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섬의 역사에 대한 당대의 사료들은 본래의 원주민 타이노족이 그 섬을 ‘아이티’(Haiti)라고 불렀다고 주장한다. 이 이름의 이형들이 주민들에 의해서 몇 차레 사용되었는데, 1788년에 식민지 이름을 ‘아이티’(Aiti)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식민지 개혁을 요구하는 팸플릿이 대표적이다. (…) 데살린과 장교들은 정복한 땅을 ‘아이티’(Haiti)라고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
저는 오늘 13장까지 읽었습니다. 에필로그와 옮긴이의 말은 아무래도 오늘 이후에 여유를 두고 읽어야 할 것 같네요. 뒷부분은 좀 급하게 읽은 느낌이라 저는 이번 주에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서 12장이랑 13장을 정독 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정말 한 순간도 생도맹그는 쉬지 않고 투쟁과 변화가 되풀이되는 섬이었다는 점이에요. 오직 변화만이 유일한 불변인가 싶을 정도로 모든 계층과 인종과 인물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와 이해관계에 따라 뭉쳤다가 돌아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되풀이 되더군요. 과연 이 섬에는 마음의 닻으로 삼을만한 안정적인 가치가 존재하는 것일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순과 분열로 인한 역동성이 오히려 혁명을 촉발하고, 또한 혁명을 유지하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요? 1792~93년에 걸친 생도맹그 곳곳의 노예반란이 없었다면, 백인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던 자유유색인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혁명은 아마 금방 진압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혁명의 불씨가 오히려 아이티의 산 곳곳에 남아 잔불을 계속 피우고 그 잔불이 또 산불이 되는 과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고요.
그런 분열적 사회였기에 송토나가 생도맹그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노예해방을 선언해야 했고, 또한 노예출신이었다가 해방되어 자유인이 된 루베르튀르가 등장할 수 있던 배경도 모두 아이티의 역동성 때문이죠.
이 책의 장마다 사탕수수의 그림이 나오죠. 사탕수수는 아이티의 경제와 역사에 있어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아이티 그 자체 그리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정체성과 정신을 가장 잘 담아내는 상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나 하나는 보잘 것 없는 줄기이지만 그것들이 모여 가치있는 설탕이 되는 존재.. 자라난다 싶으면 베어내어 잘려나가지만 다시 싹을 틔우는 존재.. 단 한 순간의 불씨로도 언제든 불을 빨아들여 큰 불을 만들 수 있는 존재..
생도맹그의 사탕수수 밭은 먼저 살다 비극적으로 사라져간 인디오들과, 그들을 재배하느라 희생된 수많은 흑인들 그리고 반란과 전쟁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백인/유색인/흑인들의 피를 머금고 자라왔겠죠. 그 모든 역사의 피비린내가 모여 아이티가 존재할 수 있었나 봅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아이티가 그런 격렬하고 잔혹한 피를 흘리지 않았더라면 과연 독립과 자유를 얻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티가 인류투쟁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임을 알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 이제 스스로를 ‘원주민 군대’라고 부르는 이 혁명 세력은 1803년 초에 이르면 해방노예와 유색인 장교들의 견고한 동맹에 의해서 조직화된다. 3월에 포르토프랭스에서 발표된 어느 기사에 따르면, 반란자들은 아직도 프랑스의 삼색기 아래서 싸우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이 땅을 본국으로부터 독립시킬” 의도가 없고 “프랑스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신호였다는 것이다. 페티옹이 이 기사를 데살린에게 보여 주자, 데살린은 적들의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깨우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와 휘하 장교들은 프랑스의 삼색기에서 백색을 찢어 내고 청색과 적색을 다시 맞붙였다. 1793년에 삼색기는 백인, 유색인, 흑인 모두가 공화국 수호에 참여한다는 단결의 상징이었다. 새로운 깃발이 전하는 바는 명확했다. 즉 잔혹 행위 때문에 프랑스 백인들은 생도맹그에서 조성되고 있던 새로운 정치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흑인과 유색인 주민들은 백인들에 맞서 단결했다. ”
다음 모임 도서는 루시우 데 소우사, 오카 미호코의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대항해 시대에 일어난 인신 매매, 특히 일본인 출신의 노예들이 여러 경로를 거쳐 서구권까지 넘어간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스페인/포르투갈의 이베리아 국가들이 대항해 시대에 세계 곳곳으로 진출하면서 아주 조금씩이나마 아시아인들이 신세계 또는 유럽으로 넘어온 과정을 쫓아가는 책으로 당시의 세계적 흐름 속에 휘말린 아시아 노예들의 삶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한 달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전국시대의 일본 국내에 노예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했고 이들을 포르투갈인이 해외로 끌고 나갔던 사실이 알려졌다. 3명의 일본인 노예가 멕시코로 건너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가 발견됐다. 유대교도의 포르투갈인에 대한 이단심문기록에 노예에 관한 기록이 포함된 것이다. 아시아에서 인신매매는 어떤 것이었나? 세계의 바다에 전개한 유럽 세력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이름 없는 사람들이 보낸 인생에서 대항해시대의 또 다른 모습이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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