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붙으면서 가격이 오르는 게, 결국 포장값이기도 할 텐데 거기에 넘어가는 경우들이지 않나 싶어요.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부모의 가치관이, 쉽게 휩쓸리지 않을 단단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북플러스] 5. 킬러 문항 킬러 킬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소설쓰는지영입니다
밍묭
예상하신 대로 저는 사교육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ㅎㅎ 한국에서 사교육이 이렇게 치열해진 이유는, 공교육 구조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와 입학은 어렵지만 졸업은 쉬운 대학 구조가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가 개선된다면, 학벌 중심 문화도 점차 완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고기먹이
주변에 꽤 영유를 보낸 것 같아요. 저는 맞벌이다 보니 생각자체를 못해봤거든요
라이딩자체가 안되니까요 저희 집 주변에는 영어로 빵 만드는 수업이 있는데요
1시간반 수업이 6만원 입니다. 다른 가까운 빵만드는 수업 1시간에 2만8천원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영어 단어가 붙으면 일단 금액이 어마어마해지는 효과가 있고, 이런곳은 멀리서도 찾아오시더라구요

리지
와... 영어 제빵 수업 수강료가 거의 두 배네요!

물고기먹이
맞아요 사실 수업에 부모들이 참관하는게 아니여서 얼만큼의 영어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죠 허허허

소설쓰는지영입니다
다음은 서윤빈 작가님의 <소나기>입니다. 자연스레 동명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에서 '나'는 "시골이라고 자연을 뛰노는 순수한 소년 소녀"는 없는 곳, "자연이란 몰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은신처에 불과"한 곳에서 사는데, '윤이'를 만나 "인생의 문제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전의 '나'에게 인생은 "유흥거리들을 통칭"할 뿐이었는데 말이죠. '윤이'는 어쩐지 이곳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유흥거리-인생에서 마주친 적도 없고, 이상하게 아는 선배도 많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어쩌다 윤이와 어울리게 된 '나'는 함께 밥을 먹습니다.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입도 맞추고, 그러다 술도 마십시다. 술 때문이었을까요, 윤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더니 전교 3등에서 5등으로 떨어지고 말아요. 그리고 나는 2학년이 되고 윤이가 학교에 돌아왔다는 얘길 듣습니다.
"친구는 1층까지 내려가지 않고 2층에서 멈췄다. 그리고 나를 1학년 교실로 이끌었다. 작년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 '대학 학과별 수능 점수 커트라인'이 교실마다 붙어 있었다. 친구가 걸음을 멈춘 곳은 1학년 5반 앞이었다. 우리를 알아본 몇몇 96퍼센트가 인사를 했고, 누굴 찾아왔느냐며 교실 뒷문을 열어주었다. 열린 미닫이문 사이로 책상에 앉아 있는 윤이의 모습이 보였다. 윤이의 가슴팍에는 1학년들이 달고 있는 것과 같은 색의 명찰이 붙어 있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는 죽음을 맞이하고, 서윤빈의 <소나기>에서 소녀는 영원히 1학년으로 살아갑니다. 상위 4%만이 대학에 가고 나머지는 "대입은 망한 거나 다름없"는 세계에서 5%가 되었다는 이유로 다시 1학년으로(한 번이 아니죠) 다시 시작하는 윤이 또한 죽음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약간은 공포물을 읽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몇 년 후의 '윤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몇 년 후의 '윤이'를 들려주세요.
Hwihwi
정말 소름돋는 마무린데요. '여고괴담'의 변형 버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4%안에 들지 못해, 도돌이표를 찍듯 다 시 1학년으로 돌아온 윤이의 모습이 현실과 겹쳐보였을까요? 고교학점제가 시작되고, 단 한번의 실수도 실패로 생각한 학생과 그의 부모들이 자퇴라는 결정을 내리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고교학점제의 실효성, 부족함을 차치하더라도, 단 한 번의 실수가 원하는 대학을 가는 데 엄청난 영향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리셋을 선택하는 아이들. 누구를 위한 교육제도 개편인지? 96%에 속하는 나도 4%에 속하는 상위권도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 같지 않아 속상했습니다.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저도 '여고괴담'이 떠올랐어요ㅎㅎ 2020년대 버전의 여고괴담일 수도 있겠네요. 10년 후에 '나'가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도 '윤이'가 노란 1학년 명찰을 달고 있을 것 같아요.
Hwihwi
'여고괴담'과는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고등학교가 아닐 뿐, 공 시, 고시, 입시에 매여 공부하는 수많은 장수생들이 윤이의 다른 얼굴이자 이름이었네요.

리지
위에 댓글에, 윤이의 미래는 여고괴담 변형 버전일 것 같다는 말씀에 너무 공감합니다. 윤이는... 대입 전형이 자꾸 바뀌면 어쩌나 전전긍긍할 것도 같네요.
음, 저는 도피를 선택하는 윤이와 윤이의 부모를 상상해 봤어요. 윤이가 대입에 실패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일 것 같아서, 유학원 통해서 해외로 나가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갈 것 같기도 해요. 주변에도 자존심 상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고요. 사실 이런 사례는 지금도 많이 있는 일이라 뭔가 씁쓸하네요. 흠. 어떻게 하면 윤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네요.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사라지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관계를 끊어 버리는 거죠. 제 주변을 떠올려 보면 시험 준비를 하다가 안 됐고, 그럼 친구와도 '안녕'을 택하는 케이스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과 비교하면 윤이는 학교를 떠나지 않으니 미약할지라도 작은 끈을 남겨 둔 게 아닌가 싶거든요. 사실 윤이의 미래를 부정적으로만 봤는데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윤이에게는 변화의 가능성이 그래도 있지 않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일지도 모르겠어요.

