 설명하는 문장들도 감미롭게 다가오고요. 여담이지만 저도 향수를 만들어 쓴지가 오래된 편이라 내적 친밀감이 더더 흘러 넘쳤답니다(한때 조향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을 만큼 향에 진심인 편이에요). 다만 저는 작명 센스가 부족한 편이라 늘 그저 그런 이름을 붙여주곤 했는데... (흑흑)
그믐만의 고유한 향이 이번 그믐밤 모임에 벌써부터 은은하게 퍼지는 것 같아 좋아요. 온라인 축제도 오프라인 축제도 저는 다 좋습니다. 그믐이면 충분합니다:)

김새섬
와~~~ 연해님도 향에 관심이 많으셨군요. 직접 만들어 쓰실 정도였다니, 전 오히려 연해님의 향수가 궁금해집니다. 이번에 향수 만드는 과정의 이야기를 짧게 블로그에 적어 보았어요. https://www.gmeum.com/blog/kokura/6758

연해
블로그에 올리신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대표님.
121르말뒤페이 향수공방도 검색해봤답니다. '르말뒤페이'는 이 단어 자체도 생소하지만 뜻도 처음 알았어요. 대표님이 만드실 향수가 슬픔보다는 반가움에 가까운 감정이기를 바란다는 문장도 정말 감동:)
(어떠한 협찬도 받지 않았다는 말씀에 살짝 웃음이 났던 건 안 비밀입니다)
제가 향수 이야기하면 또 할 말이 엄청 많은데(헷), 향기에 꽤나 진심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향수를 만들어서 쓰기 시작했던 건 20대 후반부터였던 것 같아요. 시중에 파는 향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만들고 싶었던 게 계기였죠. 덕분에 이곳저곳 정말 많은 향수 공방들을 다녀봤습니다. 주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만든 제품을 다 쓰면 또 새로운 공방을 찾아가는 식으로 차근차근 돌아다녔죠.
보통 향수공방을 가면 '어떤 향을 만들고 싶은지' 먼저 물어보시는데, 여기서 신기했던 건요. 제가 주장(?)하는 건 늘 같은데, 공방마다 매번 다른 향이 나온다는 거예요. 저는 달달하면서도 묵직하고 잔향이 오래가는 걸 선호합니다(달달과 묵직의 조합에서 조향사님들이 늘 힘들어하세요). 그래서 바닐라와 코코넛, 블렉체리와 피치 등은 거의 필수로 들어가는 편이고요. 향수의 부향률과 그날의 공기, 온도, 사장님이 갖고 계신 향료 원액의 종류 수에 따라 매번 다른 향수가 만들어진다는 게 향수만들기의 묘미가 아닌가 싶은데요(한 방울 한 방울 계산해서 스포이드로 똑똑 떨어트리고 g을 맞추는 세밀한 작업도 좋아하고요).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향수는 롤온까지 같이 만들어서 더 오랫동안 향기를 머금고 있어요.
제가 향을 좋아하는 이유는 향 하나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날의 기분이 달라지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되기 때문인데요. 날씨가 추워지면 특히 더 좋아요. 옷이 무거워져서 향이 더 깊게 배어 지속력이 길어지거든요. 특히 여름옷에서 겨울옷으로 옷장을 싹 정리하다 보면 분명 세탁을 다 했었는데도, 그때 뿌렸던 향수의 잔향들이 옷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또 잊고 있던 당시의 기억들과 향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혼자만의 추억놀이가 시작되곤 한답니다. 어떤 향을 맡았을 때, 그 향을 맡았던 당시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걸 '프루스트 효과'라 한다더라고요.
(아이고 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실은요. 오감이 민감한 편이라(덕분에 삶의 난이도가 높지요) 향에도 예민한 편인 것 같습니다(하하하).

