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

D-29
포르토프랭스에서 분노한 한 노예가 다음과 같이 외쳤다. “나는 처음부터 흑인들이 사기당할 줄 알고 있었다.” 그가 옳았다. […] 이는 잊을 수 없는 비극적인 배신행위였는데, 식민지에서 아프리카계 여러 집단들 사이에 내부 분쟁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94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1792년 4월 4일 국민의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유색인들과 자유 흑인들은 백인 이민자들과 나란히 정치적 권리의 평등을 누려야 한다. 그들은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고, ‘능동적인’ 시민으로서 재산 자격을 충족한다면 모든 공직에 선출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이다.” 법령은 ‘노예들의 봉기’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다. 다시 말해서 시민의 ‘단결’이 “약탈과 방화로부터 그들의 재산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명기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08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이제 식민지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 즉 자유인과 노예만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인 사이에는 어떠한 인종차별도 없을 것이다. 이는 대단한 진전이었다. 아메리카 노예제 사회의 한복판에서 인종에 의거한 법적인 차별이 금지된 것이다. 이 법령은 생도맹그의 수많은 자유유색인들과 함께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의미 있는 정치권력을 가지게 될 것을 보장했다. 생도맹그의 노예 반란은 노예제를 구하기 위해서 인종 평등을 부여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 역설적인 방식으로 정치의 지평을 확대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08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농장주들에게는 적의 편에 서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노예제를 구하는 대신 노예제 철폐를 위한 상황을 낳았다. 그들은 공화국의 배신자가 됨으로써 노예들이 프랑스의 시민이자 수호자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4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그들은 모두 프랑스에 충성을 맹세했고, ‘세 인종의 단합’을 상징하는 적백청색의 공화국 삼색기 아래서 행진했다. “우리의 깃발은 우리의 자유가 세 인종, 즉 흑인과 물라토, 백인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우리는 이 세 인종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생도맹그의 모든 인종은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우리의 자유에 적대하는’ 자들과 싸운다.” 왕당파의 백기를 휘날리면서 오로지 흰색만을 원하고 ‘구질서’로의 복귀를 바라는 ‘특권계급’과 ‘에스파냐’에 맞서 모두가 힘을 합쳐서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아니다! 우리는 프랑스인이다. 우리는 자유인으로 살거나, 그게 아니면 죽기를 원한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59~26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새로운 질서는 원칙적으로 비타협적인 평등을 토대로 삼았다. 그 안에서 인종은 어떠한 자리도 차지할 수 없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63,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저는 오늘 <권력>까지 읽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투생 루베르튀르의 여정이라 기대를 하면서 읽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현실적이고 지극히 정치적인 그의 모습이 제 개인적 예상과는 많이 달랐어요. 저는 루베르튀르가 자유의 투사와 같은 인물일 것으로 추측했는데 오히려 생도맹그의 국내/국외정세를 저울질 하며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야망이 훨씬 큰 인물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 유명해진 건지도 모르겠고요. 아이티의 노예들을 해방하는 결정을 내린 송토나와 대립되는 점도 재밌었습니다. 정작 아이티 섬의 상황도 모르고, 그곳에서 자라거나 태어나지도 않았으며, 프랑스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나름 엘리트였을 백인인 송토나가 오히려 외부인의 시선과 입장에서 노예들을 해방했으니까요. 송토나가 혁명 초기의 급진적 면모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루베르튀르는 그 혁명이 일상으로 안착하기까지 필요한 혁명의 속도조절과 타협을 중시하는 현실적 면이 많이 보여 둘이 더 대립되어 보였습니다. 루베르튀르가 흑인이었던 점도 그렇고요. 혁명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폭발적인 팽창과 저돌력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혁명이 지속되려면 폭주기관차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루베르튀르도 누구보다 혁명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르캅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커피 농장을 판다는 광고가 신문에 났는데, 시시한 제안이나마 다음과 같이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일부 벽이 여전히 서 있지만,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고, ‘검둥이’ 48‘마리’를 함께 팝니다. 그 가운데 30마리는 반란자들과 싸우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비적 떼에게 잃은’ 일곱을 포함해서 남은 노예들은 혹시 돌아올지도 모르니 매각 대상에 포함시킵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39-240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농장주들에게는 적[영국]의 편에 서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노예제를 구하는 대신 노예제 철폐를 위한 상황을 낳았다. 