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

D-29
맘 내키는 데 앉아서 맛있은 비스킷과 차를 양껏 먹고 마실 수 있는 작은 뜰이 있는, 이번 생에는 실현 불가능할, 책방을 그냥 맘 속에만 품고 있습니다😃☺️
창덕궁길 동네책방 수북강녕에 놀러 오시면 됩니다 ♡
그렇지 않아도 찾아 뵐 날을 이제나저제나 고대하고 있습니다🙏🏻🥰 수북강녕은 단순 비스킷이나 차 정도에 비할 수 없는, 곳곳에 애정이 듬뿍 담긴 책 컬렉션, 멋진 그림들, 그리고 무엇보다 책방지기님의 너른 식견으로 책에 대해서는 뭐든 여쭤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지요!
손님: 이 책 몇 페이지가 찢어져 있어요. 직원: 네. 저희 책은 오래된 중고책이다 보니까 전 주인에 의해서 젖거나 찢어진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있을 수 있어요. 손님: 그러면 가격을 낮춰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파운드나 하네요? 직원: 그렇긴 한데 이미 그 책의 상태를 고려해서 책정한 가격이에요. 책 상태가 더 좋았다면 20파운드보다 더 비쌀 거에요. 손님: 그래요? 그렇다면 가격 책정할 때 이 부분(어떤 찢어진 페이지를 가리키며)이나 이 부분(또 다른 찢어진 페이지를 가리키며)과 이 부분은 고려하진 않은 거죠? 왜냐면 여긴 2분 전에 우리 아들이 해놓은 거거든요. 직원: 그렇다면 이 책은 전보다 더 해진 책이 되겠네요. 아드님 때문에. 손님: 그렇죠. 그러면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해야 하지 않나요?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별난 손님들이 등장하는 귀엽고도 웃픈 책이 출간되었다. 그 손님들이 찾은 가게가 서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저자 젠 캠벨은 영국 런던의 작은 책방에서 일하며 실제로 겪었던 사연들을 한데 엮어 서점 직원도 극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다.
북런던에 있는 고서점에서 일하며 글을 쓰는 작가의 책도 생각이 나고요 ㅎㅎㅎ 이쯤 되면 오웰이 ‘편집증 환자 같은 손님들’에 치를 떨었던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아유, 얄미워! 저런 손님 만날까봐 서점 못 할 것 같아요. ㅎㅎ
바이런은 어디선가 ‘롱괴르’라는 프랑스어 단어를 쓰면서 지나가는 말로, 영국에서는 딱히 그런 ‘단어’는 없지만 그런 ‘개념’은 상당히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리 습성 중에는 워낙 두루 퍼져 있어서 거의 모든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면서도 아직 이름은 없는 게 존재한다. 그런 것 중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나는 ‘민족주의 nationalism’라는 단어를 골라봤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앞서 언급한 민족주의적 애증에 대해 다시 말하자면, 그런 애증은 우리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우리들 대부분이 가진 기질의 일부인 것인다. 그런 기질을 없앤다는 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은 가능하며 그런 투쟁은 본질적으로 ‘도덕적’ 노력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감정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는 문제이며, 그다음으로는 불가피한 편견의 여지를 두느냐의 문제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맥락이 같지 않을 수는 있겠으나 이 부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이 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해 주시는 얘기들을 재밌게 듣다가 저도 생각나서 ㅎㅎ 예전에 어느 분께서 “정말 끔찍한(? 일정 강도 이상의 반감을 보이셨는데 단어가 정확치는 않습니다.) 건 뭔 줄 아세요? 다들 일회용 잉크 카트리지를 쓴다는 거에요.”라며 유리펜촉? 유리닙?에 잉크를 적시던, 라미를 쓰더라도 다회용 카트리지를 쓸 것을 주장하던, 이 공간에서는 샤프와 지우개는 쓰지 말아 달라고 단호하고 정중하게 말씀하시던 장면도 떠오릅니다😃
아울러 생각나는 책도 책장에 꽂아 보아요^^
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당신의 인생과 함께한 문구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문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일상적 사물이 된 문구들이 어떻게 발명되고 우리의 삶과 어떻게 관계 맺어 왔는가를 살피며 독자들을 흥미로운 문구의 세계로 안내한다.
