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

D-29
지옥에 고통이 있다면 천국에는 권태가 있었다. 이 권태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기에 우리들의 목을 엷게 쥐고 서서히 질식시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차라리 화를 내고, 맞설 수 있는 대상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했다. 끓어오르는 피를 어디에다 쏟아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제 - 지워진 이름들 p104, 김준녕 지음
하지만 나는 준의 말에 온전히 호응하지 못했다. 돕는다는 말에는 우리의 관계에 높이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으니까. 준의 아버지인 정이 내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듯이, 할아버지가 조선인들이 못났다면서 햇볕에 그을린 뺨을 사정없이 내리치듯이, 나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준과 내가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너와 나는 같은 처지의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모범생같아 보이던 한의 실체가 서서히 느껴집니다ㅜㅜ
정의 어머니는 정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일들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정에게 개울에서 물을 받아 오라 시키고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는 미국 군인과 함께 문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은 넝마 같은 집에서 동침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정은 강물에 뛰어들어 숨이 찰 때까지 잠수해 있었다. 몸이 물을 머금어 바닥까지 침전했으면 싶었다. 그러나 강바닥에도 죽은 이들의 시체가 더러 발견되었고, 그때마다 정은 놀라 뭍으로 헤엄쳐 왔다. 냇가에 드러누운 정은 다짐했다. 언젠가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떠나겠노라고. 이러한 삶은 정의 아버지가 전장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됐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준의 아버지, 정의 폐쇄적 가부장적 모습에 답답했는데 그의 어린 시절을 읽으니 그가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게 신기했습니다ㅜㅜ
그러나 그때부터 시선들이 느껴졌다. 승무원들은 인상을 쓰고서 영어로 무언가를 물었고, 정은 무조건 좋다고만 말했다. 그들은 교묘하게 질문을 바꿔 기내식이나 도움이 필요하느냐는 물음을 필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바꿔 물었고, 그 탓에 오랜 비행 동안 그들은 기내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했다. 공항에 내려서도 준의 가족은 강가의 돌멩이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버스에 올라탔는데 정의 비명이 들렸다. 준이 고개를 빼어 보니 정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에게 가방을 빼앗기고 있었다. 어설픈 영어로 도와 달라고, 끝내 한국어로 애원을 해 봐도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가방을 빼앗긴 정은 당장 올라타라는 기사의 외침에 무기력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이후로 엔젤타운에 도착할 때까지 정과 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예전이든 지금이든 준의 가족들은 미국가면 정말 이런 대접을 받을까요??? 무섭네요!!
교회 내부는 점차 유럽의 궁전처럼 화려하고 으리으리하게 변했으며, 이웃한 주뿐만 아니라 언젠가 뉴욕주에도 개척 교회를 세울 계획이라 했다. 모두 아버지의 돈으로부터 나온 것들이었다. 그때는 이상했다. 마을 밖에서 들여온 것들로 화려하게 변한 교회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 밖을 향해 악이라 소리치고 있었다. 마을 밖은 악이지만, 마을과 밖을 연결한 아버지는 선이라니.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마을 주민들은 아버지를 향해 열심히 박수를 쳤다. 일부는 감격하며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군중을 진정시키고는 말씀하셨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반항과 저항은 폭력 앞에 철저하게 통제됐다. 가족과 돈, 그리고 신성 아래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었고, 그 길 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불효이자 장애물, 혹은 사라져야 할 악마로 인식됐다. 준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역사는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사라져.”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자신을 부정하는 자는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고 분열된다. 가족이 붕괴하고, 자아가 쪼개진다. 그들은 어디에서도 완전할 수 없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죄는 한에게 대물림된다. 아무리 미국인이 되고 싶어도, 그들은 백인이 아니다. 결국은 이용당하고 버려질 운명이다. 무당이 신을 거부하고 벌을 받듯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부정하고 나선 길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자신을 부정하고 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러나 지금 한의 가족은 엔젤타운에 있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들이 미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엔젤타운의 규칙에 철저하게 동조해야만 한다. 미국 남부를 비롯한 시골의 교회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목사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엔젤타운의 목사는 극우 근본주의 성향을 보인다. 마을 사람들도 비슷하다. 폭력을 써서라도 사탄이라고 믿는 자들을 물리치고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사탄은 주로 유색 인종들이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이것은 이 소설이 섬뜩한 이유입니다!! 여기서 악은 사회적 선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엔젤타운의 아이들이 준을 괴롭히는 모습은, 아메리카 대륙을 침범한 서양인이 원주민을 학살하는 양상과도 흡사하다. 서양인들은 원주민의 관습이나 종교를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무조건 파괴하고 말살했다. 부숴 버린 원주민의 성지 위에 거대한 성당과 교회를 지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하지만 역사는 말해 준다. 결국 그들은, 원주민은, 영혼은, 이방의 신들은 살아남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역사를 보고 들어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영혼을 지켰는지.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려 투쟁했는지 보고 또 들어야 한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그때의 미국이 그랬듯 오늘날 한국 역시 세계적으로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었고 난민과 이주민, 디아스포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의 일을 당사자의 일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그곳의 과거와 지금 여기의 현재가 연결되도록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작가님께서 <제>를 집필하신 이유는 예전 한국 이민자들의 고통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으로 대한민국 이땅에서 엔젤타운이 나타나는걸 경계하는 마음이 더 강하셨을까요??
종교가 극단적인 방향을 추구하면 최근 일어난 가자 전쟁처럼 타인과 타 집단에 대한 배척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디아스포라나 다문화 혐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종교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제 - 지워진 이름들 김준녕 지음
제가 궁금한 점도 이 점인데 왜 요즘 예전보다 정치에 종교색이 강해질까입니다~한국이든 미국이든요!! 이것의 위험성 때문에 이미 제정분리를 몇천년 전에 변화한 것으로 아는데요~ 그러고 보니 나라들이 쇠락해갈때 제정일치의 모습이 보였던거 같기도 합니다 고려말이나 러시아 말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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