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영어 원서 함께읽기

D-29
젬이 이따금 미운 짓을 보여주는데, 여기가 아마 최악이지 않을까요? 두보스 부인에게 화가 나서 그녀의 동백나무 작살내는 건 알겠는데 왜 애꿎은 스카웃의 지휘봉(그것도 방금 자신이 사 준)을 뺴앗아 절단내고, 또 위협하고 발길질까지 하는지... 짜증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걸 보여준다는 게 이 소설의 훌륭한 점 같아요. 왜냐면 어린애들은 미운짓, 미친짓을 하니까. 어른들도 하는데, 당연히. 젬은 아마, 에티커스 같은 젠틀맨,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고 정말 된 것처럼 자신만만하다가, 자꾸 누적된 텐션에 두보스 부인의 폭언이 트리거가 되어 한 순간에 무너져서, 그럴 때 흔히 그러듯, 더 최악으로 굴러떨어진 것 같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겪고 거처야만 하는 장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누구나 쉽지 않고, 그래서 실패하고, 그럼 실패한 자신이 싫고 무서워서 더 최악이 되고 그런건데 그걸 극복해야 하죠. 아이든 어른이든. 좀 거창하게 말하면 도덕적 성숙에는 도덕적 타락의 과정이 함께하는... 그런 것 같아요.
젬이 젠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항상 스카웃을 데리고 다니며 같이 놀고 하는 것을 좋은 오빠였지요. 그런 젬이 sanp 한거죠. 스카웃이 놀라서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면 젬의 분노가 스카웃한테 까지 미치지 않았을텐데 어린 스카웃은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죠. 조용하라는 협박에도 스카웃은 어쩔 수 없었어요. 뭔가 젬 같지 않은 무서움이 느껴졌겠죠. 그 와중에 스카웃에게 험한 소리를 하면서도 젬의 미안해하는 얼굴 표정을 스카웃은 읽어요. 아마 그래서 집으로 왔을때 스카웃이 풋볼 매거진에서 Dixie Howell 의 사진을 가리키며 젬에게 “This looks like you.” 라고 말하는 거죠. 심지어 그 말은 That was the nicest thing I could think to say to him 이었지만 젬은 반응하지 않죠. 이걸 보면 스카웃의 성격이 보입니다. 자신을 때린 젬에게 꽁해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을 아는 거죠. 여러모로 억울 할 만도 한데 스카웃은 떼를 쓰지 않고 마치 젬과 연대책임을 지듯이 이 과정을 받아들입니다. 제게는 그 것이 숨겨진 인상적인 포인트 였어요.
보통 꼬맹이들이 잘 까먹는 편이긴 한데, 스카웃은 기질적으로 쿨한 것 같아요, 오래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고 직설적으로 푸는 편이고. 한편 젬이 좀 차곡차곡 쌓는 편인 듯하고, 그래서 화자인 스카웃보다 스카웃이 지켜보는 젬의 감정적인 텐션이나 빌드업이 강조되는 것 같네요. 그래도 스카웃보다 젬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진정한 용기 - 두보스 부인의 이중성 이 소설에서 애티커스는 거의 성인급에 가까운 철학적 사유를 보여주며 그에 맞는 실천을 합니다. 물론 피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테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일이나 맡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열사의 반열에서는 내려왔지만 거부하지도 않았죠. 그리고 깨질 것을 알아도 달걀인 온 몸으로 바위에 부딪히기로 한 것이죠. 그 와중에 자신의 아이들이 상처입을 것을 알지만 애티커스는 굴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버티라고 합니다, 강해지라고 합니다. 조롱과 경멸의 말은 하는 사람의 가치인 것이지 받는 사람의 가치가 아니라고요. (우리 모두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적으로 본인에게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죠.) 그러나 애티커스와 다르게 두보스 부인은 우리에게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저런 인종차별주의자 성격 파탄난 괴팍한 노인네 같으니 하는 느낌을 계속 줍니다. 아무리 애티거스가 노인네고 아프니까 봐줘..라고 말해도 요만큼도 봐주고 싶지 않은 비호감 캐릭터이니까요. 그런데 애티커스의 용기에 관한 다음 문장이 바로 두보스 부인의 상황과 정확히 부합하게 됩니다. "I wanted you to see what real courage is, instead of getting the idea that courage is a man with a gun in his hand. It’s when you know you’re licked before you begin but you begin anyway and you see it through no matter what. You rarely win, but sometimes you do." 