꽃의요정
저도 향수 좋아했는데...지금은 별 관심이 없어졌어요. 근데 친구가 미스 디올인가?하는 향수를 주길래 아까워서 가끔 바르고요. 향수도 유통기한이 있대서 빨리 쓰려고 하는데, 미스 디올 받은지 몇 년 된 것 같은데...아직 이상한 냄새 안나니 얼른 소진시켜야겠어요.
이젠 제 몸에서 냄새만 안 났으면 좋겠다는 경지에..ㅋㅋ
요샌 지인이 준 마사지샵향 나는 오일을 회사에서 가끔 바르는데, 레몬그라스향 때문인지 동남아시아에서 마사지 받는 기분이 들어요....기분만~~~~~~

연해
진지하게 읽다가 마지막에는 항상 웃음으로(하하하). 꽃의요정님이자 (저에게는) 웃음요정님이 아니실까 싶어요. 저도 향에 민감하다보니, 정작 제 냄새가 걱정될 때가 많은데요. 특히 혼자 산 뒤로는 더더욱 제 냄새가 어떤지 알 수 없으니... 가끔 회사분들 중에도 외모는 멀끔하고 예쁘게 잘 가꾸고 다니시는데, 옷을 잘 말리지 않아서 나는 쿰쿰한 냄새(본인은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이걸 말씀드리기도 뭐하고...) 때문에 멈칫할 때가 있어서요. 저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생각하고요.
가끔은 요런 엉뚱한 상상도 하는데요. 서로 냄새를 체크해주는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 마치 이에 고춧가루가 낀 걸 몰래 말해주는 것처럼, 채팅으로 속닥속닥해주는 거죠(너 오늘 냄새나). 대신 서로 민망해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고, 직설적이지만 상처받지 않고, 서로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습니다(이게 과연 서로를 위한 게 맞나 싶긴 합니다만). 근데 제가 이 방의 정체성을 자꾸 흐리는 듯하여(몸 냄새 이야기를 뭐 이리 길게 하는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헷.

꽃의요정
사실...저흰 회사에서 친한 동료끼리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어요. 수업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하자고요. 게다가 저희 회사도 노령화가 장난이 아니라, 늙을수록 서로를 더 돌봐 주자는 취지하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말해 줍니다.
오늘 아침에도 제 아이라이너가 눈두덩이에 번져있는 걸 옆에 앉아 있는 동료가 지적해줘서 얼른 지웠지요.
(저야말로, 책추천은 하지 않고...잡담요정이네요..어디서나 그렇지만요 헤헤)

연해
군더더기 없이 목적에만 충실한 관계! 너무 좋은데요. '늙을수록 서로를 더 돌봐주자는 취지'에 저도 약간 뼈를 맞은 것 같지만(하, 하...)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말해주신다니 아름다운 문화같습니다(깔끔 담백).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요(또 시작이다, 또또). 어떤 날은 출근했다가 화장실 거울보고 화들짝 놀랄 때가 종종 있는데요(그날따라 유독 초췌해보여서?). 동료한테 시무룩하게 말하면, 괜찮다고 평소랑 똑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아냐아냐, 평소랑 똑같아, 진짜야). 근데 이게 위로인지, 욕인지... 가끔은 헷갈립니다(평소에도 나 이렇게 초췌했니?). 제 마음 그릇이 부족한 탓이지요...

새벽서가
저도 잡담요정이라 꽃의요정님이 계셔서 어무 좋아요. ^^

김새섬
와, 121르말뒤페이 향수공방 가기 전에 연해님께 먼저 물어볼 것을...
저는 g까지 맞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은은히 좋은 향기가 나면 참 좋더라고요.
또 하나는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집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집마다 나는 냄새가 다 다르더라고요. 특히나 노인분들만 사시는 집일 경우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노인의 체취가 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제 저도 중년을 넘어가는 나이라 이런 냄새들이 나에게 나지 않을까 은근히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에 앞서 집 안 환기를 잘 해야 되는 것일텐데 저는 겨울에는 추위를 많이 타서 창문을 거의 안 열거든요. T.T 여름에도 요즘은 에어컨 튼다고 문 꽁꽁 닫아 놓을 때도 많고요. (우리 집에선 과연 무슨 냄새가 날까 두렵네요.)
향기와 기억에 대해 들려주신 이야기도 완전 공감되요. 너무 진한 향수는 별로라고 사람들은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발 냄새, 김치 냄새보단 분 냄새, 꽃 냄새가 낫지 않은가 싶고요. 특히 어떤 향은 맡으면 그 사람, 그 시절, 그 공간이 바로 연상 되기도 해요. 이런 현상을 지칭하는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은 여기서 배워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나는 책, <향수> 꽂아놓을게요. ㅎㅎ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향수』는 냄새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정작 자신은 아무런 냄새도 가지지 못한, 한 악마적 천재의 기이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책장 바로가기

