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

D-29
제가 역사와 문학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다른 분들께서 꼼꼼히 문맥을 따라가시면서 읽으시는 것처럼은 읽지 못하여 통독 후에 맥을 짚으며 다시 읽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연을 보신 분들께서는 좀더 풍요로운 독서가 되실 것 같아 부럽습니다!
그러나 나는 순수하고 순진하게 그 작품을 읽을 수만 있다면(하지만 그런 행복은 우리에게 금지되어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인지하게 될 것은 작품의 보편성이나 장엄하고 숭고한 측면이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훨씬 덜 위압적이며 휠씬 즐겁고 유쾌한 성격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들이 영국의 단테 연구자들이다. 그들은 그 작품이 정확한 특징을 지니면서도 다양하고 적절하게 꾸며진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아틀라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외 옮김
사람과 뱀이 껴안고 있는 장면을 묘사할 때, 단테는 사람이 뱀으로 변하고 뱀이 사람으로 변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이 상호 변신을, 종이를 삼키는 너울거리는 불꽃과, 그런 다음 흰색이 죽어 가지만 아직 검은색이 되지 않은 불그스레한 종잇조각과 비교한다. … 매콜리는 그런 비교를 떠올리며, 캐리와 반대로 밀턴의 ‘모호한 숭고함’과 ‘고상한 일반성’은 단테 식의 상세한 비교에 비해 감동이 덜하다고 말한다. … 익히 알려져 있듯이 시인들은 과장법을 자주 사용한다. 페트라르카에게건 공고라에게건, 여자의 모든 머리카락은 금이며, 모든 물은 유리이다. 이런 투박하고 유치하며 기계적이고 초보적인 상징은 말의 엄정함을 해치고, 불완전한 관찰에 근거한 무관심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단테는 이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의 책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단어가 하나도 없다.
아틀라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외 옮김
음악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은 없으나 단테 소나타를 들으며 단테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말했다. 오! 슬픈 장소들을 거쳐 오늘 아침 왔지만, 아직 첫 삶에 있고. 다른 삶을 얻기 위하여 가는 중이오. … 그가 말했다. 그대를 위로 안내하는 등불이 눈부신 꼭대기에 이를 때까지 필요한 초를 그대의 자유 의지 안에서 발견하기 바라오. … 내가 위로 오르기 바라며 맹세하건대, 그대의 명예로운 사람들은 재물과 칼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을 것이오. 관례와 본성이 그들을 더욱 높여 주니, 사악한 머리가 세상을 비틀어도 홀로 올바로 가고 악의 길을 경멸할 것이오. … 만약 심판의 길이 멈추지 않는다면, 그대의 그토록 친절한 견해는 다른 사람의 말보다 커다란 못으로 그대의 머리 한가운데 박히게 될 것이오.
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귀스타브 도레의 아름다운 삽화를 수록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개정판. 이번 개정판은 2007년 출간한 이탈리아어 완역본 『신곡』을 번역과 편집, 디자인을 모두 새롭게 손보아 제작한 것으로, 특별히 귀스타브 도레의 『신곡』 삽화를 함께 수록하여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더하고자 했다.
