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D-29
10월 4일 (시) '그 빛' 그는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가 없다. 그에게 기쁨을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사랑한다. 미칠 듯 사랑한다. 오..........♥
10월 5일 (에세이) 빌고싶은 마음을 읽었어요. 어제 남한산성에 갔다가 수령이 450년인 나무를 한참 쳐다봤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딱히 종교와 상관없이 인간보다 훨씬 오래산 무언가를 보고 있자니 이 나무는 우리 역사의 부침을 다 지켜보고도 여기 이렇게 서 있으니 정말 뭔가 다 알고 있을 것 같고 많은 사연들을 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옆에 있던 바위도 그럴 수 있는데 뭔가 나무는 생물이라는 생각에 조금 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수줍음을 꽤 타는 성격인데 술만 마시면 반대가 된다. 지금의 친구들은 거의 술을 마시며 친해진 사람들이다. 취한 나는 호인이고 관용적이고 다정해진다. 현실을 말하자면 무례하고 오지랖 넓고 경계를 휘저으며 막말하는 주정뱅이일 뿐인데. 곁을 지켜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너희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반드시..... 살면서 나처럼 절제력, 인내력, 통제력 부족한 사람도 몇 못 봤지만, 어쩌면 술보다 좋은게 있는 것도 같아. 진짜 그건 그런 것 같아. 이 책을 읽고 내게 술 선물을 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술자리에서 만났다면 한잔 사줘도 괜찮지만.....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11, 임유영 지음
10월 1일 (시) '예언' 1990년대말 종말론으로 인해 한 때 사람들이 지구가 멸망하는줄 알았다고 하네요. 예언이란건 실제로 존재할까요? 아니면 그냥 믿음과 우연의 일치일까요?
몰라서 못 본 미욱한 빛이 내 안에도 참 많았는데. 지금은 붙잡고 싶어도 다 떠나고 없다. 언제 다시 온다는 기약도 없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시커먼 어둠 속에 손을 욱여넣으면 축축하고 물렁거리는 것만 잡힐 뿐이다. 나는 이것을 가지고 평생 살아야 한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16, 임유영 지음
초월하고자 하는 감각들, 믿음을 위한 도구들, 나는 이에 관련된 사물들 또한 모은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임유영 지음
10월 7일의 에세이 역시 시인님은 술을 사랑하시는 분이었어요. "탈고에는 탈리스커"를 보고 푸하 웃었습니다. 그리고 경장육슬이란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저도요..탈고에는 탈리스커…너무 입에 착 붙잖아요. ㅎㅎㅎ
저도 그 글을 보고 경장육슬이 궁금해져서 방금 주문해 먹고 있어요. 분짜처럼 쌈처럼 먹는 음식인 것 같아요.
어머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시켜먹을 수도 있는 거군요. 맛있어 보여요.
10월 8일 연작시 - 처형당한 러시아인은 누구일까요?
저도 AI로 찾아봤는데여. 오시프 만델시탐이라는 시인이 대숙청시절에 처형당했다고 하네요.
오 감사합니다!
10월 2일 (에세이) '파리의 공기 50cc' 제목을 보고나서 각 도시마다 공기를 모을 수 있다면? 그렇게 각 도시의 공기를 모아서 놔둔다면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해졌어요. 아마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이지 않을까요? 뒤샹이라는 예술가에 대해서 검색해보다가 '샘'이라는 작품을 보고 독특해서 기억나네요. 어디선가 봤던 작품이였는데 읽고 있는 책에 '샘' 작품을 만드신분이 등장해서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
<파리의 공기 50cc>는 내가 뒤샹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이다. 정확히는 <파리의 공기 50cc>를 근접 촬영한 흑백사진을 복제한 슬라이드 필름이 환등기를 통해 흰 스크린에 영사괴는 이미지겠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18, 임유영 지음
50cc는 생각보다 꽤 많은 양이며 - 100년 이상 공기의 입자들이 가만가만 가라앉아 있었을 그 조그만 유리 앰플 - 입구를 똑 부러뜨리면 속의 것이 나오게 되어 있는 유리병 - 속의 아주 작은: 파리! (프랑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21, 임유영 지음
10월 3일 (에세이)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작가님은 허수경 시인을 많이 좋아했나봐요. 시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이 크지 않아서인지 좋아하는 시인은 없네요. 모임을 하다보면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작가님이 허수경 시인을 만났다면 무슨 얘기를 했을지 상상하며 읽었네요 !!
시집을 읽지는 않았지만 [폐병쟁이 내 사내]라는 충격적인 제목만큼은 먼저 알았던 십대 시절. 현대시도 생소했으며 허수경 시인에 대해 알려진 정보도 많지 않던 그 무렵, 그는 몇 그지 이유로 내게 특별한 작가였다. 시인는 내가 사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이십대까지 이곳에서 살았다고 했다. 몇 줄 안 되는 그의 약력은 미스터리 투성이였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24, 임유영 지음
시인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 시인의 모습이 유년 시절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친인척 여성들과 무척 닮았던 것이다. 자그마한 체구, 쌍꺼풀 없이 살짝 처진 눈, 옅은 눈썹, 걱정 많고 수줍은 이마와 메추리알 같은 두 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눈빛까지. 영락없었다. 내가 분명 아는 얼굴. 길에서 마주쳤다면 한번은 반드시 돌아다보았을 모습. 버스 옆자리에 앉았다면 실례를 무릅쓰고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게 될 사람.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27, 임유영 지음
시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인아, 부를 때면 세상의 온갖 약한 존재들이 한꺼번에 뒤돌아볼 것만 같다. 그 쓸쓸하지만 고고한 음성은 언제까지나 허수경의 것이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29, 임유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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