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

D-29
오늘 아침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마무리했습니다. 점점 더 신랄해지는 그의 글을 보면서 이 책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는 2025년 현실에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 부분 역자의 글에서도 그렇게 표현을 하네요. 진짜 맘에 꽂히는 문장들만 필사했는데 내가 잃어야할 것들, 반대로는 지켜야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현실에 적응하게 되고, 현실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게 되는 나를 발견하네요. 어렵습니다. 21세기에서도 진보주의자들은 약간 별난 사람들이라는 점도 재밌어요. 또는 여전히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책에는 채식주의자, 금주주의자, 사무직 종사자, 작고 깐깐한 사람, 자연 치유 사기꾼, 샌들 애용자, 과일주의 애호가 등등 정말 다양한 괴짜 사회주의자들을 소개하는데 맞는 말 같아요. 내일부터 2박3일 캠핑을 떠나는데 과도한 멋 부리기하러 떠나는구나 하면서 잠깐 피식 웃었어요. 종이책을 읽고 필사하는 것, 만년필로 쓰는 것 역시 과도한 멋 부리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계와 과학의 세계에 살면서 계속 진보를 이루어갈수록 오히려 아날로그로 회귀하려는 사람들은 나름의 발버둥을 치는 걸까요.
@시카로 님 덕분에 저는 괜스레 다가가기 어려웠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조금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습니다. 필사하신 문장들 공유해 주시고 생각하시는 바도 올려 주셔서 그때마다 저도 필사해 주신 부분 읽으며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신 부분들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읽고 있는 책을 완독한 뒤 정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 출판 시에 2부 부분은 독자들에게 안 읽힐 것이니 좀 편집하자는 얘기도 있었다는 것을 어딘선가 읽은 것도 같은데요, 2부의 내용 역시 울림이 큰 것 같습니다. 계획하시는 여행에서도 뜻깊은 순간들을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카로 님께 의미가 있다면 좀 멋부리기도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부럽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소리, 냄새, 그리고 사물의 표면 같은 물리적인 것들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나는 꽤 어릴 때부터 어떠한 사건도 신문에 정확히 보도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 바 있었는데, 그러다 스페인에 가서 처음으로 신문이 사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을 보도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것들은 일상적인 거짓말에서 은연중에 내비치기 마련인 최소한의 관련성조차 없는 보도였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이런 것들이 나로서는 대단히 두렵다. 이 세상에서 객관적인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간다는 느낌이 들곤 하기 때문이다. 결국엔 그런 거짓들이, 아니면 그 비슷한 거짓들이 역사가 되어버릴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스페인내전을 돌이켜본다]
@새벽서가 님께서도 정말 오랜 세월을 필사를 해오시고 계시네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만나면 적어 두고 곱씹고 싶으신 마음이 다들 있으신 것 같습니다. 긴 시간 동안 기록해 오신 그 노트들이 정말 큰 보물일 것 같아요!
네에. 집안에는 둘 자리가 모자라서 예전것들은 박스에 넣어 차고위 다락방에 올려뒀더니, 다람쥐들이 새끼도 낳고 집을 만들면서 페집러놔서 꽤 많은 양을 버렸네요. ㅠㅠ
와~ 워낙 방대한 양을 갖고 계실테니 ~~ 왠지 그 노트들이 제 것이라도 되는 양 너무 아깝네요 ㅠㅠㅜ
그 후에 노트들 죄다 잘라서 스캔해서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없앴어요. 집에 있는 종이책들도 매달 조금씩 없애고 있는데, 왜 집에 있는 책 수가 줄지않는지 모르겠어요. ^^;
라디오는 발전 초기부터 관료화되는 바람에 방송과 문학의 관계가 제대로 검토된 적이 없다. 마이크가 시를 일반인들에게 다시 돌려줄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으며, 시가 글보다 말에 가까워짐으로써 유익할 것인지조차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가능성들이 존재한다고, 문학을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 무시당하고 있는 매체에 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조지 오웰이 1943년 가을에 집필해 1945년 3월에 게재한 [시와 마이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3년 11월까지 약 2년 남짓 BBC 라디오 프로듀서로 근무하면서 인도 대학생들을 겨냥한 일종의 영국 선전운동의 일환으로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시평을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나는 왜 쓰는가와 숨 쉬러 나가다 중 이어서 읽을 책을 고민하다가 소설인 숨 쉬러 나가다를 선택해 읽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다른 두 작품보다 다소 덜 유명하나 역시 걸작이다라는 얘기를 곳곳에서 들어서 궁금했는데요.. @시카로 님 덕분에 공유해 주시는 문장들을 읽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요! 기대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과거는 실체를 띠지 않는다. … 그러다 어떤 우연한 광경이나 소리나 냄새, 특히 냄새가 우리를 자극하게 되는데 …’ 이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맥락은 좀 다를 수 있으나 다른 책에서 주인공이 누나에 대해 ‘나뭇잎 냄새가 났다. 비오는 날의 나무 냄새가 났다’ 혹은 상황에 대해 ‘차가운 냄새가 났다’ 등으로 묘사하는 것이 인상깊었던 것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서점 일을 평생 하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그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책에 대한 애정을 잃었기 때문이다. 서적상은 책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책이 싫어지게 된다. 더 나쁜 건 언제나 책먼지를 털고 책을 이리저리 옮겨야하는 점이다. 내가 책을 정말 사랑한 적이 있긴 했다. 덧붙이자면 적어도 50년이 넘은 책의 모습과 냄새와 감촉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골에서 경매로 책을 1실링에 한 무더기로 사는 기쁨도 대단했다. ....... 그러던 내가 서점에서 일하게 되자마자 책을 더는 사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한 번에 5000권, 만 권씩 보다보니 책이란 게 시시했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했다. 요즘은 가끔씩만 책을 사고, 그것도 읽고는 싶은데 빌려 볼 수 없는 것만을 산다. 그리고 시시한 건 절대로 사지 않는다. 묵은 종이의 달큰한 냄새는 더 이상 내 마음을 끌지 못한다. 편집증 환자 같은 손님들과 죽은 왕파리들이 너무 쉽게 연상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49~50,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ㅎㅎㅎ 대단한 냉소지요~? 평생 몇 권의 소설과 수많은 에세이를, 마치 숨 쉬듯 글을 썼던 작가가 공공연히 ‘책이란 게 시시했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했다’니요 ㅎㅎ
근데 근거없는 소리 같지는 않습니다. 책을 좋아하면 절대로 서점은 하지 말라는 말을 오래 전에 듣긴했거든요. 조지도 별 수 없는 듯. 저도 가면갈수록 책이라는 물성을 좋아하지 점점 책을 안 읽게되는 거 같더라구요. 그나마 이곳 그믐에 오니까 도전을 많이 받게되더군요. 두루 감사할 일이죠. ^^
‘두루 감사할 일’에 정말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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