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북플러스 다섯 번째 모임이 시작되었어요. 다들 어떻게 하루를 시작하셨나요? 저는 여름부터 새벽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뛰진 못했어요. 여러분과 이야기 나눌 생각에 잠을 설쳤거든요ㅎㅎ
개인적으로 트레드밀보다 야외 달리기를 선호합니다. 요즘은 집 근처 학교 운동장과 그 주변을 뛰고요. 꾸준히, 즐겁게 달리자!가 목표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올리려고 해요. 이렇게 쓰니 행복한 러너 같지만, 실은 아침마다 나가기 싫어!!!! 뛰기 싫어!!!!! 그만 뛸까???? 갈등해요. 늘 달리는 시간에 비가 내리면 기쁠 때도 있고요.(우중 런은 안 합니다ㅎ) 갈등 속에서 뛰고 있을 때 문득 벌 받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해요. 경험한 체벌 중 하나가 운동장 돌기였거든요. 깜지 제출부터 손바닥이나 엉덩이 맞기, 오리 걸음으로 복도나 운동장을 돌기, 교실 뒤나 복도에서 손 들고 있기 등등의 제 몸과 기억에 새겨진 체벌의 역사가 떠오르면 뛰기를 멈춥니다.
한 달 동안 함께 읽을 책에는 '한국 교육'에 관한 14편의 짧은 소설들이 담겨 있죠. 한국 교육과 '학교'는 뗄 수 없고요. 본격적으로 소설을 읽기 전 '학교'에 얽힌 기억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었나요?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수북플러스] 5. 킬러 문항 킬러 킬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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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는지영입니다
바나나
저는 의외로 학교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학교가 싫은 이유는 딱 한가지 살이쪄서 여름교복 퍼프소매(애시당초 불편하고 예쁜교복이었습니다)에 팔이 끼면서 언짢아지기 시작했던 기억 말고는 나쁜 기억들이 휘발되어버린것 같아요. 친구들과 도시락까먹고, 체육대회(저는 반대항 발야구 1루수였습니다), 으리으리했던 학교매점, 총각선생님을 마치 아이돌 대하듯 했던 친구들과의 웃기는 추억들 같은 기억이 주로 남아 있어요.

소설쓰는지영입니다
@바나나 "팔이 끼면서 언짢아지기 시작"하다니... 상상해보는데 되게 귀여워요! 나쁜 기억을 늘어 놓긴 했으나 저도 학교에 좋은 추억이 있어요. 고 1때 반 전체가 모내기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그때 담임 선생님이 이런 저런 활동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신 분이었어요. 학급 신문을 냈는데 그게 한교 전체 신문으로 발전한!!!) 몸은 고됐으나 즐거운 날이었어요. 또 비빔밥 만들기를 계획하셔서 재료 싸와서는 다같이 밥을 비벼 먹기도 하고요. 그 친구들과는 반이 갈라져도 잘 지냈는데 고 3때 일요일 자습 점심 시간에 삼겹살도 구워 먹고 비빔밥도 해 먹고 그랬네요(학주 선생님께 걸려서 혼났습니다만....) 학교는 제게도 좋거나 나쁘거나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굉장히 다채로운 감정들로 채워져 있어요.

리지
오,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너무 맛있었을 것 같아요! 비빔밥도요! 굉장히 다채로운 감정들로 채워져 있다는 말씀에도 공감이 갑니다. 딱히 좋은 기억은 없는 시기였다고 해도, 찬찬히 들여다 보면 피식 웃음이나는 소소한 기억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소설쓰는지영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 번 구워 먹은 게 아니었어요! 학년마다 쓰는 층이 달랐는데 일요일에는 고3만 있으니까 제일 고층에 있던 1학년 교실 복도에서 몇 차례 삼겹살 회동이 있었고ㅎㅎㅎ 학주 선생님이 감독하시던 날 걸렸어요. (다른 선생님들은 그냥 모른 척하셨던 거 같아요ㅎㅎ) 그 친구들 잘 있는지... 궁금해지는 밤이네요ㅜㅜ 잘 살고 있지? 친구들... 어라.... 아련해졌어요ㅋㅋㅋㅋ

리지
그때 같이 삼겹살 회동했던 친구분들도 어디선가 그때의 추억을 아련하게 그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육즙 팡팡 터지는 귀한 추억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 추천해 주신 드라마도 메모해 두겠습니다! 곧이네요!

꽃의요정
저도 학교 때 재미있었어요.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열반도 나누고,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아서 공부 시키는 특급반, 특특급반 나누는 이상한(그땐 그게 정상인) 학교였지만, 다들 그 와중에 공부 안 하고, 야자시간에 티비 보다 걸리고, 택시타고 피자 뷔페 먹으러 나갔다오고(4명이면 택시비가 쌌던 시절), 독서실 간다면서 노래방에서 놀다가 집에 가기 30분 전에 공부하다 집에 가서 피곤하다고 투정 부리고....그때가 그립네요.

소설쓰는지영입니다
@꽃의요정 특급반의 특특급반이라니.... 저는 특급반까지만(?)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그것도 기이하게 느껴졌어요. 모아서 자습하는 것뿐이었는데 그걸 왜 시켰나 싶네요, 지금 생각하니. 서열이란 이런 것이다! 를 직접 보게 하려고 그런 걸까요. 저도 모의고사를 보면 딱 4명이서, 3학년 때 반이 갈라졌어도 그날만큼은 모여 피자+스파게티+샐러드 세트를 먹었어요. 그 친구들 중 한 명을 수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간만에 옛날 이야길 나눌까봐요.

