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도맹그에서 송토나와 폴브렐이 내린 극적인 결정은 프랑스 공화국의 법이 되었다. 노예제의 토대 위에서 번영을 이룬 이 제국은 앞으로 주인도 노예도 없고, 오로지 시민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정말 급진적인 변화로, 프랑스혁명이 착수한 수많은 과제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것이다. ”
“ 프랑스 식민지의 노예제는 혁명이 발발했을 때 정점에 있었고, 5년 안에 타파되고 만다. 1794년에 선포된 노예해방은 아메리카에서 노예제 폐지로 이어지게 될 굴곡진 긴 여정에서 중요한 단계였다. 그러나 생도맹그 사람들에게 이는 단지 자유를 위한 오랜 투쟁의 서막이 끝난 것일 뿐이었다. ”
“ 폴브렐과 송토나는 해방노예들의 ‘권리 주장’을 억누르기 위해 처벌 규정으로 위협했다. 사실 폴브렐이 2월에 만든 체계는 노예제 이후에 아메리카 전역에서 등장하게 될 사회 형태를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예견한 것이었다. 더 이상 누구의 재산으로 소유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이제 법에 따라 그리고 가난 때문에 구금되어야 했다. ”
“ 루베르튀르는 엉망이 된 농장 체제를 유지·복원하기 위해서 예전 농장주들과 함께 수월하게 일했다. […] 물론 새로운 체제에서는 지주들이 노예제 아래에서 누렸던 것처럼 노동자들에 대한 무제한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식민지 국가는 노예해방에 헌신했다. 그러나 또한 해방노예들을 농장에 머물게 하고, 해방되기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이 일을 강요하는 데에도 혈안이 되었다. ”
“ 루베르튀르는 반란의 핵심에 있었고,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그 자유를 어떻게 보전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1794년에 프랑스의 지도자들이 아무리 원칙에 충실했을지라도, 궁극적으로 프랑스 국민은 생도맹그가 지난 세기 동안 생산했던 상품들을 계속해서 대서양 건너로 보내 줄 때에만 노예해방의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유는 달콤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다. 프랑스는 여전히 달콤한 설탕이 필요했고, 설탕과 함께할 커피도 필요했다. 한 당대인의 설명에 따르면, 루베르튀르는 이런 금언을 남겼다. “흑인들의 자유는 농업의 번영을 통해서만 확고해질 수 있다.” ”
시민으로서는 자유를 얻었지만 생도맹그인으로서는 자유와 식민지라는 개념이 쉽게 조화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루베르튀르는 현실적인 태도를 취한 것 같더라고요. 혁명의 결과물이 계속 이어지려면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과 그걸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실행력이 놀랍더라고요. 생각은 하기 쉽지만 자칫 노예출신이었던 대다수의 시민들이 저항하여 다시 혼란이 반복될 수 있음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노예 출신이었기에 오히려 노예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급진성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향팔
책을 읽을수록 투생 루베르튀르라는 사람이 참으로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예해방이라는 신념에 찬 투사이자 군인이면서, 동시에 냉철한 현실 정치가, 경제전략가이자 “교활한 외교가”이기도 하고요. “영토와 정치권력”을 위해서는 과거의 동지와도 얼마든지 전쟁을 벌이며, 인민들에게는 “설교자”와 “독재자”의 면모를 가차없이 보여주네요.
꽃의요정
저도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겐 꼰대 노예해방지도자 같은 느낌이었어요.
은화
스윗꼰대와 독재자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네요 ㅎㅎ 혁명과 개혁초기와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본인만이 아이티를 이끌 수 있다는 어떤 독선과 집념이 느껴지는데 독재자의 길로 점점 향하고 있네요.
루베르튀르가 보기에는 그를 둘러싼 주변 인종과 계층 집단들이 각자 자신만의 이해관계나 열망의 추구에만 매달렸기에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아이티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듯한데...
노예제로의 복원을 원하지는 않지만 농장노동자들의 자유를 제한하려던 중도적 입장에서 독재라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흥미로우면서도 결국 권력자가 되면 다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네요.
향팔
ㅎㅎㅎ 꼰대 맞죠!
향팔
“ 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플랜테이션 경제를 재건하는 데 사활을 걸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드는 비용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 노예해방은 무너지기 쉬운 허약한 것이었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루베르튀르는 그 자유가 노예들이 꿈꾼 자유보다 덜한 것이라도 우선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
어제 가입해서 읽기모임에 참여는 못했지만 그간의 내용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이티에 대한 내용은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접했습니다. 그 책에서는 서고 열강이 다양한 나라에서 벌인 식민지수탈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며 고대사회에서 현재의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발전이거나 계급해방의 과정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상 국경을 넘나들며 상업과도 결합된 대규모 노예제도는 오히려 자본주의 초기에 가장 광범위했고, 이 노예제도를 통해 싼값으로 제공되는 면화를 비롯한 재화가 없었다면 유럽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초기 자본의 축적이 불가능했을 것이니까요. 또한 알려진 대로 미국남부의 대농장뿐아니라 아이티와 같은 국가가 만들어질 정도로 근대 유럽에도 대 규모 노예제도가 존재했고요.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는데...늦게나마 읽고계신 책을 구해 보아야겠습니다.
은화
“ 배는 심오한 일련의 경제적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자본주의의 융성에 필수적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영토의 장악, 수백만 명의 징용과 경제적 성장 시장으로의 재배치, 금과 은의 채굴과 담배와 사탕수수의 재배, 장거리 상거래 시장의 동반 상승, 마지막으로 세상 누구도 본 적 없던 자본과 부의 계획적 축적을 모두 이루어 냈다. 느리고 변덕스러우며 평탄하지 않지만 의심할 여지없는 저력으로 세계 시장과 국제적 자본주의 체 제가 등장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62,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노예선 - 인간의 역사노예무역, 노예제도는 세계자본주의의 부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노예선으로 창출된 노동력은 상품으로 거래되며 자본주의 확립에 기초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핵심 도구, 장소로 활용된 노예선에는 폭력, 공포가 만연했고 수많은 아프리카인과 선원이 그 희생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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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안녕하세요 @참미르 님! 참여 감사합니다. 이전에 진행했던 책에서도 대서양 노예무역이 근대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중간단계로서 국제무역을 위한 노동력의 이동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생각나네요.
아메리카 대륙의 광활한 자원과 토지에 대해 처음에는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개척자들은 현지 인디오들을 동원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인디오 문명의 빠른 붕괴로 이런 시도는 얼마 못 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유럽 본토에서 계약에 의해 몇 년 동안 대가를 받고 일하는 소작농들이 넘어오기도 했지만 신대륙의 풍토와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앓아 눕고 금새 지치면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고요.
결국에는 비슷한 고온 기후에 익숙한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게 되고요. 당시 팽창하던 유럽 세계와 이슬람 세계라는 두 거대한 축 사이에서 아프리카는 두 종교 모두에게 이단의 땅이었기에 노예무역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하죠.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고 누군가의 자유를 평생에 걸쳐 억압할 권리를 가지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그닥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노예제에 관심이 생겨 계속 관련 주제들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꽃의요정
“ 일하는 자가 꼭 노예여야만 하는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유인'도 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노동의 결실'을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인내심과 만족감을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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