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결론을 내려주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이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논의하고 탐색하며 사고할 수 있는 장을 펼쳐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성정체성은 학교에서 고전적인 도덕.윤리의 관점으로만 판단해서 다른 성향에 대해 부정한 존재로 정의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수북플러스] 5. 킬러 문항 킬러 킬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GoHo
Hwihwi
페미니즘 반대, 퀴어 반대에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에 한 모임에서 성교육과 관련된 '젠더'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는데요. 그 단어가 사람들의 얼굴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한눈에 알게되었습니다. 그들이 떠올린 것은 아마도 '트랜스젠더'의 그 젠더였겠죠. 제가 말한 젠더는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성 역할이라는 의미였는데, 그들의 머리 속엔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단어 하나도 우리는 비스무리한 선에 닿지도 못했는데, 혐오의 의미로 변질된 수많은 단어들이 사람들의 마음엔 이렇게 하나 둘씩 쌓여서 견고한 벽을 만들어내고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답답해졌습니다. 애초에 페미니즘과 퀴어가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있나요? 논의의 대상이라 생각했던 좁은 세계에 살던 저는 아리송해졌습니다.
밍묭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학교에서 꼭 가르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는 결국 나도 언젠가 배척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스펙트럼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다양성을 이해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렙토끼
스펙트럼처럼 다양하다는 걸 배워도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ㅠㅠ 아직 갈 길이 먼거 같긴해요
밍묭
동의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멀어요ㅠㅠ

리지
다른 분들의 댓글을 읽으며 많이 동감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경험할 수 있는 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학교가 특정한 것에 대해 반대하고, 반대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건 편협한 관점을 심어주는 일 같아요. 한편으로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교육이니까… 국가는 인구가 계속 생산되어야 지속 가능한 구조다 보니, 퀴어에 반대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있지만요.

아린
교사와 학부모 모두 살얼음판에 서 있는 시국인 만큼 아이 담임의 유튜브 방송을 보고 격분한 엄마가 되는 건 좋지 않았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구슬에 비치는 중에서 ,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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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는지영입니다
정답을 찾아주는 것보다 스스로의 답을 찾아 길을 떠날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는 곳이 학교여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근데 지금 교육 현장에서 이게 가능한가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이고요.

쿨영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도록 안내해주고, 기다려주고, 믿음을 주고 격려해주어야 되는 곳이 학교인 것 같아요. 세상이란 곳은 정답이 꼭 있지 않고 모든 것이 불확실해서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길러주는 곳이 학교인 것 같은데, 정말이지 현재 학교는 그러기 힘든 곳이예요.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나의 편을 만날 수 있다면 최고일듯요)

꽃의요정
어제 EBS 다큐프라임에서 '공부불안'이란 프로그램을 하길래 봤는데, 저희 엄마아빠가 보시면서 "야 너네 때가 더 했어! 요샌 애들 이라도 적지"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우리 땐 지방국립대가 서울 중상위권 대학과 성적도 비슷했고,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적당히' 공부 잘하는 걸로는 서울로 유학 보내기 힘든 집들은 그냥 지방 국립대 보냈지만, 요새는 다들 서울로만 몰려서 좀 다른 것 같다."고 말씀 드렸지요.
사실 요새요새 하는데, 저 '국민학교' 6학년 때쯤에 '수능'이라는 시험제도로 대입시험이 바뀔 거니 다들 대비해야 한다고 학습지 회사에서 엄청 광고하고 난리였거든요. 그때도 매년 대입제도는 바뀌어서 불안에 떨던 시대였던 게 기억이 났습니다. 한국은 언제쯤 '불안'을 팔지 않는 사회가 될까요? ㅜ.ㅜ

