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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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우리 나라 고유의 요리법에 따라 만든 다양한 감자 요리가 있다. 감자를 요리하는 단연 최고의 방법인 고깃덩이 밑에 깔아서 구운 감자를 달리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또 영국 북부에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감자 케이크는? 햇감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처럼 튀기기보다 영국식으로 요리하는 것이 - 즉 민트를 넣고 삶은 다음, 녹인 버터나 마가린과 같이 내는 것이 - 훨씬 낫다. … 독창성이나 재료 면에서 우리가 영국 요리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음을 여러분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영국을 찾아온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바로 맛있는 요리는 가정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맛있고 진한 요크셔푸딩을 원한다면 식당보다 가장 가난한 영국의 가정에서 찾을 확률이 더 높은데, 영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대부분 식당에서 식사할 수 밖에 없다.
조지 오웰 산문선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조지 오웰 산문선조지 오웰의 에세이들을 엄선한 선집 <조지 오웰 산문선>이 허진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56번째 책으로, 오웰의 가장 유명하고 높이 평가받는 20여 편의 산문들을 종류별로 골고루 엄선한 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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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쓴 글 중에 일상적인 안락함과 즐거움을 구가하는 몇 편의 에세이가 있다. 이것들은 1945년 말부터, 그가 저널리즘을 접고 장차 <1984>라는 제목을 갖게 될 소설을 시작하기 위해 주라섬으로 이주한 1946년 5월 사이에 쓰인 글들이다. 이 에세이들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설명이 가득하다. 일에 치인 작가에게 그 가정적이고 목가적인 주제들은 그다지 자료를 읽거나 달리 조사할 필요가 없는. 단순한 몽상이라고나 할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가볍게 취급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쓰게 될 묵직한 소설에도 그 가벼운 에세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뿐 아니라 그의 가장 통렬한 정치적 작픔에도 “이 땅의 표면”에서 누리는 즐거움들과 “구체적인 대상들과 쓸데없는 정보 조각들”이 나타나듯이, 이런 에세이들에도 정치가 나타난다.
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이런 글쓰기의 초기에 쓴 것이 <영국 요리를 옹호함>이다. 12월 중순 <이브닝 스탠더드>에 발표한 이 글에서 그는 이름들을, 그리고 그에 얽힌 추억들을 소환하는 데서 각별한 즐거움을 맛본다. … 각종 파이와 푸딩과 소스에 대한 이 에세이를 내기 전날, 그는 장부에 <정치와 영어>를 기입했다. 새해에는 <폴레믹>에 실은 치열한 에세이 <문학 예방>으로 시작하여, 1월 5일에는 고물상의 즐거움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 목록도 일종의 수집이고, 적어도 상상 속에서 불러낼 수 있는 것들을 엮는 일이며, 당장의 박탈 너머에 모종의 풍요로움이 있으리라는 확신을 향한 갈구이다. 1939년 소설 <숨 쉬러 나가다>의 주인공은 생각에 잠긴다. “영국식 민물고기들의 이름에는 어딘가 평화로운 데가 있다.” … 전쟁이든 원정이든 감방이든 여타의 시설에서든 힘든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은 때로 백일몽에 잠겨,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성찬을 즐기며 어떤 도락을 즐길지를 그려보곤 한다. 그들은 장차 어떻게 하리라는 작정을 실감하는 수단으로 목록을 만든다. 전쟁이 끝났지만 여전히 배급제가 실시되어 음식을 구하기 어렵던 빈한한 시절에 쓰인 오웰의 이 에세이들도 그런 여건에서 생겨난 일종의 목록에 해당할 것이다.