Alice2023
정말 가장 스릴러 같은 결말이었어요.
1등급을 받으려고 시골 학교로 가는 친구도 있고
자퇴를 하는 친구도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
우리 윤이는 언제까지 1학년을 다녀야 할까요.
지쳐 나가떨어질까봐 마음이 아프네요.
혹시 작가님이 "윤이"를 나가 상상속에서 만난 친구나 유령으로 설정하신 것은 아니길 바랄 뿐이에요.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윤이에 관해 언급하는 걸 피하지 알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상상 속에서 만난 친구나 유령은 아닌 듯하지만 윤이의 삶이 유령과 다름 없어 마음이 아파요.. 4%만 대학에 가는 게 이상한 건데 말이죠.

쿨영
요새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로 고등학교 자퇴가 늘어났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2배이상 늘었다던데 충격이었어요. 공교육의 망가짐, 학교 탈출 러시...온갖 이야기들이 나오네요. 윤이는 다시 또 1학년으로 살아가는데, 1년 더 하여 상위4%를 만들고야 말것 같은 모습이에요.
고등 자퇴는 1학년 2학기부터 빠른 결정을 하여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 정시에 올인하여 공부하는 길 이랑, 윤이처럼 같은 학교에 재입학하여 (작년에 고1때 경험해놓은 내신공부를 다져서) 4%(고교학점제로는 1등급10%)에 재진입하여 성공하는 길, 다른 학교에 재입학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선택지들을 주나봐요. 학교라는 공간이 왜 필요한지 다시금 묻게 되고, 대입의 성공을 위해서만 고등학교가 존재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계속 남거나 하여 학교 공간이 붕괴될 거 같아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새로 시행된 고교학점제 환경이 지금 학교 당사자들(선생님들,학생들, 부모님들) 모두에게 힘들고 버거운거 같아요. 부디 제도를 자주 바꾸지 말고(누더기가 되더라고요ㅜㅜ) 큰 그림의 목표를 잡고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다음에 천천히 시행해나가기를 교육부에 부탁합니다.
지니00
다이어리 꾸미기를 할 때 글자 하나 틀렸다고 다이어리를 바꿔버리는 완벽주의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하면 완성한 다이어리는 볼 수 없겠죠. 마찬가지로 몇년 후 윤이는 성공한 상태는 아닐 것 같아요. 공부를 안하는 학교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4등안에 못든게 두 번이면 원래 그런 능력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학년인데도 그러면 2,3 학년 올라가서는 더 떨어질 것 같아요. 언제까지고 학년을 꿇을 수는 없으니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보거나 윤이의 정신 건강이 망가져 더욱 더 추락한 상태가 되겠지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밍묭
이 작품을 읽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윤이의 미래를 상상하기조차 싫었는데요, 그래도 굳이 그려본다면 긍정적일 것 같지는 않아요. 삶의 목표와 의미가 오로지 성적과 대학에만 치중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일 테니까요.
GoHo
‘얘들아, 오전 8시에 등교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자리에 앉아서 듣기 싫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거야.’
‘학교는 지식 습득만 하는 곳이 아니거든. 너희는 신인류,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야. 평균 수명이 100세가 넘으니 아직 시작 단계인데 벌써 한계를 정하고 포기하는 게 안타까워. 그러니까 하나라도 해 보자, 함께.’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을 만난다면 아이들이 고민도 없이 무기력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곰딩이가..
복도를 지나는데 누가 뒤에서 이름을 부르더랍니다..
'곰딩아~'
선생님이시더래요..
'뒷모습만 봐도 누가 봐도 곰딩이다..ㅎ'
하시면서 지나가셨다는데 신나서 얘기를 하더군요..
아이들은 어쩌면 별거 아닌 관심 한마디.. 선생님이 친근히 불러주는 이름 세 글자..를 목말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저도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제가 이름을 불러주고, 또 사소한 것을 기억하면 되게 행복해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태도도 살짝 달라지고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커다랗고 어마어마한 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작은 것에서 시작하고, 그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같습니다. 교육 현장에 그런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많이 계실 거고요. 또 일상에서, 저의 일에서 얼마나 다정한 작은 한 마디를 했는지 돌아보게 되고요.

쿨영
이름을 불러주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 시를 좋아하는데,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 주는 것만으로도, 간단한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매일 매일 좋은 기분을 느끼며 한걸음씩 나아가며 커나갈 것 같아요. 뒷모습, 뒷통수, 걸음걸이만 봐도 곰딩이 인 것을 알아채는 선생님의 섬세한 마음에 곰딩이가 얼마나 신났을까요?^^ 어느 선배엄마가 얘기하셨어요: 우등생인 큰 딸 키울 때는 몰랐는데 둘째 아들이 하루 종일 고딩때 잠만 자다가 하교하고 돌아오니, 교실의 95% 아이들이 하루 종일 불편한 자세로 책상에 엎드려 그 귀한, 황금 같은 고딩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런 이후로 둘째 아들의 마음을 많이 헤아리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요. 황금 같이 멋진 청소년기를 아이들이 좌충우돌 경험하며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 올까요....
GoHo
“96퍼센트가 대학에 갈 수 없다면 대학에 가는 4퍼센트가 문제 있는 사람인 거 아니야?”
- <소나기>,서윤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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