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

D-29
앉는 자리가 터진 금박 입힌 의자가 둘 있고, 앉으려고 하면 미끄러져버리는 구식 말털 안락의자도 하나 있었다. 내 침대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벽면의 오른쪽 구석에 있었다. 발치 바로 맞은편에 다른 침대가 있었는데, 워낙 바짝 붙여둬서 나는 다리를 접고 자야 했다. 다리를 뻗고 자면 그 침대 주인의 등허리를 차버릴 수 있어서였다. (중략) 창은 모두 바람을 막느라 바닥을 빨간 모래주머니로 틀어막아가며 꼭 닫아두어서, 아침이면 족제비 우리처럼 냄새가 났다. 일어날 때는 모르지만 방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중략) 식탁에는 언제 봐도 여러 가지 식탁보가 덮여 있었는데, 맨 밑바닥엔 스테이크 소스 묻은 낡은 신문지가 한 층 깔려 있고, 그 위엔 끈적끈적한 흰색 방수포 한 장이, 그 위엔 녹색 서지 천 한 장이, 또 그 위엔 거친 린넨 천 한 장이 깔려 있는 식이었다. 그것들은 절대 바뀌는 법이 없었고 하나라도 벗겨내는 경우 역시 거의 없었다. 아침 식사 때 식탁에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는 대개 저녁 식사 때도 그대로 있었다. 나는 아침에 있던 부스러기가 점심을 거쳐 저녁까지 식탁의 어느 자리로 오르내리는지를 보는 일에 점점 익숙해졌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 p.13-14,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1936년 서른셋의 청년 조지 오웰이 영국 북부 탄광 지대에 관한 르포를 청탁받고 그들과 함께 지내며 겪은 생생한 체험담. “실업을 다룬 세미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으로 불리며, 2010년 한겨레출판의 초판 이후 15년간 노동·계급·자본주의 등 정치·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필독서로 사랑받으며 회자되었다. 이번에 오웰의 다른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와 함께 새 장정을 입은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읽다가 위건 부두에 잠깐 들렀습니다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네요 싸구려 하숙집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말씀해 주신 대로입니다. 문장 수집해주신 부분을 읽고 있으니 담담하게 써내려 간 듯 읽히는데 동시에 제가 마치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그 냄새를 맡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듭니다!
런던 같은 도시에는 딱히 병원에 가야 할 정도는 아닌 정신이상자들이 길에 나다니는 경우가 언제나 많고, 그들은 종종 서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왜냐하면 서점은 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서성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숀 비텔의 책 중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유형을 린네식 생물분류법으로 정리한 책이 떠오르는 부분이었습니다ㅎㅎ 위와 같은 사람들이 속하는 종은 학명 cunctatio imprudens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종과 마찬가지로 이전 책들에서 이 종을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이 서점을 방문하는 유일한 이유는 약국에 처방전을 내고 기다리거나 정비소에서 차가 수리되는 동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다. 그들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점에서는 최소한 비를 피할 수 있으며 기다리는 한두 시간 동안 읽을 흥미로운 거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뭐라도 사는 건 아니다.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서점 주인의 기쁨과 슬픔을 담담하면서도 다정하게 그려내 독자를 사로잡은 숀 비텔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명 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라면서도, 헌책방을 운영하는 동안 만났던 각양각색의 손님을 저자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시니컬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와, 그러고 보니 서점 배경으로한 책들을 좋아하시나봐요. 혹시 서점 운영하시지 않나요? ㅎㅎ
맘 내키는 데 앉아서 맛있은 비스킷과 차를 양껏 먹고 마실 수 있는 작은 뜰이 있는, 이번 생에는 실현 불가능할, 책방을 그냥 맘 속에만 품고 있습니다😃☺️
창덕궁길 동네책방 수북강녕에 놀러 오시면 됩니다 ♡
그렇지 않아도 찾아 뵐 날을 이제나저제나 고대하고 있습니다🙏🏻🥰 수북강녕은 단순 비스킷이나 차 정도에 비할 수 없는, 곳곳에 애정이 듬뿍 담긴 책 컬렉션, 멋진 그림들, 그리고 무엇보다 책방지기님의 너른 식견으로 책에 대해서는 뭐든 여쭤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지요!
손님: 이 책 몇 페이지가 찢어져 있어요. 직원: 네. 저희 책은 오래된 중고책이다 보니까 전 주인에 의해서 젖거나 찢어진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있을 수 있어요. 손님: 그러면 가격을 낮춰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파운드나 하네요? 직원: 그렇긴 한데 이미 그 책의 상태를 고려해서 책정한 가격이에요. 책 상태가 더 좋았다면 20파운드보다 더 비쌀 거에요. 손님: 그래요? 그렇다면 가격 책정할 때 이 부분(어떤 찢어진 페이지를 가리키며)이나 이 부분(또 다른 찢어진 페이지를 가리키며)과 이 부분은 고려하진 않은 거죠? 왜냐면 여긴 2분 전에 우리 아들이 해놓은 거거든요. 직원: 그렇다면 이 책은 전보다 더 해진 책이 되겠네요. 아드님 때문에. 손님: 그렇죠. 그러면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해야 하지 않나요?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별난 손님들이 등장하는 귀엽고도 웃픈 책이 출간되었다. 그 손님들이 찾은 가게가 서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저자 젠 캠벨은 영국 런던의 작은 책방에서 일하며 실제로 겪었던 사연들을 한데 엮어 서점 직원도 극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다.
