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래서 '번역'된 문학을 읽는 것이 좀 힘들어요.
문학은 전달 수단인 언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걸 다른 매개체로 바꾼 것이 과연 그 작품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대략의 내용만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한국 드라마 대사가 영어 번역 된 거만 봐도 언어 유희나 문화적 맥락이 전혀 전달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그것만 봐도 좋아하긴 하지만, 진짜 재미와 깊이를 이해할 수는 없잖아요.
그것처럼 저는 문학도 그런 거 같아요. 세계 문학을 읽는다는 건, 그 내용을 아는 것 좀더 나아가 주제를 아는 것 정도에 그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내용을 알고 주제를 아는 것 역시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
D-29

하뭇

소리없이
신부님께서 번역하신 것은 어떠한지 궁금했는데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리없이
“ 아무리 위대한 시인이라도 자신의 시대와 자기 역량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한 한계에만 주목하여, 모든 종교가 상호 이해하는 시대에 새삼스럽게 단테가 뭔가, 지옥을 믿고 게다가 그곳에 정적을 처넣고 싶어하는 냉혹한 인간의 시를 왜 읽는가, 혹은 한 여성을 향한 짝사랑 을 축으로 삼아 종교를 논하고자 한 망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반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해도 우리는 단테의 부정적인 면을 배우려는 게 아니다. 나는 자유로운 정신으로 인류 고전의 하나인 단테의 텍스트에 즉해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배우라고 권고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서 우리는 위대한 선구자가 시대의 억압에 어떻게 대항했는지, 어떻게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보다 잘살고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추방당한 삶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신에게 충실했던 한 인간이 인류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신곡>이다. ”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단테 『신곡』 강의고독하고 집요했던 『신곡』 50년 공부의 결실, 1년 6개월에 걸친 품격 높은 강의와 질의응답을 담은 최상의 가이드북. 저자가 서양 철학을 전공했고, 그리스·로마 문학과 가톨릭 신학을 오랜 시간 공부하고 연마했기에, 작은 용어 하나라도 시간의 축적 과정에서 파생되는 의미의 맥락을 짚은 다음 진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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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아...지옥편 읽으며 일종의 반감을 느끼고 14곡쯤에서 중단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을 동기를 주는 글입니다. 단테는 추방되어 떠돌다 죽었고 그 기간에 신곡은 썼다하니 이는 일종의 복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옥을 여러층위로 구분하고 각 층에 누구를 떨어뜨릴지 모두 단테가 정하는 거니까요. 결국 단테가 심판자네요. 엄밀히 말하면 이는 신성모독일 수도 있지않을까라고까지 생각했어요. 원제가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인것도 신화적 이야기를 끌어와 우화적 느낌을 살린것도 다 어느정도 가벼움으로 무마하기 위함인건 아닐까했죠. 그런복수라면 억울하게 고자된 후 사기를 쓴 사마천이 최고지 이건 뭐..이랬죠. 지옥 또한 그 자체로서 납득이 안가거든요.
정의는 내 지존하신 창조주를 움직여,
천주의 권능과 최상의 지혜와
최초의 사랑이 나를 만드셨노라.
3곡 처음에 나오는 글인데 여기들어오는자 모든 희망을 버리라는 유명한 글귀, 로뎅의 지옥문에도 새겨져있다는 그 글귀보다 최초의 사랑이 나를 즉 지옥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더 크게 와닿고 반감을 더 불러일으켰어요. 잘못을 지은 인간의 죄를 시시콜콜 따지고 끝없고 희망없는 지옥으로 보내면서 그 지옥을 사랑으로 만들었다니 그게 과연 신일까. 의문이 들더군요.
'장미의 이름'이란 영화를 보고 결국 종교는 두려움의 땅에서 자란다는 걸 깨닫고 지옥이라는 두려움을 기반하는교리는 거부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단테의 지옥 이야기가 시큰둥했는데 연옥은 철학이고 천국은 신학이라니 계속 읽어봐야겠네요.
이야기가 두서없었습니다. 확 와닿는 인용글이라 막 쏟아냈네요^^; 감사합니다

소리없이
저도 느껴지는 것이 많은 부분이라 문장모음 해보았는데 공감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은은
전 oh님의 이 진솔한 글이 신곡을 힘내어 읽어볼까 싶게 만들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oh
앗! 감사합니다. 큰 맥락을 놓치고 있나해서 기운 빠졌는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니 힘이 나네요^^ 다른분들 생각도 많이 듣고 싶어요!

