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

D-29
그러나 폭도에게는 그들만의 이데올로기, 그들만의 역사, 그들만의 희망이 있었다. 왕당파와 공화파 백인들의 활동이 반란을 위한 무대를 마련하고 그 반란이 진행되는 데 기여했지만, 반란 노예들이야말로 반란의 진정한 원동력이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69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노예들은 그들의 주인과 노예제를 유지하는 정부에 맞서 항구적인 전쟁 상태에 있었다. 그들은 그 어떤 수단, 심지어 폭력을 써서라도 자유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가랑쿨롱은 썼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70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프랑스의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확실히 난처해졌다. 그들의 신중한 개혁안은 다수의 백인들에게는 상당히 지나친 것이었지만, 노예들에게는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07,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1792년 4월 4일 국민의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유색인들과 자유 흑인들은 백인 이민자들과 나란히 정치적 권리의 평등을 누려야 한다. 그들은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고, ‘능동적인’ 시민으로서 재산 자격을 충족한다면 모든 공직에 선출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이다.” (중략) 이제 식민지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 즉 자유인과 노예만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인 사이에는 어떠한 인종차별도 없을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0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어떤 백인 상인은 폭도들에 관해서 “그들은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유의 정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약탈하고 살인하고 방화하려는 욕망에 의해 내달렸다”고 썼다. 그러나 농장주의 저택을 약탈하고, 노예로 살던 농장의 시설을 파괴하고, 자신들을 노예로 부린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추구하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또한 대다수의 노예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82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책의 배경은 주로 프랑스 지배령인 생도밍그를 위주로 소개되고 있지만 당시 스페인령이던 산토도밍고 쪽에서는 계속해서 노예수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는 스페인의 식민지들이 많았고, 이 식민지들에 지속적이면서도 노예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는 '노예무역 독점권'(Asiento de Negros, 일명 아시엔토)이라는 배경이 있고요. 스페인 왕국은 노예무역에 직접 가담하여 포획하기 보다는 다른 국가의 상인들에게 노예 공급을 대행으로 맡겼습니다. 1500년대부터 시작하여 1700년대 후반까지 포르투갈, 제노바, 프랑스, 영국 등 당시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이 독점권을 전쟁이나 협상 등으로 넘겨 받아 노예를 스페인 식민지들에 독점적으로 공급하여 많은 이윤을 얻었고요. 책의 초반에도 나온 것처럼 스페인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리려다가 포기한 이후로 흑인들로 눈을 돌립니다. 당시 포르투갈과의 조약으로 인해 스페인은 브라질 서쪽의 아메리카 신대륙 영토들에 대해서만 영향력이 있었기에 흑인노예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서부 해안을 차지하고 있던 포르투갈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등 유럽의 주요 전쟁이 끝날 때마다 아시엔토의 소유권이 옮겨 갈 정도로 당시 노예무역 독점권은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였고요. 계약은 주로 특정 국가의 상인집단이나 부유층에과 스페인 왕실이 독점계약을 맺고 N년에 걸쳐 일정 인원수의 노예를 공급하는 조건이었다네요. 우리는 당시 영국령 식민지였던 훗날의 미국의 흑인노예사와 노예무역을 주로 배우지만 실제 노예무역 공급량의 상당량은 중남미의 식민지들로 향했답니다. 아이티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식민지였으니 만큼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겠죠. 커피, 설탕, 담배와 더불어 흑인은 당시 유럽 열강들에게 상품 취급을 당해야 했던 슬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siento_de_Negros
수천 명의 노예들이 자기들 전쟁도 아닌 전쟁에서 서로 싸워야 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18,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어떤 농장주가 썼듯이, 농장을 떠나 군영으로 간 노예들은 "일하는 습관을 잃어버렸고" 그 과정에서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백인과 자유유색인 사이의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자신의 전쟁을 시작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17,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이 부분을 읽을 때 답답하기도 하고 노예들의 처지가 안타까웠어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쪽과 자신들이 기득권에 들어가려는 백인과 자유유색인의 투쟁에 아프리카계 노예들의 자리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모습.. 자신들에게 다가올 더 큰 변혁을 모르고 섬의 10%밖에 안되는 집단끼리 아웅다웅 하는 게 웃겨 보이기도 했습니다. 노예들은 들판에서, 농장에서, 도시에서 상대편 쪽에 끌려온 또 다른 노예군단을 맞아 서로 죽이고 죽일 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자신과 마찬가지로 선택권이 없이 협박을 당해 끌려온 상대에게 동정심을 느꼈을까요? 아니면 그 과정에서도 약간의 혜택과 이익을 얻기 위해 지원한 자신이 겹쳐 보여 상대를 경쟁자로써 혐오했을까요? 하지만 그런 피를 흘리는 과정이 있었기에 노예들도 점점 자신들의 영향력과 힘을 깨닫고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되었으니 위기가 곧 기회였나 봅니다. 오히려 백인과 자유유색인들이 자신들끼리 서로 싸우느라 노예들의 성장을 견제하지 못한 걸 보며 누군가의 불운이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든 우리는 완전히 파멸이다. 만약 우리가 반란 노예들을 격퇴하고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이 괴수들에 의해 도륙당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면 우리는 우리의 재산을 파괴하는 꼴이 된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2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수백 명의 반란 노예들이 승리를 쟁취한 병사가 된 것이다. 