북런던에 있는 고서점에서 일하며 글을 쓰는 작가의 책도 생각이 나고요 ㅎㅎㅎ 이쯤 되면 오웰이 ‘편집증 환자 같은 손님들’에 치를 떨었던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아유, 얄미워! 저런 손님 만날까봐 서점 못 할 것 같아요. ㅎㅎ
바이런은 어디선가 ‘롱괴르’라는 프랑스어 단어를 쓰면서 지나가는 말로, 영국에서는 딱히 그런 ‘단어’는 없지만 그런 ‘개념’은 상당히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리 습성 중에는 워낙 두루 퍼져 있어서 거의 모든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면서도 아직 이름은 없는 게 존재한다. 그런 것 중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나는 ‘민족주의 nationalism’라는 단어를 골라봤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앞서 언급한 민족주의적 애증에 대해 다시 말하자면, 그런 애증은 우리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우리들 대부분이 가진 기질의 일부인 것인다. 그런 기질을 없앤다는 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은 가능하며 그런 투쟁은 본질적으로 ‘도덕적’ 노력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감정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는 문제이며, 그다음으로는 불가피한 편견의 여지를 두느냐의 문제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맥락이 같지 않을 수는 있겠으나 이 부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이 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해 주시는 얘기들을 재밌게 듣다가 저도 생각나서 ㅎㅎ 예전에 어느 분께서 “정말 끔찍한(? 일정 강도 이상의 반감을 보이셨는데 단어가 정확치는 않습니다.) 건 뭔 줄 아세요? 다들 일회용 잉크 카트리지를 쓴다는 거에요.”라며 유리펜촉? 유리닙?에 잉크를 적시던, 라미를 쓰더라도 다회용 카트리지를 쓸 것을 주장하던, 이 공간에서는 샤프와 지우개는 쓰지 말아 달라고 단호하고 정중하게 말씀하시던 장면도 떠오릅니다😃
아울러 생각나는 책도 책장에 꽂아 보아요^^
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당신의 인생과 함께한 문구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문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일상적 사물이 된 문구들이 어떻게 발명되고 우리의 삶과 어떻게 관계 맺어 왔는가를 살피며 독자들을 흥미로운 문구의 세계로 안내한다.
제 만년필 좀 살려주시겠습니까? - 죽은 만년필 살리고 다친 마음 고치는 펜닥터 김덕래 이야기1만 자루 만년필을 고치며 남긴 기록에서 33편을 골라 묶은 ‘만년필 에세이’다. 파카, 워터맨, 몽블랑 등 흔히 아는 만년필부터 스틸폼 같은 낯선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 모나미까지, 수리 맡은 펜에 얽힌 사연에 더해 만년필 역사와 종류 등 만년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애국주의, 즉 국민적 충심이 갖는 압도적인 힘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오늘의 세계를 볼 수 없다. 애국주의의 상황에 따라 무력해질 수도 있고, 문명의 어느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힘으로써 그에 필적할만한 것은 없다. 기독교와 국제 사회주의는 애국주의에 비하면 지푸라기처럼 연약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들의 나라에서 권좌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그들은 이 사실을 파악했고 그들의 적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데 있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88,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조지 오웰의 에세이 29편을 묶은 책. 오랜 세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려간 조지 오웰은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다. 그간 소문으로만, 혹은 일부 발췌 번역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좀더 풍부한 조지 오웰의 명문들을 한국어 텍스트로 만날 수 있다. 모두 29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21편이 국내 초역이다.
여러 에세이에서 애국주의에 대해 언급하여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_삼프레스] 모두의 주거 여정 비추는 집 이야기 『스위트 홈』 저자와 함께 읽기[도서 증정] <탄젠트>(그렉 베어)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5. 가을비 다음엔 <여름비 이야기>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도서관에서 책을 골랐을 뿐인데 빙의해 버렸다⭐『겹쳐진 도서관』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작품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텍스티] 소름 돋게 생생한 오피스 스릴러 『난기류』 같이 읽어요✈️[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
나는 너의 연애가 궁금해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북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달달북다02)》 함께 읽어요! [북다/책 나눔] 《하트 세이버(달달북다10)》 함께 읽어요!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과학의 언어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작가, 김초엽
[라비북클럽] 김초엽작가의 최신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 같이 한번 읽어보아요[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5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8월의 책 <지구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방금 떠나온 세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우리가 사랑한 영화 감독들
[책나눔] <고양이를 부탁해><말하는 건축가> 정재은 감독 에세이『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와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아티초크/책증정] 장강명 작가 추천! 해즐릿의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와 함께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축하합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31. 사탄탱고[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신간읽기클럽 )1.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