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D-29
10 월 8일. 9일.10일 (연작시) '우울한 여자/ 슬픈 여자 / 행복한 여자' 제목, 그리고 연작으로 지은 시, 비슷한 내용이면서도 조금씩 다른글.. 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우울한 여자는 처형당한 러시아인의 시를 읽고있는데, 슬픈여자는 처형당한 러시아 시인의 흑백사진을 자꾸 떠올리네요. 행복한 여자는 처형당한 러시아인의 시를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찻잔에 빼갈을 따르고 있고요. 우울한 여자, 슬픈여자, 행복한 여자에 언급된 내용에 나는 속하는것이 있나?하고 살피며 읽는 재미도 특별했습니다.
10월 11일(에세이) '과거로부터' 과거의 모든 사실과 기억도 꿈결처럼 바람처럼 가벼이 흩어져 사라지면 좋겠다. 그것들은 오래전 지어진 성벽처럼 언제나 있다.' 과거의 많은것들에대한 느낌이 이러하기도 하겠지요? 오래전 지어진 성벽처럼 버티고 서있는...것들
10월 12일 (시) '약령시장' 글을 읽는 내내 한약재들의 냄새를 맡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는 한약냄새가 그리 싫지는 않습니다. 어릴적 집안 약탕기를 통해 흘러나오던 그 향기기가 생각나기도하고, 부모님의 친구분이 운영하시던 약재상에 방문하던 기억도 나네요. 그러나 저도 잉어탕 갖는 고은 생선 냄새는 읔....쉽지않아요. 그런데 그런 약재들을 보며 살아있던 무엇인가였겠구나하고 생각하지는 못했네요. 그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었다면 한약을 먹을수는 없었을것 같아요
10월 14일(관람 후기)) '휴먼 스케일' 곶자왈이라는 곳의 이름을 글 속에서 만난것만으로도 글이 가깝게 느껴졌어요. 작년 제주 곶자왈에서의 기억이 떠올랐기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특별한 느낌이었고, 손으로 만져본 나무며 이끼, 돌의 느낌도 특별했어요. 그리고, 그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 쉼을 얻었던 그 순간은 참 좋았었어요. 이런기억이라면 그 안에 부처가 있는건 아닐지?하고 생각해보게되네요
16일 익명의 중독자들. 이 글을 읽으면서 몇개나 해당되는지 세어보게 되네요. ^^;;;;
3번 열심히 집안일 한 후 마시는 시간은 양보할 수 없어요 ㅎㅎㅎ
나는 이 파편화되고 몰인간적인 시각체계가 지금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고 느꼈다.나 스스로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 방식, 말하자면 끝없이 자기중심적으로 유보하고 갱신하는 나의 신념보다 훨씬 그러하다고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134 10월 22일 , 임유영 지음
그렇게 멍하게, 기꺼이 압도당해 무력하고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지만 그게 썩 나쁘지만은 않을 때, 오히려 이상한 희열을 느낄 때. 내가 기꺼이 작아지는. 나를 둘러싸는 무한의 감각. 고용한 집중의 상태. 숭고를 느끼는 상태를 종교적이라거나 명상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임유영 지음
20일의 에세이를 읽으며 얼마전 우연히 찾아간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경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저 멀리 보이는 오름을 보며 갑자기 어떤 편안함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얼마든지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결국은 실제로 느낀 자연 앞에서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22일 에세이는 불꽃놀이로 시작해서 가자지구 폭격으로 연결되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어디서는 불꽃 축제를 하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같은 기술로 폭격이 민간인에게 가해졌는데 잔인한 알고리즘은 이 섬광들을 같은 섬광들로 인지한다는 데서 정말 오싹함이 느껴지네요.
한 장의 사진은 세계의 외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빈 곳을 지시합니다. 그와 같이 보이는 것들을 보이게 해두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게 남겨두는 것,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시들, 존 버거의 말을 빌리자면 '읽을수 있는 것과 읽을 수 없는 것이 진동하는 외양의 응집 상태. 그 상태는 지금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에 가깝습니다.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p.140, 임유영 지음
저의 시선이 머물렀던 문장을 바나나님도 함께 보고 게셨군요...