꽃의요정
저희 동네 사셨나요? ㅎㅎ
전 근데 그런 제도들에 딱히 상처받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은 안 했던 거 같아요. 생각 자체가 없었거든요! ㅎㅎ
전쟁속에서도 인류애가 피어나듯, 비인간적인 학교 시스템에서도 아이들은 잡초처럼 잘도 자랐던 거 같아요. 욕도 많이 하고, 반항하다 맞기도 하고...
아무 상관없는 에피소드인데, 저 고3때 저희 동네에 5호선이 개통되었는데 며칠간 공짜라고 아이들이 야자 띵까고 타고 와서 청록색 열차표(그 당시 지하철표는 노란색이었음)를 보여 주며 '5호선은 열차표도 짱이라'며 자랑하던 친구들이 기억나요. 그 친구들 다 불려가서 엄청 혼났습니다. 그래도 다들 그 속에서 즐겁게 학창시절 보낸 거 같아요. 머리도 안 감고...뭬야?!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어, 5호선 얘길 보니 저희는 다른 동네에서 자란 듯합니다ㅎㅎ 동네는 다르지만 풍경은 비슷...했나봐요. 머리 안 감은 친구는..... 그런 친구는 저희 반에도 있었....어요ㅎㅎ 잡초끼리 서로 힘이 되어 그 시절을 버텨낸 거 같아요.

물고기먹이
우왓 고등학교가 상고여서 진급반과 취업반이 나뉘어져 있었어요
대학교 전형에 3%를 상고에서 뽑다보니 성적이 좀 나온다 하는애들은 대학교 진급반으로 야자를 했었습니다 ㅋㅋㅋ 저는 동방신기를 만나서 하하하.....진급반에서 취업반으로 옮겨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급이 3등급이나 하락했지 뭐예요 테헷
저도 야자시간에 몰래 먹기하다가 걸리면 혼나고 ㅋㅋㅋㅋ 귤에다가 낙서하고 그랬었는데 넘넘 추억입니다

리지
오왓, 동방신기! 저는 요즘도 가끔 동방신기 허그 들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뜬금없이 혼자 흥얼거릴 때도 있어요. 노래방에서도 가끔 불러요(혼자 완곡합니다ㅋㅋㅋ) 저는 소소하게 이정도인데, 팬분들은 최애곡이 훨씬 더 많겠죠?
야자 시간에 몰래 드셨다니, 소리 안나는 과자 같은 거 드셨나요?ㅋㅋㅋ 저녁도 일찍 먹고 그 시간대가 딱 배고플 때인데, 생각해보니 저희도 야자시간에 뭘 못먹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콜릿을 서랍 속에서 천천히 까서, 녹여 먹었던 것 같아요.
다른 댓글들도 하나씩 찬찬히 읽어보고 있는데요, 입시에 관한 추억들도 있지만 소소하고 흥미로운 추억들도 많이 있으신 것 같아요. 읽는데 저도 덩달아 신이 나네요. :) 책은 읽었는데요, 같이 이야기 나눌 주제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네요. 생각 정리해서 곧 다시 댓글 남기러 오겠습니다!

소설쓰는지영입니다
노래가 추억을 머금고 있을 때가 많은 것도 같아요. 저도 고등학교 때 들었던 노래들 가끔 떠올라서 들어요. 동방신기는 아닙니다... ㅎㅎ노래가 있어서 버틸 수 있던 시절이기도 했고요.
Hwihwi
체벌이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라고 생각될 때 중학교를 다녔어요. 이유를 알 수 없는 단체 체벌, 사소한 실수에 과하게 폭력을 행사하던 미술 선생, 성적 올리라고 격려하는 뜻(?)에서 맞았던 매... 에효 지긋지긋했네요.
바나나
그러게 말이에요 성적이 떨어지면, 성적을 올리라고 매를...왜 맞아야 했을까요. 행실이 나빠서, 준비물을 안챙겨서 등등의 이유도 맞을 이유는 안되지만 성적은 당시에도 가장 이해안되던 이유였네요.

물고기먹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란 말도 진짜 많이 들었는데 말이죠ㅎㅎㅎ

소설쓰는지영입니다
@Hwihwi 그러게요. 영어 단어 시험 좀 틀렸다고 때리고, 수학 문제 못 푼다고 맞고.... 지긋지긋한 체벌들.... 근데 요즘엔 칠판에 문제 적고 나와서 풀라고 시키는 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인권침해라는 이유로요.

새벽서가
교실에서 학생의 소지품이 없어졌다고 모두 책상위에 앉아서 하교도 못하고 교실의 학생들 모두가 허벅지를 맞았는데, 나중에 애시당초 잃어버렸다던 소지품이 그 학생이 집에 두고 온거였다는걸 알았을 때 분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학교측에선 사과의 말 한 마디도 없었구요. 지금같으면 뉴스에 날 일이죠. 그보다 더 한심한게 복장 단속, 거기에 성적 떨어진다고 때리고… 맞아서 성적리 올라갔을거 같으면 맞았겠지만 그런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오... 맞아요. 꼭 일 년에 한 번은 교실에서 물건이 없어지곤 하죠. 그리고 단체로 벌을 받고요. 처음엔 눈을 감고 용서해줄 테니 손을 들라고 하지 않았나요? 소지품을 두고 온 학생도, 반 전체 학생들을 때린 교사도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니..... 그러고 보면 학교 다닐 때 사과하는 선생님이 많지 않았어요.

새벽서가
네에. 그런 때 나서는 아이는 절대 없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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