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5. 킬러 문항 킬러 킬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마이클 선생님이 영어를 하나도 섞지 않고 말한 이 문장이 인상적이에요!
엄마가 그랬어요. 상대가 실패하고 방황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백, 그게 사랑이래요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비가 그치고 찾아온 푸른 하늘을 보며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유미 작가님의 <우리들의 방과 후>를 보겠습니다. 6학년 1반 서진과 효우는 단짝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수업 시간표도, 학원이 끝나는 시각도” 다르고, “집도 효우는 학교 정문 쪽, 서진은 후문 쪽이라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은 학원 가기 전이 30분 정도가 전부”예요. “그 30분을 확보하기 위해 효우는 학원 셔틀버스를 포기했고, 서진은 효우의 학원까지 걸어갔다가 혼자 학교 쪽으로 돌아온 뒤 학원에” 갑니다. 둘은 언제나 할 얘기와 할 것들이 많지만 방과 후 일정이 빡빡하기에 다 할 수는 없습니다. 2주 후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그 30분마저도 사라집니다. 효우가 학군이 좋은 동네로 떠나기 때문이에요. 학군 때문에 이사하는 건 이 동네에서 굉장히 흔한 일이고요. 하루쯤은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특강이 있어 그마저도 안 됩니다. 서진과 효우, 두 아이가 “새로 나온 햄버거 세트를 같이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요? <우리들의 방과 후>는 굉장히 따뜻한데 또 한없이 서늘한 이야기였는데요, 소설을 다 읽고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우가 서진에게 준 핫팩이 있으니까요. “주머니 안의 핫팩은 아직 뜨끈뜨끈하고 언제까지나 열기가 식지 않을 것 같았다. 서진은 핫팩을 반대쪽 주머니로 옮겼다. 덕분에 학원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다.” 저는 여러분의 ‘핫팩’이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수다 떠는 순간과 자정에 시작하는 라디오가 저의 핫팩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이나 요즘 여러분의 핫팩에 대해 들려주세요.
저희가 예전에 살던 동네도 4-5학년만 되면 이사 안 가세요? 전학 안 보내세요? 가 인사였는데 그때 생각이 나네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 막간의 탕후루,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코인 노래방가 추억이듯이 제가 학생 때는 뒷문으로 몰래 나가 먹던 떡볶이, 매점으로 달려 가서 먹던 불량 식품들, 그리고 작가님도 얘기하신 라디오가 우리시절 핫팩이었네요. 아 특히 겨울엔 학교 앞 어묵이랑 붕어빵이요 ㅎㅎ
저도 실제로 카페에서 이런 대화를 하는 분들을 본 적이 있어요. 언제 이사를 가야 하는가. 마지노선은 중3 겨울이다!!!, 라고 하더라고요. 노트북 두드리면서 엿들었죠. 근데 보니까 이사를 갈 수 있는 것도 일단 부모의 재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이의 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대학에 가고, 근데 또 아이들은 스스로 하지 못해 부모가 개입하고... 이런 흐름이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우리들의 방과 후> 너무 슬프게 봤습니다. 그 시절을 다 겪고난 어른으로써의 시점으로, 그 둘이 앞으로 못만날 것 같다는 직감이 느껴졌어요. 저 역시 학창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인데 그 시절에는 평생 볼 줄 알죠. 아주 짧은 기간이기에 참으로 소중한 시간인데 그 당시에는 모르죠ㅠㅠ 어른들이 그 소중한 시간을 빼앗게 되어서 너무 속상합니다.
저도 학창시절 친했던 친구들과 연락이 못한지 오래됐는데, 죽을때까지 기억할 친구이름까지 가물가물 잊어버릴 줄 몰랐어요. 지니님 말씀처럼 평생 보면서 즐겁게 지낼 줄 알았죠. '친구'란 걸 알게되면서 정겹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초중고 채 10년도 안되는 것 같아요. 긴 인생에서 아주 짧은 시간이니 정말 소중한 때이고요....
서진과 효우가 방과후 30분의 짧은 시간을 아껴가며 쓰는 것에 웃음이 번지기도 하네요. 그저 작고 예쁜 것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웃는 시간 자체가 좋은 아이들인데요! 초등 시절에도 하루 종일 친구랑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니 씁쓸하고 마음 서늘하네요. 저희 동네는 초등-중등때 이사 나가는 곳은 아니어서 초중고 12년을 같이 학교다니며 졸업한 아들 친구들이 많아요. 대학와서 성내천에서, 학교에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뛰놀며 만났던 꼬맹이 친구들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네요ㅎㅎ 저의 핫팩에도 라디오~ 별밤이 있었고 그땐 펜팔 만들기가 있어서 스웨덴인지(가물가물) 살던 친구랑 어설프게 영어로 편지주고 받던 그 행복이 있었어요
저는 '음악도시'였습니다^^ 12시부터 2시까지, 그래서 학교 다녀와서 일단 자고 11시 즈음 일어나 라디오를 듣고 또 새벽에 4, 5시에 다시 자고.... 이런 생활을 몇 년 했어요.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에는 '이은혜 작가'님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격주간지로 나오던 '댕기'가 나오는 날 아침엔 마음이 두근두근했답니다. 하굣길에 댕기가 제대로 입고되었다는 포스터를 보고, 괴성에 가까운 탄성을 내지르며, 서점으로 달려가던 기억이 선합니다. 친구들과 그 짧은 길을 같이 걸으며, 만화잡지를 같이 읽으며, 그 때도 존재했던 k-만화의 절묘한 끝에 절망하며, 15일을 견뎠던 그 때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답답하고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도 견뎌낼 수 있었네요.