그리고 우리가 있던 자리에서 밤은 올라가는 두 걸음을 이미 옮겼으며, 셋째 걸음도 벌써 날개를 접고 있었다. 주석: 걸음은 시간을 가리킨다. 춘분 무렵의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는 올라가는 여섯 걸음, 자정부터 아침까지는 내려가는 걸음으로 보았을 때, 두 걸음 올랐으므로 저녁 8시가 지났으며, 또한 셋째 걸음도 끝나가고 있으므로 9시가 다 되었을 무렵이다. 그런데 앞의 1-6행과 관련하여 논란의 여지가 많은 구절이다. 앞에서는 분명 새벽이 되었다고 말했는데, 여기에서는 밤 9시 무렵이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설명 중의 하나로 단테가 다른 곳에서 그랬듯이 시간을 이중적인 방법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연옥의 밤 9시는 예루살렘의 아침 9시에 해당하고, 또한 이탈리아의 새벽 6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두 가지 시점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저는 열린책들 전자책으로 <신곡-지옥편>을 출퇴근 시간에 귀로 듣고 텍스트를 눈으로 따라가며 완독했는데요. 오래된 버전이라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는 없었습니다. 문자 텍스트로만 보다보니 단테의 지옥도를 머릿 속에서 상상하게 됐어요. 그 중 강렬했던 이미지는 뜨거운 피의 강(플레게톤강), 들끓는 역청, 그리고 뱀들의 구덩이였어요. 당분간 선지 해장국은 못먹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매일 걸어다니는 아스팔트길들은 역청을 재료로 만들었을 터인데 온 지구가 개발 광풍으로 역청으로 뒤덮일수록 더 나아지는 미래가 아니라 누군가의 (혹은 우리 모두의) 지옥들을 딛고 함께 망해가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뱀들에게 받는 형벌은 형벌 자체보다 여러 신화 속에서 ‘뱀’이 갖는 의미가 엄청 복합적이라 생각하게 됐는데요. 우리나라 제주만 하더라도 뱀을 신성시해서 지혜와 풍요의 신으로 모시는 곳도 있었으니까요. 가톨릭 신자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성모상을 보면 마리아가 뱀을 밟고 서있는데요 모든 유혹을 딛고 신앙의 힘을 지켜나가는 의미이겠지만 성경에는 ‘뱀처럼 현명하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말씀도 있었어요. 간교함과 현명함이 공존하는 존재로서 ‘뱀’에 대해 잠시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살을 한 영혼들의 나무숲은 두려움보다는 슬픔이 컸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가장 서정적이어야 할 공간이 공포의 장으로 전환된 느낌이 주는 서글픔이 있었어요.
어떤 지옥이 더 고통스러운지 서열을 매기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고문 기술자를 했어도 잘했을 듯합니다 악담과 저주? 복수의 대향연 같기도 하고요 ㅎㅎ 지옥-연옥-천국으로 꼭 가야 할 것 같아요 지옥에서 멈춘다면 이 작품의 위대함이 퇴색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는데, 완독도 하고 여러분과 얘기도 나누면서 생각이 바뀌고 정리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네~ 이제 연옥으로 들어섰습니다. 산을 오르는 중이에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관계는 초긍정적 의미의 사제 동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롤모델인 대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등장은 독자들에게 지옥과 연옥, 천국을 생생하게 경험시키는 단테의 상상력과 코메디로 끝맺음하고자하는 의지가 투영된 관계맺음이라 여겨집니다. 거기에다가 신화와 역사속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지적 대화(노래?!)의 향연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석이 없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지만요. 읽다가 정신줄 한 번 놓으면 잡생각이 파다닥 들어버려요 ㅎㅎ
뱀을 밟고 있는 마리아 성모상이 저희 집에도 있어요. 남편이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매일 하네요.
성모님과 뱀의 표정이 너무 해맑아서 성모님한테 밟힌 뱀이 아니라 성모님 반려뱀 같아 보입니다 ㅎㅎ
반려뱀이라니, 표현이 너무 재밌습니다. ^^ 집에 나무 십자가 상도 있네요. 이 굿즈(?)도 만만치 않게 귀엽습니다.
이번 연휴에 경상북도를 여행히면서 동네 본당 대신 청도 성당을 찾아 고해성사를 하고 미사에 참여했는데요 지옥과 연옥을 경함한 탓인자, 연옥같은 노동을 쉬는 연휴에 기뻐서인지, 고해소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저도 귀여운 나무십자가를 보며 마음을 달래네요 :)
가끔 밀양에 출장갈 때 청도를 지나는데 새마을운동을 처음 시작한 곳이라는 광고판 본 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청도에 살던 둘째이모를 청도 이모라고 불렀던 기억도. 10월답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천국 같은 날씨네요.
청도는 청도 소싸움만 떠오르네요. 사진 속의 롯데 타워가 반갑습니다. 근처에 살아서...^^
아니 근데 뱀이 너무 귀여워요... 루시퍼다...
오~이렇게 귀여운 성모상은 처음 보아요! 초록뱀도 너무 귀엽네요.
마리아 님 얼굴에 칼자국이 보이는건 제 믿음이 부족해서인가요? 아님 제가 개신교여서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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