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민 작가님의 <지나간 일>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지영’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학부모 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 입금되는 심의비가 생각보다 많았으나 돈 때문에 이 일을 2년째 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오늘 심의위원회 보고서를 읽는데 “3년 전, 민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폭력을 당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심지어 피해 관련 학생의 이름도 낯익어서 불길한 느낌마저 올라”오고요. 과거 가해 학생이었던 ‘정후’가 이번에는 피해 학생이라는데, 가해 학생들의 증언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지영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피해 학생 정후는 지영을 심의에서 배제해야 할 사람으로 지목해 위원회에서 빠지게 합니다. 3년 전 지영과 대립했던 ‘정후 엄마’이 반응이 심상치 않아요. “정후나 쟤들이나 한통속이에요.” 지영은 괜찮으세요, 라는 장학사의 말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나간 일이요.” 제목이자 지영의 마지막 말, ‘지나간 일’이 오래 남을 듯한 이야기입니다. 물리적으로 지나갔으며 또 거기서 벗어나고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결코 지나갈 수 없는 일이겠죠.
여러분에게도 (결코 지나갈 수 없는) 지나간 일이 있나요? 학교와 관련된 것도, 아닌 것도 좋습니다.
[📚수북플러스] 5. 킬러 문항 킬러 킬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소설쓰는지영입니다
GoHo
결코 지나갈 수 없는 지나간 일..
보통의 경우..
일종의 가해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말로 지나간 일로 치부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서..
서로의 시간이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형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사과를 받는다고 과거가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제가 어제 자파르 파나히의 <그저 사고였을 뿐>을 봤는데요.GoHo님 글을 읽으니 그 영화가 생각납니다. 피해자에게는 영원히 계속될, 그 공포와 아픔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의 이야기예요. 극장에서 보시는 걸 추천하고 나중에 집에서 보게 될 때 꼭 고요한 곳에서 소리를 키우고 보시길....
지니00
저도 <그저 사고였을 뿐> 보고 왔습니다! <지나간 일>과 정말 닮은 것 같아요. 피해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인 것을 가해자에게는 ’그저 사고였을 뿐‘이라는 것이 화나게 하죠.
그리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뒤바뀐 것도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폭력은 역지사지로 당해봐야만 알 수 있는 걸까요.. ㅠ 둘 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같은 피해를 겪고나서야 ‘지나간 일’로 흘려보낼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쿨영
“그저 사고였을 뿐? 누군가는 그걸 평생 기억해” 섬뜩한 느낌이 들어요. 평생 영원히 계속될 기억이요

리지
저는 학교와 관련된 결코 지나갈 수 없는 지나간 일이 있는데요(룸메이트와 학교에 관련된 일), 저에게는 무거운 일이지만 소설 속 학교폭력에 비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되어 적기가 망설여지네요.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가해자는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는 점이랄까요. @지니00 님이 댓글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역으로 당해봐야만 알 수 있는 건가도 싶고요ㅠㅠ <그저 사고였을뿐> 검색해볼게요!

쿨영
'지나간 일' 제목이 마음에 허무함을 남겨주네요. 지나가버리면 모든 것이 쉽게 잊히고 자연스레 회복되고 다시금 없었던 일처럼 되는 것처럼. 그렇지만 사실은 지나간 그 일은 사람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잘 다스리고 회복했다고 생각한 사이에도 불쑥 불쑥 찾아와 사람의 마음과 일상을 흔들어 놓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결코 쉽게 지나갈 수 없는 학교 폭력의 이야기... 안간힘을 쓰며 학폭위에서 역할을 다하는 지영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해보며 헤아려봅니다.

쿨영
'그저 사고였을 뿐' 이라는 영화 저도 보고 싶네요. 피해자에게는 영원히 계속될, 그 공포와 아픔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의 이야기! 작가님의 간결한 정의가 마음에 훅 와닿습니다.
Hwihwi
학교와 관련해서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잊혀지지 않는 일들은 있습니다. 그 당시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머리 속 깊이 새겨진 일들이요. 아마 미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친구가 몰래 만화책을 교과서 사이에서 끼워서 보던 일이었을까요? 이미 고등학교도 다 정해졌던 시기라 자습이 많던 시기였죠. 그 미술 선생이 만화책을 읽는 친구를 발견하고, 일으켜 세웠습니다. 갑자기 슬리퍼 한 쪽을 벗더니 얼굴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맞던 친구는 교실 뒤쪽까지 밀려가며 계속 맞았습니다. 순식간에 싸해진 분위기, 어쩔줄 몰라하며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그 친구의 모습, 그런 것들은 절대 잊혀지지 않습니다. 공포때문에 그 뒤에 일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그 친구의 마음이 어땠을까 같은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게 그렇게 맞아야 하는 일이였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학생들을 미친듯이 매타작하던 그 xx는 아직 살아있을까?, 잘 살고 있지 말아야 하는데... 라는 나쁜 마음만 남네요.

