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

D-29
주님을 믿지 않는 것들은 짐승이지만, 주님을 욕보이는 것들은 사탄입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p78, 김준녕 지음
“학교는 빠져도 교회는 절대 빠지지 마라.”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코트니가 말했다. “마당에서 뭐 하는 거예요?” 희는 코트니를 보고는 놀라 장갑을 벗고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나, 한국에서, 왔습니다.” 희는 ‘나’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을 두들겼다. 희의 영어 실력은 정보다는 나았으나 결코 능숙하다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모르는 단어가 들릴 때면 미소를 짓고는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그 의미를 물었고, 그 때문에 ‘스마일 희’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할수록 무력감만 깊어질 뿐이었다. 민경을 비롯한 유학생 출신의 아시아계 친구들 대부분은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다리를 붙잡힌 게가 결국 스스로 다리를 잘라 내고 도망치는 것처럼. 그렇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비롯해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의 규칙에 의문을 품었으며, 이 답답한 감옥 같은 마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문제는 기성세대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부자가 늘 부자이기를, 석탄 광부들은 사람들이 늘 석탄을 쓰기를, 성직자들은 사람들의 믿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듯이 말이다. 이들은 규칙과 배제라는 도구들을 이용하여 젊은이들의 시선을 변화로부터 돌리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 사이를 갈라 놓고 싸움을 붙여야 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그 방법은 수백만 달러의 돈을 쓸 필요도, 사람들 앞에서 목이 터져라 연설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사람들 사이에 단 한 줄의 선을 긋기만 하면 됐다.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흑과 백, 남성과 여성 등. 사람들은 무리를 나누고, 시비를 걸고, 싸우고, 상대가 무너지면 고문했다. 이유야 만들어 내면 그만이었다. 키가 작아서, 살이 쪄서, 피부색이 검어서, 노래서, 여자라서, 남자라서, 눈이 찢어져서, 성기가 길어서, 짧아서. 일명 ‘평균’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정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요즘 세상을 보면 작가님의 이 글과 일치해보입니다 예전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건 왜일까 답답합니다~~ㅜㅜ
그들의 평화는 보이지 않는 이들을 향한 폭력으로 지탱되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p92, 김준녕 지음
“개새끼들. 자기네들도 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아버지는 행사란 행사에는 모두 참석하고, 기부를 했으며 교회에 나가 열성적으로 기도했다. 겉으로는 동양인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을 깨 버리는 것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돈을 더 벌기 위해, 그들의 눈을 가리고 땅을 사서 파괴하고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맞아떨어지며 잘 해결되려는 듯싶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그날 우리에게 내려진 처벌의 이름은 봉사 활동(Community Service)이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일종의 벌이었다. 벌과 봉사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순간, 악은 쉽게 선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카르마(Karma)라는 일종의 ‘지불’ 개념으로 우리가 지은 죄를 선으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나는 그 같은 추악함을 뉴욕에서, 캐딜락이나 포르셰 같은 고급 차에 올라탄 이들에게서 느꼈다. 그들은 레스토랑이나 매장에서 명찰에 적혀 있는 이름이 아니라 피부색이나 외적인 특징을 꼽아 직원들을 부르고,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건배를 하는 등 무례함을 보이면서도 줄곧 그것들을 팁이란 이름의 물질적인 것으로 대체하려 했다. 마치 도덕적인 굴곡을 돈으로 채워 넣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도시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엔젤타운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제가 아주 싫어하는 행동 중에 하나인데 약간의 성의로 자신의 죄가 사라지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은 왜 생길까요?? 이런 사람들을 생성시키는 '사회적 면죄부'가 사라지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둥근 벽을 따라 히에로니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중 지옥도가 그려져 있었다.
전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좋아합니다. 처음 보았을때 15세기때 그려진 그림이라는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세밀화처럼 세세하게 그려져서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 싶은 바램이 있거든요 작가님은 어떻게 이 화가를 언급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지옥에 고통이 있다면 천국에는 권태가 있었다. 이 권태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기에 우리들의 목을 엷게 쥐고 서서히 질식시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차라리 화를 내고, 맞설 수 있는 대상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했다. 끓어오르는 피를 어디에다 쏟아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제 - 지워진 이름들 p104, 김준녕 지음
하지만 나는 준의 말에 온전히 호응하지 못했다. 돕는다는 말에는 우리의 관계에 높이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으니까. 준의 아버지인 정이 내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듯이, 할아버지가 조선인들이 못났다면서 햇볕에 그을린 뺨을 사정없이 내리치듯이, 나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준과 내가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너와 나는 같은 처지의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모범생같아 보이던 한의 실체가 서서히 느껴집니다ㅜㅜ
정의 어머니는 정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일들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정에게 개울에서 물을 받아 오라 시키고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는 미국 군인과 함께 문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은 넝마 같은 집에서 동침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정은 강물에 뛰어들어 숨이 찰 때까지 잠수해 있었다. 몸이 물을 머금어 바닥까지 침전했으면 싶었다. 그러나 강바닥에도 죽은 이들의 시체가 더러 발견되었고, 그때마다 정은 놀라 뭍으로 헤엄쳐 왔다. 냇가에 드러누운 정은 다짐했다. 언젠가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떠나겠노라고. 이러한 삶은 정의 아버지가 전장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됐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준의 아버지, 정의 폐쇄적 가부장적 모습에 답답했는데 그의 어린 시절을 읽으니 그가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게 신기했습니다ㅜㅜ
그러나 그때부터 시선들이 느껴졌다. 승무원들은 인상을 쓰고서 영어로 무언가를 물었고, 정은 무조건 좋다고만 말했다. 그들은 교묘하게 질문을 바꿔 기내식이나 도움이 필요하느냐는 물음을 필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바꿔 물었고, 그 탓에 오랜 비행 동안 그들은 기내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했다. 공항에 내려서도 준의 가족은 강가의 돌멩이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버스에 올라탔는데 정의 비명이 들렸다. 준이 고개를 빼어 보니 정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에게 가방을 빼앗기고 있었다. 어설픈 영어로 도와 달라고, 끝내 한국어로 애원을 해 봐도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가방을 빼앗긴 정은 당장 올라타라는 기사의 외침에 무기력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이후로 엔젤타운에 도착할 때까지 정과 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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