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1년 생도맹그의 관리들은 "노예의 마음속"에 열등감을 남겨 두기 위해서 "자유가 부여된 뒤에도" 인종차별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서 그들의 피부색이 예속의 운명을 짊어졌고 그 무엇도 그들을 자신의 주인과 "동등하게" 만들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섬의 소수자인 백인 계층이 절대 다수인 노예들을 통제하기 위해 자유유색인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정작 자유유색인의 경제적/사회적 성장을 통제하고 결과만 가지고 싶어했던 모순이 오히려 혁명으로 가는 길을 부추긴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자유유색인들이 노예들과 자신들을 동일시하기 보다는 또다시 계급과 피부색을 기반으로 '백인 검둥이'와 노예를 멸시했다는 부분이 너무 현실적이라고 느껴지네요.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경쟁하며 그 안에서 모순이 뒤섞인 사회였으니 사회적 긴장과 불만의 에너지가 쌓여갔을 수밖에 없었겠죠.
꽃의요정
그래서 역사가 어디로 흐를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것 같아요
은화
저는 오늘부로 3장까지 읽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장부터 3장까지 각 장이 아이티의 구성원들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느꼈어요. 1장에서는 아이티와 서구 세계의 접촉부터 시작하여 백인이 아이티에 정착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인디오들이 소멸하면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들의 애환과 삶을 묘사하고 있고요. 3장은 이 두 인종 사이의 계급과 권력, 성性, 경제적 역할로 인해 등장한 혼혈집단인 자유유색인이 나옵니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아이티 섬으로 넘어온 인종 집단과 그들의 역할, 위치를 자연스레 알 수 있어서 읽기 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장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긴장감이 가장 높아지던 아이티의 모습, 경제적 영향력의 증가에 따라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자유유색인, 그런 자유유색인들의 성장을 견제하려던 백인 농장주들, 식민지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프랑스 본토 각자의 이해관계의 충돌 구도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복잡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프랑스 혁명의 가치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못했다는 점, 누군가는 그 혁명을 통해서 이권과 영향력을 손에 넣으면서도 반대편의 누군가는 그 혜택을 얻지 못하게 억누르려 했다는 점에서 혁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혁명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모두가 변혁을 겪고 사회가 격변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누군가에게는 체제전복의 사건이 다른 누군가에는 반동적인 억제력이 된다는 게 신선하면서도 충격이었어요.
꽃의요정
저도 그저께 딱 3장까지 읽었어요. 오늘부터는 4장 시작하려 합니다.
마침 EBS에서 레미제라블도 하네요. ^^
향팔
“각자의 이해관계의 충돌 구도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복잡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 이 말씀에 진심 동감합니다. 아이티 혁명이라는 게 단순히 흑인 노예들이 들고일어나서 백인들을 쫓아냈대, 이렇게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 저변에는 매우 복잡한 층위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독서로 깨닫고 있습니다.
은화
오히려 아이티의 구성세력과 인종, 계층이 섬의 크기에 비해 훨씬 더 분열되고 복잡했던 점이 노예해방과 독립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고 견제하며 권력을 잡고자 욕망했기에 구심점이 있는 단일 세력으로 뭉치지 못하여 반란이 쉽게 진압되지 못한 점, 반란의 장기화로 인해 노예들이 구시대의 제약에서 탈출한 기간이 길어진 점이 그렇죠.
책의 앞에서 작가는 생도맹그는 정신분열적인 장소였다고 말했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정신의 분열이 결국 기존 사회와 체제로부터의 분열로 이어지는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향팔
덧붙여서 7장 ‘자유의 땅’에서 당시 에스파냐와 영국 등이 혁명프랑스와 벌인 전쟁 또한 노예해방의 원동력으로 작동하게 되는 걸 보면서, 저도 은화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꽃의요정
“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은 또 다른 노예 집단은 농장주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들이었다. 그들은 들에서 일하는 노예들보다 좋은 옷을 입었고 잘 먹었으며, 자기들의 지위를 이용하기도 했다. 늘 주인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 유리했다. 십장과 장인들을 빼면 하인 노예들이 가장 쉽게 해방될 수 있었다. 반면에 그들은 다른 노예들과 격리되어 있었고 주인들의 성적 착취에 더 많이 종속되었다. ”
“ 1790년대 말, 노예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또 다른 직업을 이용해서 자기가 받은 아기를 죽인 삼디라는 산파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녀는 자신이 죽인 아기들 하나하나를 생각나게 하는 70개의 매듭이 달린 허리띠를 착용했는데, 아기들에게는 자신이 '해방자'였다고 선언했다. ”
『아이티 혁명사 - 식민 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84p,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문장모음 보기
꽃의요정
살인이 '삶'보다 더 나은 것이 되어 버리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향팔
저도 이 대목이 인상깊었어요. “아기들에게는 자신이 ‘해방자’였다…”
꽃의요정
“ 1771년 생도맹그의 관리들은 "노예의 마음속"에 열등감을 남겨 두기 위해서 "자유가 부여된 뒤에도" 인종차별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서 그들의 피부색이 예속의 운명을 짊어졌고 그 무엇도 그들을 자신의 주인과 "동등하게" 만들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오드뤽의 임무는 자신의 최우선 과제, 즉 가능하면 많은 설탕을 생산해내는 것이었다. 그는 1785년에 쓴 편지에서 "하루에 16시간 밖에 일하지 않는데, 어떻게 많은 설탕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인간과 동물을 최대한 소모시키는 것"이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
어떻게 하면 인간의 노동이 16시간 '밖에'가 될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혁명은 역시 가장 억압적인 환경이 갖춰져야만 터져나오는 양극단의 충돌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은화
“ 이 '방탕한' 노예들은 주인을 속이고, 주인의 아이들에게 젖을 줄 때에도 부정한 성행위를 계속했다. 검둥이 여성들은 백인 아이들에게 '상한 젖'을 먹였고, 이 '해로운 음료'가 '염치없는 욕망의 씨앗'을 전달했다. 크레올 어머니들은 자식에게 마땅히 젖을 먹여야 함에도 어릴 때부터 여자 노예에게 맡김으로써 아이에게 여자 노예에 대한 색욕이 스며들게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했다. ”
[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그믐의 대표 작가, 조영주
[책 증정] <탐정 소크라테스> 조영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 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