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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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는 잿더미 위에 세워진 나라였기 때문에 치유가 필요했다. 몇 년에 걸친 반란과 전쟁으로 경제는 약화되고 붕괴되었다. 1802년 르클레르 원정대가 왔을 때 재건 중이었지만, 그 끔찍한 최후의 전쟁이 모든 도시와 평야를 불태우고 파괴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망자가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불구자가 되었다. 혁명기에 10만 또는 그 이상의 식민지 주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465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오랫동안 귀족적이고 군국주의적인 정치 전통과 충돌했고, 혁명기의 사회적이고 인종적인 분쟁은 계속 고조되었다. 19세기에 일부 엘리트들이 식민지의 플랜테이션 경제를 부분적으로 재건하고 커피 생산으로 수익을 올리는 동안, 해방노예들과 그 후손들은 임금노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진정한 농민 경제의 독립으로 간주되는 것들을 추구했다. 19세기 중반 농민들은 아이티혁명의 공약들 가운데 미완의 약속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독재 정부에 맞서 싸웠지만 결국 실패했다. 무거운 세금에 짓눌리고 누적된 환경 파괴에 직면하자 이들은 윤택한 삶을 위해 투쟁하기가 힘들어졌고, 대부분이 아이티 도시들 또는 그 너머로 이주를 강요당하면서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 방치되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466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1825년에 아이티 정부는 외교·경제 관계 수립에 대한 대가로 프랑스에 배상금을 지불하는 데 동의했다. 망명 농장주들은 수년간 그런 보상을 극성스럽게 요구해 왔다. 이는 노예에 투자된 자금을 비롯해서 그들이 생도맹그에서 상실한 것을 보상하라는 의미였는데, 결국 혁명 배상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불 능력이 없었던 아이티 정부는 프랑스 은행들에 돈을 빌림으로써, 20세기까지 지속될 부채의 악순환에 말려들게 되었다. 다시 외국이 침략해 왔을 때, 이번에는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은 1915년에 아이티를 점령하고, 제2의 아이티혁명을 생각하고 있는 병사들의 저항운동을 분쇄했다. 1934년 미국 군대가 철수하기 전에, 백인들이 다시 생도맹그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아이티 헌법이 개정되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467-468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생도맹그 흑인 군대의 승리는 루이지애나 매입을 위한 길을 닦았다. 보나파르트의 생도맹그 원정은 아메리카에서 프랑스의 세력을 소생시키기 위한 새로운 식민지 정책의 요석이었다. 그리고 루이지애나는 재건된 생도맹그 플랜테이션 사회를 위한 식량 공급지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원정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야망을 포기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는 팽창하는 미국에게 득이 되었다. 그 결과로 이후 수십 년 동안 북아메리카에서 노예제가 번성하고 확대되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468쪽,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어느새 모임의 마지막 날이네요. 오늘 책을 다 읽었습니다. 13장 ‘죽은 자들’을 읽으며 몇몇 대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네요.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에필로그와 ‘옮긴이의 말’도 아주 유용했습니다. 앞서 읽었던 본문 내용이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고, 아이티혁명의 현재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어요. 좋은 책을 함께 읽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18일, 르캅 외곽의 베티에르에 있는 프랑스군 거점에 대한 최후의 공격을 지휘하면서, 데살린은 담뱃갑을 들고 바위에 앉아, 병사들이 최후의 중요한 고지를 점령함으로써 "한 나라, 자기 인종 전체를 위한 나라를" 정복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59,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전 13장에서 이 부분에서 좀 뭉클했네요. 데살린이 루베르튀르 아래에서, 또한 르클레르에 대한 거짓 복종과 전쟁의 승리 이후에도 잔인한 처벌과 진압을 많이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데살린이 끈질기게 저항했기에 독립할 수 있었겠죠. 아이티에 마지막으로 남은 지배자들의 거점을 공격하며, 그 승리의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데살린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데살린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그는 루베르튀르를 그리워했을지, 아니면 다가올 국가의 미래가 자신의 손안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기뻐했을지 말이죠.
