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

D-29
멀리서 어렵사리 오셨는데, 더 멀리서 오신 분도 계셨네요. ㅎㅎ (온라인 모임의 특성이 여실히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대체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제가 어떻게 남해, 캐나다에 계신 분들은 만나겠어요.) 뜨끈한 국밥 드시고 가셔서 다행입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뒷풀이 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했어요. 덕분에 늦은 밤 서울 거리의 소소한 흥취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과 나눈 연극과 책 이야기도 즐거웠어요. 처음 뵈었는데도, 다들 어찌나 유니크하신지 (엄청 좋은 뜻으로), 그 반짝이는 진심의 대화들이 수천 개의 퍼즐로 이루어진 그림 속에서 조명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양을 드러내는 퍼즐 몇 조각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뒷풀이가 오히려 연극 무대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나 봅니다. 덕분에 따뜻한 즐거움과 함께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곧 SPAF가 시작하네요. 매년 소원만 하고 정작 매년 가보지 못하고 있지만 .. 프로그램이 떴기에 공유해 봅니다. http://spaf.or.kr/2025/program/program.php
극단 피악의 연극을 몇 번 봤지만 어제 본 <신곡> 지옥 파트는 굉장히 연극이라는 장르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소리없이 님께도 인상적이실거에요.
말씀을 들으니 연극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연옥편」을 읽습니다 > 9.29~10.4 「연옥편」 읽기 (1곡 ~ 33곡) 『신곡』 함께 읽기에서 진도는 작은 길잡이일 뿐입니다 「지옥편」을 아직 다 읽지 않으신 분들은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그믐 모임 29일 동안 「지옥편」만 읽어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은 좀 바뀌었는데요 ;;; 「지옥편」을 읽고 나니, 또한 연극을 보고 나니, 속도가 늦더라도 마지막까지 완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테! 힘을 내라!" <<< 베르길리우스 (= 정동환 배우님) 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ㅎㅎ ❓1. 지옥은 깔대기처럼 아래로 좁아지는 구조였던 데 반해, 연옥은 피라미드 탑처럼 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지옥과 연옥의 다른 구조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나요? ❓2. 교만 - 질투 - 분노 - 나태 - 탐욕 - 탐식 - 색욕 의 7거지악 중 이것만큼은 정말 용납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죄라 여기시는 것은 무엇이며, 그 사연은 또 무엇일까요 (어차피 "신곡"도 단테 개인의 잣대 ♬) 🎁 답변뿐 아니라 질문도 환영합니다 ^^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던져 주시는 분께 선물을 드립니다 2차 관람일에 드릴 수도 있고, 수북강녕에 오시면 드릴 수도 있어요! ✍️ 끌리는 구절이 있다면 '문장 수집' 기능을 이용해 자유롭게 올려 주세요 어떤 감상이라도 나눠 주시면 감사합니다 ♡
1. 지옥은 깔대기구조 아래로 떨어지는 모양새 천국은 피라미드구조 위로 오르는 모양새 작은 죄는 큰죄 되기 쉽고 그에 비해 선은 더 나은 선 되는 게 더 힘들다는 의미일까 싶네요 2. 게으른 사람으로서 나태라는 악을 가장 떨쳐내고 싶지만 최악은 탐욕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악들의 씨앗같아요.
1번에 언급하신 부분이 많이 와닿습니다!!
1. 지옥과 연옥의 구조에 대해서 저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지옥은 지구의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설정이었고 지하로 갈 수록 죄와 형벌의 강도가 세지고 아무래도 흔한 죄를 지은 사람이 더 많을 테니 수용할 공간이 그만큼 넓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연옥은 그 지구를 뚫고 아마도 이탈리아의 대척점이 될 뉴질랜드 부근이겠군요. (AI한테 피렌체의 대척점을 물어봤습니다. ㅎㅎ) 연옥은 천국으로 올라가기 위한 과정 중에 있는 곳이고 천국은 하늘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피라미드 산 모양이 되는 거겠죠. 오랜 세월 속죄를 해야하기에 올라가는 단계가 가파른 것이겠죠. 2. 제가 범하는 죄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나태가 가장 두드러 지는 것 같네요. 반면 용납할 수 없다는 아니어도 없었으면 좋겠다 하는 죄는 분노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세상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은 탐욕이라는 생각인데 작은 틀의 세상에서 사는 개인으로서는 사람들이 분노를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모든 싸움의 상당수가 아예 싸움으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스스로에 대한 기준들이 높으신 것 같아요 모두 엄청 부지런해 보이시는데, 그러니 이런 어려운 책 읽기 모임에도 오신 걸 텐데, 다들 '나태'를 꼽으시니 말이에요! 저는 교만 - 질투 - 분노 - 나태 - 탐욕 - 탐식 - 색욕 을 모두 범하고 있지만, 그 중에 나태가 제일 덜한 것 같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교만 = 분노 > 탐식 > 색욕 = 질투 > 탐욕 = 나태 정도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나태죄라면 저는 나태 중죄입니다 ㅎㅎ
정동환 배우님 공연을 보고 나면 정말 힘들 것 같고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진이 빠질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어제는 막상 정 배우님도 그렇지만 지옥에 빠진 인간들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체로 고통을 표현해야 하는데 몸놀림 하나하나 극한의 경지더군요. <신곡> 작품 한 번 올리고 나면 5킬로씩 살 빠지겠구나 싶었습니다. (사진은 나진환 연출님에 빙의해서 찍어보았습니다.)