그 부인은 이겼습니다. (제가 말기 시한부라면 고통을 없애기 위해 뭐라고 주입해 달라고 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저 위엄을 가지고 삶을 마무리하겠다는 일념으로 다 죽어가는 마당에 몰핀 중독과 싸움을 하고 끝내 이겨냅니다. 애티커스는 심지어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the bravest person I ever knew)"이라고 평가하는데 이 평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애티커스는 부인의 인종차별적 시각이나 편협함을 결코 옹호하지 않지만 그는 부인의 사회적 결점을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그녀가 내면에서 벌인 처절한 투쟁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이는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한 개인의 모순과 복잡성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애티커스의 성숙한 도덕관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도 사람들은 평면적인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고 다양한 면을 가진 입체적인 존재들이니 쉽게 재단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 하지요. 진정한 용기란 완전무결한 선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순과 결함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마지막 의지인지도 모릅니다. 하퍼 리는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사람의 내면에서도 용기를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에티커스는 메이컴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나름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애들이 가장 걸렸겠지만. 듀보스 부인은... 이번에 다시 읽으며 생각한 건데, 에티커스가 좋아하는 타입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커닝햄도 그렇고 듀보스 부인도 그렇고, 편견을 가졌으나 지독한 자존심과 자립심으로 에티커스의 존중을 얻는... 이후 등장하는 유월 집안과 다르게. 또 그렇게 본다면, 에티커스는 진보적이지만 뉴욕의 진보지식인과는 또 다른, 여전히 남부적인 가치관과 미덕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남부적인 편견과 맞서싸우는 인물이지 않을까, 아무튼 듀보스 부인에 대해서는 좀 더 얘기할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내일 또.
뭐야님이 애티커스를 남부의 가치관을 고수하는 신사로 표현하신 것이 두 번째네요. 저는 살짝쿵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선 ‘남부의 미덕과 가치관’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떠올리는 키워드는 명예와 체면(프라이드) 전통(가문 포함) 용기 기사도 책임 공동체 정도의 단어들이네요. 뭐야님이 생각하시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우선 애티커스는 가문의 레거시를 뒤로하고 일찍이 핀치스 랜딩을 떠났습니다. 게다가 그는 확실히 명예로운 사람이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전통적 남부 신사였다면 스카웃이 남자 옷을 입고 톰보이처럼 다니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 같죠? 그리고 관계 중심적인 공동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양심과 법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모습도 남부적인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마 뭐야님은 커닝햄의 프라이드나 두보스 부인의 용기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애티커스의 태도를 ‘남부적’이라고 받아들이 신 것 같아요. 저는 그것을 사람을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애티커스 개인의 인간적 성숙함이라고 보았습니다. 물론 남부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남부의 신사’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의 행동을 “남부적 미덕과 가치관을 *고수*하려는 신사”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지역적 미덕보다 보편적 선과 합리성을 지향하는 개인의 인격이라고 봅니다. 지난번에도 뉴욕의 진보적 지식인과 대비해 말씀하셨는데, 저도 애티커스를 뉴욕의 세련된 개혁적 진보인사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 역시 재판을 맡기 전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려 했던 것이지요. 