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D-29
1막 시작 전에 등장인물 이름부터 되뇌어 짚어 봅니다 러시아 문학 읽기의 큰 장벽 중 하나가 등장인물 이름이기도 하고,,, 위에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찬찬히 읽어나가 보려는 생각도 있고요 도스토옙스키 읽을 때도 라스콜리니코프가 라쟈인 것을, 알렉세이가 알료샤인 것을 알아채는 데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안나 카레니나 같은 경우는 남편 카레닌도 알렉세이(알렉산드로비치)인데, 연인 브론스키도 알렉세이(키릴로비치)여서 그야말로 말모였는데요, <갈매기>는 아르카디나와 트레플료프, 소린과 니나, 트리고린 등등,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느껴지네요 된발음도 많지 않고요 휴우~ TMI. 체호프 사진을 다시 보니 약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느낌도 있고, (제 스타일로) 잘생겼네요 ㅎㅎ
오, 정말 RDJ 느낌이 좀 있네요! ㅎㅎㅎ 저 정도면 잘생긴 거죠.
근데 질문이요~ 예전엔 로다주라고 했던거 같은데 PTA 감독도 그렇고 RDJ 처럼 부르는게 지금 트렌드인가요? ㅋㅋ 시대를 따라가기 바쁜 옛날사람 ^^;;
에... JFK나 FDR 같은 사례도 있으니까 옛날 트렌드가 돌아온 걸까요...? 아니면 미쿡 트렌드가 한국에...?
훈훈한 먹물 스타일 좋아하시나봐요..ㅎㅎ
플러스 머니도 좀 있어 보이시네요 ㅎㅎ
(메드베덴코) 나는 당신보다 훨씬 더 힘들게 살고 있어요. 한 달에 고작 23루블밖에 벌지 못하니까요. (중략) 어머니, 누이동생 둘, 어린 남동생 하나가 오로지 내 월급 23루블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어요. 먹고 마시는 데는 돈이 들지요. 차와 설탕 없이 살 수 있나요? 담배는요? 이러니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p.11 (트레플료프) (꽃잎을 뜯으면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웃는다) 보세요, 어머닌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렇고말고요, 어머닌 인생과 연애와 화려한 옷을 사랑하시죠. 그런데 저는 벌써 스물다섯 살이고, 그래서 어머니는 절 보면 당신이 이젠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실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제가 없을 땐 어머닌 고작해야 서른두 살로 보이는데, 제가 곁에 있으면 다시 마흔세 살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러니 저를 싫어할 수밖에요. p.14 (니나) 난 이곳 호수에 끌려요, 마치 갈매기처럼... 내 가슴엔 당신밖엔 없어요. p.17 (니나) 당신 작품은 연기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생생히 살아 있는 인물이 없으니까요. (트레플료프) 살아 있는 인물이라! 인생을 실제처럼 그대로 모사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오히려 꿈속 이야기처럼 드러내야 해. (니나) 하지만 작품에 움직임이 거의 없잖아요. 차라리 낭독에 더 가까워 보여요. 내 생각엔 희곡에는 반드시 사랑이 있어야 해요... p.18