27일 에세이. 피아노 독주회에 가기전에 연주곡을 예습하는 작가님이 나오네요. 연주회 더러 다니면서도...한번도 예습한적이 없는(다녀와 좋았던 곡을 복습을 한적은 많습니다.) 저를 떠올리며...진심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기회가 되어 갔고, 잘 듣고 왔을뿐 그닥 진심이 아니었나봐요.
연주회 가기 전 곡을 예습해 귀에 담고 갔다는 작가의 글은 제게도 인상적이었어요.. 바나나님도 그러셨군요.. 다녀와서 좋았던 곡을 다시 듣는 노력도 좋은걸요..
26일 시에는 부자가 되고 싶은 시인이 나오네요. 부유한 시인도 있겠죠? 물려받은 유산이건 시집이 많이 팔려서이건 사업이 대박이 났건 왠지 부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못 쓸 것 같다는 저의 편견을 지우려구요. ㅎㅎ
10월 24일(에세이)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오기라는 노래의 가사를 되내이게 되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보이는 것들을 보이게 해두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게 남겨 두는 것,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시들~~~’ 시와 사진을 보고 읽고 느끼는 것에 대해 읽고 있자니 참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시를 쓰고 사진을 찍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 등등의 예술적 활동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 그것들이 만들어주는 틈새들이 참 좋다고 느껴지네요.. 새삼스럽게요....
10월 26일 (시) ‘가드닝’ ‘나이가 들어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다고 겸손을 담아 진심으로 쓰겠지’ 나이가 들어도 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을 수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제게... 문장이 훅 하고 다왔네요.... 저는 마당이 있는 집을 보는 것, 그 안에 앉아 노는 것은 좋은데... 그 안을 꾸미고, 가꾸어 나갈 자신은 없어요... 그렇지만, 참 좋아보이기는 해요.... 집앞 작은 화단 가꾸는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가드닝, 정원 이야기를 하다보니.. 얼마전 잃어버린 화분이 생각납니다. 여름에 씨를 뿌려 잘 자라고 있던 페퍼민트 화분을 누군가 가져갔더라구요.. 다른건 다 있는데 그것만 없어져서 식물을 아는 사람이 그런거구나 생각하며 많이 속이 상했었지요.. 집에 정원이 생기면 이렇게 식물에게 마음을 주는 일도 많아지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10월 27일 (에세이) ‘쉬운 소나타’ 어릴적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도 비슷한 이유는 뭘까요? 지금은 자나 필기구를 들고 혼내며 가르치면 모두 학원을 그만 둘꺼에요.. 예전엔 악기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의 체벌도 당연했고, 까칠하고, 신경질적인 피아노 선생님의 이미지도 많은 선생님들이 공유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선생님께 배우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아직 제 방에있는 피아노..그 의자 속에 숨겨두던 저만의 물건도 떠오르고요.. 작가처럼 연주회 감상 전에 이렇게 공부를 하고 간다니.... 좀 놀랍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연주자가 알았더라면 아주 좋아 했을 것 같아요.. 알고 있던 곡, 나와 관계있는 곡이 연주장을 울릴 때 그 느낌... 참~~ 때론 뭉클하고, 몽글몽글하고 그런 것 같아요...
저도 플라스틱 자를 흔들던 무서운 피아노 선생님이 떠올랐던 장면이었어요. 제 동생은 결국 울면서 피아노 레슨을 포기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여전히 피아노 연주 감상을 좋아하고 연주회 곡을 예습까지 하고 간다는 부분에서 네가 그동안 연주회에서 큰 감동을 못 느낀 건 제 준비가 부족했기 떄문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끔 어떤 곡이 너무 좋았다면 연주회 후에 복습은 했지만 예습은 해 본적이 없네요. 다음에는 저도 예습을 해 보려구요.
10월 28일 (시) ‘행성’ 모닥불 자리에 머물렀던 일이 생각나네요.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제 경험으로는 ~~ 모닥불 사이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떠도는 행성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자리에 꼭 머물지 않아도 되는데.. 끝까지 머물러서 불이 작아지고, 또 작아져서 먼지만 남게되며 아침을 맞이 했던 시간.. 추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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