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0년대 말, 노예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또 다른 직업을 이용해서 자기가 받은 아기를 죽인 삼디라는 산파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녀는 자신이 죽인 아기들 하나하나를 생각나게 하는 70개의 매듭이 달린 허리띠를 착용했는데, 아기들에게는 자신이 '해방자'였다고 선언했다. ”
“ 1771년 생도맹그의 관리들은 "노예의 마음속"에 열등감을 남겨 두기 위해서 "자유가 부여된 뒤에도" 인종차별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서 그들의 피부색이 예속의 운명을 짊어졌고 그 무엇도 그들을 자신의 주인과 "동등하게" 만들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오드뤽의 임무는 자신의 최우선 과제, 즉 가능하면 많은 설탕을 생산해내는 것이었다. 그는 1785년에 쓴 편지에서 "하루에 16시간 밖에 일하지 않는데, 어떻게 많은 설탕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인간과 동물을 최대한 소모시키는 것"이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
어떻게 하면 인간의 노동이 16시간 '밖에'가 될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혁명은 역시 가장 억압적인 환경이 갖춰져야만 터져나오는 양극단의 충돌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은화
“ 이 '방탕한' 노예들은 주인을 속이고, 주인의 아이들에게 젖을 줄 때에도 부정한 성행위를 계속했다. 검둥이 여성들은 백인 아이들에게 '상한 젖'을 먹였고, 이 '해로운 음료'가 '염치없는 욕망의 씨앗'을 전달했다. 크레올 어머니들은 자식에게 마땅히 젖을 먹여야 함에도 어릴 때부터 여자 노예에게 맡김으로써 아이에게 여자 노예에 대한 색욕이 스며들게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했다. ”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대상을 공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방을 도덕적으로 불결하고 추잡하다고 비난하는 건가 봐요.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타지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욕망을 절제하지 않았던 백인 남성들이 문제의 원인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게 웃기기도 하면서도 설마 저렇게 진짜로 믿었을까 궁금해지네요.
은화
“ 그러나 레몽의 지적처럼, 자유유색인 여성들이 백인들과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몸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종주의 법률 때문이었다. 일부 자유유색인 여성들은 "직업적인 관리인이자 개인적인 동반자"의 역할을 겸하는 매니저라는 호칭을 취함으로써 백인 남성과 관계를 공식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많은 백인 이주민들이 식민지에서 사업상의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그 사업을 관리하기 위해서 매니저에게 의지했다. ”
『아이티 혁명 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1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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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집세가 안 든다는 건, 우정인 관계에 성적인 요소를 더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동기다. (중략) 이것이 화폐로서의 섹스다. 갓 사귀기 시작한 사람과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줄이는 것은 성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이다. 당신이 다투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 즐겁다면, 그리고 적어도 한두 달은 그러한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면,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당연히 말이 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부끄러워해서도 안 된다. ”
『핸드 투 마우스 - 부자 나라 미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 여성 생존기』 p.145, 린다 티라도 지음, 김민수 옮김
핸드 투 마우스 - 부자 나라 미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 여성 생존기미국 저임금 노동자 린다 티라도가 가난한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그는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 부자들이 바라보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거친 말로 분노를 쏟아내는 동시에 익살스러운 유머로 풍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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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자유유색인 여성들이 백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은 이유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이전에 가난에 대한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어요. <핸드 투 마우스>는 미국에서 소득수준이 하위 30%인 워킹푸어로 살아가던 여성 '린다 티라도'가 본인이 겪은 가난에 대한 생각과 실화를 담은 에세이에요.
린다는 워킹푸어이지만 젊었을 때는 잠깐 대학에도 다녔을 정도로 일반적인 지적수준이나 교양, 사고와 의식이 우리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집에 연달아 악재가 닥치면서 삶이 점점 버거워지다가 하층계급으로 전락하게 되었고요. 이 책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특정한 행동을 왜 하는지, 왜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지를 일상과 직업의 체험과 연관지어 설명해주는데 읽기 쉬우면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영역이라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책에서는 하층계급에게 성생활이 어떤 의미인지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저자는 책 문장처럼 가난한 약자의 입장에서는 상대편이 원하는 바가 있는데 그걸 충족시켜주는 대가로 한동안 생활비와 주거, 식사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즐겁게 살 수 있다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매우 좋은 기회라고 설명해요.
왠지 그 당시 생도맹그의 자유유색인 여성들도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입장이지 않을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국가와 정부가 자유유색인의 진출을 법으로서 교묘히 가로막고 제한한다면 사회 구성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려는 게 당연하니까요. 오히려 그런 자유유색인 여성들을 통해 도움을 얻는 남성들도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백인 남성들이 유색인 여성들을 보고 문란하다고 하는 비난이 참 야비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은화
“ 생도맹그 대표단의 경고와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반응은 전쟁을 시작하는 전초전이었는데, 이 전쟁의 전장은 파리와 보르도에서부터 생도맹그의 평원까지 펼쳐지게 될 터였다. 이는 혁명의 의미를 둘러싼 전쟁이었다. 갱생된 프랑스의 법률이 모국뿐 아니라 식민지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한, 다시 말해서 권리가 보편적인 것인가 하는 바로 그 문제에 관한 전쟁이었다. ”
“ 식민지위원회는 자유유색인 문제에 관해 분명한 훈령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회에서 정쟁을 피했다. 국민의회는 농장주들이 “훈령의 불명확함을 이용”해서 “자신이 감히 거절하지 못한” 자유유색인의 요구를 거부하기를 바랐다. 이는 냉소적이고 비겁한 정치적 타협이었는데, 그 속에서 잔인한 전쟁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국민의회는 자유유색인을 포기했고, 그들을 식민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생도맹그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
저도 이 문장이 기억에 남아서 따로 수집을 해뒀어요. 백인과 자유유색인, 아프리카계 주민들 사이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대립을 보면 아이티는 결국 어느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혁명이 일어날 위치였다는 게 점점 확실해 보입니다. 역사의 결과를 다 볼 수 있는 현시대의 입장에서는 백인 지주들이 매번 손해가 될 결정만 내리는 모습이 어이없어 보이지만 그 당시의 백인들은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 저렇게 행동했겠죠?
또한 법조문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면 그 해석의 차이로 인해 사회혼란이 발생하고, 반대로 너무 구체적이고 확정적이면 무수한 예외들에 적용할 수 없는 문제를 보면서 법을 준수하는 것 못지 않게 어떻게 정의하고 제정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는걸 느꼈습니다.
향팔
훈령의 문장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제시함으로써,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은근히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한 국민의회의 행태가 눈에 띄었어요.
은화
“ 그들은 농장에 있는 모든 설탕 제조 시설을 때려 부쉈다. 사실 그 지방 전역에서 반란자들은 사탕수수밭뿐 아니라 설탕 제조에 필요한 분쇄기와 갖가지 도구, 장비, 저장고, 노예막사 등 그들이 노예제 아래서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건과 노예제의 착취 도구들을 모조리 파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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