그가 남부의 메이콤에 있는 것도 남부의 부당함을 뿌리 뽑으려는 사명감이 아니라 고향과 가까운 작은 마을에 자리를 잡은 현실적인 이유였겠죠. 다만 뉴욕의 세련된 이미지도 아니고 열사의 이미지도 아니지만 애티커스는 고뇌하는 진보지식인이자 (그의 보수적인 모습을 찾을 수 없어서 진보지식인이라는 말을 안 쓸 이유를 못 찾겠네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의 인간존중과 법치존중이 남부 문화의 산물이라기보다, 한 개인의 깊은 도덕적 성찰과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애티커스가 보편적 윤리를 지향하는 새 시대의 이상적 인간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뭐야님 의견에 반박하거나 그러려는 것이 아니고요. 우리 모두 애티커스의 고결한 품성에는 동의하잖아요. 저는 단지 그가 어떤 가치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가에 대해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아서, 제 생각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반박시 환영입니다^^ 반박을 통해 제 생각을 되짚어볼 수 있고,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잖아요. 그래서 되짚어보니 언급하신 부분을 저가 '두 번'이나 강조했던 건 아마도, 역시, 이번에 Go Set a Watchman을 함께 읽었기 때문일 거에요. 알려졌다시피 하퍼 리가 To Kill a Mockingbird보다 먼저 썼으나 그녀 사후에 세상에 나온 소설이고 내용상으로는 시퀄처럼 To Kill a Mockingbird로부터 십수년이 흘러 어른이 된 스카웃이 메이컴에 돌아와 에티커스와 재회하고요. 근데 거기서 에티커스는 좀 변했거든요, 그래서 에티커스의 변모한 모습에 고뇌하는 스카웃에게 삼촌 잭 핀처가 메이컴 혹은 남부인의 전통적인, 뿌리깊은, 부족적인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근데 그게 저가 보기에는 To Kill a Mockingbird의 래들리나 커닝햄이나 듀보스 부인 등 메이컴의 이웃들에게 고스란히 적용되요. 래들리 집안의 종교적인 고집과 고립, 커닝햄의 경제적인 자존심과 자립심, 듀보스 부인이 마지막까지 마약에 빚지지 않으려 한 마음, 이런 인물들이 각각 나름의 결점을 갖고 있는데 늘어놓고 보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게 있죠, 어떤 지독한 고집, 세상의 잣대와 별개로 자기만의 기준, 신념, 독립적이고 자립된 삶을 추구하는...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해하는 에티커스 역시도 그들과 비슷한 걸 갖고 있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Atticus, you must be wrong....” “How’s that?” “Well, most folks seem to think they’re right and you’re wrong....” “They’re certainly entitled to think that, and they’re entitled to full respect for their opinions,” said Atticus, “but before I can live with other folks I’ve got to live with myself. The one thing that doesn’t abide by majority rule is a person’s conscience.”
[세트] 앵무새 죽이기 (그래픽 노블) + 앵무새 죽이기 - 전2권 프레드 포드햄 지음, 이상원 옮김, 하퍼 리 원작
에티커스가 말하는 양심이라는 것, 그건 일종의 도덕적 자립 아닐까. 그리고 그런 면에서 그 역시 메이컴 사람들을 닮아있지 않은가. 물론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어요. 저 역시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일단 그런 가설을 한켠에 놓고 파트 2를 읽고 싶습니다. 그럼 왜 굳이 그런 가설이 필요한가, 무슨 의미지, 의아하실 수도 있는데. 우선 저는 Go Set a Watchman의 에티커스가 To Kill a Mockingbird의 에티커스와 같은 에티커스인지 궁금하고요. 전자가 후자와 달리 많이 비판 받고 아예 인정 안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저 역시 전자가 초고나 같고 하퍼 리도 출판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지만, 그럼에도 그 소설도 진짜 스카우트와 진짜 에티커스와 진짜 메이컴이 느껴지기에, 아무튼 그래요. 그리고 또, 에티커스가 래들리와 커닝햄과 듀보스 부인은 이해하면서도 이후 나오는 유얼에 대해선 거의 감정적으로 경멸하는, 망설임 없이 트래쉬라고 부르는, 그 이해의 한계선이 뭔지 궁금하고요. 여태 생각하기로는, 밥 유얼은 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자립하지 못한 양심도 내적인 진실도 없는 그런 인물로 그려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하여튼 파트2를 읽으며 계속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입니다.
