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

D-29
생도맹그 대표단의 경고와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반응은 전쟁을 시작하는 전초전이었는데, 이 전쟁의 전장은 파리와 보르도에서부터 생도맹그의 평원까지 펼쳐지게 될 터였다. 이는 혁명의 의미를 둘러싼 전쟁이었다. 갱생된 프랑스의 법률이 모국뿐 아니라 식민지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한, 다시 말해서 권리가 보편적인 것인가 하는 바로 그 문제에 관한 전쟁이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2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생도맹그의 백인들은 분주하게 자기들의 혁명을 수행하면서, 자신들의 세계를 뒤엎을 수 있는 한층 더 급진적인 또 다른 혁명의 가능성에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31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식민지위원회는 자유유색인 문제에 관해 분명한 훈령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회에서 정쟁을 피했다. 국민의회는 농장주들이 “훈령의 불명확함을 이용”해서 “자신이 감히 거절하지 못한” 자유유색인의 요구를 거부하기를 바랐다. 이는 냉소적이고 비겁한 정치적 타협이었는데, 그 속에서 잔인한 전쟁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국민의회는 자유유색인을 포기했고, 그들을 식민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생도맹그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41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저도 이 문장이 기억에 남아서 따로 수집을 해뒀어요. 백인과 자유유색인, 아프리카계 주민들 사이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대립을 보면 아이티는 결국 어느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혁명이 일어날 위치였다는 게 점점 확실해 보입니다. 역사의 결과를 다 볼 수 있는 현시대의 입장에서는 백인 지주들이 매번 손해가 될 결정만 내리는 모습이 어이없어 보이지만 그 당시의 백인들은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 저렇게 행동했겠죠? 또한 법조문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면 그 해석의 차이로 인해 사회혼란이 발생하고, 반대로 너무 구체적이고 확정적이면 무수한 예외들에 적용할 수 없는 문제를 보면서 법을 준수하는 것 못지 않게 어떻게 정의하고 제정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는걸 느꼈습니다.
훈령의 문장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제시함으로써,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은근히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한 국민의회의 행태가 눈에 띄었어요.
그들은 농장에 있는 모든 설탕 제조 시설을 때려 부쉈다. 사실 그 지방 전역에서 반란자들은 사탕수수밭뿐 아니라 설탕 제조에 필요한 분쇄기와 갖가지 도구, 장비, 저장고, 노예막사 등 그들이 노예제 아래서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건과 노예제의 착취 도구들을 모조리 파괴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55~15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사람들은 자기 하인에게 피살될까 봐 두려워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56~157,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평이하고 건조하지만 노예를 부리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반란과 봉기의 두려움과 공포를 가장 압축하여 담아낸 문장 같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고개 숙이고 명령에 군말 없이 복종하며 어떤 내색도 하지 않던 하수인들이 이제는 언제 자신을 어떤 방법으로 죽이거나 협박할지 두려워 해야 했으니까요. 지배계급 입장에서는 섬 인구의 90%나 되는 구성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말 그대로 사방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졌겠죠.
그들 주변의 모든 것이 불타버린 세계에 매달리고자 했던 백인 농장주들은 충성스런 노예들의 이야기에서 위안을 찾고, 다시금 옛날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덧없는 희망을 품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81,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참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안녕하세요! 현재 일정에 맞춰 진행중이긴하나 편하신 읽는 속도로 책을 읽으시고 인상깊은 문장이나 내용을 자유롭게 적어주시면 됩니다. 저 외에도 다른 참가자 분들도 중간중간 글을 올리기 때문에 보시면서 의견이나 생각을 적으셔도 되고요. 일정은 임의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부담은 안가지셔도 됩니다. 만일 책의 주제나 내용과 관련하여 다른 작품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얘기하고 싶으시면 책 제목이나 사이트 링크를 적어주셔도 되세요.
