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리얼리티

D-29
우리는 다시 체계를 바라보고 공격할 만한 취약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관심의 초점을 맞출 만한 곳은 양자 측정 과정, 파동 함수의 붕괴, 양자와 고전 세상 사이의 ‘고약한 단절’ 정도가 될 것이다. 벨은 양자 측정의 실재론적 해석에 대한 불편함을 1990년 발표한 글에서 완벽하게 요약했다. “어떤 물리계에 ‘측정자’ 역할을 할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우주의 파동 함수는 도약하기 위해 지구상에 단세포 생물이 등장할 때까지 수천 년을 기다려온 것일까? 아니면 박사 학위를 가진 좀 나은 생물이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나?”
퀀텀 리얼리티 - 짐 배것의 양자역학 깊이 읽기 짐 배것 지음, 배지은 옮김
이 실험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파동 함수의 붕괴하고 생각했던 것이 철학적 또는 수학적 추상이 아니라 실제로 관찰할 수 있고 정량화할 수 있는 진짜 물리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이제는 이게 진짜 물리적 과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파동함수의 붕괴에 대한 물리적 설명으로 양자 측정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파동함수의 붕괴가 실제 물리적 사건이라면 파동 함수 자체도 실체라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아닐 수가 있는가? 결맞음 상태의 강도를 낮출 물리적 무언가가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 … 안타깝게도 벨의 주장대로 결어긋남은 측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결어긋남은 측정 장치와 그 주변 환경 안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상태로 희석시켜 간섭항을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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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양자 이론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고전적 중력이 먼 거리에서 가하는 작용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휘어진 시공간으로 대체된다. 시공간의 곡률은 그 안에 존재하는 질량-에너지의 밀도와 관련이 있다. 휠러는 여기에 대해 “시공간은 물질에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말해주고 물질은 시공간에 어떻게 휘어져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이 논리를 바탕으로 파인먼을 필두로 한 여러 물리학자는 시공간 구조 자체가 양자역학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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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라조스 디오시, 이후 1996년 로저 펜로즈는 앞서와는 다른 자발적 붕괴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이 이론은 현재 디오시-펜로즈 이론으로 불린다. 그들은 특정 시공간 곡률의 영역과 만나면 중첩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궁극적으로 붕괴해 특정 양자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 결어긋남과 GRW 이론에서는 입자의 개수가 붕괴의 열쇠를 쥐고 있지만 디오시-펜로즈 이론에서는 주위 시공간 곡률의 범위를 결정하는 질량-에너지 밀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펜로즈는 그의 유명한 책 <황제의 새 마음>에서 이렇게 썼다. 내가 볼 때 ‘상당한‘ 크기의 시공간 곡률이 도입되는 순간 양자 선형 중첩의 규칙들은 틀림없이 깨진다. 바로 이 순간에 여러 대안 상태의 복소 선형 중첩은 확률 가중치를 갖는 하나의 대안으로 대체된다. 대안 가운데 하나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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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깔끔한 이야기다. 양자 규모에서는 중력(시공간의 휘어짐) 효과가 아주 미미하다. 따라서 파동 수는 슈뢰딩거의 방정식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한다. 그러나 파동 함수가 고전적인 측정 도구를 만날 때는 중력 효과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물론 양자계는 지구의 중력장 안에 자리 잡은 실험실 안에서 만들어지므로, 펜로즈는 두 상황의 시공간 곡률 차이 때문에 붕괴가 일어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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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로즈는 최근에 발간된 <패션, 신앙 그리고 판타지>에서 이런 아이디어들을 검중하는 ‘현재 진행 중인 제안들’을 요약 정리했다. 그중 하나가 궤도 위성에 설치하는 거시 양자 공진기MAQRO인데, 사물의 중첩에 대한 영자역학의 여러 예측을 1억 개 이상의 원자들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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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다. 인간의 의식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내놓은 이 문제의 해답은 상당히 단순했다. 과정 2로 서술되는 양자역학이 고전적 측정 장치에도 마찬가지로 잘 적용된다면, 인간의 감각 기관과 뇌의 연결, 뇌 자체의 기능에서 양자역학을 적용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실험실 천장에는 계기판 화면을 비추는 조명이 달려 있고 계기판에 반사된 빛 일부가 모여서 관찰자의 망막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 빛은 관찰자의 시신경에 전기 신호를 일으키고 이 신호가 관찰자의 뇌 뒤쪽에 있는 시각령으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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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식이 있는 존재는 양자역학에서 생명 없는 측정 장치와는 다른 역할을 맡은 게 틀림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을 정통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모순으로 볼 필요는 없다. 내 친구의 의식이 불빛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아닌지가 무의미하다고 믿는다면 모순은 없다. 