갈매기 / 세 자매 / 바냐 아저씨 / 벚꽃 동산 p.11/14/17/18,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동완 옮김
작품 시작부터 아주 구체적인 수치를 포함한 돈 타령 (러시아 문학에는 몇 루블 몇 루블 하는 이야기가 늘 구체적으로 나오는 느낌입니다) 을 포함해 퇴역 장군의 딸에게 구애하는 교사가 등장하네요 스물다섯 살이면서 마흔세 살 어머니의 사랑을 언급하며 나뭇잎을 떼어내는 사랑 점을 치는 모습도 상당히 희귀한 것 같습니다 작품 제목인 '갈매기'를 니나가 바로 언급하는 대사를 읽고, 니나의 독백 연기를 찬찬히 살펴 봅니다 아르카디나가 바로 '퇴폐적인 헛소리'라고 일갈한 부분이네요
(니나) 사람, 사자, 독수리, 뿔 달린 사슴, 거위, 거미, 물속에 사는 말 없는 모든 물고기, 불가사리,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한마디로 목숨 가진 모든 것들은 슬픈 순환을 마치고 나서 죽어 버렸다... 수천 세기가 지나는 동안 결국 지구가 품은 생명들 가운데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으니, 가련한 달은 자신의 등불을 헛되이 밝히고 있을 뿐, 풀밭에서는 학들이 울면서 잠을 깨지도 않으며, 보리수 숲에서는 5월의 쇠똥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춥고 춥고 또 춥다. 공허하고, 공허하며 또 공허하다. 무섭고, 무서우며 또 무섭다. (니나) 육신은 먼지로 돌아가고, 영원한 물질은 그것을 돌로, 물로, 구름으로 바꾸었지만, 그 모든 것들의 영혼은 하나로 합류했다. 위대한 세계의 영혼, 그것이 바로 나다... 알렉산더 대왕의 영혼도, 카이사르의 영혼도, 셰익스피어의 영혼도, 나폴레옹의 영혼도, 가장 열등한 거머리의 영혼도, 나의 내부에 들어 있다. 나의 내부에서 인간들의 의식이 동물들의 본능과 결합했으며, 따라서 나는 모든 것, 모든 것, 모든 것을 기억한다. 내 안에서 나는 각각의 삶을 새롭게 경험한다. (니나) 나는 고독하다. 내 입술은 백 년에 한 번 열리지만, 내 목소리는 공허 속에서 쓸쓸하게 울릴 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 창백한 도깨비불들이여, 너희들도 내 말을 듣지 못한다... 저물녘 썩은 늪에서 태어난 너희들은 동이 터올 때까지 밤새도록 호숫가를 방황하지. 생각도, 의지도, 한 점 삶의 온기도 없이. 너희들의 내부에서 생명이 눈을 뜨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영원한 물질의 아버지인 사탄은 마치 돌과 물에서 그러하듯이 너희들의 내부에서 원자들의 교환을 행하고 있다. 그리하여 너희들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오직 나, 이 우주의 영혼만이 불변하며 영원할 뿐. (니나) 공허하고 깊은 우물 속에 던져진 죄인처럼 나는 내가 어디 있으며,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알고 있는 단 한 가지 그것은 물질적인 힘의 토대인 사탄과 벌이는 완강하고도 무자비한 투쟁에서 내가 승리하여, 그 결과 물질과 영혼이 아름다운 조화 속에서 합류할 것이고, 세계 의지의 왕국이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수천 수만 년이 지나 달도, 빛나는 시리우스도, 지구도 먼지로 변하게 될 때에야 그렇게 될 일... 하지만 그때까지는 공포, 공포...
