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

D-29
생도맹그에서 송토나와 폴브렐이 내린 극적인 결정은 프랑스 공화국의 법이 되었다. 노예제의 토대 위에서 번영을 이룬 이 제국은 앞으로 주인도 노예로 없고, 오로지 시민만이 있을 뿐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69~27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영국은 1793년 중반에 인종차별적인 영국 법을 생도맹그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여러 영국령 식민지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8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정말 단순한 이유라서 오히려 허전해 보였지만 생각해보면 현재에도 이런 일은 곳곳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 문장을 수집했어요. 조직도, 개인도 자신이 기존부터 유지해온 행동 또는 과거에 자신이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 때문에 다음의 행동이나 사고에 제약을 받는 경우들이 있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또 주변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만 특별한 대우를 했다가는 뒤에서 온갖 소리가 나올까 봐 눈치를 보게 되고요. 노예제도 폐지를 하려면 송토나처럼 모든 계층과 인종의 예외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동시성과 보편성이 있지 않은 한, 어딘가에서는 반발과 불평 그리고 저항이 나올테니까요. 사회 진보의 속도는 점진적이어야 하지만 진보의 범주와 대상은 예외가 없어야만 가능한가 봅니다. 회사에서도 왜 하는지는 모르겠는 관습이나 업무가 있어서 물어보면 '그 전부터 그렇게 했어요.'라고만 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개인이나 조직의 차원에서는 이런 영역이 사회 전반에 넓게 퍼지지는 않지만 국가와 정치의 문제로 넘어가면 왜 악법과 악습이 계속 존재하는지 알려주는 문장 같습니다. 어쩌면 불의와 악은 꼭 악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심함의 연속을 먹고 자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직 왕들만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운 인간을 노예 상태로 전락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감히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8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주당 6일 노동을 선택한 농장 노동자들은 농장 생산의 3분의 1을 받을 수 있었다. 주당 5일 노동을 선택하면, 그들의 몫은 절반으로 줄어 6분의 1이 될 것이다. 이는 하루 덜 일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큰 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농장에서 노동자들은 여성들의 주도 아래 더 많은 자유 시간과 적은 보수를 선택했다. 그들은 농장 관리인이 약속한 임금보다 자기 채마밭에서 스스로 거둔 수익을 더 신뢰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93,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농장 노동자들이 수입보다는 안식과 삶의 균형을 택하는 선택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농장 노동자들이 노예이던 시절에는 주6일제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학대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을테니 저라도 그 시절의 기억 때문에라도 주5일제를 선택했을 것 같네요. 한편으론 지주와 농장주들이 짐승이라고 무시하던 노예들이 인간으로서의 욕구와 자유와 자발적 선택의 의지가 모두 담겨있는 똑같은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하여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생도맹그의 해방노예들이 무지하다면,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보블랑처럼 노예 주인이었던 자들이다. 게다가 교육받지 않았다고 해서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개화된 사람들만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고, 자신과 정의의 관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32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자유를 제한하자는 요구는 필연적으로 구질서로의 복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야기하고, 예정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예언을 작동시켜, 분쇄될 운명을 타고난 저항과 폭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루베르튀르는 예견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33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국민공회는 공화국의 모든 영토에서 노예제를 폐지한다고 선언한다. 따라서 피부색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인간은 프랑스 시민의 권리를 향유할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69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생도맹그에서 송토나와 폴브렐이 내린 극적인 결정은 프랑스 공화국의 법이 되었다. 노예제의 토대 위에서 번영을 이룬 이 제국은 앞으로 주인도 노예도 없고, 오로지 시민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정말 급진적인 변화로, 프랑스혁명이 착수한 수많은 과제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69-270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프랑스 식민지의 노예제는 혁명이 발발했을 때 정점에 있었고, 5년 안에 타파되고 만다. 1794년에 선포된 노예해방은 아메리카에서 노예제 폐지로 이어지게 될 굴곡진 긴 여정에서 중요한 단계였다. 그러나 생도맹그 사람들에게 이는 단지 자유를 위한 오랜 투쟁의 서막이 끝난 것일 뿐이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70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전 책 대출기한이 다 되어서 오늘 반납했습니다. 다시 대출받으면 마저 이어서 읽을게요!
폴브렐과 송토나는 해방노예들의 ‘권리 주장’을 억누르기 위해 처벌 규정으로 위협했다. 사실 폴브렐이 2월에 만든 체계는 노예제 이후에 아메리카 전역에서 등장하게 될 사회 형태를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예견한 것이었다. 더 이상 누구의 재산으로 소유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이제 법에 따라 그리고 가난 때문에 구금되어야 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94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루베르튀르는 엉망이 된 농장 체제를 유지·복원하기 위해서 예전 농장주들과 함께 수월하게 일했다. […] 물론 새로운 체제에서는 지주들이 노예제 아래에서 누렸던 것처럼 노동자들에 대한 무제한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식민지 국가는 노예해방에 헌신했다. 그러나 또한 해방노예들을 농장에 머물게 하고, 해방되기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이 일을 강요하는 데에도 혈안이 되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97-298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루베르튀르는 반란의 핵심에 있었고,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그 자유를 어떻게 보전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1794년에 프랑스의 지도자들이 아무리 원칙에 충실했을지라도, 궁극적으로 프랑스 국민은 생도맹그가 지난 세기 동안 생산했던 상품들을 계속해서 대서양 건너로 보내 줄 때에만 노예해방의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유는 달콤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다. 프랑스는 여전히 달콤한 설탕이 필요했고, 설탕과 함께할 커피도 필요했다. 한 당대인의 설명에 따르면, 루베르튀르는 이런 금언을 남겼다. “흑인들의 자유는 농업의 번영을 통해서만 확고해질 수 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302-303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시민으로서는 자유를 얻었지만 생도맹그인으로서는 자유와 식민지라는 개념이 쉽게 조화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루베르튀르는 현실적인 태도를 취한 것 같더라고요. 혁명의 결과물이 계속 이어지려면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과 그걸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실행력이 놀랍더라고요. 생각은 하기 쉽지만 자칫 노예출신이었던 대다수의 시민들이 저항하여 다시 혼란이 반복될 수 있음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노예 출신이었기에 오히려 노예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급진성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책을 읽을수록 투생 루베르튀르라는 사람이 참으로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예해방이라는 신념에 찬 투사이자 군인이면서, 동시에 냉철한 현실 정치가, 경제전략가이자 “교활한 외교가”이기도 하고요. “영토와 정치권력”을 위해서는 과거의 동지와도 얼마든지 전쟁을 벌이며, 인민들에게는 “설교자”와 “독재자”의 면모를 가차없이 보여주네요.
저도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겐 꼰대 노예해방지도자 같은 느낌이었어요.
스윗꼰대와 독재자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네요 ㅎㅎ 혁명과 개혁초기와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본인만이 아이티를 이끌 수 있다는 어떤 독선과 집념이 느껴지는데 독재자의 길로 점점 향하고 있네요. 루베르튀르가 보기에는 그를 둘러싼 주변 인종과 계층 집단들이 각자 자신만의 이해관계나 열망의 추구에만 매달렸기에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아이티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듯한데... 노예제로의 복원을 원하지는 않지만 농장노동자들의 자유를 제한하려던 중도적 입장에서 독재라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흥미로우면서도 결국 권력자가 되면 다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네요.
ㅎㅎㅎ 꼰대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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