456p에서 사람들이 솔가지 다발을 들고 의연히 죽음을 향해 나가는 모습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네요. 자신의 죽음을 분명히 명확하게 인지하면서도 그 앞으로 향해간다는 건 대체 어떤 경험일까요. 그들에게 어떤 자부심과 긍지, 또는 저항의 분노와 정의가 가득했는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네요. 자신들의 시체와 그 시체들 사이를 메울 솔가지를 들고 한명씩 한명씩 쓰러질 때마다 참호를 건너는 다리가 되는 광경을 보고 프랑스인은 얼마나 두려워했을까요. 자신들이 싸우는 적의 결의와 확신을 보고 프랑스인들도 점차 전쟁에 대한 확신을 잃었겠죠? 프랑스가 혁명을 위해 피를 흘렸지만, 정작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식민지에게 피를 흘리도록 강요하는 걸 보며 자유와 독립이 때론 양면적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네요.
부르키나파소의 혁명 지도자 토마스 상카라에 관한 책이 새로 출간되었네요. 저는 예전에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다가 상카라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때 몹시 강한 인상을 받아서 ‘와 이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다’ 생각은 했는데, 막상 그 후로는 더 접해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상카라 - 검은 대륙 혁명의 목소리아프리카 젊은이 토마 상카라의 혁명사상을 오롯이 담고 있다. 상카라의 담화에는 민족자주에 대 한 그의 신념과 철학, 혁명을 실천해나가는 구체적 전략, 전술의 방안이 낱낱이 밝혀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걸 표현하는 그의 말은 사뭇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2000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 지글러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대화 형식으로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해놓고 있는 책.
루베르튀르는 데살린과 함께 왔고, 두 사람은 이 일을 경축하기 위해서 크리스토프와 나란히, 르클레르와 그의 장교단과 함께 르캅에서 만찬을 열었다. 크리스토프와 데살린은 그들에게 제공된 음식을 먹었지만, 루베르튀르는 모든 음식을 거부했다. 그는 치즈의 각 면을 두툼하게 잘라 낸 후에 작은 치즈 한 조각만 먹었고, 은 식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치즈를 집었다. 그는 프랑스에 항복했지만 믿음까지 바친 것은 아니었다. 비록 프랑스가 자신에게 사용한 독의 종류는 잘못 짚었을지라도, 그가 의심한 것은 옳았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26,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루베르튀르는 참 이래저래 독종이었나 봐요. 만찬장이었으니 치즈도 엄청 큰 통 치즈를 가져왔을텐데 그 큰 걸 가장자리를 다 잘라낸 뒤 가장 안쪽의 작은 조각만 먹었다니.. 저 장면을 보면서 루베르튀르의 성격과 그의 의심이 모두 담겨있어 재밌더군요.
“당신들은 나를 타도하기 위해서 생도맹그 흑인들의 ‘자유의 나무’를 몸통만 잘랐다. 자유의 나무는 뿌리가 깊고 많기 때문에 다시 자라날 것이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29,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라크루아는 “사람들이 그림자처럼 지나갔고 사라졌다”고 회상했다. (…) “나는 그를 알게 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35,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프랑스군은 시간이 흐를수록 흑인 병사들에게 약식 재판을 점점 더 많이 적용했고, 때로는 자기들에게 충성하는 병사들과 폭동을 일으킨 병사들을 거의 구분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프랑스군의 잔혹 행위 때문에 이제까지 충성하던 병사들도 진영을 바꿀 결심을 했다. 최악을 염려한 프랑스군이 파멸에 취한 군대의 역할을 함으로써 최악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39,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정의롭지 못한 폭력, 복수만을 위하고 상대를 파멸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힘은 결국 언젠가는 그 행위로 인해 자신에게 되물림 되어 돌아온다는 그리스의 비극이 생각나는 문장이었습니다. 자기예언적 파멸이라고 하나요. 자신들이 전쟁을 마무리 하고 질서를 되찾겠다고 왔지만 오히려 본인들이 기존의 생도맹그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또 다른 침략자가 되어 원하는 목표를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하는군요.