파수꾼과 같이 엮어서 생각하면 애티커스의 평가가 달라지겠죠. 저는 안 읽었기에 단언 할 수 없지만 논란을 살펴보았을때 파수꾼의 애티커스가 남부의 미덕과 가치관을 고수하는 신사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앵무새 죽이기에서의 애티커스는 아니라고 보는거죠. 애티커스가 커닝햄, 두보스 부인과 같은 옹고집, 자립 이런 것들이 비슷하다고 그래서 남부적인 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남부적인 것을 무엇으로 보느냐에서 차이가 있네요.
그래서 파수꾼의 에티커스와 앵무새죽이기의 에티커스가 같은 에티커스인지 궁금하다는 얘기였어요. 그런데 저가 두 책을 읽고 느낀 바로는, 전자를 부정하고 후자만 긍정하기엔 둘 사이에 강한 일관성이 있었고 두 책 자체가 그러하고요. 파수꾼이 초고에 가까운 소설이라 완성도가 훨씬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파수꾼과 앵무새 죽이기는 같은 세계이고, 작가 하퍼 리에게 있어 서로 벽을 쳐서 단절시킬 수 없는 이야기일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베오님께서 보시면 전혀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일단 남부적인 것을 떠나서 베오님은 래들리, 커닝햄, 듀보스 부인과 미스 모디까지 아울러 메이컴 사람들과 에티커스가 닮은 점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설령 비슷한 구석이 있더라도 그들은 보수적이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고 에티커스는 지혜롭고 진보적이기에 전혀 다르다고 보시나요? 저는 비슷한 기질이 각자가 놓인 상황과 조건에 따라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To Kill a Mockingbird 1부 함께읽기를 마무리하며> 오늘로서 1부 함께읽기가 마무리되고 일주일 휴식 겸 모집기간을 거쳐 10월 26일부터 2부 함께읽기가 시작됩니다. 원서 읽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탓에 많은 분이 참여해주시지는 못했는데요. 그동안 바빠 책읽기가 뒤쳐졌다면 이번 일주일을 활용하시는 것도 괜찮고 아니면 번역서를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2부 함께읽기에서는 번역서도 함께 읽으려고 하니까요. 참여해 달라고 애원하는 모양새인데ㅋ 비록 그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더라도 22명 참여자분 모두 감사합니다. @모임 저는 앞으로도 그믐에서 영어 소설 함께읽기 모임을 계속하고 싶어요. 12월에는 The Catcher in the Rye를 새해가 되면 The Great Gatsby를 할까 생각 중이랍니다. 그러니까 오늘 안녕하더라도 계속 안녕하시고 다음에 또 안녕하길 바래요.
수고하셨어요 뭐야님. 앵무새 끝나고 하는 두 작품은 아쉽지만 제 취향이 아니라 원서로 읽는 것은 참여 안 할 듯 하고요, 그 후에 영어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때 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느덧 모임 마지막 날이네요. 힘을 내어 1부 마지막 챕터 11을 다 읽었습니다. 이에 관한 뭐야 님과 베오 님의 위 대화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애티커스라는 인물에 대하여.. 들었던 생각을 두서 없이 적어보자면: - 중학교 때 읽었을 땐 그저 "정의로운 변호사"라는 다소 단편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기억인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여러 층위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 모습들을 꿰뚫는 가치가 무엇일까, 곱씹었었는데 베오님의 "사람을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애티커스 개인의 인간적 성숙함"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 그런데 뭐야 님이 설명하신 "남부적 미덕과 가치관을 고수하려는 신사"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데요. 음 - 저도 "남부적"인 게 정확히 무엇, 인지 안다고 하기 어렵지만. J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 책을 올해 초에 읽었었는데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힐빌리에서 묘사되는 밴스의 할머니가 떠오르는 대목들이 있었어요. 원칙과 도덕성을 강조하고 자존심을 지키며 나름의 방식으로 올곶게 살아가는 어른이랄까? 그런데 두보스 부인은 자신의 자존심은 끝까지 지켰지만 끝내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품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애티커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링컨이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하던데.."I don't like that man. I must know him better." 