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

D-29
오, 여기에서가 처음이 아니었군요. 애국주의만큼 국민을 설득시킬 강력한 힘이 또 있을까 싶기도해요. 평생 파시즘과 싸웠던 조지의 면면이 책 전반에 읽혀지네요.
내가 말하는 ‘애국주의’란 특정 지역과 특정 생활양식에 대한 애착이며,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 믿되 남들에게 강요할 마음은 없는 것이다. 애국주의는 속성상 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방어적이다. 그에 비해 민족주의는 힘에 대한 욕구와 분리할 수 없다. 모든 민족주의자의 변치 않는 목적은 더 많은 세력과 위신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억누르고서 섬기기로 한 나라 또는 어떤 다른 집단을 위한 일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즉, 가장 강력한 무기가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시대는 폭정의 시대인 경향이 있고, 가장 강력한 무기가 싸고 단순한 시대는 서민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컨대 탱크나 전함이나 폭격기는 본질적으로 압제적인 무기인 반면에, 소총이나 머스킷총이나 긴 활이나 수류탄은 본질적으로 민주적인 무기인 셈이다. 복잡한 무기는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고, 단순한 무기는(보복이 따르지 않는 한) 약자에게 갈고리발톱이 된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제가 많이 모르는 것일 수 있으나 작가든 과학자든 원자탄에 대해 이런 관점으로 글을 쓴 사람이 있었나 ..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원자탄이 자전거나 자명종처럼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단, 그랬다면 국가 주권과 고도로 집중화된 경찰국가의 시대도 끝났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 지금 그래 보이듯 원자탄이 전함처럼 만들어내기 어려운 귀하고 값진 물건이라면, ‘평화 아닌 평화’를 무한히 연장하는 대가로 대대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백여 편의 에세이 중에 아직 몇 편밖에 보지 못하였으나 당시 국내외 정세에 대한 지대한 관심,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나 좋을 대로]라는 제목의 에세이도 있듯이 독자, 국가, 사회 등의 누군가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소신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부 5장 필사본입니다, 잘 쓰려고하니 더 못생겨보이네요ㅜ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한 많은 언어를 접해보려고하는데, 사고의 한계가 언어의 한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어와 생각은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1984를 읽으면서 새말이 심각하게 축약된 형태의 언어라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불가능하게 만드려는 빅브라더의 음모?가 숨겨져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책 속의 인물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대목이 있더라고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힘이 느껴지는 필체라고 느꼈는데 못생겨보인다니요! 필사해주신 부분에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1946년 8월쯤부터 본격적으로 <1984>의 집필에 매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즈음에 쓴 에세이들을 읽고 있는데 소설에서의 문제 의식을 지속적으로 관철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출생 연도를 1944년이나 45년 정도로 예측하는 지점도 뭔가 흥미로웠어요~
모든 작가는 '정치에 거리를 두려는' 충동을 느낀다. 평화롭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내버려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이상은 기업형 슈퍼마켓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구멍가게 주인들의 꿈보다도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우선 언론 자유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영국에서 언론의 자유는 언제나 일종의 사기였다. 마지막 순간에는 언제나 돈이 의견을 지배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법적 권리가 있는 한 별난 작가가 빠져나길 구멍은 언제나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았으며, 그런 일은 조만간 여기서도 벌어질 것이다. 때는 다가오고 있다. 당장 내년도 아니고 어쩌면 10~20년 뒤도 아니겠지만 때가 다가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모든 작가가 완전히 침묵하는 쪽을 택하거나, 아니면 소수의 특권층이 요구하는 마약만 만들어낼 때가 올 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것은 내가 아주까리기름이나 소무 곤봉이나 강제수용소에서 맞서 싸우는 것과 매한가지 일이다. 