SooHey
전 비슷한 경험을 직접 당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두자릿수 곱셈을 잘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산수시간에 담임이 칠판에 문제를 적어 놓고 나와서 풀게 했습니다. 그때 제가 반장이었었는데 잘 못 풀자 반장이 이 정도도 못 푼다면서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주먹으로 머리를 계속 내리쳤었죠. 몇 대를 맞았는지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요. 전 아픈 것보다 수치심에 한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마침 뇌염 예방접종을 한다고 양호 선생님이 교실 복도로 아이들을 나오게 해서 그 상황에서 놓여났습니다. 그날 이후 제 장래 희망 리스트에서 교사라는 직업이 삭제되었고, 저는 수포자가 되었습니다.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저는 고1 때 수학 시간이었는데요. 칠판에 적힌 1차 방정식 문제를 못 푸는 걸 보고 수학 선생님이 제게 너는 참 공부를 안 해, 하시는데 말보다 경멸하는 시선이 더 상처가 됐고,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왜 이렇게 상처를 주지 못해 안달인 교사들이 많았을까요? 물론 좋은 선생님들도 계셨습니다만... 그 분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이리 오래 남아 있다는 걸 또 모르겠죠...
GoHo
“ 제 뒷모습 보는 걸 좋아하셨잖아요. 과외 선생님 앞에서 수업 듣는 뒷모습, 책상 앞에 앉아서 문제집 푸는 뒷모습, 휴일 오후에도 학원 가느라 현관문 열고 나가는 뒷모습 말이에요.
- <지옥의 온도>,염기원 ”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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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자기 아이의 가해를 인지하고 가해자의 엄마로 살아 간다는 건 더욱 더 지옥일 것 같아 정후 엄마가 너무도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민규 엄마는 원망의 대상이라도 있지만..
정후 엄마는 그 모든 일에 대한 책임으로 자신을 가해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Alice2023
저도 지나간 일을 읽다가
학폭 피해자의 부모님들도 물론 괴롭지만
사랑으로 키운 것 같은 아이가 학폭의 가해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부모님의 마음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정말 원망의 대상도 없고 부모 본인의 탓인 것 같아 그들 또한 너무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년의 시간" 같은 작품을 보면 그런 부모들의 시각을 함께 볼 수 있었어요.

케빈에 대하여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에바의 삶은 케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점점 힘들어져만 간다. 에바는 가족 중 유독 자신에게만 마음을 열지 않는 케빈과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케빈은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에바에게 고통을 준다. 세월이 흘러 청소년이 된 케빈은 에바가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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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는지영입니다
제가 몇 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어요. 한국어과 전공생, 또 부전공으로 한국어를 하는 학생들도요. 한 반에 적게는 30여 명, 많게는 60여 명도 넘었는데 전공생들의 경우 대부분 통번역을 하길 꿈꿨고요. 전문 통번역가나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요. 근데 현실적으로 제가 일한 학교에서만 한 해에 졸업생이 오십 명 가까이 나오는데(그것도 해마다 정원이 늘었고요) 다 통번역을 하고 한국 기업에서 일할 수는 없잖아요. 또 냉정하게 그만큼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도 정해져 있고요. 저도 처음에는 공부 좀 하라고, 졸업하고 어떻하려고 해! 잔소리하는 편이었는데ㅎㅎ 한국어과를 전공했다고 해서 꼭 한국어 관련 일만 해야 하나, 당장 나도 대학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바뀌었어요. 한국어를 전공하는 건 하나의 경험이고, 이 경험이 다른 경로로 이끌어 줄 수도 있으니 4년 동안 다양하게 보고 듣고 배우고 생각하고 겪어 보라고, 한국어는 잘하면 좋고 또 못 해도 괜찮다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치앙마이에 투어리스트 폴리스가 있다는 얘길 하면서 한국어 조금 할 줄 아는 경찰도 좋다고 하니 눈을 반짝였던 게 기억나요. 대학이 사유와 경험을 넓게, 또 깊게 하고 길을 선택할 때 필요한 지도나 랜턴 같은 것을 갖출 수 있는 곳이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지도와 랜턴이 무어냐 다시 질문하게 되는데 음, 제가 생각하는 건 적어도 학점이나 영어 성적은 아닙니다.

리지
대학이 사유와 경험을 넓게, 깊게 한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에 되네요. 대학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다니는 모든 학교가 그런 곳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쿨영
작가님의 이야기를 대딩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네요^^
"대학이 사유와 경험을 넓게, 또 깊게 하고 길을 선택할 때 필요한 지도나 랜턴 같은 것을 갖출 수 있는 곳이어야 않을까! 그 지도와 랜턴이 무어냐 다시 질문하게 되는데 음, 제가 생각하는 건 적어도 학점이나 영어 성적은 아닙니다."
둘째 아들 지도교수님이 학기초에 말씀하셨대요. 제발 학점만 잘 따려고 하지 말고, 계절학기 들으며 학점 보수하지 말고, 방학때는 드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경험을 쌓고 학기중에도 맹랑한 짓도 해가면서 청춘을 느껴보라고요~
작가님 말씀 백배 공감해요^^

수북지기
안녕하세요! 수북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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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장수집(~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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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자 설문조사(~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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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 반에서는 잘하는 축에 들고 일부 선생님들은 나를 똑똑하다 평하기도 하지만, 엄마와 언니의 평가는 단호했다. 나는 “해도 안 되는 애”였다. 그리고 내 머릿속을 점령하는 것은 언제나 엄마와 언니가 내리는 평가의 말이었다. 해도 안 되는 애, 열심히 하는데 요령을 모르는 애.
”
『킬러 문항 킬러 킬러』 - 그날 아침 나는 왜 만원짜리들 앞에 서 있었는가(정아은),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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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이가 되나요
『킬러 문항 킬러 킬러』 다른 아이(박서련),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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