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D-29
이처럼 금각은 곳곳에 모습을 나타냈으며, 더구나 그것이 실제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지방의 바다와도 흡사했다. 마이즈루 만(灣)은 시라쿠 마을에서 서쪽으로 15리쯤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바다는 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고장에는 언제나 바다의 예감과도 같은 것이 떠돌고 있었다. 바람에서도 때때로 바다 냄새가 풍겼고, 바다가 거칠어지면 수많은 갈매기들이 피신하여 근처의 논에 내려앉았다.
긍지는 좀 더 가볍고 밝고 눈에 잘 보이며 찬란한 것이어야만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볼 수 있으며, 그것이 내 긍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으련만. 이를테면 그가 허리에 차고 있는 단검이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작년에 <금각사>를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반 정도 읽다 실패했슷니다 이번에 <그믐 클래식>에서 같이 읽기를 해서 재도전 합니다~~^^ 그런데 미시마 유키오의 문장문장들은 작년에 읽을때도 느꼈지만 반짝반짝 거려서 눈부신 느낌입니다 이런 문장력은 타고난 걸까요?? 노력으로 가능한걸까요??^^
오 그러셨군요. 저는 금각사 무척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띄엄띄엄 기억이 나더라고요. ^^ 이때엔 소설을 많이 읽는 시대였으니 어느 정도는 타고났고, 어느 정도는 노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 문창과 시절 수업 기억에 따르면 예예에에에에에엣날엔 나쓰메 소세키나 미시마 유키오 등은 대중소설로 분류했던 것 같습니다 ^^
아! 조작가님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와 나쓰메 소세키도 대중소설로 분류되었군요~신기합니다^^ 그 평가기준이 시대마다 다른거 같기도 합니다^^ 제가 학창시절때만 소설을 읽고 이후 읽지 않아 그믐에서 작가님들과 회원분들 덕분에 배우고 있습니다^^
다시 보니 왠지 미시마유키오는 순문학이었던 것 같기두 함다... 25년전이라...(아련)
남에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긍지였기 때문에 무엇인가 남들을 이해시키겠다는 표현의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 남들 눈에 띄는 것들이 나에게는 숙명적으로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독은 자꾸만 살쪄갔다. 마치 돼지처럼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뭐야. 이상한 짓을 다 하네. 말더듬이 주제에.” 하고 우이코가 말했으나, 그 목소리에는 아침 바람같이 단정하고 상쾌한 느낌이 있었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아직 본 적도 없는 금각에 드디어 접할 순간이 다가오면서 내 마음에는 주저가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금각은 아름다워야만 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금각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도 금각의 미를 상상할 수 있는 내 마음의 능력에 달려 있었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직면한 문제는 미(美)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시골의 소박한 승려였던 아버지는 어휘도 부족하기에 단지 “금각처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라고만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그렇다고 해서 금각이 나에게 결코 하나의 관념은 아니었다. 산으로 막혀 있다고 해도 보고 싶으면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하나의 물체였다. 미는 그처럼 손으로 만질 수도 있고 눈에도 확실히 비치는 하나의 물체였다. 여러 가지로 변모하는 가운데 불변의 금각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으며 믿고 있었다. 금각은 손 안에 잡히는 작고 정교한 세공물 같을 때도 있었고, 하늘 높이 끝없이 솟은 거대한 괴물과 흡사한 건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미라는 것은 작지도 크지도 않고, 적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소년인 나에게는 없었다. 그렇기에 여름철의 꽃들이 아침 이슬에 젖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는 듯이 보일 때, 금각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구름이 산 저편을 가로막고 천둥을 머금은 채 암담한 테두리만을 금빛으로 번쩍일 때에도 그 웅대한 광경을 보며 금각을 연상했다. 심지어는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을 보아도 마음속으로 ‘금각처럼 아름답다’라고 형용하기에 이르렀다.
전란과 불안, 수많은 시체와 엄청난 피가 금각의 미를 풍족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금각은 불안이 세운 건축, 한 사람의 장군을 중심으로 수많은 어두운 마음의 소유자들이 세운 건축이었던 것이다. 미술사가가 양식(樣式)의 절충밖에 발견하지 못한 3층의 부조화한 설계는 불안을 결정화할 양식을 추구하여 자연히 그렇게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직감적으로 나는 이 소년이 아마도 나만큼은 금각을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금각에의 집념을 오로지 나 자신의 추한 모습 탓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쓰루카와는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말더듬이라는 것을 놀려대려고 하지 않았다. “왜지?” 나는 그렇게 다그쳤다. 동정보다도 비웃음이나 모멸 쪽이 훨씬 내 맘에 든다는 사실은 수차 말한 바와 같다. 쓰루카와는 더없이 다정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 성격이거든.” 나는 놀랐다. 시골의 거친 환경에서 자란 나는 이런 종류의 다정함을 몰랐다. 나라는 존재로부터 말더듬 증세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나일 수 있다는 발견을, 쓰루카와의 다정함이 가르쳐주었다. 나는 홀딱 발가벗겨진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패전의 충격, 민족적 비애 따위에 금각은 초연했다. 혹은 초연을 가장하고 있었다. 어제까지의 금각은 이렇지 않았다. 결국 공습으로 불타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이후로는 이미 그럴 걱정이 없다는 사실, 이러한 사실들이 금각으로 하여금 다시 ‘옛날부터 나는 여기에 있었고 미래에도 영원히 여기에 있으리라’ 하는 표정을 되찾게 했음에 틀림없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헤이, 하고 미군이 소리쳤다. 나는 돌아보았다. 가랑이를 넓게 벌린 채 버티고 선 그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손가락으로 나에게 신호하고 있었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밟아. 네가, 밟아봐!” 무슨 소린지 나는 몰랐다. 하지만 그의 파란 눈은 높은 곳에서 명령하고 있었다. 그의 넓은 어깨 뒤에는 눈에 덮인 금각이 빛나고, 씻어낸 듯이 파란 겨울 하늘이 촉촉이 어려 있었다. 그의 파란 눈은 조금도 잔혹하지 않았다. 그것을,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서정적이라고 느낀 것은 어째서일까? 그의 굵은 손이 내려와 멱살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명령하는 목소리는 역시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밟아. 밟으라니까!” 저항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는 고무장화의 발을 들었다. 미군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 발은 내려와, 봄날의 진흙처럼 부드러운 물체를 밟았다. 그것은 여자의 배였다. 여자는 눈을 감은 채 신음했다. “더 밟아. 더!”
친구 쓰루카와와 미군의 일화는 무척 상반된 경험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미군정 이후 이런 경험들을 했겠지요?? 그런데 문학적으로는 그당시 상황들에 대해 많이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기가 머리에 착 달라붙어 있는 듯한 그 감각. 그것은 자신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얇고 민감하며 연약한 피부 한 겹을 경계로 외부 세계의 사물과 접하고 있다는 기묘하고 위험한 감각이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너의 아름다움은 지금 당장에라도 확실히 보일 것 같으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구나. 내 마음 속에 그리는 금각보다도 실물이 훨씬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다오. 그리고 만약에 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면, 어째서 그토록 아름다운가, 어째서 아름다워야 하는가를 말해다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변하기 쉬운 내 성격은 그 땅에서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금각사 (무선) 제1장 중에서,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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