11월 초에 한 장교는 처형에 넌더리를 내며, 지난 한 달 동안 프랑스군은 “거의 4천 명의 식민지 병사들을 익사시켰다”고 기록했다. “이것이 우리가 전쟁을 하는 방식”이라고 한탄하면서 “프랑스군은 결코 이 땅의 주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50,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여기에 온 이래로, 나는 오로지 방화, 반란, 살인의 광경 그리고 죽은 자와 죽어 가는 자의 모습만 봐왔다”고 한탄했다. “내 영혼은 생기를 잃었고, 아무리 즐거운 생각을 해도 나는 이 섬뜩한 장면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51,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그 섬의 역사에 대한 당대의 사료들은 본래의 원주민 타이노족이 그 섬을 ‘아이티’(Haiti)라고 불렀다고 주장한다. 이 이름의 이형들이 주민들에 의해서 몇 차레 사용되었는데, 1788년에 식민지 이름을 ‘아이티’(Aiti)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식민지 개혁을 요구하는 팸플릿이 대표적이다. (…) 데살린과 장교들은 정복한 땅을 ‘아이티’(Haiti)라고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61,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나는 내 나라를 구했다. 마침내 나는 아메리카의 원수를 갚았다.”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p.464,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저는 오늘 13장까지 읽었습니다. 에필로그와 옮긴이의 말은 아무래도 오늘 이후에 여유를 두고 읽어야 할 것 같네요. 뒷부분은 좀 급하게 읽은 느낌이라 저는 이번 주에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서 12장이랑 13장을 정독 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정말 한 순간도 생도맹그는 쉬지 않고 투쟁과 변화가 되풀이되는 섬이었다는 점이에요. 오직 변화만이 유일한 불변인가 싶을 정도로 모든 계층과 인종과 인물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와 이해관계에 따라 뭉쳤다가 돌아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되풀이 되더군요. 과연 이 섬에는 마음의 닻으로 삼을만한 안정적인 가치가 존재하는 것일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순과 분열로 인한 역동성이 오히려 혁명을 촉발하고, 또한 혁명을 유지하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요? 1792~93년에 걸친 생도맹그 곳곳의 노예반란이 없었다면, 백인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던 자유유색인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혁명은 아마 금방 진압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혁명의 불씨가 오히려 아이티의 산 곳곳에 남아 잔불을 계속 피우고 그 잔불이 또 산불이 되는 과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고요. 그런 분열적 사회였기에 송토나가 생도맹그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노예해방을 선언해야 했고, 또한 노예출신이었다가 해방되어 자유인이 된 루베르튀르가 등장할 수 있던 배경도 모두 아이티의 역동성 때문이죠. 이 책의 장마다 사탕수수의 그림이 나오죠. 사탕수수는 아이티의 경제와 역사에 있어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아이티 그 자체 그리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정체성과 정신을 가장 잘 담아내는 상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나 하나는 보잘 것 없는 줄기이지만 그것들이 모여 가치있는 설탕이 되는 존재.. 자라난다 싶으면 베어내어 잘려나가지만 다시 싹을 틔우는 존재.. 단 한 순간의 불씨로도 언제든 불을 빨아들여 큰 불을 만들 수 있는 존재.. 생도맹그의 사탕수수 밭은 먼저 살다 비극적으로 사라져간 인디오들과, 그들을 재배하느라 희생된 수많은 흑인들 그리고 반란과 전쟁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백인/유색인/흑인들의 피를 머금고 자라왔겠죠. 그 모든 역사의 피비린내가 모여 아이티가 존재할 수 있었나 봅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아이티가 그런 격렬하고 잔혹한 피를 흘리지 않았더라면 과연 독립과 자유를 얻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티가 인류투쟁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임을 알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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