저도 밤에 듣던 라디오가 생각 나요! 야자 시간에 몰래 들으려고, 줄 이어폰을 교복 자켓 소매로 넣어서, 턱을 괸 것처럼 한 쪽 귀를 괴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있어요ㅋㅋㅋ 그리고 잠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마다 쪽잠을 잤던 것도 핫팩이었던 것 같아요. 용돈 받으면 문구점 가서 매대를 실컷 구경하고, 색깔이 예쁜 펜이나 귀여운 포스트잇 하나씩 사 모으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었어요. ‘수능 끝나면 하고 싶은 일’ 목록을 만들면서도 나름 기뻤던 것 같아요.
아니, 리지 님ㅎㅎㅎ 혹시 제 친구인가요?? 수업 시간 도중 라디오를 듣겠다며(좋아하는 가수가 게스트로 나온 거죠....) 교복 자켓에 이어폰 넣어서 턱 괴고 듣던 친구가 있었어요 ㅎㅎㅎ 저는 비슷한 상황에서 녹음을 택했습니다...!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 동생이랑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문방구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 학교에서는 잘 안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함께 풀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간 적도 있고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뤄낼 수 있는 따수움을 종종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김현 작가님의 <김남숙> 얘기를 해볼까요. 그저 한 인물의 이름뿐인데 강렬한 인상을 주며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나’는 “이쪽”에 있는 사람인 거 같아요. 쇼트커트인데다가 전우석이라는 남자친구도 있으니 “이쪽”을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나’에게 김남숙이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남다른 김남숙”은 이 사회가 (꼴)페미니스트라고 규정짓는 것들, 외적 모습이나 행동 등을 합니다. 수업 시간에 “성소수자 인권”에 관해 찬반 토론이 벌어진 날, ‘나’는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하는 순간에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과 한 교실에 있”다는 사실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낍니다. “마음의 잔물결이 퍼져나”간 날이죠. 학교 선생님 중 학생들을 이해해주던 “체육”(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고 김남숙도 겉모습도 조금은 변해요. 학교를 떠난 후 ‘나’는 퀴어퍼레이드에서 “체육과 김남숙이 손잡고 걷는 걸. 춤추는 걸.” 봅니다. 그리고 연락해요. “쌤, 내년엔 퀴퍼 같이 와요!” 소설에서 “이쪽”으로 말하는 성적 정체성을 가진 ‘나’의 시선으로 사회의 문제들,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성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선 페미니즘 금지, 퀴어 금지”인데 그것들과 뗄 수 없는 ‘나’는 그렇기에 모조리 금지 당하며, 그래서 아닌 척 연기해야 하는데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 김남숙이 있어 금지의 세상에서 졸업할 수 있어요. 금지의 바깥에서도 금지는 여전합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어딘가 다른 그러나 전혀 다르지 않은 기쁨을 느”낍니다. 학교에서 페미니즘 반대, 퀴어 반대를 외치는 게 과연 교육적일까요? 이 같은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아 이번 이야기 <김남숙> 은 사교육과 상관없는 몇 안되는 이야기중 하나인 것 같아요. 흠.. 무언가를 반대하거나 금지하는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되네요. 페미니즘이건, 동성애를 지지하건 반대하건 자기 의견을 내고 건전하게 나누는 과정이 진정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일텐데 물론 이런 교육을 하면 부모님들이 바로 전화를 하겠죠. 그나마 세상에 대한 편견을 가지기 전인 10대에 열린 마음을 갖는 교육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할텐데 안타깝네요.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죠. 오히려 숨기고 억압할수록 비뚤어진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관점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통해 페미니즘, 퀴어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네요.
학교에서 결론을 내려주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이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논의하고 탐색하며 사고할 수 있는 장을 펼쳐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성정체성은 학교에서 고전적인 도덕.윤리의 관점으로만 판단해서 다른 성향에 대해 부정한 존재로 정의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 반대, 퀴어 반대에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에 한 모임에서 성교육과 관련된 '젠더'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는데요. 그 단어가 사람들의 얼굴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한눈에 알게되었습니다. 그들이 떠올린 것은 아마도 '트랜스젠더'의 그 젠더였겠죠. 제가 말한 젠더는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성 역할이라는 의미였는데, 그들의 머리 속엔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단어 하나도 우리는 비스무리한 선에 닿지도 못했는데, 혐오의 의미로 변질된 수많은 단어들이 사람들의 마음엔 이렇게 하나 둘씩 쌓여서 견고한 벽을 만들어내고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답답해졌습니다. 애초에 페미니즘과 퀴어가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있나요? 논의의 대상이라 생각했던 좁은 세계에 살던 저는 아리송해졌습니다.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학교에서 꼭 가르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는 결국 나도 언젠가 배척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스펙트럼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다양성을 이해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펙트럼처럼 다양하다는 걸 배워도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ㅠㅠ 아직 갈 길이 먼거 같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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