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

D-29
네에. 집안에는 둘 자리가 모자라서 예전것들은 박스에 넣어 차고위 다락방에 올려뒀더니, 다람쥐들이 새끼도 낳고 집을 만들면서 페집러놔서 꽤 많은 양을 버렸네요. ㅠㅠ
와~ 워낙 방대한 양을 갖고 계실테니 ~~ 왠지 그 노트들이 제 것이라도 되는 양 너무 아깝네요 ㅠㅠㅜ
그 후에 노트들 죄다 잘라서 스캔해서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없앴어요. 집에 있는 종이책들도 매달 조금씩 없애고 있는데, 왜 집에 있는 책 수가 줄지않는지 모르겠어요. ^^;
라디오는 발전 초기부터 관료화되는 바람에 방송과 문학의 관계가 제대로 검토된 적이 없다. 마이크가 시를 일반인들에게 다시 돌려줄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으며, 시가 글보다 말에 가까워짐으로써 유익할 것인지조차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가능성들이 존재한다고, 문학을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 무시당하고 있는 매체에 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조지 오웰이 1943년 가을에 집필해 1945년 3월에 게재한 [시와 마이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3년 11월까지 약 2년 남짓 BBC 라디오 프로듀서로 근무하면서 인도 대학생들을 겨냥한 일종의 영국 선전운동의 일환으로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시평을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나는 왜 쓰는가와 숨 쉬러 나가다 중 이어서 읽을 책을 고민하다가 소설인 숨 쉬러 나가다를 선택해 읽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다른 두 작품보다 다소 덜 유명하나 역시 걸작이다라는 얘기를 곳곳에서 들어서 궁금했는데요.. @시카로 님 덕분에 공유해 주시는 문장들을 읽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요! 기대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과거는 실체를 띠지 않는다. … 그러다 어떤 우연한 광경이나 소리나 냄새, 특히 냄새가 우리를 자극하게 되는데 …’ 이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맥락은 좀 다를 수 있으나 다른 책에서 주인공이 누나에 대해 ‘나뭇잎 냄새가 났다. 비오는 날의 나무 냄새가 났다’ 혹은 상황에 대해 ‘차가운 냄새가 났다’ 등으로 묘사하는 것이 인상깊었던 것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서점 일을 평생 하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그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책에 대한 애정을 잃었기 때문이다. 서적상은 책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책이 싫어지게 된다. 더 나쁜 건 언제나 책먼지를 털고 책을 이리저리 옮겨야하는 점이다. 내가 책을 정말 사랑한 적이 있긴 했다. 덧붙이자면 적어도 50년이 넘은 책의 모습과 냄새와 감촉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골에서 경매로 책을 1실링에 한 무더기로 사는 기쁨도 대단했다. ....... 그러던 내가 서점에서 일하게 되자마자 책을 더는 사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한 번에 5000권, 만 권씩 보다보니 책이란 게 시시했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했다. 요즘은 가끔씩만 책을 사고, 그것도 읽고는 싶은데 빌려 볼 수 없는 것만을 산다. 그리고 시시한 건 절대로 사지 않는다. 묵은 종이의 달큰한 냄새는 더 이상 내 마음을 끌지 못한다. 편집증 환자 같은 손님들과 죽은 왕파리들이 너무 쉽게 연상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49~50,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ㅎㅎㅎ 대단한 냉소지요~? 평생 몇 권의 소설과 수많은 에세이를, 마치 숨 쉬듯 글을 썼던 작가가 공공연히 ‘책이란 게 시시했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했다’니요 ㅎㅎ
근데 근거없는 소리 같지는 않습니다. 책을 좋아하면 절대로 서점은 하지 말라는 말을 오래 전에 듣긴했거든요. 조지도 별 수 없는 듯. 저도 가면갈수록 책이라는 물성을 좋아하지 점점 책을 안 읽게되는 거 같더라구요. 그나마 이곳 그믐에 오니까 도전을 많이 받게되더군요. 두루 감사할 일이죠. ^^
‘두루 감사할 일’에 정말 깊이 공감합니다~^^
앉는 자리가 터진 금박 입힌 의자가 둘 있고, 앉으려고 하면 미끄러져버리는 구식 말털 안락의자도 하나 있었다. 내 침대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벽면의 오른쪽 구석에 있었다. 발치 바로 맞은편에 다른 침대가 있었는데, 워낙 바짝 붙여둬서 나는 다리를 접고 자야 했다. 다리를 뻗고 자면 그 침대 주인의 등허리를 차버릴 수 있어서였다. (중략) 창은 모두 바람을 막느라 바닥을 빨간 모래주머니로 틀어막아가며 꼭 닫아두어서, 아침이면 족제비 우리처럼 냄새가 났다. 일어날 때는 모르지만 방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중략) 식탁에는 언제 봐도 여러 가지 식탁보가 덮여 있었는데, 맨 밑바닥엔 스테이크 소스 묻은 낡은 신문지가 한 층 깔려 있고, 그 위엔 끈적끈적한 흰색 방수포 한 장이, 그 위엔 녹색 서지 천 한 장이, 또 그 위엔 거친 린넨 천 한 장이 깔려 있는 식이었다. 그것들은 절대 바뀌는 법이 없었고 하나라도 벗겨내는 경우 역시 거의 없었다. 아침 식사 때 식탁에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는 대개 저녁 식사 때도 그대로 있었다. 나는 아침에 있던 부스러기가 점심을 거쳐 저녁까지 식탁의 어느 자리로 오르내리는지를 보는 일에 점점 익숙해졌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 p.13-14,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1936년 서른셋의 청년 조지 오웰이 영국 북부 탄광 지대에 관한 르포를 청탁받고 그들과 함께 지내며 겪은 생생한 체험담. “실업을 다룬 세미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으로 불리며, 2010년 한겨레출판의 초판 이후 15년간 노동·계급·자본주의 등 정치·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필독서로 사랑받으며 회자되었다. 이번에 오웰의 다른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와 함께 새 장정을 입은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읽다가 위건 부두에 잠깐 들렀습니다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네요 싸구려 하숙집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말씀해 주신 대로입니다. 문장 수집해주신 부분을 읽고 있으니 담담하게 써내려 간 듯 읽히는데 동시에 제가 마치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그 냄새를 맡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듭니다!
런던 같은 도시에는 딱히 병원에 가야 할 정도는 아닌 정신이상자들이 길에 나다니는 경우가 언제나 많고, 그들은 종종 서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왜냐하면 서점은 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서성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숀 비텔의 책 중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유형을 린네식 생물분류법으로 정리한 책이 떠오르는 부분이었습니다ㅎㅎ 위와 같은 사람들이 속하는 종은 학명 cunctatio imprudens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종과 마찬가지로 이전 책들에서 이 종을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이 서점을 방문하는 유일한 이유는 약국에 처방전을 내고 기다리거나 정비소에서 차가 수리되는 동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다. 그들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점에서는 최소한 비를 피할 수 있으며 기다리는 한두 시간 동안 읽을 흥미로운 거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뭐라도 사는 건 아니다.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서점 주인의 기쁨과 슬픔을 담담하면서도 다정하게 그려내 독자를 사로잡은 숀 비텔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명 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라면서도, 헌책방을 운영하는 동안 만났던 각양각색의 손님을 저자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시니컬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와, 그러고 보니 서점 배경으로한 책들을 좋아하시나봐요. 혹시 서점 운영하시지 않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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