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

D-29
그 방법은 수백만 달러의 돈을 쓸 필요도, 사람들 앞에서 목이 터져라 연설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사람들 사이에 단 한 줄의 선을 긋기만 하면 됐다.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흑과 백, 남성과 여성 등. 사람들은 무리를 나누고, 시비를 걸고, 싸우고, 상대가 무너지면 고문했다. 이유야 만들어 내면 그만이었다. 키가 작아서, 살이 쪄서, 피부색이 검어서, 노래서, 여자라서, 남자라서, 눈이 찢어져서, 성기가 길어서, 짧아서. 일명 ‘평균’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정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요즘 세상을 보면 작가님의 이 글과 일치해보입니다 예전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건 왜일까 답답합니다~~ㅜㅜ
그들의 평화는 보이지 않는 이들을 향한 폭력으로 지탱되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p92, 김준녕 지음
“개새끼들. 자기네들도 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아버지는 행사란 행사에는 모두 참석하고, 기부를 했으며 교회에 나가 열성적으로 기도했다. 겉으로는 동양인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을 깨 버리는 것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돈을 더 벌기 위해, 그들의 눈을 가리고 땅을 사서 파괴하고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맞아떨어지며 잘 해결되려는 듯싶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그날 우리에게 내려진 처벌의 이름은 봉사 활동(Community Service)이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일종의 벌이었다. 벌과 봉사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순간, 악은 쉽게 선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카르마(Karma)라는 일종의 ‘지불’ 개념으로 우리가 지은 죄를 선으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나는 그 같은 추악함을 뉴욕에서, 캐딜락이나 포르셰 같은 고급 차에 올라탄 이들에게서 느꼈다. 그들은 레스토랑이나 매장에서 명찰에 적혀 있는 이름이 아니라 피부색이나 외적인 특징을 꼽아 직원들을 부르고,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건배를 하는 등 무례함을 보이면서도 줄곧 그것들을 팁이란 이름의 물질적인 것으로 대체하려 했다. 마치 도덕적인 굴곡을 돈으로 채워 넣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도시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엔젤타운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제가 아주 싫어하는 행동 중에 하나인데 약간의 성의로 자신의 죄가 사라지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은 왜 생길까요?? 이런 사람들을 생성시키는 '사회적 면죄부'가 사라지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둥근 벽을 따라 히에로니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중 지옥도가 그려져 있었다.
전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좋아합니다. 처음 보았을때 15세기때 그려진 그림이라는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세밀화처럼 세세하게 그려져서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 싶은 바램이 있거든요 작가님은 어떻게 이 화가를 언급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지옥에 고통이 있다면 천국에는 권태가 있었다. 이 권태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기에 우리들의 목을 엷게 쥐고 서서히 질식시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차라리 화를 내고, 맞설 수 있는 대상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했다. 끓어오르는 피를 어디에다 쏟아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제 - 지워진 이름들 p104, 김준녕 지음
하지만 나는 준의 말에 온전히 호응하지 못했다. 돕는다는 말에는 우리의 관계에 높이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으니까. 준의 아버지인 정이 내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듯이, 할아버지가 조선인들이 못났다면서 햇볕에 그을린 뺨을 사정없이 내리치듯이, 나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준과 내가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너와 나는 같은 처지의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모범생같아 보이던 한의 실체가 서서히 느껴집니다ㅜㅜ
정의 어머니는 정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일들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정에게 개울에서 물을 받아 오라 시키고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는 미국 군인과 함께 문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은 넝마 같은 집에서 동침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정은 강물에 뛰어들어 숨이 찰 때까지 잠수해 있었다. 몸이 물을 머금어 바닥까지 침전했으면 싶었다. 그러나 강바닥에도 죽은 이들의 시체가 더러 발견되었고, 그때마다 정은 놀라 뭍으로 헤엄쳐 왔다. 냇가에 드러누운 정은 다짐했다. 언젠가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떠나겠노라고. 이러한 삶은 정의 아버지가 전장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됐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준의 아버지, 정의 폐쇄적 가부장적 모습에 답답했는데 그의 어린 시절을 읽으니 그가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게 신기했습니다ㅜㅜ
그러나 그때부터 시선들이 느껴졌다. 승무원들은 인상을 쓰고서 영어로 무언가를 물었고, 정은 무조건 좋다고만 말했다. 그들은 교묘하게 질문을 바꿔 기내식이나 도움이 필요하느냐는 물음을 필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바꿔 물었고, 그 탓에 오랜 비행 동안 그들은 기내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했다. 공항에 내려서도 준의 가족은 강가의 돌멩이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버스에 올라탔는데 정의 비명이 들렸다. 준이 고개를 빼어 보니 정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에게 가방을 빼앗기고 있었다. 어설픈 영어로 도와 달라고, 끝내 한국어로 애원을 해 봐도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가방을 빼앗긴 정은 당장 올라타라는 기사의 외침에 무기력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이후로 엔젤타운에 도착할 때까지 정과 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예전이든 지금이든 준의 가족들은 미국가면 정말 이런 대접을 받을까요??? 무섭네요!!
교회 내부는 점차 유럽의 궁전처럼 화려하고 으리으리하게 변했으며, 이웃한 주뿐만 아니라 언젠가 뉴욕주에도 개척 교회를 세울 계획이라 했다. 모두 아버지의 돈으로부터 나온 것들이었다. 그때는 이상했다. 마을 밖에서 들여온 것들로 화려하게 변한 교회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 밖을 향해 악이라 소리치고 있었다. 마을 밖은 악이지만, 마을과 밖을 연결한 아버지는 선이라니.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마을 주민들은 아버지를 향해 열심히 박수를 쳤다. 일부는 감격하며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군중을 진정시키고는 말씀하셨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반항과 저항은 폭력 앞에 철저하게 통제됐다. 가족과 돈, 그리고 신성 아래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었고, 그 길 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불효이자 장애물, 혹은 사라져야 할 악마로 인식됐다. 준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역사는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사라져.”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자신을 부정하는 자는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고 분열된다. 가족이 붕괴하고, 자아가 쪼개진다. 그들은 어디에서도 완전할 수 없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죄는 한에게 대물림된다. 아무리 미국인이 되고 싶어도, 그들은 백인이 아니다. 결국은 이용당하고 버려질 운명이다. 무당이 신을 거부하고 벌을 받듯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부정하고 나선 길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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