소리없이
아! [향수]!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져 있었는데 덕분에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무척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소설과 영화가 다 좋았습니다☺️

연해
으앗, 아니에요.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해서(저한테 선물하려고) 이것저것 배워가는 것이라서요. 대표님의 블로그 글을 읽으며 잔잔한 울림이 많았답니다.
저도 최근에 이사를 했던 터라 집집마다 나는 냄새가 다르다는 말씀에 매우 공감하기도 했는데요. 제가 둘러본 집들은 거의 다 1인 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라 체취가 더 강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 냄새만으로도 여성이 살고 있는지, 남성이 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요(아 성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방 상태(?)를 좀 더 중점적으로 보긴 했지만. 그리고 저 또한 대표님처럼 환기를 잘 하지 못하고 있어서(이 동네는 벌레가 많아 문을 열면 자꾸 뭐가 막 날아들어오...) 뜨끔했네요. 특히 여름에는 예보와 달리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이 많아 아침에 창문을 열어두고 출근하기 불안하더라고요. 향기에 대해서도, 환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참 많은데요(하하하). 하나의 소재로 이토록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꽂아주신 책은 정작 원작은 읽어보지 않고 영화만 봤었는데요. 이 책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김새섬
특히 이번 여름에 일기 예보가 안 맞은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희 지역만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잠깐 어디 다녀올 때나 밤에 문 열어 놓고 잤는데 그 사이 소나기가 들이쳐 마룻바닥이 흥건히 젖기도 했습니다. 또한 혼자 사는 분들의 경우는 안전 문제를 빼놓을 수도 없죠. 창문을 마음껏 활짝 열어놓고 외출하기 무서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연해
저는 해가 갈수록 일기예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마룻바닥이 흥건히 젖었다니, 닦아내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흑흑). 여담이지만 과거에 제 친구는 창문을 열어놓고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 그 기간이 하필 태풍이 심하던 때라, 창문으로 교복이 다 날아가버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이건 뭐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혼자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위험한 일들이 불쑥불쑥 생기는 것 같습니다(어제는 싱크대가 고장나는 바람에 늦은 밤 기사님을 불렀다지요). 거기다 이웃들을 괜히 경계하게 되고(정작 그들은 저에게 관심도 없는데). 창문은커녕 블라인드도 올리지 못해 답답할 때도 많지만, 자유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헤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새벽서가
20대 초반에 이탈리아로 유학가서 굳. 디자인을 전공할까 프랑스에 가서 조향사가 되는걸 공부할까 하다가 그 당시 제가 이미 하루에 2-3갑을 피우는 골초여서 바로 조향사가 되길 포기했었습니다. 물론 비흡연자가 된지 28년입니다만…. ^^;

연해
프랑스에서 조향사의 꿈이라니, 너무 낭만적인데요! 하필 담배가 발목을...(허허허) 저도 담배 때문에(덕분에?) 험난한 경험이 있긴 한데, 비흡연자가 된지 28년이 되셨다니, 진하게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니 근데, 발등뼈가 세 곳이나 부러지셨다니, 괜찮으신지 걱정입니다. 새벽서가님의 증상(?)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저도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회의실 문에 발가락이 끼는 바람에 발톱을 다 뽑고 꿰매고, 한동안 깁스를 하고 다녔던 적이 있는데요. 아픈 건 둘째 치고 생활 하나하나가 다 불편했던 기억이...(흑흑) 그 일 있고 난 후에는 회의실 문틈에 고무? 같은 걸 다 설치하셨더랬죠. 제 발에서 나던 으드득 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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