앗, 그러고 보니 연출가 느낌이 나시네요! '그믐'이라는 종합 공연을 연출하시는 감독님 맞으시죠 ♡ 저도 발레 슈즈 신고 몸 좀 놀려봐야 할까요?! 배우님들 모두 너무 고생하셔서, 5kg 감량 효과는 확실해 보였습니다;;;
저는 배우님들께서 바닥에 붙어서 계속 기어다니시니깐 무릎......생각만 들던데요 ㅋㅋㅋㅋㅋㅋㅋ 넘 멋찐 사진 아름다우십니다!!!ㅎㅎㅎ
아주 늠름하게 잘 나오셨습니다! ㅎㅎ
단테가 구상한 지옥을 보면 9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구조는 도덕철학과 윤리, 신학을 충분히 숙고한 후 만들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의식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키케로의 <의무론>, 13세기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단테 시대에는 가장 혁신적인 학설이었다)의 도덕철학, 이 세 가지 사고방식을 충분히 공부하고 이들에 입각하여 지옥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람들은 단테가 지옥을 단지 이미지로 묘사했을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단순한 이미지, 눈에 떠오르는 환영만으로 만든 건 아니다. 물론 단테는 독창적인 지옥 상imago을 만들었다. imago나 imagine을 만드는 것을 immaginazione라고 하므로 분명 새로운 지옥 상을 창조한 것이긴 하나, 그 배경으로 선인들의 철학을 깊이 공부했다. 그의 ‘지옥’은 ‘인간의 노력을 다해 만들어 낸 이미지를 마음속에 떠올린다’는 ‘상상’ 작업의 한 예일 것이다.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단테의 연옥의 구조, 지옥의 구조를 보면 단테가 자기 혼자 그러한 세계관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중세의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 그처럼 여러 단계와 관련된 사고는 중세에 꽤 많이 있었고, 단테고 그것을 이어받은 게 아닐까요? 그렇게 봐야겠지요. 단테가 계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리스도교 이전의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고대세계 일반에 널리 퍼져 있던 명부 사상입니다. 산천이 있고 강에는 나룻배 사공이 있다는 공통된 구조를 단테도 계승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고대적 전승 외에도 바울로가 보여준 정죄의 불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셋쩨로, 루시페르와 사탄 같은, 그리스도교 또는 유대교의 악마 이야기가 있습니다. 악마가 사는 풍경은 예부터 그림도 있었고, 그 이미지는 모두 단테 속에 들어 있다고 봅니다. 연옥에 관한 한 단테의 독창성이 강하며 단테는 연옥 이미지의 개척자의 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테가 전통으로부터 계승한 것들은 연옥보다는 지옥에 많은 것 같습니다. 또한 단계설은 야곱의 사다리 이미지, 바울로의 하늘의 계단 등 이미지로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그리스도교 세계에 보편화되어 있었습니다.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바로 이런 점을 이 작품의 의의로 꼽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개인적 복수? 악담과 저주 일색인 듯한 '지옥편'이지만, 그저 멋대로 맘대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중세의 세계관, 종교관, 문학 예술 역사를 바탕으로 지어낸 거니까요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든지, 하늘로 승천한다든지, 천국의 계단을 오른다든지, 이런 개념들이 지금의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수백 년 전 그런 개념과 전통을 잇고 버무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리한 점도 생각해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옥'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는데 <신곡>의 역할이 엄청 컸던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옥이라는 것의 상당 부분이 이 책에 녹아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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