그리고 길게 볼 때 언론의 자유를 언론의 자유를 감히 허용할 체제는 사회주의 체제밖에 없다. 파시즘이 승리한다면 나는 작가로서는 끝이다. 즉, 내가 가진 유일하게 쓸 만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사회주의 정당에 가입할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63~4,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문장 수집해주신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생각이 많았습니다! 정치적인 맥락이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얘기가 아닌가 합니다~ 에세이를 읽어 나가다 보니 오웰이 부활한다면 그의 펜촉이 오늘날의 어떤 시대상의 심장을 겨냥할 것인지가 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소리없이님께서는 생각이 참 깊으시네요. 저는 모든 작가는 프로파간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이고 .. 말씀 감사합니다🙏🏻 시야가 좁고 독서 편식이 있어 부끄러울 뿐입니다.. 많은 분들 읽으시는 것 따라가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문장 수집해 주시는 부분들을 따라 읽다보면 @stella15 님이야말로 생각이 깊으신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신 부분도 그렇고 에세이에서 작가와 정치의 분리는 어렵다고 여러 번 강조하는 부분들을 읽으면서 생각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시민들은 분명한 종교적 신념 없이 살며, 여러 세기 동안 그래왔다. 영국 국교회는 선민들을 진정으로 장악해본 적이 없는 지주계급의 보호구역에 불과했으며, 비국교도 중 일부 종파들이 소수에게만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은 거의 잊어먹고서도 기독교 정서의 기미는 깊이 간직하고 있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93,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우리 시대에 지적인 자유라는 개념은 두 방향으로부터 이미 공격받고 있었던 것이다. 한쪽에는 이론적 적인 전체주의 옹호자들이 있고, 또 한쪽에는 직접적이고 실질적 적인 독점과 관료 지배 체제가 있다. 게다가 성실성을 지키고자 하는 작가나 저널리스트라면 적극적인 박해보다는 사회의 대세 때문에 좌절당하고 만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하지만 책이란 게 과연 어떻게 써지는 것인가? 아주 낮은 수준이 아닌 이상, 문학은 경험을 기록함으로써 동시대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시도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솔직하고 힘 있는 글을 쓰려면 두려움 없이 생각해야 하며, 두려움 없이 생각하게 되면 정치적인 통념을 따를 수 없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하지만 전체주의는 신앙의 시대보다는 정신분열의 시대를 약속한다. 한 사회는 그 구조가 노골적으로 인공적인 것이 될 때, 달리 말해 지배계급이 그 기능은 잃었지만 강압이나 사기로 권력을 고수하는 데 성공할 때 전체주의화된다. … 하지만 전체주의에 의한 타락이 꼭 전체주의 국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생각이 유행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독이 퍼질 수 있으며, 그 때문에 문학적인 목적으로 쓸 수 없는 주제들이 잇따라 생겨나게 되는 까닭이다. 강요된 통념이 있으면(흔히 그러하듯 두 가지 통념이 있어도) 어디서든 좋은 글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확장된 의미의 전체주의, 묵시적 전체주의 등으로 읽히면서 여전히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들이 많은 에세이였습니다.
어떤 펍을 특별히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맥주 얘기부터 하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내 경우엔 “물 속의 달”이 제일 마음에 드는 건 흔히들 말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 “물 속의 달”에선 마실 것을 담는 용기에 신경을 많이 쓰며, 그래서 예컨대 맥주 한 파인트를 손잡이 없는 유리잔에 따라 오는 실수를 결코 범하지 않는다. 유리나무 백랍으로 된 조끼 외에, 그들이 지금의 런던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느낌 좋은 분홍빛 도자기 머그잔도 쓴다. 도자기 머그잔은 30년 전쯤 사라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명한 잔을 좋아했기 때문인데, 내가 보기에 맥주는 도자기 잔에 따르는 게 더 맛있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시간 순으로 쓴 에세이를 따라 오다 보니 1946년 그 즈음의 오웰이 이런 에세이를 쓴 것이 어떤 이유였는지 왠지 알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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