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

D-29
범접할 수 없는 양의 독서와 필사를 해오신 @새벽서가 님 앞에서 제 글씨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너무도 친절하신 말씀에 정말 감사드려요!!
지금까지 보여주고자 한 바와 같이, 오늘날 최악의 글쓰기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알맞은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이미 정리해놓은 긴 어군들을 이어 붙이고 순전한 속임수로 그것을 받아들여질 만하게 만드는데 있다. 이런 식의 글쓰기가 매력적인 건 그렇게 하기 쉽다는 데 있다. ‘내가 보기에 ~은 이치에 맞지 않은 가정이 아니다’라고 하는 게 ‘나는 ~라고 생각한다’라고 하는 것보다 쉬운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과장된 문체는 그 자체로 일종의 완곡어법이다. 사실에다 보드러운 눈을 뿌리듯 라틴어를 잔뜩 쓰면 요지는 흐려져버리고 세부는 다 덮여버린다. 명료한 언어의 대적은 위선이다. 진짜 목적과 겉으로 내세우는 목적이 다를 경우, 사람은 거의 본능적으로 긴 단어와 진부한 숙어에 의존하게 된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영국 문명에서 점잖음gentleness은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일 것이다. 이 점은 영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당장 분명해진다. 영국은 버스 차장이 온순하고 경찰이 권총을 휴대하지 않는 땅이다. 백인들이 사는 나라치고 사람들을 인도 밖으로 밀쳐내기가 영국만큼 쉬운 데는 없다. 그리고 이와 짝을 이루는 특징 하나는, 유럽의 편자들이 늘 '방종'이나 위선이라 말하는 것으로, 전쟁과 군국주의를 혐오하는 태도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94,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전쟁 체험 중에 빠질 수 없는 것 하나는 사람한테서 풍겨나오는 지독한 냄새를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변소는 전쟁문학에서 지나칠 정도로 써먹은 소재이긴 하지만, 우리 병영의 간이 변소는 스페인내전에 대한 내 나름의 환상을 깨는 역할을 했기에 간단히 언급하기로 한다. ...... 나는 변소 덕분에 처음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 생각을 자주 곱씹었다. "그렇다. 파시즘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명분' 있는 싸움을 위해 여기 모인 우리 혁명군 전사들 하지만 우리 생활의 사소한 부분들은 부르주아 군대는 고사하고 감옥의 경우와 다를 바 없이 지저분하고 비천하다." 이런 인상을 간화한 건 그밖에도 많았다. 이를테면 참호 생활의 따분함과 동물적 허기, 남은 음식을 둘러싼 추잡한 음모,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끼리 걸핏하면 벌이는 째째한 다툼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134,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문장 수집 해주신 에세이는 저도 정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쟁 중에 이러한 논조의 글을 쓴다는 것이 좀 놀라웠는데 후에 [정치와 영어]와 같은 에세이를 읽으니 작가가 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이 어느 정도 읽히면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조지 오웰의 글은 문장이 특별히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직시하게 해 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요. 하지만 이게 과연 에세이겠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
아름다운 문장들을 사랑하시는 @stella15 님의 기대에 한참 못미쳤나 봅니다😃 작가가 어떤 단어와 표현을 고르고 어떻게 문장에 생각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에세이도 있던데 흥미로우실 것 같습니다:) 아울러 좋은 문장들 관련한 책들도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무렵 두꺼비는 오래 굶주린 뒤라 대단히 영적인 모습인 것이, 흡사 사순절 막바지에 다다른 엄격한 가톨릭 신자 같다. 동작은 늘어진 듯하면서도 목표가 뚜렷해 보이며, 몸이 오그라들어 눈은 유난히 커 보인다. 때문에 우리는 다른 때엔 느낄 수 없을지 모르지만, 두꺼비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아름다운 눈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금 같기도 하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장반지 같은 데 박는 금빛의 준보석 같은 것이, 금록석이 그런 빛깔이 아닐까 싶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봄에 관해서라면 영국은행 주변의 좁고 음침한 길들도 빼놓을 수 없다. 봄은 어디나 스며들어 찾아오는 것이다. 어떠한 필터라도 통과할 수 있는 신형 독가스처럼 말이다. 봄을 흔히들 ‘기적’이라 부르곤 하는데, 이 닳고 닳은 비유는 지난 5~6년 동안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우리가 견뎌야만 했던 겨울들 때문에 봄이 다시 기적처럼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아주 어릴 때부터, 아마도 대여섯 살 때부터 나는 내가 커서 작가가 되리란 걸 알고 있었다. 열일곱 살 때부터 스물네 살 때까지는 그 생각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게 내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며 조만간 차분히 앉아 책 쓰는 일을 해야 하리란 의식을 갖고 있었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나는 외로운 아이들이 흔히 그러듯 이야기를 지어내고 상상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습관을 갖게 됐는데, 애초부터 나의 문학적 야심은 고립됐고 과소평가됐다는 느낌이 뒤섞여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낱말을 다루는 재주와 불쾌한 사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것이 나날이 겪는 실패를 앙갚음할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내가 이런 배경 설명을 일일이 하는 것은, 어릴 때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 작가의 동기를 헤아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의 주제는 그가 사는 시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적어도 우리 시대처럼 격동적이고 혁명적인 시대에는 그렇다) 그는 작가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미 나름의 정서적 태도를 갖게 되며, 그것은 그가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무엇이다. 물론 그는 마땅히 자신의 기질을 다스려야 하고, 미성숙한 단계에 고착되거나 비뚤어진 심기에 매몰되는 경우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일찍이 받은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버린다면, 글을 쓰고자 하는 충동 자체가 없어져버릴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나는 어린 시절에 갖게 된 세계관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계속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정신이 멀쩡한 한, 나는 계속해서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지상을 사랑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상과 쓸모없는 정보 조각에서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나 자신의 그러한 면모를 억누르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내가 할 일은 내 안의 뿌리 깊은 호오와, 이 시대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본질적으로 공적이고 비개인적인 활동을 화해시키는 작업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조지는 역시 소설 보단 산문에 강한 것 같습니다. 그의 글은 결코 만만히 읽히진 않죠.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인용되는 문장들을 많이 봐왔던 [나는 왜 쓰는가]도 흥미로웠지만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평론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예전에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이 부분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등의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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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이 자신 있게 고른 이 시대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그믐연뮤클럽] X [웰다잉 오디세이 2026]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계속계속 책읽기 by Kiara
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2026년에도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책 선물] 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다정한 모임지기 jena와 함께...어느새 일 년이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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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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