그들은 공화국의 배신자가 됨으로써 노예들이 프랑스의 시민이자 수호자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농장주들은 고립무원의 공화국 감독관들이 새로운 동맹자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 결국 공화국은 적들을 물리쳤고, 생도맹그를 프랑스령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구식민지의 기반을 파괴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46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생도맹그에서 송토나와 폴브렐이 내린 극적인 결정은 프랑스 공화국의 법이 되었다. 노예제의 토대 위에서 번영을 이룬 이 제국은 앞으로 주인도 노예로 없고, 오로지 시민만이 있을 뿐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69~27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영국은 1793년 중반에 인종차별적인 영국 법을 생도맹그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여러 영국령 식민지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8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정말 단순한 이유라서 오히려 허전해 보였지만 생각해보면 현재에도 이런 일은 곳곳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 문장을 수집했어요. 조직도, 개인도 자신이 기존부터 유지해온 행동 또는 과거에 자신이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 때문에 다음의 행동이나 사고에 제약을 받는 경우들이 있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또 주변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만 특별한 대우를 했다가는 뒤에서 온갖 소리가 나올까 봐 눈치를 보게 되고요. 노예제도 폐지를 하려면 송토나처럼 모든 계층과 인종의 예외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동시성과 보편성이 있지 않은 한, 어딘가에서는 반발과 불평 그리고 저항이 나올테니까요. 사회 진보의 속도는 점진적이어야 하지만 진보의 범주와 대상은 예외가 없어야만 가능한가 봅니다. 회사에서도 왜 하는지는 모르겠는 관습이나 업무가 있어서 물어보면 '그 전부터 그렇게 했어요.'라고만 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개인이나 조직의 차원에서는 이런 영역이 사회 전반에 넓게 퍼지지는 않지만 국가와 정치의 문제로 넘어가면 왜 악법과 악습이 계속 존재하는지 알려주는 문장 같습니다. 어쩌면 불의와 악은 꼭 악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심함의 연속을 먹고 자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직 왕들만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운 인간을 노예 상태로 전락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감히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8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주당 6일 노동을 선택한 농장 노동자들은 농장 생산의 3분의 1을 받을 수 있었다. 주당 5일 노동을 선택하면, 그들의 몫은 절반으로 줄어 6분의 1이 될 것이다. 이는 하루 덜 일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큰 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농장에서 노동자들은 여성들의 주도 아래 더 많은 자유 시간과 적은 보수를 선택했다. 그들은 농장 관리인이 약속한 임금보다 자기 채마밭에서 스스로 거둔 수익을 더 신뢰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93,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농장 노동자들이 수입보다는 안식과 삶의 균형을 택하는 선택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농장 노동자들이 노예이던 시절에는 주6일제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학대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을테니 저라도 그 시절의 기억 때문에라도 주5일제를 선택했을 것 같네요. 한편으론 지주와 농장주들이 짐승이라고 무시하던 노예들이 인간으로서의 욕구와 자유와 자발적 선택의 의지가 모두 담겨있는 똑같은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하여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생도맹그의 해방노예들이 무지하다면,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보블랑처럼 노예 주인이었던 자들이다. 게다가 교육받지 않았다고 해서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개화된 사람들만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고, 자신과 정의의 관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32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자유를 제한하자는 요구는 필연적으로 구질서로의 복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야기하고, 예정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예언을 작동시켜, 분쇄될 운명을 타고난 저항과 폭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루베르튀르는 예견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33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국민공회는 공화국의 모든 영토에서 노예제를 폐지한다고 선언한다. 따라서 피부색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인간은 프랑스 시민의 권리를 향유할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69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생도맹그에서 송토나와 폴브렐이 내린 극적인 결정은 프랑스 공화국의 법이 되었다. 노예제의 토대 위에서 번영을 이룬 이 제국은 앞으로 주인도 노예도 없고, 오로지 시민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정말 급진적인 변화로, 프랑스혁명이 착수한 수많은 과제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69-270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프랑스 식민지의 노예제는 혁명이 발발했을 때 정점에 있었고, 5년 안에 타파되고 만다. 1794년에 선포된 노예해방은 아메리카에서 노예제 폐지로 이어지게 될 굴곡진 긴 여정에서 중요한 단계였다. 그러나 생도맹그 사람들에게 이는 단지 자유를 위한 오랜 투쟁의 서막이 끝난 것일 뿐이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70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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