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영어 원서 함께읽기

D-29
월터를 초대해서 함께 점심을 먹는데, 월터는 에티커스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자신의 음식 야채와 고기에 당밀 시럽을 듬뿍 뿌리죠. 젬과 스카우트는 아연하게 바라보고 특히 스카우트는 왜 저러냐면서 따지기도 하고, 그래서 이내 칼퍼니아한테 끌려가서 야단 맞게 되는데... Molasses 당밀 시럽이라는 걸 먹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뜩이나 단 걸 안 좋아해서 상상만 해도 별로이긴 한데, 근데 월터 커닝햄은 앞서 묘사된 바로 볼 때 만성적인 영양실조가 있는 듯 보이고, 근데 또 당밀시럽은 설탕보다 영양분이 풍부하다네요. 그러니 이렇게 실컷 먹어두는 게 한 끼 식사 이상의 보약 같았을지도... 이 뒤에 칼퍼니아가 스카우트를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소리죽여 야단치는 장면도 다시보니 좀 남달랐어요. 그냥 월터는 가난해서 그렇다고 설명하면 스카우트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더 쉬웠을지도 모르는데, 칼퍼니아는 그런 걸 떠나, 손님이니까 어떻게 먹든 간섭하거나 갑질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거든요.
3장의 스카웃 아직 7살이, 안된 영특하지만 속에 있는 말은 하는 outspoken 아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의 무심한 무례함이 그대로 드러난 장이었던것 같아요. 우선 커닝햄을 땅바닥에 눌러버리는 것으로 3장이 시작됩니다. 이유요? 네가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아서 내가 선생님한테 맞았잖아! 너때문이야!! 라는 거죠. 두번째는 칼퍼니아가 스카웃을 부엌으로 데리고 와서 손님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했을때 월터는 손님이 아니라 커닝햄이라고 말했던 것. 물론 학교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미스 피셔한테 얘기를 했죠. 그건 커닝햄이라는 클래스 카테고리가 따로 있는 것 처럼 이야기했고 그건 그리 고귀한 게 아니었죠. 성장소설이기도 하니 이런 상태에서 메인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그리기 위한 밑바탕의 레이어인 것이겠죠.
3장의 젬 앞장에서도 그렇지만 젬은 따뜻하고 온정이 있는 소년이에요. 그 나이 또래 남자아이가 가질만한 호승심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딜을 받아들이거나 월터 커닝햄이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대화로 빌드업을 쌓는 과정이 태생적으로 인싸 리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카웃과 달리 바로 커닝햄을 손님이라고 칼퍼니아에게 알리는 것도 성숙함과 기본적인 매너를 나타내지요.
3장의 월터 커닝햄 2장보다 더 짠한 느낌이 들어서 몇 번이나 가슴이 아팠답니다. 나이도 더 많은데 못 먹어서인지 몇 살이나 어린 여자아이인 스카웃한테 잘못한 것도 없이 땅바닥에 얼굴이 뭉개진 기분은 어떨까요? 게다가 그애의 오빠, 같은 나이지만 스카웃보다 더 큰 덩치의 남자애까지 합세해서 덤빌까봐 주먹을 반쯤 쥔 상태로 긴장하고 두 남매의 대화를 듣고 있었을 월터가 그려져서 울컥했습니다. (젠장 스카웃!!!) 그런데 동년배라도 몇학년 위인 젬이 아버지를 언급하며 점심에 초대를 했으니 (샷아웃 젬!!)..물론 끼니를 떼울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겠고 그런 상대에게 초대를 받았다는 기쁨이 더 크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바로 얼굴이 어두워 지는 것은 그가 '커닝햄'이라는 자각 때문이었겠죠.(또 울컥) 두 남매에게 합류하기까지 그 짧은 순간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이 그 작은 머리 속에서 왔다갔다 했을까요. 래들리 집앞을 지나며 자신이 겪은 래들리 집안의 마을괴담을 얘기하며 또래 문화를 공유하고 있을때는 처음으로 아이다워 보여서 좋았어요. 애티커스와 식사하며 곡물 얘기를 나누며 성숙한 면을 보였지만 가난이 떠밀어 올린 성숙함이었어요. 그러다 그 순간이 왔어요. 칼퍼니아에게 당밀molasses을 달라고 한거에요. 당밀시럽은 설탕보다도 싼 사탕수수 시럽이어서 커닝햄 집안에서도 살수 있었어요. 그럼 맛없고 딱딱한 빵이나 다른 음식도 더 풍미가 있어지고 부드러워 졌기에 커닝햄에서는 모든 음식에 이 싸고 달달한 당밀시럽을 잔뜩 뿌려 먹곤 했어요. 칼퍼니아는 당밀이 아닐지도 모를 (어쩌면 메이플 시럽일지도 모르겠지만 월터로서는 알길이 없었어요) 시럽을 가져다 주었고 월터는 평소처럼 모든 음식에 시럽을 듬뿍 뿌렸어요. 그런데 스카웃이 너 대체 뭐하는거야? 라고 묻는 순간 월터는 다시 '커닝햄'이 된 자신을 느끼고 얼굴이 저절로 숙여졌어요(젠장 스카웃!!!)
