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화서> 읽기

D-29
시는 일상에 닳아빠진 관절들을 갈아끼우는 거예요. 조사, 조동사, 접속사 같은 것을 교체함으로써 말이에요. 시의 기울기는 '그리고 그런데 그러나' 같은 접속사에 의해 만들어져요.
무한화서 - 2002-2015 91-92, 이성복 지음
각이 있어 시가 되는 것이지, 비유 때문에 시가 되는 건 아니에요.
무한화서 - 2002-2015 98, 이성복 지음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줘요. 앞모습은 위장할 수 있어도 뒷모습은 속일 수가 없어요. 대상의 뒷모습을 포착하는 시는 조용하게 다가오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요.
무한화서 - 2002-2015 143, 이성복 지음
멋있는 것, 지적인 것, 심오한 것 찾지 마세요.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에서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시예요. 사소한 일상보다 더 잔인한 건 없어요.
무한화서 - 2002-2015 135, 이성복 지음
세상에서 의미 없는 건 하나도 없어요. 모든 미친 것들에게, 미치지 않으면 안 될 사연 하나씩 찾아주는 게 시예요.
무한화서 - 2002-2015 129, 이성복 지음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질문 자체가 답이에요.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에요.
무한화서 - 2002-2015 151, 이성복 지음
무엇보다 주파수를 맞추세요. 그러면 잡음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요.
무한화서 - 2002-2015 180, 이성복 지음
그냥 지나가는 말 하듯이, 인상 쓰지 말고 한 가지만 얘기하세요. 그래야 리듬과 이미지가 살아나요.
무한화서 - 2002-2015 182, 이성복 지음
시는 기지의 것에서 미지의 것으로 가는 짧은 여행이에요. 그 여행에서 하나의 앎이 만들어지고, 그 여행에서 돌아올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지요.
무한화서 - 2002-2015 225, 이성복 지음
한 행 쓸 때 오로지 그 행에만 집중하세요. 한 행이 진실하면 모든 행이 진실해요.
무한화서 - 2002-2015 246, 이성복 지음
" 나는 음표는 몰라도 , 쉼표 하나는 다른 연주자들보다 잘 연주할 수 있다." 참 무서운 말이에요.
무한화서 - 2002-2015 243, 이성복 지음
시 쓰기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에요. 내가 쓴 첫 구절을 감옥이라 생각하고, 살아나갈 길을 만들어야 해요.
무한화서 - 2002-2015 247, 이성복 지음
좋은 사람 좋아하는 게 무슨 사랑이겠어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게 사랑이지요. 그처럼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게 시가 아닐까 해요.
무한화서 - 2002-2015 260, 이성복 지음
모든 사연을 지워버리고 '그리고'로 시작해보세요. 우리 안에 내밀한 상처, 미처 돌보지 않은 거친 것들이 올라올 거예요. 우리의 참 모습은 '그리고' 이후에요
무한화서 - 2002-2015 276, 이성복 지음
이 지루한 아름다움! 우리가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오직 견디는 것뿐. 위로 안 받기 위해 좀 더 강해지기 위해 우리는 시를 쓰는 거예요.
무한화서 - 2002-2015 280, 이성복 지음
시라는 공은 현실의 균열을 낼 뿐더러, 스트라이크 존 자체를 우그러뜨리는 거예요.
무한화서 - 2002-2015 285, 이성복 지음
시는 틈새 만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우리는 시가 만든 틈새만큼 숨 쉴 수 있어요. 그 틈새만큼이 인간의 자리예요.
무한화서 - 2002-2015 286, 이성복 지음
시 또한 중심을 옮기면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궤도를 만드는 거예요.
무한화서 - 2002-2015 284, 이성복 지음
시에 대한 감이 없으면 인생에 대한 감도 없다고 봐야 해요.
무한화서 - 2002-2015 322, 이성복 지음
글은 씌어지면서 스스로 정리되고 마무리될 테니까요. 그냥 바람 쐬러 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시작하세요.
무한화서 - 2002-2015 324, 이성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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