갈매기 / 세 자매 / 바냐 아저씨 / 벚꽃 동산 p.20-22,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동완 옮김
2막 아르카디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말 것 그게 내 규칙이야. 나는 노년도 죽음도 생각하지 않아. 내게 찾아오는 운명을 그냥 받아들일 뿐이지.(30쪽) 마샤/ 인생이라는 끝없이 긴 스카프 자락을 내 뒤로 질질 끌고 다니는 것만 같고요. 가끔은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때도 있어요. (30쪽) 아르카디나/ 우리 러시아 여자들은 전혀 다르죠. 그런 계획적인 행동은 하지 않아요. 우리나라 여자들은 대개 무슨 작전을 펼 생각조차 하기 전에 상대에게 깊이 빠져버리니까요. 나와 트리고린이 바로 그런 예라고요. (30쪽) 소린/ 나는 어떻소? 28년을 법무부에서 일하느라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어. 결국 아무런 제대로 된 삶도 겪지 못했단 말이오. 선생은 그동안 만족스럽게 살아왔으니 철학에도 관심을 갖는 거라오. 어쨌든 나는 살고 싶소. 그렇기 때문에 식사할 때 세리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거지. 그게 이유요. 니나/ 저명인사들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고 오만할 거라고 생각했어. 출생 신분이나 돈밖에 모르는 군중을 경멸하면서 그들이 가진 불멸의 명성과 영광을 통해 그런 군중의 속물 근성의 보란 듯이 복수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다른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울고 카드놀이를 하고 화를 내고 있어. (36~37쪽) 트레플료프/ 조만간 나도 그 갈매기처럼 목숨을 끊을 거야. 그래, 당신이 더 이상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게 됐을 때부터 난 변했어. 나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변했어. 당신의 눈초리는 냉랭하고 내가 곁에 있으면 당신은 괴로워하지. (37쪽) 내 연극이 비참한 실패로 돌아간 바로 그날 밤부터였지. 여자들은 남자의 실패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 법이니까. 원고는 마지막 한 장까지 남김없이 태워버렸어.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당신이 알아준다면! (37쪽) 트리고린/ 칭찬하는 기사를 읽으면 기분이 좋지요. 하지만 욕을 먹으면 이틀쯤은 기분이 좋지 않아요.(38쪽) 당신은 명성, 행복, 빛나는 운명 같은 것을 말하는데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그 모든 멋진 말들이 내가 먹어보지 못한 마멀레이드와 다를 게 없어요. (39쪽) 하나의 성가신 생각, 내 경우엔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한다는 생각이 밤낮으로 나를 괴롭힌답니다. 작품 하나를 끝내자마자 무슨 일인지 벌써 다른 작품을 써야 하고 그 다음엔 세 번째 그다음엔 네 번째 작품을......(39쪽) 나는 당신이 말한 문장 혹은 내 자신이 말한 모든 문장에서 착상을 떠올리고 그것을 나만의 문학 창고에 서둘러 저장합니다.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작품을 마치고 나면 극장에 가거나 낚시하러 달려갑니다. 거기서 쉬면서 모든걸 잊기 위해서죠. 하지만 웬걸! 거기서도 새 작품 주제가 머릿속에 이미 묵직한 철제 포탄처럼 굴러다니는 겁니다. 마침내 그 주제가 나를 책상으로 끌어당기고 그러면 또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쓰고 또 쓰는 짓을 시작해야 합니다. (39~40쪽) 대중은 내게 두려운 존재였어요. 그래서 내 희곡작품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마치 연극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검은 눈에 적대감이 어려 있고 푸른 눈에는 차가운 무관심이 담겨 있다고 느꼈죠 . 오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기분이었는지! 40쪽) 그래요 글쓰기는 내게 즐거움이죠. 교정 원고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책이 세상에 나와 언론에 맡겨지는 순간부터 그건 독이 되는거예요. 내가 의도했던 건 그게 아니었구나. 온통 실수투성이로구나. 그런걸 깨닫게 되고 온갖 비판을 받고는 그만 의기소침해지고 말지요 (40~41쪽) 내가 죽고 나면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내 무덤 옆을 지나가면서 말할 겁니다. "트리고린이 여기 누워있군요. 훌륭한 작가였어. 하지만 트루게네프보단 못하지"라고 말입니다. (41쪽) 인생과 과학은 줄곧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열차 시각에 대지 못한 농부처럼 계속해서 뒤처지고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단지 풍경뿐이며 나머지 모든 것에 대해서는 내가 속속들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41쪽) 당신처럼 호숫가에서 자라는 한 젊은 처녀가 있어요. 그녀는 갈매기처럼 호수를 사랑하고, 또 갈매기처럼 행복하고 자유롭죠. 그런데 우연히 한 사내가 그녀를 알게 되고 심심풀이로 그녀를 파멸시킵니다. 마치 여기 죽어 있는 갈매기처럼 말이죠. (43쪽)
갈매기 / 세 자매 / 바냐 아저씨 / 벚꽃 동산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동완 옮김
2막 읽는데 뜨리고린 배역 정말 엄청나네요. 한장이 넘는 대사가 쭉쭉 나와요
그래서 체홉이 트리고린 입을 빌려 신세한탄이라도 한걸까 의심스럽더라고요.