그러나 친구의 의식을 어느 정도 부인하는 것은 분명히 부자연스러운 태도이고, 유아론에 접근하는 것이며, 여기에 진심으로 동의하는 사람은 것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위그너의 친구 패러독스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파동 함수의 비가역적 붕괴가 불빛을 접한 첫 번째 의식을 통해 일어난다고 가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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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전에는 하나의 관찰자 상태였던 반면, 관찰 이후에는 관찰자에 대한 다수의 상태가 중첩되어 발생했다. 이들 각각의 상태는 하나의 관찰자에 대한 상태이므로, 우리는 다양한 상태가 서술하는 다양한 관찰자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반면 포함된 물리계는 동일하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들은 같은 관찰자로서 다양의 중첩의 요소에 대해 다양한 상태 안에 있는 것이다. 에버렛은 관찰자가 두 가지 결과를 동시에 경험하는 의식의 중첩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관찰자가 서로 다른 상태로 ‘갈라진다’고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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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계 해석의 지지자들은 다세계 해석이 슈뢰딩거 방정식이 서술하는 연속적인 역학만을 가정하고 더는 가정하는 것이 없으므로, 완벽한 양자역학 이론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충족시킨다고 광고한다. … 이론은 수학적으로는 완벽할 수 있지만(여기에도 여러 주장이 있다), 서로를 관측할 수 없는 세상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만들어서 완성한 이론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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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는 양자 컴퓨터의 놀라운 연산 능력은 다중 우주를 활용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인수분해를 하려면 현재 우리가 가진 연산 자원의 10^500배 정도 되는 자원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그 숫자는 어디에서 인수분해가 될까? 도이치는 가시 우주 안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수가 약 10^80개 정도로 추산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양자 연산을 완성하려면 수많은 평행 우주로부터 활용 가능한 자원을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는 있지만 우리는 도이치의 주장을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다중 우주의 존재가 양자 컴퓨터의 강화된 처리 속도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원인이라는 점이다. 도이치의 다중 우주로 이어지는 다세계 해석은 문제가 꽤 많다. 우선 다세계가 양자 확률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이 해석을 이용해 보른의 규칙을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몇 년 동안 여러 주장이 오갔다. 에버렛은 자신의 논문에서 이미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에버렛의 해석에 따르면 다른 어느 우주에 있는 관찰자가 보른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측정 결과들을 관찰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어 보인다. 다세계의 열렬한 지지자인 맥스 테그마크(휠러의 또 다른 제자)는 여러 가지 흥미진진한 예제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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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재론적 관점을 선호하는 이론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왜 다세계 해석을 수용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믿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증거가 없은 상태에서 개인적인 선호를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사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나도 다세계가 양자 연산을 생각하는 방식으로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기꺼이 인정한다. 그러나 다세계를 생각한다고 해서 다세계가 실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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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또 다른 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양자역학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하게 확신한다. 양자역학은 비할 데 없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지만, 우리는 양자역학이 공간과 시간을 올바르게 다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파동 함수의 실재론적 해석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 정답으로 가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은 절대 공간과 시간이라는 낡은 개념을 끌어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력의 양자 이론이 우리의 구원자가 될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이론을 개발하려는 노력에는 기대를 걸기에 많이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기존 양자 체계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하는 것 같고 양자역학을 뛰어넘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을 초월하려는 이론은 어떤 것이든 개념상의 문제와 철학적 난제로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여기에는 사실 볼 게 아주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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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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