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D-29
전란과 불안, 수많은 시체와 엄청난 피가 금각의 미를 풍족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금각은 불안이 세운 건축, 한 사람의 장군을 중심으로 수많은 어두운 마음의 소유자들이 세운 건축이었던 것이다. 미술사가가 양식(樣式)의 절충밖에 발견하지 못한 3층의 부조화한 설계는 불안을 결정화할 양식을 추구하여 자연히 그렇게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직감적으로 나는 이 소년이 아마도 나만큼은 금각을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금각에의 집념을 오로지 나 자신의 추한 모습 탓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쓰루카와는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말더듬이라는 것을 놀려대려고 하지 않았다. “왜지?” 나는 그렇게 다그쳤다. 동정보다도 비웃음이나 모멸 쪽이 훨씬 내 맘에 든다는 사실은 수차 말한 바와 같다. 쓰루카와는 더없이 다정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 성격이거든.” 나는 놀랐다. 시골의 거친 환경에서 자란 나는 이런 종류의 다정함을 몰랐다. 나라는 존재로부터 말더듬 증세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나일 수 있다는 발견을, 쓰루카와의 다정함이 가르쳐주었다. 나는 홀딱 발가벗겨진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패전의 충격, 민족적 비애 따위에 금각은 초연했다. 혹은 초연을 가장하고 있었다. 어제까지의 금각은 이렇지 않았다. 결국 공습으로 불타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이후로는 이미 그럴 걱정이 없다는 사실, 이러한 사실들이 금각으로 하여금 다시 ‘옛날부터 나는 여기에 있었고 미래에도 영원히 여기에 있으리라’ 하는 표정을 되찾게 했음에 틀림없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헤이, 하고 미군이 소리쳤다. 나는 돌아보았다. 가랑이를 넓게 벌린 채 버티고 선 그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손가락으로 나에게 신호하고 있었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밟아. 네가, 밟아봐!” 무슨 소린지 나는 몰랐다. 하지만 그의 파란 눈은 높은 곳에서 명령하고 있었다. 그의 넓은 어깨 뒤에는 눈에 덮인 금각이 빛나고, 씻어낸 듯이 파란 겨울 하늘이 촉촉이 어려 있었다. 그의 파란 눈은 조금도 잔혹하지 않았다. 그것을,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서정적이라고 느낀 것은 어째서일까? 그의 굵은 손이 내려와 멱살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명령하는 목소리는 역시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밟아. 밟으라니까!” 저항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는 고무장화의 발을 들었다. 미군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 발은 내려와, 봄날의 진흙처럼 부드러운 물체를 밟았다. 그것은 여자의 배였다. 여자는 눈을 감은 채 신음했다. “더 밟아. 더!”
친구 쓰루카와와 미군의 일화는 무척 상반된 경험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미군정 이후 이런 경험들을 했겠지요?? 그런데 문학적으로는 그당시 상황들에 대해 많이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기가 머리에 착 달라붙어 있는 듯한 그 감각. 그것은 자신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얇고 민감하며 연약한 피부 한 겹을 경계로 외부 세계의 사물과 접하고 있다는 기묘하고 위험한 감각이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너의 아름다움은 지금 당장에라도 확실히 보일 것 같으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구나. 내 마음 속에 그리는 금각보다도 실물이 훨씬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다오. 그리고 만약에 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면, 어째서 그토록 아름다운가, 어째서 아름다워야 하는가를 말해다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변하기 쉬운 내 성격은 그 땅에서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금각사 (무선) 제1장 중에서,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다른 새들이 공간을 난다면 이 금으로 만든 봉황은 번쩍이는 날개를 펴고 영원히 시간 속을 나는 것이다.
금각사 (무선) 1장 중에서,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이번엔 꼭 완독하겟심다!
저도요! 같이 화이팅입니다,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우이코의 육체를 생각한 것은 그날 밤이 처음은 아니다. 이따금 생각하고 있던 것이 점차 고착되어, 마치 그런 생각의 덩어리처럼 우이코의 몸은 하얗고 탄력이 있으며 희미한 어둠에 잠긴, 냄새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육체로 응결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 육체를 만질 때 손가락에 솟는 열기를 상상했다. 또한 그 손가락에 거부하듯이 느껴지는 탄력과 꽃가루 같은 향기를 생각했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음~~저만 느끼는 걸까요?? 어떻게 글을 이렇게 섬세하고 관능적으로 쓸수가 있을까요??😅😅 전에 무라카미하루키의 책을 잠깐 읽은 적이 있는데 그냥 스웨터입은 소녀만 묘사했는데도 웬만한 넷플릭스 19금보다 더 관능적이던데 ~~^^;; 일본문학의 특징일까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섬세하고 유려하게 글을 쓰시는 대표적인 분이 계실까요???
3장까지 읽었습니다. 추석 연휴 지난 후 다시 읽겠습니다 ^^
왜인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은 -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까지도 - 몇 번의 경험으로 인해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빠져들게 하는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독서가 끝나면 나쓰메 소세키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3장까지 끝내지 못하여 모두 읽고 인상깊었던 부분은 다시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이 고장에는 언제나 바다의 예감과도 같은 것이 떠돌고 있었다. 바람에서도 때때로 바다 냄새가 풍겼고, 바다가 거칠어지면 수많은 갈매기들이 피신하여 근처의 논에 내려앉았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나는 금각이 그 미를 숨기고 무언가 다른 물체로 둔갑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좀 더 금각에 다가가 추하게 느껴지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하나하나 세부를 점검하여 미의 핵심을 이 눈으로 보아야 한다. 내가 눈에 보이는 미만을 믿고 있었던 이상 이러한 태도는 당연했다.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 <금각사> 10월 2주차 (4장, 5장, 6장) ■■■■ ●함께 읽기 기간: 10월 8일(수) ~ 10월 14일(화) 풍성한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모처럼의 긴 연휴인 만큼, 혹시 시간 여유가 되신다면 느긋하게 책에 빠져 진도를 조금 더 나가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지난주 우리는 말더듬이 소년 미조구치의 내면에 자리 잡은 '금각'의 신화와 그가 금각사에서 마주한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두 친구, 쓰루카와와 가시와기의 등장을 지켜보았고요. 특히 안짱다리라는 신체적 결함을 무기 삼아 세상을 조롱하는 가시와기는 미조구치의 뒤틀린 세계관에 깊숙이 파고듭니다. 주지 스님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지며 '금각이 소실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그의 심리를 함께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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