제 만년필 좀 살려주시겠습니까? - 죽은 만년필 살리고 다친 마음 고치는 펜닥터 김덕래 이야기1만 자루 만년필을 고치며 남긴 기록에서 33편을 골라 묶은 ‘만년필 에세이’다. 파카, 워터맨, 몽블랑 등 흔히 아는 만년필부터 스틸폼 같은 낯선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 모나미까지, 수리 맡은 펜에 얽힌 사연에 더해 만년필 역사와 종류 등 만년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애국주의, 즉 국민적 충심이 갖는 압도적인 힘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오늘의 세계를 볼 수 없다. 애국주의의 상황에 따라 무력해질 수도 있고, 문명의 어느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힘으로써 그에 필적할만한 것은 없다. 기독교와 국제 사회주의는 애국주의에 비하면 지푸라기처럼 연약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들의 나라에서 권좌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그들은 이 사실을 파악했고 그들의 적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데 있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88,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조지 오웰의 에세이 29편을 묶은 책. 오랜 세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려간 조지 오웰은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다. 그간 소문으로만, 혹은 일부 발췌 번역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좀더 풍부한 조지 오웰의 명문들을 한국어 텍스트로 만날 수 있다. 모두 29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21편이 국내 초역이다.
여러 에세이에서 애국주의에 대해 언급하여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오, 여기에서가 처음이 아니었군요. 애국주의만큼 국민을 설득시킬 강력한 힘이 또 있을까 싶기도해요. 평생 파시즘과 싸웠던 조지의 면면이 책 전반에 읽혀지네요.
내가 말하는 ‘애국주의’란 특정 지역과 특정 생활양식에 대한 애착이며,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 믿되 남들에게 강요할 마음은 없는 것이다. 애국주의는 속성상 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방어적이다. 그에 비해 민족주의는 힘에 대한 욕구와 분리할 수 없다. 모든 민족주의자의 변치 않는 목적은 더 많은 세력과 위신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억누르고서 섬기기로 한 나라 또는 어떤 다른 집단을 위한 일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즉, 가장 강력한 무기가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시대는 폭정의 시대인 경향이 있고, 가장 강력한 무기가 싸고 단순한 시대는 서민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컨대 탱크나 전함이나 폭격기는 본질적으로 압제적인 무기인 반면에, 소총이나 머스킷총이나 긴 활이나 수류탄은 본질적으로 민주적인 무기인 셈이다. 복잡한 무기는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고, 단순한 무기는(보복이 따르지 않는 한) 약자에게 갈고리발톱이 된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제가 많이 모르는 것일 수 있으나 작가든 과학자든 원자탄에 대해 이런 관점으로 글을 쓴 사람이 있었나 ..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원자탄이 자전거나 자명종처럼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단, 그랬다면 국가 주권과 고도로 집중화된 경찰국가의 시대도 끝났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 지금 그래 보이듯 원자탄이 전함처럼 만들어내기 어려운 귀하고 값진 물건이라면, ‘평화 아닌 평화’를 무한히 연장하는 대가로 대대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백여 편의 에세이 중에 아직 몇 편밖에 보지 못하였으나 당시 국내외 정세에 대한 지대한 관심,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나 좋을 대로]라는 제목의 에세이도 있듯이 독자, 국가, 사회 등의 누군가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소신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부 5장 필사본입니다, 잘 쓰려고하니 더 못생겨보이네요ㅜ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한 많은 언어를 접해보려고하는데, 사고의 한계가 언어의 한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어와 생각은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1984를 읽으면서 새말이 심각하게 축약된 형태의 언어라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불가능하게 만드려는 빅브라더의 음모?가 숨겨져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책 속의 인물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대목이 있더라고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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