챕터 11을 보며 이 말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 그렇지만 애티커스가 소위 뉴욕의 세련된 개혁적 진보인사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되는 건 무엇일까요. 제가 볼 땐, "다 각자의 의견이 있는 것이니 존중해야지" 라는 점을 강조하다보면 가치중립적인 다원주의 자체만 가치로 남고,그 외의 방향성은 관철시키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해서인 거 같기도 해요. 그래도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니 고쳐나가야 개혁이 있고,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달까. 때론 어떤 가치관 보다도 개인적 도덕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하니 비교나 평가를 하긴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요. - 아무튼 그래서 2부 읽기도 기대가 됩니다. 애티커스가 볼 때 "그래도 이건 옳지 않아."라고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반가워요, 싱아님. 챕터 11까지 읽으셨군요. 에티커스가, To Kill a Mockingbird에서는 마치 간달프 같은 위상이죠, 거의 완벽한. Go Set a Watchman에서는 더 복잡하고 논쟁적으로 나오는데, 저가 언급한 남부적인 가치관은 거기서 잭 핀치가 에티커스를 설명하기 위해 꺼낸 얘기였어요. 근데 그런 남부적인, 메이컴적인 특징이 여기 래들리나 커닝햄이나 듀보스 부인 같은 이웃들을 통해서 고스란히 나온다고 봤고. 그들을 이해하는 에티커스도 역시 공유하는 게 있다고 저는 봤어요. 듀보스 부인이야말로 흥미로운 인물인데 많이 다루지 못했네요. 그녀는, 지금 독자들에겐 용납 안될지도, 독자로서 그녀를 이해할 필요롤 못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Racist니까 그럼 볼 장 다본 거니까. 하지만 소설이니까, 소설 속 맥락을 가진 인물이니 상상해보면, 그녀는 젬과 스카웃에게 왜 그랬을까? 그녀 입장에서는 그들이 옳지 않다고 여겼겠죠, 도덕적으로. 물론 그녀의 도덕은 잘못됐고 시대착오적이지마, 일단 그녀는 사회적으로 그렇게 학습했고 그결과 다가오는 시대의 도덕과 충돌하는 도덕적 비판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괜한 꼬장만 부린 게 아니라. 그럼 그녀의 이런 잘못된, 시대착오적인 도덕을 어떻게 바꿀까? 대화를 해서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너는 인종주의자고 악이라고 몰아붙일 수도 있겠죠. 저가 줏어듣기로는, 과거 미국사회는 후자의 방법을 택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결과 정치적 지형이 크게 바뀌었고 남부는 송두리째 공화당으로 넘어갔고 바로 그 파장과 결과를 오늘날 미국인 뿐 아니라 전세계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체감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며 고민하게 된 저나름 화두였고요^^ 에티커스가 말한 양심을 저는 일종의 내적진실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것.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저는 듀보스 부인 또한 마지막까지 자신의 내적 진실을 추구했던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즉 남들이 나를 알아주든 몰라주든, 나를 옳다고 칭송하든 틀렸다고 비난하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바라보는 나 자신이 옳았는가, 그대로 실천했는가. 물론 이게 과하면 자립을 넘어 고립이 되고(래들리처럼) 커닝햄처럼 괜한 고집이 되기도 하고 듀보스 부인처럼 왜곡되기도 하지만 그런 내적진실 자체가 없다는 건(밥 유얼처럼) 그건 에티커스에게조차도 이해할 여지를 못 주는 게 아닐까. 일단은 그런 생각인데 2부를 읽으며 그 생각이 바뀔수도 있겠죠. 구구절절 말했지만, 소설 속 인물에 대해 저마다 달리 바라본다는 게 그 자체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저마다 달리 본 걸 다른 사람과 열심히 얘기하는 것도 좋고요. 2부에서도 그렇게 지금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뭐야님과 베오님, 그리고 그밖에 함께 해주신 모임원들 덕분에 더 풍성하고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독서 모임을 하며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했던 모임이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막연히 저에게 특별한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으로만 남아있었던 이 책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모임을 만들어주신 뭐야님 감사 드려요. 2부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마지막날 참여해주셔서 기뻤습니다. 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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