쫌 그런듯요. 근데 후진 인간으로 묘사한 것도 일종의 자기고백일까요?
글쎄요, 작품 안에서 작가를 상상하는 게 장점은 흥미롭다는 거고 단점은 흥미로운 상상일 뿐이기에... 기억하기로는 본인도 자기 삶이 그닥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얘기였으니까 그거야 다들 그렇긴 하죠^^
트리고린 대화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가 잠시 떠올랐어요. 저도 별반 다르지 않아 자기 수양이 되면 이런 고민 안 할 텐데요. 체호프의 속물 같은 대사가 툭툭 저를 건드려요.
깊이에의 강요, 읽어본 듯도 한데 기억이 안 나 찾아봤네요. 체호프의 속물적인 대사, 라면 여기서도 인물들이 다소 속물적이라고 느끼셨나요? 참고로 저는 비교적 다들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물론 그렇다고 그게 꼭 진실인 건 아닐테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신 햄릿'이란 소설(?)을 읽었는데 읽고보니 '갈매기'에서도 햄릿이 인용된 게 생각나더군요. 또 그러고보니 햄릿도 갈매기도 '세대간의 갈등'을 공통점으로 끼워맞추고 싶어졌습니다. 거트루드는 아들 햄릿에게, 폴로니어스는 딸 오필리어에게 각각 상당한 영향력과 쇼크를 주게 되죠. 그리고 갈매기에서는 아르카디나와 트레플료프의 관계가, 트리고린과 니나의 관계가 있습니다. 극의 가장 큰 갈등과 결핍과 갈망은 트레플료프가 쥐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인정과 애정과 나아가 지원까지 바라지만, 얻지 못하고 아르카디나는 아들에 요만큼의 애정도 없진 않으나, 시골구석의 어머니보다는 도시의 여배우가 되길 선택하고, 자신이 가진 애정과 열정과 돈까지 모두, 도시의 삶을 위해 그리고 연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몰빵합니다. 그래서 못난 아들 대신 트리고린을 사랑하고 트레플료프 역시 어머니 대신 니나에게 인정과 애정을 갈구하게 되지만, 니나는 사실 아르카디나가 되고 싶어하는 소녀죠. 그리고 니나 역시 아르카디나 같은 배우가 되어 트리고린 같은 작가 곁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도시에서. 그리고 트리고린 역시 그런 니나에게 뭔가 끌리지만, 끌려갈 뻔하지만 아르키디나는 마치 아들을 움켜잡는 듯한 솜씨로 그를 다시 자신 곁으로 끌어오죠. 뭐 끼어맞춰 봤지만 하나마나한 말이고 그닥 영양가는 없네요ㅋ
다자이 오사무가 쓴 수필을 읽다가 체호프의 '갈매기'에 대한, 더군다나 며칠 전 여기서도 얘기 나눴던 트리고린에 대한 언급이 있어 옮겨봐요.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예를 들어 체호프의 독자로서, 그의 서간집에서 무엇 하나 발견한 것이 없다. 그의 작품 <갈매기> 속 등장인물인 뜨리고린의 독백이 서간집 여기저기에서 들려왔을 뿐이다.
생각하는 갈대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재원 옮김
생각하는 갈대[다자이 오사무 전집] 제10권 [생각하는 갈대]가 양장본으로 재출간되었다. 다자이가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1933년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한 1948년 사이에 발표한 에세이 95편과, 단편소설 한 편을 발표 순서대로 싣고 목차는 연도로 표시하였다.
헉... 신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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