폭도들에 복수하고, 주인과의 관계를 뒤집고, 처음으로 자기들이 가진 힘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느꼈음에 틀림없는 그 어떤 벅찬 기분을 우리는 그저 짐작만 할 따름이다. 또한 가족과 함께 농장에 남을지 아니면 반란자들을 따라갈지, 잔혹한 처형으로 끝날지도 모르는 폭동에 가담할지 아니면 전쟁의 와중에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할지, 보상을 기대하면서 주인을 섬길지 아니면 불확실한 자유를 위해서 싸울지를 놓고 많은 이들이 경험했을 갈등과 고민을 우리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82,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한 저명한 농장주는 영국 수상 윌리엄 피트에게 편지를 보내 영국의 생도맹그 점령을 요청했다. 그는 그것이 노예제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8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전쟁 중인 양측 모두 자신들을 위해 싸울 노예들을 더 많이 징집했다. 그들은 전쟁만 끝나면 노예제가 재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기대한 것은 너무나 큰 착각이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195,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백인들과 자유유색인 모두에게 노예들이 병력자원이자 도구로써 휘둘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예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얘기로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노예를 통제하며 권력과 혜택을 수호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노예들의 등에 업힌 채 목표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네요. 백인과 자유유색인이 서로 물어뜯는 사이 노예들은 지배계층의 무력함을 깨닫고, 그들의 방식을 배움으로써 오히려 자유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는 게 역설적입니다.
말씀하신 내용과 관련해서 이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노예들은 자기들의 전쟁도 아닌 전쟁에 보조군으로 소집되었지만, 그 결과 전투 경험과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획득했다. 일단 “무기를 들고 동등하게” 복무하게 되자, 그들은 “자기들에게 약속된 자유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다. 어떤 농장주가 썼듯이, 농장을 떠나 군영으로 간 노예들은 “일하는 습관을 잃어버렸고” 그 과정에서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백인과 자유유색인 사이의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자신의 전쟁을 시작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17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오늘 150-200쪽까지 출근하며 읽었는데, 노예 혁명단들도 백인들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걸 보고 역시 인간에게 이성적인 것을 바라는 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겠죠....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집안일 좀 안 한다고 가족들에게 빽빽 소리지르는 제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아요. 저 사람들은 본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다가 자유가 주어진 거잖아요;;;;
밑에 @향팔 님이 문장 수집에도 적어주셨지만 노예들로서는 무장 반란 외에는 자신들의 상태를 벗어날 길이 없었다는 점에서 백인, 자유유색인, 흑인 모두 충돌 외에는 여지가 없었을 거에요. 자신들의 소유물로만 간주하던 아이티의 지주와 농장주들은 노예의 노동여건을 개선할 생각도 없고, 노예를 계속해서 수입할 수 있으니 기존 노예들을 소모할 뿐이고.. 아이티는 특히 섬이라는 환경이 그런 갈등을 더 부추겼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교통수단이 발전하더라도 여전히 섬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이죠. 과거였으면 항해 외에는 방안이 없었으니 더더욱 그랬을 테고요. 투쟁이 일어나면 결국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전멸하거나 힘을 상실하지 않는 한 물러설 곳이 없기에 양쪽 모두 치열했을 겁니다. 농장주들은 그들대로 생존의 위협을 느껴 더 악을 쓰고, 노예들은 노예들대로 지배계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신들의 반란이 실패하면 죽은 목숨이니.. 역사에 만약은 없다는 말이 아마 아이티에 통하는 말일 거라고 생각해요. 설령 반란의 시기나 방법이 조금 더 늦춰지거나 달라졌다 해도 결국은 언젠가는 다가올 재앙이었을 겁니다. 전 역사의 사례들도 그렇고 개개인들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되지 않는 막다른 길이 올 때가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폭력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흔히들 말하는 '강 대 강'으로 어느 한 쪽도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으면 남는 방법은 누군가가 굴복하는 길 뿐이니까요. 이미 노예제라는, 나와 남을 구분짓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제도를 허용하는 사회였기에 정해진 결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신호를 보냈고, 우는소리도 두려움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병사들이 그의 몸을 뒤지자 “그의 주머니에서 프랑스에서 인쇄된 〈인권선언〉과 신성한 혁명에 관한 상투적인 문구들로 가득한 팸플릿이 나왔다. 상의 주머니에는 부싯깃 한 뭉치, 인산염 그리고 생석회가 들어 있었다. 가슴에는 주물로 보이는 머리카락, 풀잎, 뼛조각이 가득 담긴 작은 주머니가 있었다.” 자유의 법, 언제라도 불을 댕길 수 있는 재료들, 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강력한 부적, 이는 분명 효능이 있을 법한 조합이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66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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