ㅋㅋ 스카우트의 자전적 모델인듯한 하퍼 리도 그 나이때 체격이 크고 성격도 남자애 같아서 동년배 적수가 없었다더라고요.
3장의 칼퍼니아 칼퍼니아는 스카웃에게 폭군일지라도 가정교육을 포함해서 인성교육 또한 엇나가지 않게 훈육하고 있는 mother figure 에요. 스카웃에게 더 엄격하게 보이는 것은 스카웃이 젬보다 말썽을 두배는 더 부리기 때문이에요. 물론 둘다 착한아이들이긴 하지만요. 그동안은 젬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스카웃이라도 있었고 둘이 나가 놀아도 소리치며 들리는 안전거리에 있었는데요 오늘은 스카웃도 학교가는 첫날이라 집안이 너무 고요해서 라디오까지 틀어놓아야 했다니까요.아이들이 없으니 시간여유가 있고 해서 크랙클링 빵을 좀 구웠어요. 돌아온 아이들이 너무 반가워서 고개를 숙여 스카웃에게 키스를 하고 빵을 주었어요. 스카웃은 이 모든 것이 오늘 자기를 혼낸 것에 대한 사과의 대신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지만요.
그러고보니 크랙클링 빵도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었네요. 칼퍼니아의 스카우트에 대한 감정적 변화도 정말 섬세하죠.
월터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해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그러느라 매력적인 리틀 척 리틀, 또 다른 백인 최하위 계층인 유얼 집안의 버리스 유얼의 언행, 타인에 대한 공감과 세상을 살아가는 타협에 대해서 조언하는 애티커스에 대한 인물평은 미뤄야 겠네요. 그리고 3장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각 인물들의 언어습관이 표방하는 사회적 계층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다른 분이 다뤄 주시면 참 좋겠는데...^^;;)
인물들이 서로 말투가 다르고 칼퍼니아도 때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거기까지는 저가 논하기 어려울 듯요. 리틀 척과 버리스 유얼의 대립은 거의 갱영화 서부영화 같은 긴장감이 있었어요. 그 작은 소년의 용기는 고결했고, 다른 아이들이 캐롤라인 선생님을 다독여주는 장념도 뭉클했습니다.
Soon we were clustered around her desk, trying in our various ways to comfort her. He was a real mean one... below the belt... you ain’t called on to teach folks like that... them ain’t Maycomb’s ways, Miss Caroline, not really... now don’t you fret, ma’am. Miss Caroline, why don’t you read us a story? That cat thing was real fine this mornin’....
[세트] 앵무새 죽이기 (그래픽 노블) + 앵무새 죽이기 - 전2권 프레드 포드햄 지음, 이상원 옮김, 하퍼 리 원작
- Jem suddenly grinned at him. “Come on home to dinner with us, Walter,” Dinner는 원래 하루 중 가장 풍성한 메인 식사를 의미합니다.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농업 중심 사회에서는 노동의 효율성 때문에 점심시간에 이 메인 식사를 했습니다. 따라서 농부 계층에게 점심 정찬이 'Dinner'였고, 저녁에 가볍게 먹는 식사는 'Supper'였습니다. 즉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메인 식사를 dinner로 표현합니다.
저도 처음 읽을 때 이게 헷갈렸죠.
- “I wonder how much of the day I spend just callin’ after you. Well, it’s enough time to make a pan of cracklin’ bread, I reckon.” => 한국어 번역은 뒷 문장을 "이런 벌써 빵 한쟁반을 만들 시간은 지난 것 같구나" 라고 했는데 문맥상 “내가 하루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너희들 부르면서 보내는지 궁금하네. 글쎄, 아마 그게 빵 한 판 구울 만큼의 시간은 될 거야, 내 생각엔.”이 더 맞을 것 같아요.