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에세이를 읽다보면 이름들의 나열, 사물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묘사들이 눈에 띄곤 했는데 그에 대한 어느 정도 설득력있는 설명이라고 생각되어 문장 수집해 봅니다.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 나의 출발은 언제나 당파성을, 곧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나는 앉아서 책을 쓸 때 스스로에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것이나 주목을 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의 우선적인 괌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297,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내가 스페인내전에 대해 쓴 <카탈로니아 찬가>는 물론 노골적으로 전치적인 책이다. 하지만 대체로 어느 정도 초연한 마음으로 형식을 고려하여 쓴 작품이다. 나는 이 책에서 나의 문학적인 본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모든 진실을 말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썼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299,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동물농장>은 (내가 무얼하고 있는지 십분 자각하면서)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 보려고 한 최초의 책이었다. 나는 7년 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만간 또 하나의 소설을 쓰고 싶다. 그것은 실패적이 될게 뻔하고, 사실 모든 책은 실패작이다. ......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은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아마 그 귀신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분능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로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300,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문장 모음해주신 이 에세이는 저도 정말 발췌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라는 부분에서는 47년의 삶 동안 장단편 에세이만 300여편, 마치 숨쉬듯이 글을 써온 작가가 어느 순간 자신마저도 대상화하여 자신의 내면을, 그동안의 작품들을 응시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제가 이런 문장을 좋아합니다.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작가란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하는. ㅋ 맞아요. 그런데도 오웰은 작가는 게으르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하잖아요.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근데 작가는 정말 치열하게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네~ 정말 맞는 말씀이세요. 말씀해 주신 맥락에서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부분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우선, 인도나 실론 찻잎을 써야 한다. 요즘 중국 찻잎은 얕볼 수 없는 장점들이 있지만 - 경제적이고 우유 없이도 마실 수 있다 - 자극이 약하다. 중국 차는 마셔도 더 현명해지거나, 용감해지거나, 낙천적인 된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맛있는 차 한 잔>이라는 마음을 위로하는 문구를 써본 사람이 말하는 차는 인도 차다.
조지 오웰 산문선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조지 오웰 산문선> 시작하셨군요. <나는 왜 쓰는가>와 목차가 같아서 아쉽던데 이런 글도 있었네요. 근데 이 글은 웬지 조지의 주관적인 글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
네 번째, 차가 진해야 한다. 1리터를 약간 넘는 포트를 거의 끝까지 채우려면 찻숟가락 가득 여섯 숟가락이 알맞다. 배급 기간에는 매일 실천하기 힘들지만, 나는 진한 차 한 잔이 연한 차 스무 잔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차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진한 차를 좋아하고, 해가 갈수록 조금 더 진한 것을 원하게 된다. 나이 많은 연금 생활자에게 찻잎을 추가 배급해 준다는 것은 이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조지 오웰 산문선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오래 전에 차를 맛있게 만드는 법, 혹은 뭐 그와 비슷한 주제에 관한 영상을 보다가 조지 오웰을 언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맛있는 차 한 잔>이라는 에세이가 있네요. 작가가 생각하는 열한 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밌네요.
11가지씩이나? 역시 조지답네요. 👍
때론 깊어가는 어느 가을날엔 때론 깊어가는 가을날, 제비들 날아가버린, 바람마저 잠든 날들엔, 안개 속 앙상한 느릅나무들 생각에 잠겨, 한 그루 한 그루 홀로, 꿈에 잠긴, 존재일 때, 나는 메마른 생각이 아닌, 뼈가 생생히 알고 있듯, 말없이, 알게 되네, 내 뇌의 어떤 생명의 불 꺼짐이, 어떤 무감각이, 내가 갈 어두운 무덤 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음을. … 오, 지나가는 이들이여, 멈추어 기억해보오. 어떤 폭군이 당신의 삶을 얽어매고 있는지를,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시간의 다가옴을 기억해보오, 우리를 으스러뜨릴 그 결정적인 타격을, 그 너머의 어둠을. 그러니 이제, 사형수처럼, 고이 시간을 아끼며 우리는 가만히 멈춰 서서 아직 할 수 있는 동안의 우리의 세상을 배우려, 우리의 영혼을 가다듬으려, 우리가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그리하여 우리는 손과 눈과 뇌로 살아가리, 경건하게, 밖을 향하여, 늘 깨어 있으면서, 우리의 모든 시간이 바람 없는 공기 속의 촛불처럼 맑고 또렷이 용감하게 타오를 때까지. 그리하여 우리는 인생이라는 패주에서도 어떤 가치, 어떤 신념, 어떤 의미를 건져낼 수 있으리, 침묵 속으로, 침묵의 무덤 속으로, 가기 전 단 한 번이라도 그것을 말하리.
한순간 여름 같은 조지 오웰 지음, 심지아 옮김
1933년 아델피에 실린 조지 오웰의 [때론 깊어가는 어느 가을날엔]이라는 시입니다.
한 사람이 시를 사랑했다. 한 사람이 그의 생애 속에서 시를 사랑했다. 그런 사실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의 전면에 그러나지 않았기에, 마치 아른거리는 유령처럼 드물게 남아 있다. 이 책은 아른거리는 오웰의 유령을, 시인의 유령을 따라가보는 일로, 혹은 오웰의 또렷한 걸음 곁을 비스듬히 흔들리며 걷는 그의 물그림자를 찾아가 보는 일로 시작한다.
한순간 여름 같은 조지 오웰 지음, 심지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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