한 관찰자에 따르면, 그들은 “자유인의 자긍심을 가지고” 행진하면서 도시의 노예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우리처럼 했다면, 이 나라는 우리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93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포르토프랭스에서 분노한 한 노예가 다음과 같이 외쳤다. “나는 처음부터 흑인들이 사기당할 줄 알고 있었다.” 그가 옳았다. […] 이는 잊을 수 없는 비극적인 배신행위였는데, 식민지에서 아프리카계 여러 집단들 사이에 내부 분쟁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194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1792년 4월 4일 국민의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유색인들과 자유 흑인들은 백인 이민자들과 나란히 정치적 권리의 평등을 누려야 한다. 그들은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고, ‘능동적인’ 시민으로서 재산 자격을 충족한다면 모든 공직에 선출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이다.” 법령은 ‘노예들의 봉기’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다. 다시 말해서 시민의 ‘단결’이 “약탈과 방화로부터 그들의 재산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명기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08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이제 식민지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 즉 자유인과 노예만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인 사이에는 어떠한 인종차별도 없을 것이다. 이는 대단한 진전이었다. 아메리카 노예제 사회의 한복판에서 인종에 의거한 법적인 차별이 금지된 것이다. 이 법령은 생도맹그의 수많은 자유유색인들과 함께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의미 있는 정치권력을 가지게 될 것을 보장했다. 생도맹그의 노예 반란은 노예제를 구하기 위해서 인종 평등을 부여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 역설적인 방식으로 정치의 지평을 확대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08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농장주들에게는 적의 편에 서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노예제를 구하는 대신 노예제 철폐를 위한 상황을 낳았다. 그들은 공화국의 배신자가 됨으로써 노예들이 프랑스의 시민이자 수호자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4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그들은 모두 프랑스에 충성을 맹세했고, ‘세 인종의 단합’을 상징하는 적백청색의 공화국 삼색기 아래서 행진했다. “우리의 깃발은 우리의 자유가 세 인종, 즉 흑인과 물라토, 백인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우리는 이 세 인종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생도맹그의 모든 인종은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우리의 자유에 적대하는’ 자들과 싸운다.” 왕당파의 백기를 휘날리면서 오로지 흰색만을 원하고 ‘구질서’로의 복귀를 바라는 ‘특권계급’과 ‘에스파냐’에 맞서 모두가 힘을 합쳐서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아니다! 우리는 프랑스인이다. 우리는 자유인으로 살거나, 그게 아니면 죽기를 원한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59~26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새로운 질서는 원칙적으로 비타협적인 평등을 토대로 삼았다. 그 안에서 인종은 어떠한 자리도 차지할 수 없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263,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저는 오늘 <권력>까지 읽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투생 루베르튀르의 여정이라 기대를 하면서 읽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현실적이고 지극히 정치적인 그의 모습이 제 개인적 예상과는 많이 달랐어요. 저는 루베르튀르가 자유의 투사와 같은 인물일 것으로 추측했는데 오히려 생도맹그의 국내/국외정세를 저울질 하며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야망이 훨씬 큰 인물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 유명해진 건지도 모르겠고요. 아이티의 노예들을 해방하는 결정을 내린 송토나와 대립되는 점도 재밌었습니다. 정작 아이티 섬의 상황도 모르고, 그곳에서 자라거나 태어나지도 않았으며, 프랑스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나름 엘리트였을 백인인 송토나가 오히려 외부인의 시선과 입장에서 노예들을 해방했으니까요. 송토나가 혁명 초기의 급진적 면모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루베르튀르는 그 혁명이 일상으로 안착하기까지 필요한 혁명의 속도조절과 타협을 중시하는 현실적 면이 많이 보여 둘이 더 대립되어 보였습니다. 루베르튀르가 흑인이었던 점도 그렇고요. 혁명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폭발적인 팽창과 저돌력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혁명이 지속되려면 폭주기관차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루베르튀르도 누구보다 혁명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르캅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커피 농장을 판다는 광고가 신문에 났는데, 시시한 제안이나마 다음과 같이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일부 벽이 여전히 서 있지만,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고, ‘검둥이’ 48‘마리’를 함께 팝니다. 그 가운데 30마리는 반란자들과 싸우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비적 떼에게 잃은’ 일곱을 포함해서 남은 노예들은 혹시 돌아올지도 모르니 매각 대상에 포함시킵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39-240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농장주들에게는 적[영국]의 편에 서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노예제를 구하는 대신 노예제 철폐를 위한 상황을 낳았다. 그들은 공화국의 배신자가 됨으로써 노예들이 프랑스의 시민이자 수호자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농장주들은 고립무원의 공화국 감독관들이 새로운 동맹자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 결국 공화국은 적들을 물리쳤고, 생도맹그를 프랑스령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구식민지의 기반을 파괴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246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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