소설쓰는지영입니다
가을 장마라고 불러도 될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모임 시작할 때만 해도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곧 경량 패딩이나 플리스 자켓을 꺼내 입어야 할 듯해요. 한 달이 매우 빠르게 지나간 기분입니다. 교육 현장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다양하게 담아낸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속 14편의 짧은 소설들을 읽고 얘기 나누면서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바라는 ‘학교’, ‘교육’의 풍경은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모임을 가지면서 하셨던 생각들도 편안하게 들려주세요.
Hwihwi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음에도 가장 변하지 않는 곳이 학교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고 슬픕니다.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만해도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중학교를 가면 세상 무기력한 얼굴로 교실에 앉아있습니다. 잠을 잘 못잤다는 아이들에겐 꿈이 없습니다. 뭘 잘하는지, 하고 싶은지, 그걸 찾을 의욕조차 없습니다. 왜 피곤하지 물어보면, 학원 숙제를 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쉬는 시간에도 많은 학생들이 학원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역할은 뭔지? 혼란스럽습니다. 이상적인 학교, 교육의 청사진은 얼마든지 그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풍경을 정말 만들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예전에 마왕이 말했듯이 어느 날 어느 시점에 모든 학부모가 이제 이런 교육은 그만합시다라고 모두가 선언해야 이 지옥이 끝날거라고 했던 그 새벽의 음성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무기력한 어른이 되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GoHo
맞아요..
우리 이제 애들을 지옥에 몰아 넣는 일은 그만 합시다!
하면서 과잉 경쟁교육을 향해 아이들 등을 밀어대던 손을 일시에 떼어내고 멈추면 될텐데요..
사교육의 폐해.. 경쟁교육의 폐해를 말하면서도..
손은 계속 아이들 등을 밀어대고 있지요..
벼랑일수도 있는데..

쿨영
반짝이던 눈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중학교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세상 무기력한 얼굴로, 빛과 생기를 잃은 채 하루의 많은 시간을 책상 위에 엎드려 보내는 이 현실.... 뭔가를 챗바퀴돌듯이 열심히 하는데, 정작 하고 싶은 것은 없다고~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하니ㅜㅜ hwihwi님 말씀처럼, 교육 현장을 바꾸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어른임에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저도요

리지
한 달 동안 같이 소설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학교와 교육은 경쟁이 전보다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아직 아이가 없는데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런 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이유도 극심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것을 경험해 보고 싶은 게 주된 이유기도 했고요. 오늘 읽었던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기사에도 너무 공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교육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방향성을 가지고 계신 게 존경스럽기도 했어요. 여기에서 같이 이야기 나눴듯이 학교는, 교육은,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시도해보는 기회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으면 하고요. 어떻게 하면 이런 공간을 만을 수 있을지… 이 모임이 끝나도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쿨영
상대가 실패하고 방황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백, 그게 사랑이래요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지옥의 온도', 172쪽,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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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영
작고 예쁜 것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웃는 시간 자체가 좋았다......그런 날이 또 올지, 앞으로 몇 번이나 같이 놀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우리들의 방과후", 203-204쪽,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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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영
몸이 힘들면 호기심이 떨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진다. 창의력은 심심할 때 생긴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덜 싸우고 덜 상처받는 전략, 102쪽,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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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영
지금 시대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늘 부족한 것은 '시간', 특히 심심할 수 있는 시간, 멍 때릴 수 있는 시간, 자연을 느끼고 사랑하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 친구와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런 심심한 시간들이 넘쳐나면, 심심함을 이겨내기 위해 & 심심함을 즐기기 위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되고 책도 꺼내서 읽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 별빛 같은 아이들의 호기심이 발동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솟아나게 될거예요. 아이들에게 심심함의 시간을 돌려주고 싶어서 이 문장을 수집했습니다^^
Hwihwi
“ 그곳의 작은 인간은 왜 사라짐을 택하는 걸까. 그곳은 어째서 아이가 스스로 사라지는 걸 지켜만 보는 걸까. 아니, 어쩌자고 그런 세상을 만든 걸까. ......나는 언제까지 조각난 아이를 만나야 하는걸까. ”
『킬러 문항 킬러 킬러』 p.150, 이기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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