SooHey
아우슈비츠 정문에 걸렸다는 표어 "Arbeit macht frei"(노동이 너희를 자유케하리라)가 떠오릅니다. 아마 이런 모순들이 걸리적거려 신곡을 읽지 못해왔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고 나니 그 정도 이해할 아량은 생겼는데, 읽을 시간이 없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oh
나이 먹으면 명확해질거라 생각되던 것들이 더 헷갈리고 어렵네요. 특히 선과 악에 관한 문제. 악이 선을 이용하는 방식들.
아우슈비츠에 걸렸다던 표어 섬뜩해요ㅠㅠ. 여기계신분들이 올리신 글 읽으니 단테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 뿐 아니라 시로서의 맛, 표현의 명확성과 아름다움등 여러 감상포인트가 있는 작품인듯해요. 읽을 시간이 꼭 나길 빌게요^^ 저도 그만 미루고 다시 읽습니다.

소리없이
“ 단테의 <신곡>은 천국을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을, 즉 우리는 단테와 함께 고전문학적 교양으로 지옥을, 오성과 상상력으로 연옥을 편력한 후, 그제서야 마침내 빛으로 충만한 천국에서 이성적 정신이 신의 지복으로 초대받는 기쁨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그리고 <신곡>은 그 런 기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상에 있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그리고 천국의 지복을 마음에 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성취되는, 천상과 지상의 사랑의 교류 노래인 것인다. 이를테면 지옥편은 문학, 연옥편은 철학, 그리고 천국편은 신학의 연습의 장이라 말할 수 있다. Ibid. ”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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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완독 후 지옥, 연옥, 천국을 문학, 철학, 신학의 관점으로 인식하게될지 궁금해집니다. 그나저나 여전히 지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언제쯤 연옥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하뭇
저 너무 민망해서 글을 못 쓰겠어요.
거의 읽지를 못해서. ...
각주가 하도 많아서 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읽는 것도 너무 불편해요.ㅜㅠ

물고기먹이
어? 저는 뮤지컬 보고 읽을 생각이였는걸요 껄껄껄 ㅋㅋㅋㅋ

김새섬
전자책이 꽤나 유용하네요. 일단 각주 때문에 뒤를 살펴보지 않아도 되니...
공연 전에 <지옥> 정도는 읽고 가야겠다 싶었는데, 이제 겨우 10곡까지 읽었습니다.
밥심
퇴근 길에 본 노을이 아주 분위기가 있네요. 라디오에서도 노을 이야기하는 청취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지옥의 불구덩이도 연상되어요. ㅠㅠ 집에 가서 얼른 읽어야겠어요.


소리없이
와~ 사진이 정말 멋있습니다!

은은
버스에서 어라라 저 노을 봐라 싶어 급히 찍었습니다. 저도 휘몰아치는 광폭함이 생각났는데 지옥은 못 떠올렸어요, 어서 신곡에 빠져보아야겠습니다.

밥심
찌찌뽕! 찍은 지역도 멀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같은 구름이라 생각됩니다!

소리없이
지옥을 읽는 동안 애써 삽화들을 보지 않으려고 하며 읽었음에도 묘사로 인해 뭔지 모를 찝찝함, 온몸이 찢기고 .. .. 좀 힘겨웠는데 연옥은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뭔가 자애로운 빛이 주변에 가득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결 좋습니다. 루키페르의 추락과 연옥의 산 형성 관련 부분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밥심
연옥으로 가셨다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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