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

D-29
거기서 그는 어떤 광장에서 “모자를 쓰지 않은 채 팔을 쭉 뻗은, 눈에는 자긍심이 가득하고 고귀하고 당당한 검둥이” 조각상을 보았다. 동상 아래에는 “신세계의 복수를 위하여!”라는 글귀가 있었다. (98쪽) ‘복수자’(Avenger)라는 말은 18세기부터 쓰였는데, […] 그 당시만 해도 살육과 보복을 피할 방법이 있었다. 노예들이 들고일어나 폐지하기 전에, 유럽인과 노예 주인들이 스스로 노예제를 폐지했어야 했다. (100쪽) 프랑수아 뒤발리에 정부 시절, 포르토프랭스의 국민궁전 맞은편에 무명의 반란 노예들을 국가의 창건자로 기리기 위해서 ‘이름 없는 도망노예’ 조각상이 세워졌다. (94쪽)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처음 10쪽 읽기가 넘 괴로웠는데 3장 읽고 있는 지금 옛날이야기처럼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 했다가 이후 장부터는 난이도(?)가 내려가서 안심하고 읽고 있네요 😅
원칙적으로 아프리카 혈통이나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했을지라도 아프리카계 자유인은 토지와 노예를 매입할 수 있었고, 도시에서도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있었으며, 어느 학교에서든 교육받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원하는 직업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방에 관한 흑인법의 규정들은 노예의 처우에 대한 조항들과 마찬가지로 18세기 내내 훼손되었다. 식민지 관리들은 자유유색인 공동체의 규모와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예를 해방시켜주는 농장주들에게 '자유세'(liberty taxex)를 납부하라고 요구했고, 점차 아프리카계 사람들을 법적인 장애자로 만들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05,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팽창하는 커피 경제에 편승하고자 했던 백인 이주민들은 종종 "자유유색인들이 자기들보다 앞서 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자유유색인들이 소유 토지를 조금씩 개발하면서 장기적으로 투자한 반면, 일확천금을 노리던 백인들은 자기 돈을 빨리 써 버리고 파산하기 일쑤였다. 많은 자유유색인 가문들이 몇 대에 걸쳐 농장을 마련하고 토지와 노예를 소유한 부자로 성장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09,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그들이 식민지와 노예제의 수호자로 봉사하면 할수록, 자유유색인은 백인 지배에 도전하고 그 토대를 침식했다. 이러한 모순과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무능력한 백인들이 아이티혁명의 불을 댕겼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1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1771년 생도맹그의 관리들은 "노예의 마음속"에 열등감을 남겨 두기 위해서 "자유가 부여된 뒤에도" 인종차별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서 그들의 피부색이 예속의 운명을 짊어졌고 그 무엇도 그들을 자신의 주인과 "동등하게" 만들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15,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이처럼 생도맹그는 정신 분열적 사회였다. 왜냐하면 법이 유럽계와 아프리카계 주민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는데, 그런 법률을 지지한 백인들이 그 법들을 계속 조롱했기 때문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1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섬의 소수자인 백인 계층이 절대 다수인 노예들을 통제하기 위해 자유유색인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정작 자유유색인의 경제적/사회적 성장을 통제하고 결과만 가지고 싶어했던 모순이 오히려 혁명으로 가는 길을 부추긴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자유유색인들이 노예들과 자신들을 동일시하기 보다는 또다시 계급과 피부색을 기반으로 '백인 검둥이'와 노예를 멸시했다는 부분이 너무 현실적이라고 느껴지네요.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경쟁하며 그 안에서 모순이 뒤섞인 사회였으니 사회적 긴장과 불만의 에너지가 쌓여갔을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역사가 어디로 흐를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것 같아요
저는 오늘부로 3장까지 읽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장부터 3장까지 각 장이 아이티의 구성원들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느꼈어요. 1장에서는 아이티와 서구 세계의 접촉부터 시작하여 백인이 아이티에 정착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인디오들이 소멸하면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들의 애환과 삶을 묘사하고 있고요. 3장은 이 두 인종 사이의 계급과 권력, 성性, 경제적 역할로 인해 등장한 혼혈집단인 자유유색인이 나옵니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아이티 섬으로 넘어온 인종 집단과 그들의 역할, 위치를 자연스레 알 수 있어서 읽기 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장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긴장감이 가장 높아지던 아이티의 모습, 경제적 영향력의 증가에 따라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자유유색인, 그런 자유유색인들의 성장을 견제하려던 백인 농장주들, 식민지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프랑스 본토 각자의 이해관계의 충돌 구도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복잡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프랑스 혁명의 가치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못했다는 점, 누군가는 그 혁명을 통해서 이권과 영향력을 손에 넣으면서도 반대편의 누군가는 그 혜택을 얻지 못하게 억누르려 했다는 점에서 혁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혁명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모두가 변혁을 겪고 사회가 격변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누군가에게는 체제전복의 사건이 다른 누군가에는 반동적인 억제력이 된다는 게 신선하면서도 충격이었어요.
저도 그저께 딱 3장까지 읽었어요. 오늘부터는 4장 시작하려 합니다. 마침 EBS에서 레미제라블도 하네요. ^^
“각자의 이해관계의 충돌 구도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복잡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 이 말씀에 진심 동감합니다. 아이티 혁명이라는 게 단순히 흑인 노예들이 들고일어나서 백인들을 쫓아냈대, 이렇게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 저변에는 매우 복잡한 층위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독서로 깨닫고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티의 구성세력과 인종, 계층이 섬의 크기에 비해 훨씬 더 분열되고 복잡했던 점이 노예해방과 독립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고 견제하며 권력을 잡고자 욕망했기에 구심점이 있는 단일 세력으로 뭉치지 못하여 반란이 쉽게 진압되지 못한 점, 반란의 장기화로 인해 노예들이 구시대의 제약에서 탈출한 기간이 길어진 점이 그렇죠. 책의 앞에서 작가는 생도맹그는 정신분열적인 장소였다고 말했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정신의 분열이 결국 기존 사회와 체제로부터의 분열로 이어지는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7장 ‘자유의 땅’에서 당시 에스파냐와 영국 등이 혁명프랑스와 벌인 전쟁 또한 노예해방의 원동력으로 작동하게 되는 걸 보면서, 저도 은화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은 또 다른 노예 집단은 농장주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들이었다. 그들은 들에서 일하는 노예들보다 좋은 옷을 입었고 잘 먹었으며, 자기들의 지위를 이용하기도 했다. 늘 주인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 유리했다. 십장과 장인들을 빼면 하인 노예들이 가장 쉽게 해방될 수 있었다. 반면에 그들은 다른 노예들과 격리되어 있었고 주인들의 성적 착취에 더 많이 종속되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82p,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1790년대 말, 노예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또 다른 직업을 이용해서 자기가 받은 아기를 죽인 삼디라는 산파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녀는 자신이 죽인 아기들 하나하나를 생각나게 하는 70개의 매듭이 달린 허리띠를 착용했는데, 아기들에게는 자신이 '해방자'였다고 선언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84p,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살인이 '삶'보다 더 나은 것이 되어 버리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대목이 인상깊었어요. “아기들에게는 자신이 ‘해방자’였다…”
1771년 생도맹그의 관리들은 "노예의 마음속"에 열등감을 남겨 두기 위해서 "자유가 부여된 뒤에도" 인종차별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서 그들의 피부색이 예속의 운명을 짊어졌고 그 무엇도 그들을 자신의 주인과 "동등하게" 만들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15p,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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