-“Reason I can’t pass the first grade, Mr. Finch, is I’ve had to stay out ever’ spring an’ help Papa with the choppin’, but there’s another’n at the house now that’s field size.” “Did you pay a bushel of potatoes for him?” I asked, but Atticus shook his head at me. 월터가 자신이 1학년을 패스하지 못한 이유를 애티커스에게 설명하면서 이제 집에 다른 사람이 있으니 이번엔 패스할 것이다라는 희망을 함축하고 있죠. 여기서 다른 사람은 월터의 동생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는데 스카웃은 사람을 고용했다고 생각하고 그 노동력을 감자로 지불했냐고 물었죠. 한국어 버전은 이부분을 다른 사람을 고용한 것 처럼 번역해 놓았더군요. 위의 문장과 함께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that’s field size가 농사일을 할 만한 another one이 되니까 문맥상 월터의 동생쯤이겠죠. 정황상으로도 그 집에서 다른 일꾼을 고용하기가 쉬웠을 것 같지 않고요. that’s field size의 의미를 모르겠어서 이 부분 역시 헷갈렸던 기억이 나네요.
- Atticus kept us in fits that evening, gravely reading columns of print about a man who sat on a flagpole for no discernible reason, which was reason enough for Jem to spend the following Saturday aloft in the treehouse. 이건 실제로 20년대~30년대에 유행했던 거라네요. flagpole sitting/ pole sitting 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사진이 나오고 기네스 기록 같은 기사도 나오네요. 참 별일이 다 있던 시대입니다. 아 생각해 보면 별일이 다 있는 시대는 지금인 것 같네요. ㅎㅎ
다음날 저걸 곧바로 따라하는 젬의 모습, 덩달아 종일 젬에게 뭔가 가져다주는 스카우트가 짠했어요. 딱 그 나이대 남매의 살갑고 유치한 관계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오늘3 미션완료 ^^
수고하셨어요^^
"Do you know what a compromise is?" he asked. "Bending the law?" "No, an agreement reached by mutual concessions."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대화하는 아버지 Atticus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Ewell 식구들처럼 자기멋대로인 사람들과 그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Maycomb County의 모습이 마치 오늘날 미국 사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사이언스북스/책 증정]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세계, 『자연스럽다는 말』 함께 읽기 [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읽고 미국 현지 NASA 탐방가요!
[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죽음에 관해 생각합니다
[책 나눔] 송강원 에세이 <수월한 농담> 혼자 펼치기 어렵다면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18.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읽고 답해요 죽음을 사색하는 책 읽기 1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
[도서 선물] <알고리즘 포비아> 현 인류에게 꼭 필요한 질문, 편집자와 함께 답해요🤖[지식의숲/책 증정] 《거짓 공감》, 캔슬 컬처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노벨문학상이 궁금하다면?
[밀리의 서재로 📙 읽기] 31. 사탄탱고[책 증정]2020 노벨문학상, 루이즈 글릭 대표작 <야생 붓꽃>을 함께 읽어요.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삶의 길을 밝히고 미래를 전망하는 한겨레 출판
[한겨레출판/책 증정] 《쓰는 몸으로 살기》 함께 읽으며 쓰는 몸 만들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11월의 책 <말뚝들>, 김홍, 한겨레출판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멜라닌>을 읽어보아요[📚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내일의 문학을 가장 빠르게 만나는 방법! <셋셋 2024> 출간 기념 독서 모임
책 추천하는 그믐밤
[그믐밤] 41. 2026년, '웰다잉' 프로젝트 책을 함께 추천해요.[그믐밤] 39. 추석 연휴 동안 읽을 책, 읽어야 할 책 이야기해요. [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 느리게 천천히 책을 읽는 방법, 필사
[책증정] 더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DAY&NIGHT 50일 영어 필사』함께 읽고 써요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혹시 필사 좋아하세요?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 / 모임이 100일동안 이루어지지는 못하겠지만 도전해봅니다.[책증정]《내 삶에 찾아온 역사 속 한 문장 필사노트 독립운동가편》저자, 편집자와 合讀하기
베오의 <마담 보바리>
절제는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투명함을 위한 것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Lego Ergo Sum 플로베르의 스타일에 관한 인용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나타난 보바리즘의 개념과 구현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수학은 나와 상관없다?! 🔢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마저 풀어요.[그믐북클럽] 8.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읽고 알아가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